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Universal Temple Legend RAW novel - Chapter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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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출장 (2) >
해외전략 TF의 모임은 순조로웠다.
“이거 드셔 보세요.”
아보카도가 주 재료인 샐러드.
그러나 한국인의 입맛에는 그다지 맞지 않는 기름진 맛.
거기에 맥주를 곁들이는 해외 바이어들.
한국처럼 부어라, 마셔라 하는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각자 원하는 만큼 술과 음식들을 마시며 이 순간을 즐겼다.
문제는 다음 날부터였다.
여러 가지 의견들이 제시되는 가운데, 각종 불만이 터져나온다.
처음은 미국의 앤드류 전략기획팀장부터였다. 그는 매우 젊었다.
“엘성그룹 본사는 너무나 수직적입니다. 그룹 본사와 저희 해외 지사가 가지고 있는 생각의 차이가 너무나 커요. 저희는 위에서 내려오는 Top – Down 방식보다는 아래서 위로 건의하는 bottom – up 방식 방식을 원하는데, 그룹 본사에서는 그것을 들어주지 않아요.”
“어떤 점에서 그렇게 생각하셨죠?”
“저희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다고 느끼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실제로 엘성에서 만든 엘럭시 제품의 점유율이 점점 떨어져가고 있어요. 그건 다들 아실 겁니다.”
“… 그렇죠.”
“물론 엘성전자는 그동안 애플을 따라잡기 위해 수많은 해외지사를 설립하고, 공격적으로 투자해 왔습니다. 그리고 그 경쟁에서 승리했죠. 지금은 세계에서 최고로 잘 나가는 기업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거기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네. 그렇지요.”
“But…”
회의장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해졌다.
“부가가치를 기준으로 하면 애플에 비해 한참 뒤지고 있는 형국입니다. 애플은 아이폰 생산에 300달러를 투자해서 1000달러에 제품을 팔고 있는데, 저희 엘성은 같은 300달러를 투자해서 500달러에 제품을 팔고 있죠.”
“그럴 리가 없을 텐데요. 가격은… 글로벌 각국에 따라 다르지만, 1, 000달러 내외로 책정이…”
“아닙니다. 현재 미국에서는 엘럭시 제품을 한 대 구입하면 한 대를 더 줍니다. 그래서 소비자가격은 1, 000달러이지만, 실질적인 판매가격은 500달러 밖에 되지 않죠.”
태석은 쓴 웃음을 지었다.
그룹에서 매번 성공사례로 이야기하는 엘성 엘럭시 나인.
한국에서는 생산과 동시에 물량이 소진되지만 외국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
심지어 팔리지가 않아 하나를 사면 하나를 더 주는 원 플러스 원 제도까지 도입하다니.
기사로 본 적은 있지만, 해외 지사 관계자한테 직접 들으니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그 부분이 많이 걸림돌이 된다는 말씀이시네요.”
“네. 판매량은 많아 보일 수 있지만, 이대로는 브랜드 가치가 계속 하락할 겁니다.”
“알겠습니다. 의견 잘 들었습니다. 앤드류씨.”
그때 앤드류의 전화가 울렸다.
그런데 엘럭시가 아니다.
애플의 아이폰 Z. 2019년 신제품.
‘아이폰을 써?’
다음은 인도의 프라바스가 손을 들었다.
그는 TF장으로 임명된 마힌드라와 같이 온 직원이었다. 태석과 같은 위치.
“저희 인도에서의 상황은 좀 다릅니다. 엘성의 점유율이 현재 23%에 육박하고 있죠. 물론 그건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을 내걸었기 때문입니다.”
“네. 인도 시장에서는 확실히 그런 방향 쪽으로 추진이 되었었죠.”
“저희 쪽에서는 애플의 시장 점유율이 2%도 채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저가로 무장한 중국의 샤오미나 오포, 미포 등이 시장 점유율 40%를 차지하여, 인도 시장을 장악하고 있죠. 전 엘성그룹이 좀 더 공격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저희 유럽에서는…”
각국에 처한 상황이 전부 다르다.
그리고 요구사항도 전부 각양각색.
인도의 마힌드라 TF장은 간사에게 물었다.
“그룹 본사에서 이번 TF를 통해 원하는 결과가 뭔지 아십니까?”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의문이군요. 도대체 이 자리를 왜 만들었을까요? 저희는 어떤 보고서를 작성해야 되고요.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내일 다시 의논해봅시다.”
헤어짐.
그리고 각자의 숙소로 올라가는 사람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마힌드라의 말이 계속 떠올랐다.
TF가 열린 이유. 과연 무엇일까?
지금은 단순한 의견 교류의 장.
어떻게 보면 창의적인 결과를 도출해야 하는데, 정답이 없으니 난감한 상황.
물론 애플처럼 글로벌 가격, 제품 동일 정책으로 가자는 의견도 나왔고, 신흥시장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서는 지금의 전략이 더 알맞다는 의견도 나왔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여기서 도출해야 될 보고의 방향이 명확하지 않은 것.
