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Universal Temple Legend RAW novel - Chapter (85)
=======================================
전략기획실 (2) >
파워포인트 마스터.
태석의 머릿속에 임원이 적어놓은 용어의 핵심사항이 빠르게 정리된다.
태석의 입가에는 저절로 미소가 깃들었다.
어렵지 않은 내용이었기 때문이었다.
임원이 건네준 계획은 엘성그룹의 인터넷전문은행설립 계획이었다.
태석이 임원이 적어준 계획을 하나하나 문서로 만들어 나갔다.
핵심은 간단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면 타 은행보다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초기수익성이 뛰어나다는 것.
물론 거기에는 시민들에게 아직은 생소한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지만, 이미 다우초콜릿측과 KC뱅크 쪽에서 많이 홍보해준 덕분에, 후발주자로서 부담이 덜했고,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브랜드 가치를 가진 엘성이라는 이름으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늘려나가겠다는 게 상무님이 작성한 계획.
거기에는 총 6가지 핵심전략이 들어갔다.
가격 경쟁력에서는 수수료 절감과 금리혜택을 최대화하고.
혁신적 상품으로는 크라우드 펀딩, P2P대출, 거기에 비트코인 등을 암호화폐를 간단한 인증 만으로 취급할 예정. 기타 등등.
태석은 정리하면서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 조금조금씩 배워나갔다.
‘소상공인, 긴급자금, 거기에 엘성 페이도 결합해서 시장을 공략할 생각이네.’
거기에 첨단 보안, 그리고 시스템 품질 향상을 위한 보안 클라우드 서버 사용 등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한 핵심사항들.
그런데 자신이 알고 있는 것 중 중요한 요소가 하나 빠져 있었다.
은행 설립에 대한 보고서라면 필수 요소.
그건 은산분리 원칙에 대한 대책.
은산분리 원칙은 비금융 회사가 의결권이 있는 은행 지분 4% 이상을 보유할 수 없게 만든 정책이었다.
단 의결권 미행사를 전제로 10%까지 보유할 수 있다만…
비금융회사가 은행의 자금을 마음대로 집행하지 못하도록 막아놓은 정책.
그런데 거기에 대한 계획 자체가 상무님이 작성하신 수기문서에는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 않았던 것을 발견한 것이다.
그래서 거기에 대한 문서를 추가로 만들어놓았다.
엘성그룹 지분을 10%로 하고, 나머지 산업자본들이 추가로 넣을 수 있게.
다행히 태석의 전공분야였기에 늘 관심 있는 분야였고, 모르는 부분은 인터넷을 검색하면 다 찾을 수 있는 자료였기에 보고서 초안은 쉽게 만들 수 있었다.
오후 8시.
모든 문서 작성을 마친 태석이 남창희 대리에게 말을 건넸다.
“남 대리님, 다 하셨습니까?”
“아니… 아, 최 상무님 보고 자료 취합하는데 미치겠다. 답이 안 보여. 넌 다 했냐?”
“아, 일단은 풀리지 않는 부분 빼고는 다 한 것 같습니다.”
“풀리지 않는 부분?”
“네. 은산분리 관련해서 최 상무님께서 적어주신 게 없어서,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음 그건 직접 물어봐야지. 근데 너도 오늘 최상무님이었어?”
“네. 남 대리님하고 같은 분인 것 같습니다.”
“그렇군. 일단 전화해서 상무님께 여쭤 봐! 내일 혼나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지금 전화해도 혼나지 않겠습니까? 일단 저는 내일 출근하시면 여쭤보겠습니다. 퇴근해도 되겠습니까?”
“나머진 완벽해? 자신 있어?”
“네. 자신까진 모르겠는데, 일단 다른 건 핵심정리는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 그렇게 생각하면 퇴근해.”
“감사합니다.”
남창희는 생각했다.
저러다가 된통 깨질 거라고.
지금 당장 혼나더라도 물어보는 게 최선일텐데.
어차피 몸으로 느껴봐야 한다. 그래야 버릇은 고치니까.
그는 후배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상무님께 전화를 걸었다.
– 남 대리, 뭐야?
“저 풀리지 않는 게 있어서 전화 드렸습니다. 취합하시라고 말씀하신 자료 중에 은행 산업동향 몇 년도 전 것까지 취합해야 되는지…”
– 야! 지금 꼭 전화로 해야 돼? 5년 전까지는 해야겠지?
“네. 5년 전, 알겠습니다. 5년 전 자료까지 취합해서 정리하겠습니다.”
– 그래. 열심히 하는데 미안하다. 지금 산업은행 관계자하고 회식 중이니까 내일 얘기하자.
“네. 알겠습니다.”
