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Universal Temple Legend RAW novel - Chapter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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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기획실 (1) >
태석은 회장님이 자꾸 태석이형이 아니라 자신에게 눈길을 보내는 게 조금씩 느껴졌다.
“회장님?”
“어. 말 하게.”
“제 얼굴에 뭐 묻었습니까?”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음…”
그러자 태석이형이 옆에서 씩 웃는다.
“네가 일 잘 하니까 좋아하시나보다. 할아버지?”
그러자 회장은 또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많이 부족하지. 아직은 많이.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 괜히 끼었군.”
김창모 회장이 서재로 향했다. 그러자 서윤지가 회장님 옆에 쪼르르 달려가더니 손을 잡고 데려온다.
“회장님, 같이 계셔요.”
그러자 방긋. 여느 할아버지와 다르지 않은 반응.
회장이 웃으며 말했다.
“그럴까?”
남자 셋만 사는 가족이라 그런지 서로 간에 가족간에 대화는 많이 없는 편이었다.
그나마 손주인 태석이 할아버지와는 대화가 통하는 편이랄까.
“할아버지, 봉사활동 하면서 정말 많이 느꼈어요.”
“그래. 이런 저런 사람들 많지?”
“네. 그동안 너무 제 생각만 했던 것 같아요. 죄송해요.”
“지금이라도 마음 잡았으면 됐어. 50대가 되어도 아직 철 못 든 녀석도 있는데…”
“……”
부회장의 입지.
그건 손주보다도 한참 아래.
충격적인 사실이지만, 부회장님은 돌아온 싱글이라고.
조금은 떨떠름한 분위기가 이어져서 였을까?
한 명이 나서 그런 분위기를 바꾸려 노력했다.
“아버님, 과일 드세요.”
“……”
그런데 부회장은 뭐가 그리 못마땅한지 서윤지가 내민 손을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
그러자 회장이 말했다.
“후후, 서 비서, 나 줘.”
“네. 회장님.”
“그래. 우리 예비손주 며느리가 주는 과일 한 번 먹어보자.”
가시방석 같은 분위기인데도 나름 균형을 이루는 회장님네 가족.
그곳의 행사가 끝나고 빠져나온 태석은 집에 돌아가려 했다.
그런데 문자가 도착했다.
강남존잘남 : ㅋㅋㅋ. 심심하네.
서윤지 : 집에 가서 연락할게.
강남존잘남 : ㅋㅋㅋ. 그냥 우리 청담동에서 만날까? 피부 관리 받자. 지금 샵 예약할게.
서윤지 : 정말?
강남존잘남 : ㅇㅇ. 커플아로마테라피로 예약할게. 아니다. 같이 갈 사람. 돈은 내가 낸다.
장동훈 : 여기 한 명.
김현수 : ㅋㅋㅋㅋ. 형! 저도 추가요.
최진영 : 아… 저도 출근이 서울이면 같이 가고 싶은데…
강남존잘남 : 태석이 너는?
김태석 : 아, 전 서울이긴 한데, 내일이 전략기획실 첫 출근이라서 안 될 것 같아요.
강남존잘남 : ㅋㅋㅋ. 나중에 후회해도 소용 없다?
김태석 : 네… 아쉽네요.
전략기획실.
자신이 꿈꾸던 곳.
기대수익 0원 ~ ∞(무한대).
그곳에 출근하기 위해 평소에 입지 않던 양복과 와이셔츠를 다리고, 구두를 닦는 태석.
뭐든지 첫 인상은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버릇처럼 나온 행동.
태석은 생각했다.
과연 전략기획실에서는 어떤 일을 할까?
난 핵심 인재로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딸깍딸깍.
시계가 12시를 가리켰다.
그리고 뜨는 메시지.
[엘성그룹 정규사원의 길 튜토리얼을 조기달성했습니다.]‘조기 달성?’
[그렇습니다. 사용자 김태석은 저희가 제시한 튜토리얼 과제에 너무나 잘 따라주었습니다. 이제 사용자에 관한 모든 권한을 개방하겠습니다.]띠링!
그때… 나타나는 홀로그램.
그리고 익숙한 얼굴.
펄럭이는 흰색 날개를 단 40대 초반의 남성이 태석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러나 태석은 그의 설명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천사의 존재.
그리고 그의 얼굴.
자신이 너무나 잘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김형곤.
그리고 자신의 친 아빠.
“아빠… 였네요.”
[……]“김형곤, 아빠 이름이잖아요. 기억 안 나요?”
