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Universal Temple Legend RAW novel - Chapter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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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기획실 (3) >
『……』
태석의 말을 들은 최용일 상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았어. 나가 봐.”
“네. 상무님.”
직무실 밖으로 나온 태석이 고개를 뒤로 젖히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회생활은 결코 쉽지 않다.
다양한 인간군상을 만나서, 수많은 갈등을 겪고, 그 과정에서 서로 상처를 입힌다. 지금도 그러했다. 자신은 결코 남창희 대리하고 척을 지고 싶지 않았는데, 불필요한 오해 때문에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
그래도 조직이라는 것.
최대한 빨리 결과를 내야 하는 법. 자신의 선택에 후회는 없었다.
담배를 태우고 들어온 남창희 대리가 다시 자료를 취합하기 시작했다.
태석은 선배를 보며, 고민 끝에 다시 말을 걸었다.
“남 대리님.”
“말 걸지 말라고 했지?”
“제가 상무님께 자료 대신해서 보고 드렸고, 아무 말 없으셨습니다.”
“뭐? 너 뭐라고 했냐?”
“자리 비우셨을 때, 상무님이 또 찾으셔서, 제가 고민하다가…”
“야! 만만하냐? 이제 너랑 나랑 같은 대리니까 우스워?”
“선배님. 그게 아니고요.”
태석의 말에 남창희는 오히려 선을 그었다.
“말 하지 마. 아주 자기가 선배 노릇 하려고 하네? 인마, 세상에는 할 게 있고 못할 게 있는 거야. 내 일인데 네가 왜 참견 하는데! 왜 네 성과로 올리려고 하는데! 어? 이 자식아! 야!”
그때 전화가 걸려왔다. 실장으로부터 온 전화였다.
“죄송합니다. 전화 좀 받겠습니다.”
“개어이 없네. 와! 씨발!”
태석이 수화기를 들자, 남창희는 어이 없는 표정으로 태석을 노려보았다.
“전략기획실 김태석 대리입니다.”
– 어. 실장인데, 지금 바로 내 방으로 와 봐.
“네. 알겠습니다. 실장님.”
태석은 전화를 끊고, 남창희 대리에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하게 됐습니다. 다음부터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진짜…”
“와, 개념을 아주 말아드셨구나?”
“…… 죄송합니다. 그런데 오해…”
“다물어!”
어쩔 수 없이 오해를 풀지 못한 채, 실장실로 이동하는 태석.
사무실에 홀로 남은 남창희는 허탈한 표정을 짓다가 자신이 정리하던 5년간의 취합 자료들을 쓰레기통에 쳐 박았다.
* * *
그날 태석은 실장님의 일일 운전사가 되었다. 엘성랜드를 방문하는 실장님.
그래서 수행하기 위해 회사 차량인 SN5를 운전한다.
실장이 자신의 부하직원으로 들어온 태석을 향해 말을 꺼냈다.
“김대리, 많이 힘들지?”
“아니요. 괜찮습니다. 실장님.”
“어때? 전략기획실 와보니까 예상했던 거하고 많이 틀리지? 실제론 전략이나 기획보다는 그냥 따까리 느낌이잖아. 안 그래?”
“네. 확실히 그런 것 같습니다.”
“뭐? 확실히 그렇다고?”
“아… 아닙니다.”
의기소침해진 태석. 그래도 다시 굳세게 마음을 다 잡았다.
오늘 사실 기분이 꿀꿀한 것은 사실이었다.
남창희 대리하고 많이 틀어진 게 컸다.
그래도 그것을 상사 앞에서 티 낼 수는 없는 노릇.
그것을 알아차린 건지, 아닌지 감정을 담지 않은 목소리로 배우처럼 목소리를 내는 실장님.
“전례 없이 수 많은 계열사를 거치며 탄탄대로, 성공가도를 보냈던 김태석 대리가 하필이면 전략기획실 막내로 와서 어제는 야근하고, 오늘은 무슨 일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또 혼났을 테고. 일이 쉽게는 안 풀리고? 살기 어렵지?”
“열심히 하겠습니다. 표정 관리하겠습니다.”
“청춘이 원래 이런 거야. 우리가 임원을 몇 명이나 관리하냐? 이 조그만 조직이 24명이나 관리하잖아. 그 분들 다 수행하려면 우리가 빨리빨리 움직여줘야 된다고. 그래서 뛰어난 사람들만 뽑은 거고. 스트레스는 받지만, 어쩌겠어? 응?”
“네. 알고 있습니다.”
“힘 내! 고기라도 사줄까?”
“괜찮습니다.”
“그래. 눈 좀 부칠 테니까, 목적지까지 조심운전하고.”
“네. 알겠습니다. 수원 엘성랜드까지 55분 걸리겠습니다.”
“그래.”
* * *
같은 시각.
최용일 상무는 자신이 보고할 문서를 거의 다 작성했다.