남창희는 전화를 끊고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지금 이렇게 전화를 해둬야 내일 아침에 임원 앞에서 할 말이 있고 노력했다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실제로 매일 아침마다 혼나는 건 일상이었고, 피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김태석, 넌 진짜 혼나봐야겠다. 빠져가지고.’
그리고 다음 날.
새벽까지 일한 남창희는 출근한 태석을 보니 괜히 배알이 꼴렸다. 자신은 새벽 2시 넘어서까지 일을 했는데 녀석은 오후 8시에 퇴근해서 지금까지 쉬고 왔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상한 것이다.
“태석아.”
“네. 남 대리님.”
“내가 어제는 그냥 너 보내줬는데, 사실 네 행동 그러면 안 되는 거였잖아. 알지?”
“네?”
“내가 상무님께 전화 걸으라고 했잖아. 보고하라고.”
“넵.”
“근데 너 보고 안 드리고 퇴근했었지?”
“네.”
“오늘 한 번 결과 보자! 누가 혼나고, 누가 칭찬 받는지.”
“알겠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최 상무가 출근한 후, 둘을 호출했다.
남창희는 태석과 함께 최용일 상무의 직무실로 들어갔다.
상무님 위의 책상.
거기에는 남창희가 새벽 2시까지 인터넷 기사들을 모아 취합한 지난 5년간의 은행 산업동향이 놓여 있고, 그 옆에는 태석이 어제 밤에 작성한 문서가 있다.
남창희는 만족했다.
어차피 회사는 상대평가.
동기든 후배든 걔네들보다 잘하면 인정받는 구조.
자신이 밤새 만든 문서에 비해, 한눈에 보기에도 얇은 문서.
대충대충 한 게 티가 나는 후배의 보고서가 보인다.
그는 생각했다.
오늘 태석이가 최용일 상무님한테 엄청 털릴 거라고.
그럼 자신의 평가는 올라가겠지.
사실 얼른 후배가 전략기획실로 오기만을 바랬던 남창희였다.
그래야만 자신이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 받을 수 있을테니까.
그런데 의외로 최용일 상무는 평소에는 볼 수 없는 환한 미소로 태석을 부른다.
“김 대리.”
“네. 상무님.”
“은산 분리, 그거 내가 깜박했었네. 어떻게 알았어?”
“아, 전공 수업 때 배웠었습니다. 그래서 그게 기억나서 추가로 넣어야 될 것 같아서 제 임의 판단 하에 보고서에 채워 넣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니야. 네가 죄송할 게 뭐 있어. 내가 몰랐던 건데. 오히려 알려줘서 고맙지. 그래. 김 대리는 어디 학교 나왔지?”
상무가 태석을 향해 물었다.
그러자 당황한 태석이 입술을 깨물다가, 자신의 학력을 밝혔다.
“저… 학점은행제 나왔습니다.”
의외의 대답. 말단 직원의 신상까지는 알지 못했던 최용일 상무가 당황한 채 사과했다.
“그래? 미안하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김대리, 학교 어디 나왔으면 어때? 일만 잘 하면 되지. 우리는 철저하게 실력제야. 자부심 가져.”
“네.”
“아무튼 내가 어제 고민은 많이 했는데, 그걸 문서에 넣는 걸 깜박 했었네. 좀 더 생각 했어야 되는데. 아무튼 보고서 잘 썼고, 핵심 요약 잘 해서 한 페이지에 정리 잘 했어. 내가 원한 보고서였네. 수고했다.”
“감사합니다.”
다음은 남창희 대리의 차례.
그런데 시선이 태석이 때와 같지 않다.
“남 대리.”
“네.”
“나보고 이걸 어떻게 하라는 거야?”
“……”
최용일 상무의 질문에 묵묵 부답인 남창희 대리.
그는 시킨 것은 다 했는데, 왜 저렇게 나오는지 모르는 눈치.
“인마!”
그러니 최상무가 고함을 지른다.
“…… 죄송합니다.”
최상무는 느꼈다. 이 친구가 아직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모르는 것 같다고.
그래서 설명해야겠다고.
“5년치 자료 모은 건 잘 했어. 내가 시킨 대로 했고. 그런데 내가 시킨대로만 하면 안 되지. 내가 원한 건 이게 아니란 걸 너도 알잖아. 한눈에 보이게 만들어야지. 표가 있든, 그래프가 있어서 5년간 변화사항이 나와야지. 내가 이 기사들 출력한 거 다 취합해서 분석할 시간이 있을 것 같아?”
“…….”
“내 연봉 얼마야?”
“3억 넘으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내가 직접 만들어야 돼? 기회 비용이란 게 있잖아. 그걸 도와주려고 너희들이 있는 거고. 이걸 설명 해야 되니? 내가 할까?”
