Becoming a Universal Temple Legend RAW novel - Chapter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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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어지는 부자(父子) >
전략기획실로 출근을 앞둔 주말.
태석은 서울의 한 고급주택가로 발길을 옮기고 있었다.
6명의 채팅방은 난리가 난 상태.
강남존잘남 : 다들 오고 있지?
김태석 : 전 가는 중이에요. 근데 원래 재벌들은 집에서 생일파티 해요?
강남존잘남 : 아니, 오늘은 특별히 그럴 이유가 있어서, 할아버지도 같이 계셨으면 하거든.
김태석 : 네? 할아버지면 회장님이요?
강남존잘남 : 응. 맞아.
장동훈 : 나도 가는 중.
최진영 : 저도 가는 중임니다. 형님!
김현수 : 저는 거의 다 왔습니다.
강남존잘남 : ㅋㅋㅋ. 다들 어서 와.
서윤지 : 오빠, 나 태우러 언제 와?
강남존잘남 : 너희 집에서 10분 거리야.
서윤지 : 응.
태석은 다시 4명의 채팅방에 글을 올렸다.
김태석 : 동훈이형, 태석이형 싫어하지 않았어요?
장동훈 : 대세는 따라야지.
김현수 : ㅋㅋㅋㅋ. 동훈이형, 지금 태석이형이 다시 회사 본부장으로 들어온다는 소문 들리니까 급정색. 서로 잘 지내보기로 태도 돌변했음.
김태석 : 그게 무슨 말이야?
장동훈 : 얼마 전 인사팀에 연락 왔었어. 부회장님이 어느 한 자리에 꽂아넣으실려고 그러는 것 같아.
김태석 : 태석이형, 회사 경영에 관심 없다고 안 했나요?
장동훈 : 그건 그 사람 생각이고, 부회장님 생각은 다른가보지. 아무튼 나 이제 잘 지내 볼 테니까, 내가 욕했던 거 말하기 없다? 알았냐? 윤지한테도 입 뻥긋 하면 안 돼.
김태석 : ㅡ. ㅡ
최진영 : ㅋㅋㅋㅋㅋ. 태세변환 꿀잼.
태석은 처음으로 한남동이란 곳을 가보았다.
한남동의 언덕.
필로티 구조로 된 고급 주택이 연달아 건설되어 있고, 그 언덕길 좌우로에는 롤스로이스, 부가티 등 서울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고급 외제차들이 즐비하게 주차되어 있다.
주택 한 채에 40~50억을 호가하는 고급단지답게, 화려한 부촌을 뽐내고 있는 곳.
태석은 어머니 재혼 전 살았던 쓰러져가는 단칸방을 비교하며, 자신의 목표를 세웠다.
‘그래. 돈 많이 벌자. 나도 성공할 수 있어. 10년 뒤, 20년 뒤에는 이런 부촌에 입성하는 거야.’
아직 20대 중반, 미래를 향해 꿈 꿀 수 있는 나이.
이 나이 대에는 뭐든지 할 수 있는 시간이란 기회가 펼쳐져 있다.
태석은 자신에게 꿈과 희망을 준 미지의 존재에게 감사했다.
신입사원부터 대리를 달고, 거기에 전략기획실까지.
녀석이 있었기에 자신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고급 주택가 앞.
스마트폰을 통해 바로 이 주택이 태석이형의 집이란 것을 알아낸 그가 초인종을 눌렀다.
그러자 한 아주머니가 반갑게 인사하며 태석을 맞이했다.
“도련님 친구분이시죠?”
“아… 넵.”
“들어오세요.”
징검다리가 있는 작은 호수.
하루하루 가꿨다고 믿을 정도로 잘 관리된 정원.
그리고 그 정원을 바라보고 있는 한 남자.
아는 얼굴이었다.
태석은 그를 보며,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아…”
김창모 회장은 친 손주를 마주치곤, 당황했는지 아무 말도 못했다. 그러자 녀석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저번에 회장실에서 뵌 적이 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얼마나 반가운지, 회장의 얼굴에는 미소가 깃들었다.
회장은 말했다.
“아… 김태석, 자네는 내가 잘 알지. 그런데 여긴 웬일인가?”
“손주분이신 태석이형이랑 저랑 같은 동기라서 친합니다. 생일 파티 초대한다고 해서, 들렸습니다.”
“그래? 우리 태석이랑 친하다고. 하하. 김 대리! 잠깐 여기로 올라와보겠나?”
“네?”
“내 옆에 와 보라고. 물어볼 게 있으니까.”
“넵.”
김창모 회장이 1층과 2층 사이 공간인 정원 테라스에서 김태석을 불렀다.
그리고 서울 시내가 보이는 아래쪽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 곳에서는 서울의 전경이 아주 잘 보이지. 이 경치를 보며 자네는 무슨 생각이 드나?”