[엘성 인터넷 전문은행 추진사업계획 (최초 보고)]이제 오탈자를 확인하고, 문서를 최종 편집하는 건 직원들의 몫.
그래서 전략기획실 사무실에 들렀다.
막내급, 자신의 수발을 들어줄 사람.
그런데 똘똘해보이던 김태석 대리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남창희 대리를 불렀다.
“김대리는 어디 갔나?”
“실장하고 지금 엘성랜드 출장 갔습니다.”
“그래? 여기 USB 있으니까, 오탈자랑 줄간격, 그리고 글자 크기 수정해서 내 책상 위에 올려놓게.”
“네. 알겠습니다.”
최용일 상무. 그는 여전히 의기소침한 얼굴을 하고 있는 남창희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침에 혼난 것 때문에 그러나?”
“아닙니다.”
“아까 자네한테 말 안 전했나? 애널리스트 자료 잘 구했다고. 김 대리가 이야기 안 했어?”
“네?”
“그 표정은 뭐야? 잘 했다고. 자네 지적받고 가져온 자료 잘 봤고 도움 됐다고. 뭘 그렇게 뚱하게 쳐다보고 있어?”
“……”
“열심히 하는 거 알고, 자네 항상 최선을 다하는 거 알고 있으니까, 혼낸 것 가지고 너무 일희희비 하지 말게. 알았나?”
“네.”
최용일 상무가 자신을 향해 웃어준다.
그리고 어깨를 두드리더니, 사무실을 나갔다.
남창희는 얼떨떨 했다.
이게 무언가 싶었다.
조금 생각해보니, 상무님이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이해가 갔다.
‘뭐야? 자기 성과로 챙긴 게 아니었어?’
* * *
그날 저녁.
태석이 실장님과 함께 출장을 마치고 돌아왔다.
즐거운 얼굴로 출장을 다녀온 태석이 남창희 대리를 보더니 갑자기 표정을 굳힌다.
태석은 알았다.
지금 웃으면 남창희 대리님의 기분이 상할 거라는 것을.
그런데, 남창희 대리가 오히려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태석을 불렀다.
“김태석.”
“네. 남 대리님.”
“너, 진짜 웃긴다.”
“네?”
“사람 곤란하게 만들고 말이야. 왜 내가 했다고 보고 했어? 네가 한 거잖아.”
“그렇게 안 하면 선배님이 더 곤란해질 것 같았습니다.”
“참나… 이래서 사람은 지내봐야 안다니까.”
남창희가 갑자기 태석의 목에 헤드락을 걸었다.
“헙…”
“오늘 저녁에 뭐하냐?”
“특별히 일은 없습니다.”
“소주 마시러 가자.”
“네.”
“뭐야? 그 침울한 표정은? 나랑 먹기 싫어?”
“아닙니다. 오해 푸신 것 같아서 기분 좋습니다.”
“그래 내가 쏠게. 퇴근 준비하자. 최상무님 보고서는 지금 내가 결재 받고 올게.”
“아… 네. 알겠습니다.”
그러나 그 둘의 계획은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보고하는 것 좀 도와주고 가지? 아무래도 회장님 앞에서는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은데.”
상무님의 최종 리허설.
그런데 너무 올드했다.
그래서 남창희가 말했다.
“태석아!”
“네. 남 대리님.”
“너 상무님 홍체인식 좀 해드려.”
“네?”
“세팅하라고. 내가 시나리오 짜줄테니까.”
“알겠습니다.”
상무님과 함께 하는 리허설은 밤 11시가 되어서야 끝나고, 김태석과 남창희는 앞에 있는 실내포장마자에서 한시간만에 소주 각 1병을 마신 후, 이제까지 있던 모든 오해를 풀었다.
* * *
다음날이 되었다.
모든 오해가 풀린 선배와 후배는 격식 없이 서로를 대했다.
“태석아, 오늘 네가 판돌이다. 어제 연습 한 거 안 잊었지?”
“아… 네. 알겠습니다. 선배님.”
오늘은 매우 중요한 날.
최용일 상무가 회장님을 모시고 인터넷 전문은행 추진사업계획에 대해 보고가 예정되어 있다.
김태석은 전자교탁에 앉아 상무님이 보고하실 PPT판을 보며 보고를 원할히 할 수 있도록 사전연습을 하고 있고, 남창희는 회장님과 임원들이 앉을 자리에 음료수와 과자를 세팅하며, 오늘 보고 자리가 순탄하게 진행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었다.
모든 임원들이 자리에 앉고, 전략기획실장이 임원분들게 말했다.
“다 모인 것 같습니다. 회장님께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래요. 그렇게 해요.”
“네. 감사합니다.”
비서실로 전화를 거는 실장.
– 비서실장 송창식입니다.
“실장님, 기획실장입니다. 보고 준비 끝났습니다.”