그러나 그 남자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모든 걸 알아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그랬군요. 이제 모든 게 이해가 되는 군요. 제게 내려졌던 『기억소거』라는 처벌이 왜 내려졌었는지 이제야 알겠네요.]“아빠…”
[김태석 사용자,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저는 천상계에 속한 존재입니다. 이제 더 이상 김태석 사용자와 어떠한 인과관계에도 속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김형곤이란 이름은 이제 잊으십시오. 그럴 시간에 자신의 미래에 투자하고, 더 많은 공과점수를 획득해서 재능을 얻으세요. 그게 당신을 성공의 길로 인도할 것입니다.]“어디 가요? 아빠! 말투가 왜 그래요? 왜 떠날 것 같이…”
[튜토리얼이 끝났으니 이제 저는 제 역할을 다 한 것 같습니다. 그럼 김태석 사용자의 건승을 기원합니다.]“잠깐만요! 잠시만요! 아빠! 아빠!”
연기와 함께 사라지는 천사.
태석은 미지의 존재가 누구인지 알아차린 후, 그 동안 받았던 수많은 도움에 눈물을 펑펑 흘렸다.
지금의 자신이 있게 한 존재.
항상 가족을 위해 희생했던 아버지.
한때는 너무 힘들어 원망했던 아버지였는데, 돌아가셨음에도 자신을 돌봐주고 계셨다.
감사했다. 그래서 너무 고마웠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기도하는 것 뿐.
그가 아버지를 위해 눈을 감으며 기원했다.
‘아빠, 고마워요. 나 열심히 살게요. 열심히 살아서 꼭 행복하게 살게요. 그러니까 아빠도 천국에서 행복하세요.’
* * *
아침 일찍 일어난 태석은 새로 나온 상점 아이템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튜토리얼 당시와는 좀 바뀌었다.
일주일마다 바뀌던 소수목록의 상품과는 달리 수많은 상품들이 List에 진열되어 있다.
[모든 상품이 개방되었습니다.] [현재 공과점수 247점] [점수를 모아 아이템과 재능을 구입하세요.] [추천 아이템 List]1. 텔레포트 워치 1, 000Point.
※ 지정한 시간에 있었던 장소로 순간이동할 수 있는 아이템. 지정시간이 멀어짐에 따라 피로도가 심화된다.
“텔레포트?”
2. 천상계 보충제 100Point
※ 천상계 보충제를 먹고 운동하면 평소보다 10배 가량 근육이 빨리 생성된다.
3. 천상계 성장호르몬 알약 100Point
※ 1회 복용시마다 키가 1cm가량 자란다. 사용자의 잠재성장치 이상은 커질 수 없다.
[추천 재능 List]1. 스포츠 마사지 마스터 500Point.
※ 상대방의 지친 피로를 풀어줄 수 있는 재능.
2. 영어 마스터 500Point
※ 영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만들어준다.
3. 아랍어 마스터 500Point
※ 아랍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만들어준다.
4. 중국어 마스터 500Point
※ 중국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만들어준다.
그런데 더 눈이 가는 재능이 있다.
5. 발기중추 강화 마스터 1, 000Point
※ 4번과 5번 척추 사이에 있는 중추 신경 중 발기를 관리하는 곳. 이곳을 강화하면 정력과 스태미나가 영구적으로 좋아진다. 괄약근이 강해지는 건 덤?
태석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중추 강화?’
* * *
출근시간, 태석은 발걸음을 옮겨 전략기획실이 있는 본사로 향했다.
본사는 오랜만이었다.
엘성그룹 본사를 보면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대기업에 다니는 자부심.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이기에 생기는 뿌듯함.
그런데 회장님이 예상 외로 소박하달까?
어제 본 재벌가문의 집은 으리으리하고, 넓은 정원에 화려한 인테리어이긴 했지만, 안에 사는 사람들은 일반 시민인 자신과 특별히 다를 게 없었다.
인터넷이나 TV 드라마를 보면 언제나 으리으리하고 화려하기만 한 삶을 살 것만 같은 그들.
하지만 실제 모습을 보니, 그냥 천상 사람.
그래서 좀 김이 새는 것도 있다.
태석의 발걸음은 빨랐다.
30분만 지나면 러시아워나 다름 없는 출근길.
하지만 태석의 출근시간은 남들보다 한 시간 빠르기에.
그렇게 빡빡하게 출근하진 않았다.
오전 9시까지 출근해야 하지만, 지금은 오전 7시 50분, 벌써 본사 1층에 도착한 그는 지하철 상가에서 구입한 1, 500원짜리 테이크아웃 아메리카노를 다 마신 후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그런데 예상 외.
가장 빨리 출근했을 거라 생각한 것은 완전한 착각.
이미 모든 사람들이 출근해있다.
태석은 그들을 보며 고개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그런데 다들 바쁜지 자신의 일에 몰두한다.
그때 한 명이 태석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
“어. 왔냐?”
먼저 반갑게 맞이해주는 사람은 자신과 같이 지도 선배를 했던 5년차 남창희 대리님.