회장님의 시험.
그를 바라보자, 당연히 뜨는 미지의 창.
일명 서브 퀘스트.
[서브 퀘스트 : 회장님이 사용자 김태석에게 원하는 포부]김창모 회장이 차기 핵심 인재로서 김태석의 포부를 시험하려 한다. 회장님이 원하는 대답을 선사해줘라.
[보상 : 10Point]원하는 대답? 태석은 생각했다.
회장님이 원하는 대답이 뭘까? 과연 나를 어디까지 올리실 생각일까? 전략기획실? 팀장? 과장?
사실 이제 첫 번째 목표는 다 이룬 사항.
그럼 두 번째 목표.
돈을 많이 벌어보겠다는 욕심.
이 곳, 한남동의 고급 주택에서 살고 싶다는 게 자신의 현재 희망사항.
“성공하고 싶습니다.”
태석의 대답에 회장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그래? 성공? 성공에도 여러 종류가 있지. 어떻게 성공하고 싶다는 거지?”
원하는 대답이 이게 아니었던 건가?
회장이 다시 한 번 태석의 의중을 살피고 있다.
태석은 느꼈다.
회장님이 자신에게 무언가를 기대한다고.
분명 따뜻한 눈빛이었다. 자신을 항상 믿어주고, 따뜻하게 대해주는 회장님.
자신 뿐만 아니라 다른 직원들에게도 분명 그렇겠지.
자신의 눈에는 영락없는 노인인데.
이런 노인이 대한민국에서는 대통령 다음으로 최고로 영향력 있는 사람이라니.
실감이 나질 않는다.
솔직히 목욕탕에서 처음 만났을 때는 전혀 회장님이란 생각도 못했다.
그저 소소하게 목욕탕을 운영하는 사장님이라고 생각했었지.
자신의 농담도 받아주시는 털털함.
그리고 따스함.
최고의 위치에 올랐기에 행할 수 있는 여유로움과 자비로움.
얼마 전, 자식의 다툼에 조폭을 끌어들여.
조폭 재벌이라 불리는 국내 5위 재벌과는 또 다른 행보.
그래서 사람들이 다 엘성! 엘성! 엘성! 하고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닐까?
태석이 생각을 정리했다.
그 후 진심을 담아 말했다.
“회장님처럼 성공하고 싶습니다.”
그러자 회장님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지어진다.
그러나 그 표정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말했다.
“열심히 하게. 아직 많이 부족해.”
“네. 회장님.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그래. 지켜보고 있겠네. 들어가게.”
“넵.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태석이 들어간 후, 테라스에 놓인 의자에 앉아 서울 전경을 바라보는 김창모 회장.
『회장님처럼 성공하고 싶습니다.』라는 손주의 말이 떠오르자 입가에 다시 한번 미소가 걸린다.
‘오래 살아야 돼. 하루라도 더, 건강하게…’
그래서 전화를 걸었다.
– 네. 회장님, 송창식입니다.
“그래. 김 박사 연락해서, 나 건강검진 좀 예약해줘.”
– 네. 엘성병원 김 교수 말씀하시는 거죠?
“그래. 3년 전까지 내 주치의 하던 녀석 있잖아. 최대한 빨리 잡아.
– 알겠습니다.
그때, 들어오는 손주. 그런데 녀석이 한 여성과 손을 잡고 들어온다.
“아~ 오빠, 남들이 다 봐.”
“괜찮아. 오늘 우리 사이 다 말 할 건데, 뭐가 문제야?”
“너무 급한 거 아니야? 아버님이…”
“괜찮아. 아버지는 내가 설득할게. 그러니 너는 내 옆에만 있어주면 돼. 나만 믿어.”
그리고 회장님의 헛기침.
“흠흠… 태석이 왔냐?”
“할아버지…”
“예상은 하고 있었다만, 시기가 좀 빠르네.”
“아, 알고 계셨어요?”
“그럼, 당연히 알고 있었지.”
* * *
회장님의 집.
거대한 궁전이라고 봐도 무방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1층엔 서재와 부엌. 그리고 온 가족이 모일 수 있는 거실과 주방 아주머니, 그리고 회장님의 침실이 꾸며져 있고, 2층에는 부회장과 그의 아들이 거주 할 수 있는 각각의 방과 창고가 마련되어 있었다.
부회장이 고개를 저으며 김태석 대리를 향해 말했다.
“자네가 여기 왜 왔어?”
“네?”
“아니, 우리 아들 생일 파티인데 자네가 왜 왔냐고?”
김진태의 의아한 얼굴.
“태석이형이 초대해서 왔습니다.”
“뭐? 우리 태석이가?”
김진태는 생각했다.
‘뭐지? 서로 사이 안 좋은 거 아니었나?’
하나, 둘 들어오는 아들의 친구들의 면면을 바라보는 부회장.