– 알겠어요. 회장님께 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금방 가실 겁니다.
“네. 대기하겠습니다.”
그리고 3분 후. 회장이 걸어온다.
『회장님 들어오십니다.』
전략기획실장의 말에 임원들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회장은 임원들을 한명한명 쳐다보았다.
그러자 임원들이 고개를 숙이며, 예의를 갖춘다.
김창모 회장이 자신의 자리에 앉고, 손으로 자리에 앉으라는 제스처를 취하자, 각자 자리에 앉는 임원들.
그러자 최용일 상무가 90도로 고개를 숙여 회장께 인사를 드리고는 보고를 시작한다.
“지금부터 엘성 은행 설립 추진 계획을 보고 드리겠습니다.”
태석이 최상무의 눈빛을 보며 화면을 넘겼다.
“먼저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한 제도와 국내 도입 사례, 그리고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시 엘성 그룹에 미치는 영향과 그에 따른 대책 순으로 보고 드리려고 했으나, 직접 시연을 하는 게 이해하기 가장 편할 것 같아서 보고 방법을 변경했습니다. 이 점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상무의 말문이 끝남과 동시에 바뀌는 화면.
거기에는 최용일 상무의 얼굴이 실시간으로 보여지고 있다.
그런데 최상무의 얼굴 부분 바깥에 있는 자물쇠 표시.
태석이 그 화면을 보고, 마이크를 든 채, 회장과 임원들 앞에서 진지한 말투로 말했다.
『상무님, 인텔리전트 스캔 이용해주셔야 합니다. 지금은 컴퓨터 화면이라서 지문 인식은 불가하기 때문에 홍채인식으로 대체하겠습니다. 카메라 방향 정면으로 응시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김대리, 어디 카메라지?”
『전방에 있는 카메라입니다. 회장님 방향 바라보고 계시면 됩니다.』
이것도 사전에 짜여진 멘트.
태석의 말에 최 상무가 카메라를 바라본다.
그러자 잠금 화면인 자물쇠가 사라지고.
최상무를 가르키던 카메라 대신 엘성 은행 메인 화면 로고가 떠오른다.
최상무는 보고를 계속했다.
보고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연기에 가까운 멘트.
“자! 저희 엘성 은행은 개인만 이용할 수 있도록 철저한 보안 처리가 되어 있습니다. 그럼 송금을 한번 해볼까요?”
그러자 김태석이 일어나 마이크를 들고 말했다.
『제 목소리로 인식이 되어 있기 때문에 여기부터는 제가 진행을 해보겠습니다. 여기 참석해주신 분들께서는 조금 어색하더라도 제 말씀을 지금부터 똑같이 따라해 주세요.』
다시 마이크를 내려놓은 태석이 스마트폰을 향해 말했다.
“헬로우~ 엘스비!”
그러자 임원들이 어색한 말투로 따라한다.
[헬로우, 엘스비!]임원들이 따라하자 태석이 다시 마이크를 들고 똑같이 말한다.
『헬로우 엘스비!』
그러자 태석의 말에 반응한 스마트 기기가 회의실에 여성 기계음 목소리를 퍼트린다.
『안녕하세요. 김태석님, 반가워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태석이 씩 웃으며 말했다.
『김창모 회장님께 3, 000원 송금시켜줘.』
띠리리리링! 김창모 회장님의 멋진 모습이 화면에 뜨고.
『김창모 회장님 말씀하시는군요? 이 분이 맞다면 다시 한번 인텔리전트 스캔을 해주시겠어요?』
태석이 상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최용일 상무님이 웃으며 카메라를 향해 다시 한번 홍체인식을 시도하고.
여성 기계음이 다시 한 번 들려온다.
『김창모 회장님께 3, 000원 송금 완료했습니다.』
태석의 역할은 끝났다.
최용일 상무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지금 제가 회장님께 3, 000원을 보냈습니다. 저희 엘성전자의 엘럭시 스마트폰 제품을 쓰고 계신 분들은 서로 연락처만 알고 있더라도 송금을 할 수 있고요.
저희 제품을 쓰고 있지 않더라도 엘성페이를 쓰고 있다면 연락처를 아는 것만으로 송금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편리함, 그리고 하이 테크놀로지가 결합되어, 젊은 소비자는 물론 40~60대 연령층의 마음도 충분히 사로잡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으로 5분 브리핑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최용일 상무의 활약에 박수를 치는 회장님.
“퍼팩트!”
그러자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박수.
『짝짝짝짝』
태석이 남창희 대리에게 미소를 지었다.
‘시나리오 좋았습니다. 선배님.’ 그리고 남창희 또한 태석을 보며 생각했다.
‘짜식, 목소리는 진짜 좋네. 어젠 오해해서 미안했다. 태석아. 용서해라.’
전략기획실 (3) > 끝
ⓒ 제이로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