태석이 그를 향해 인사했다.
“네. 남 대리님.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셨습니까?”
출입증을 확인하더니 깜짝 놀라는 선배.
“어? 뭐야. 이제 같은 대리네.”
“네. 대리 달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하긴, 다 네가 잘나서 그렇게 된 거지. 그건 그렇고 잠깐 나가지?”
“지금이요?”
“그래. 지금. 다들 바쁘시니까 나가자.”
복도.
그런데 남 대리가 심각한 얼굴이다.
그가 태석을 불렀다.
“태석아.”
“네. 선배님.”
“너 찍힌 것 알고 있니?”
“네?”
“저번에 네가 우리 본부장 네가 몰아내서 찍혔다고. 우리 부서에서.”
“…… 그런 겁니까?”
“물론 그 놈이 완전 개새끼인 것은 맞는데, 그래도 그쪽 라인이 있었을 거 아니야. 그 라인을 무너뜨린 게 너고.”
“네.”
“물론 실장님하고 나는 믿어도 돼. 그런데 다른 사람 앞에선 조심해. 알았지?”
“… 네. 알겠습니다.”
태석은 고마웠다.
자신을 챙겨주는 남창희 대리.
그가 말 해주지 않았다면 왕따를 당하거나 사내 정치를 당했을 지도 모른다.
태석이 결심했다.
‘조심하자. 열심히 해서 인정 받자.’
그러자 남창희 대리가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어휴, 또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진 말고.”
“네. 알겠습니다.”
“막내니까, 그냥 시키는 것만 잘하면 돼. 너무 어려워할 것도 없어.”
“알겠습니다.”
“물어볼 거 있냐?”
“근데… 다들 인사를 안 받아주셔서.”
““아침엔 바빠서 그래. 특히 오늘은 월요일이잖아. 임원분들 보고자료 완성해야 되거든. 그래서 팀장, 과장 할 것 없이 다 바빠.”
“선배님은 안 바쁘십니까?”
“응. 오늘은 회의 대신 대면보고니까.”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대면보고하면 회의 안 해. 그러니 PPT 보고 자료 넘길 필요도 없고.”
“네?”
“아, 어렵게 설명했나? 판돌이 필요 없다고. 판 내가 넘길 필요 없다고.”
판돌이.
PPT 판을 넘기는 사람을 부르는 엘성그룹의 용어.
“아마 다음주부터는 네가 판돌이 할 거야. 하나하나 인수인계 해줄게.”
“알겠습니다.”
“하아, 그럼 뭐부터 알려줘야 하나.”
남창희가 고개를 저으며 태석을 바라보았다.
많은 계열사를 거쳐왔다지만, 전략기획실에서는 제일 막내.
처음부터 가르칠 게 너무너무 많다.
하루하루가 지날 때마다 태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역할을 하나하나 파악해나갔다.
아직 2주일이 되지 않은 터라, 전략기획실 내에서 전략팀인지, 기획팀인지 분석팀인지 직무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
그래서 직급은 대리지만, 실질적인 역할은 군대에서 행정병과 같았다.
첫번째로 하는 일은 일단 전화대기.
“전략기획실 김태석 대리입니다.”
– 과장 바꿔봐.
“네. 과장실 돌려드리겠습니다. 혹시 전화 끊어지시면 4662번으로 다시 전화 걸어주십시오.”
– 그래. 빨리 돌려!
“네.”
그리고 심부름꾼.
“신입! 1층 내려가서 아메리카노 2잔만 사와라.”
“아! 내 것도.”
“내 것도 사와!”
“네. 아메리카노 총 4잔 사오겠습니다. 아이스아메리카노 맞습니까?”
“아! 난 뜨거운 거.”
“네. 뜨거운 거 한잔, 차가운 것 3잔 사오겠습니다.”
거기에 타이핑 대신하고, 오탈자를 잡아야 하는 편집자.
“이거 타이핑 좀 쳐라.”
“네.”
“그리고 오탈자도 잡아봐.”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컴퓨터 수리까지.
“야! 막내! 프린터 안 나온다. 종이 꼈나 봐봐.”
“네. 확인하겠습니다.”
잡다한 일에 만능이 되어야 하는 태석.
그리고 그에게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다. 퇴근시간.
임원 중 하나가 태석을 부른다.
“막내. 김 대리 맞지?”
“네.”
“PPT 잘 하냐?”
“자신 있습니다.”
임원이 자신이 휘갈겨 쓴 A4용지 하나를 건네며 말했다.
“그래? 자신 있다고? 이거 내일 모레 보고할 회의자료인데, 일단 파워포인트로 작성해봐. 내일 아침까진 내 책상 위에 올라와 있어야 한다.”
“알겠습니다. 맡겨주십시오.”
전략기획실 (1) > 끝
ⓒ 제이로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