그런데 하나같이 자신의 마음에 드는 녀석들이 없다.
‘뭐야. 현민이나 혜정이는 왜 초대 안하고 이런 쭉쩡이들만 왔어?’
그리고 자신이 잘 아는 얼굴이 또 둘이나 있다.
“김 비서! 자네는 여기 왜 왔나?”
김현수는 당황했다.
“부회장님, 제가 도련님하고 많이 친합니다.”
“우리 태석이랑 네가 친하다고?”
“네. 그렇습니다.”
“사람이 위, 아래가 있지. 자네가 어떻게 내 아들하고 친구가 돼?”
“죄송합니다.”
“나가 봐. 아~ 이게 무슨 일이야.”
비서실 김현수가 부회장의 말에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런데 그때 들어오는 아들.
“현수야. 어디 가?”
“… 죄송합니다. 도련님, 나가보겠습니다.”
“야! 왜? 왜! 왔다가 그냥 가는 게 어디 있어?”
그리고 아들의 행동이 못마땅한 부회장.
“김 비서! 나가서 지시 내릴 때까지 대기하고 있어. 아들! 김 비서는 내가 할 일 있어서 보낸 거니까, 말리지 말고.”
“무슨 말씀이세요? 아버지!”
그런데 뒤에 따라오는 서윤지.
“아니… 서 비서는 또 여기 웬일이야?”
윤지는 예상했다는 반응에 어쩔 줄을 몰라 남자친구 뒤에 숨는다.
상황 파악이 된 부회장이 고함을 질렀다.
“아들!”
“네.”
“너 이게 뭐야? 지금 이 상황이 뭐야?”
잘 차려진 생일상.
가족 행사에 초대된 아들의 친구들.
분명 로토 그룹이나 대현그룹의 자제들을 초대할 줄 알았던 부회장의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친구들.
그런데 아들 녀석은 기어코 서윤지의 손을 꼭 붙잡으며 자신의 할 말을 내뱉었다.
“아버지, 소개가 늦었는데요. 저랑 결혼할 친구입니다. 원래는 좀 좋은 분위기에서 말씀드리려고 했었는데, 그렇질 못하네요.”
“야! 말도 안 돼. 아! 머리 아퍼. 야! 걔가 뭔데? 내가 말했잖아. 혜정이랑 너 엮어준다고! 해외에서 돌아오면 걔랑 선 볼 거라고. 그러니까 다른 여자 그만 만나고 이제 슬슬 준비하라고!”
“네. 분명 그러셨었죠. 그런데 전 아무래도 사랑 없는 결혼은 못하겠더라구요.”
아들은 확고했다. 그는 자신의 고개를 돌려, 자신의 직속 비서를 부른다.
“현수야!”
그리고 녀석이 대답한다.
“… 네.”
“나가지 말고 여기 앉아. 여기까지 왔는데 같이 먹어야지. 먹으면서 전화 대기할 수 있는 거잖아.”
김현수가 부회장과 재벌 태석 사이에서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상황.
그때 등장하는 구세주.
김창모 회장이 뒷짐을 지며 들어오며 말했다.
“다들 뭐 하나? 식사들 안하고. 나 때문에 안하고 있었나?”
『아닙니다.』
“다들 여기까지 우리 손주 축하해주러 온 거 고맙고, 우리 서비서도 부족한 우리 태석이 좋아해줘서 고맙고…”
표정이 일그러지는 부회장과 자신을 인정해주는 할아버지의 마음에 얼굴이 환해진 김태석. 거기에 서윤지까지.
“현수야. 내 옆에 앉아. 할아버지, 현수 밖에서 대기 안 해도 되죠?”
“대기? 여기 있어도 괜찮지. 우리 손주가 초대한 건데, 당연히 옆에 있어야지. 왜? 내가 밖에 있으라고 했을까봐?”
“아니에요. 할아버지. 들었지? 현수야. 같이 있자.”
“네. 도련님.”
“에이, 도련님 말 빼고.”
“네. 태석이 형.”
김현수는 부회장의 눈치를 더 이상 보지 않았다.
사실 재벌 태석과 친해지고 싶었던 현수였다. 그래서 이 자리에 나온 거고.
회장님까지 손주의 편을 들어주는데, 지금 부회장의 말처럼 밖으로 나가면 더 이상할 터.
분이 안 풀린 부회장.
하지만 그의 아들은 확고했다.
“아버지, 저 윤지랑 올해 안에 결혼할 겁니다.”
“뭐?!”
“결혼이요. 할아버지, 저희 허락해 주실 거죠?”
회장님의 인자한 웃음.
“그래. 우리 손주가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지.”
그 말을 들은 서윤지의 표정이 한결 밝아지고, 그녀의 남자친구는 윤지의 손을 꼭 잡은 채, 미소를 지었다.
틀어지는 부자(父子) > 끝
ⓒ 제이로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