“죄송합니다.”
“나가서 다시 정리해! 당장 정리해 와!”
“네. 알겠습니다.”
김태석과 남창희가 최상무의 직무실에서 나왔다.
태석은 곤란한 상황에서 일단 남 대리의 표정을 살폈다.
혼자 한숨을 내쉬는 선배가 불만을 털어놓는다.
“후우, 미치겠네.”
태석은 남 대리의 얼굴에서 노곤함을 보며,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남 대리님. 많이 지쳐보이십니다.”
“아, 말 걸지 마. 피곤하니까.”
“남 대리님…”
“됐어. 너 지금 웃고 있지? 내 생각대로 안 돼서 우습지?”
“아니요. 그런 거 없습니다.”
“됐어. 인마! 비웃는 거 다 아니까. 새끼!”
태석은 그가 돌아서자, 고개를 저었다.
남창희 대리님. 정말 좋은 선배인 줄 알았다. 연수원에서 지도 선배로 같이 일하며, 이미 서로의 업무 스타일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태석.
분명히 설렁설렁 일하는 스타일이고, 유도리를 많이 부리긴 하지만, 저런 성격까지는 아니었는데, 상급자 앞에서 혼나고 나니 돌변하는 성격.
태석은 반성했다.
다음부터 화가 난 선배 앞에서 절대 말 걸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실수가 지금의 화를 불러왔으니까.
남창희 대리는 새벽까지 일해서 그런지 정말 피곤해보였다.
5년간의 기사들을 모아 그것들을 취합하고 종합하는 선배.
그런데 태석은 그게 이해가 가질 않았다.
분명히 저렇게 해도 되지만, 보통 산업 동향 같은 것은 증권사의 애널리스트가 많이 작성해둔다.
각 증권사 어플이나 홈페이지를 접속하여, 애널리스트가 작성한 산업 동향을 찾기만 하면 된다.
엘성생명에서 변액 유니버셜 보험을 다루면서 김민성 대리님께 배웠던 노하우들.
그래서 해당 내용은 너무나 잘 알았다.
태석은 자신의 공인인증서로 엘성증권 홈페이지로 최초 접속한 후, 검색하자 15초도 되지 않아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한 산업동향 자료를 찾아냈다.
최초 설립때부터 현재까지 총 29장 짜리로 분석된 PPT 파일.
거기서 핵심 요소를 추리는 태석.
그리고 나서 할 일은 프린트를 하는 것.
그런데 선배는 일을 하다 말고 분에 못 이겼는지, 서랍에서 담배를 꺼내 밖으로 나간다.
“남 대리님…”
“시끄러워. 말 걸지 마.”
“……”
태석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고개를 저으며 남 대리의 삐뚤어진 태도를 보며 오해를 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남창희 대리 자리로 전화가 걸려온다.
태석은 그가 부재중이기에 전화를 당겨 받았다.
“김태석 대리입니다. 대신 받았습니다.”
– 어. 최 상무인데, 남 대리 어디 갔어?
“잠깐 자리 비웠습니다.”
– 걔 뭐하는 애야? 원래 그래?
“……”
– 5분 내로 분석결과 가져오라고 해! 당장!
“네.”
전화가 끊기고 태석은 다급하게 남창희 대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스마트폰을 책상에 놓고 간 선배.
‘아니, 진짜 선배님, 오늘 왜 이러시냐.’
5분이 지나도 남창희 대리가 자리로 돌아오질 않는다.
평균 흡연시간 15분, 여긴 금연건물이기에 1층 건물 밖까지 나가야 흡연할 수 있다. 그래서 오래 걸린다.
태석은 고민했다.
그리고 결국 실행에 옮겼다.
증권사로부터 출력한 파일.
거기에서 핵심적인 정보가 담긴 첫 페이지와, 첨부자료로 따로 서류철에 챙겨 임원실로 이동하는 태석.
– 똑똑.
“들어와.”
문을 열고 들어간 태석이 말을 꺼냈다.
“말씀하신 자료, 가져왔습니다.”
“그래? 아! 그래! 이런 게 있었네. 엘성증권에서 이미 분석했던 자료가 있었어.”
“네. 6개월 전에 산업동향 관련해서 보고 자료를 냈던 게 있었습니다.”
“그래! 내가 원하던 게 딱 이거네. 참나, 남 뭐시기 뭐야! 걔는 바보 같이 5년치 인터넷 기사를 뽑아오고 난리냐! 김 대리!”
“네.”
“잘 했어. 아주 잘 했어.”
“저… 상무님.”
태석이 최용일 상무의 말에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꺼냈다.
전략기획실 (2) > 끝
ⓒ 제이로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