방 안에 들어온 실장이 냉장고에서 와인 한잔을 꺼내 마시기 시작했다.
“김 대리.”
“네.”
“자네는 이거 어떻게 생각하나?”
“잘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말할게. 원래 이번 출장은 나 혼자 오려고 했었어.”
“네.”
태석이 실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비서실장이 자네를 데리고 가라고 하더군. 방도 같이 쓰라고. 그때 느꼈지.”
“어떤 것 말씀이십니까?”
“내가 마지막이구나. 이제 여기서 돌아가면 내 책상이 없겠구나라고.”
“……”
“내가 공항에서 말했잖아. 우리 엘성그룹은 만 48세 이전에 다 나가야 된다고.”
“그런 이유는 아닐 겁니다.”
“뭘 아니야. 다 명분 쌓기지. 비서실장이 뭐라고 했나? 비서실에서 무슨 연락 받았어? 내 일거수일투족 감시하라고 지령 받았나?”
“아닙니다. 그런 일 없습니다.”
“솔직하게 말해도 좋아. 이제 다 포기했으니까. 내가 회사 생활 하루 이틀 하는 것도 아니고, 눈치는 있네. 사실대로 말해 봐.”
태석은 실장의 말에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보고 대답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건 없습니다.”
“그럼 뭐야? 자네의 역할은 뭐야?”
“실장님이 뽑으셔서 온 걸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태석의 고개가 뚝 하고 떨어졌다.
실장도 답답했다.
“알았네. 나가보게. 혼자 있고 싶어졌네.”
태석은 한숨을 내쉬며 호텔 방 밖으로 나갔다.
조금은 허무했다.
머나먼 땅에서 글로벌 인재들과 함께 하는 자리.
하지만 그들의 목표는 갈피를 못 잡고 헤메고만 있었다.
태석은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휴대폰을 열었다.
5시간의 시차.
여기 시간은 오후 1시.
한국은 오후 6시.
태석은 고민고민하다가 다이렉트로 문자를 보냈다.
김태석 : 회장님, 바쁘신데 죄송합니다. 전략기획실 김태석 대리입니다. 이번에 두바이 출장을 왔는데 회장님께서 보내셨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이유를 알 수 있겠습니까?
회장님 : 음… 통화 가능한가?
김태석 : 네. 가능합니다.
그리고 곧바로 걸려오는 전화.
“김태석 대리입니다.”
– 그래. 가서 잘 하고 있나?
“네.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 내가 보낸 것 맞네. 실장이 그런 말 하던가?
“…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 우연이란 것은 없지. 누군가 말을 했으니 자네가 알게 되었을테고, 그래서 연락을 했을테고.
“네. 맞습니다. 회장님 한가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 그래. 물어보게.
“회장님께서 이번 TF를 통해 원하는 결과가 무엇인지, 어떤 것을 알고 싶으신 건지 궁금합니다.”
– 정답이 있다면, 내가 TF를 구성하라고 했겠나? 그걸 알아보는 게 이번 TF의 목적이 되겠지. 많이 어렵나?
“… 네. 솔직히 많이 어려운 것 같습니다.”
– 세상에 쉬운 것은 없지. 그것도 인생의 도움이 될 걸세.
“알겠습니다. 실장하고 최대한 노력해서 좋은 결과 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그래. 앞으로 어려운 일 있으면 자주 전화하게. 언제나 열려 있으니까.
“감사합니다.”
회장은 전화를 끊었다. 그때 들어오는 송창식 비서.
“회장님, 건강검진 결과 나왔습니다.”
“그래?”
“네. 병원 내진하셔야 된다고 합니다.”
“어디가 문제 있는데?”
“백혈구 수가 많다고는 하는데, 일단 아직 확정적으로 확진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니, 내일이나 모레 즈음 저랑 같이 다녀오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다른 건 문제 없답니다.”
“그래. 나이 들면 어쩔 수 없지. 그나저나 우리 태석이가 많이 고전하나 봐.”
“일부러 그쪽으로 보내신 거잖습니까? 제가 그렇게 반대를 했는데도 더 넓은 견문을 보여주고 싶으시다고 밀어붙이셨지요. 먼저 전화하신 겁니까?”
“아니, 이번에는 먼저 전화가 왔네. 기특하지. 내 의도를 알아보겠다며 전화를 하고 말이야.”
“확실히 손주분께서 남다르긴 한가 봅니다. 보통 회장님께 다이렉트로 전화할 생각은 못할 텐데, 회장님을 닮아서 그럴까요? 회장님도 젊은 시절 글로벌 기업 대표한테 바로 이메일로 보내셨잖습니까? 무턱대고 만나달라고. 물론 그로 인해 엘성그룹이 성공신화를 쓰긴 했지만.”
“하면 다 돼. 현장에 답이 있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네.”
“네. 회장님. 아~ 제가 건강검진 때문에 들어온 건 아니고, 데니스 윤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회장님이 통화중이셔서 저한테 용건을 남겼는데요.”
“그래. 언제쯤 온다고 그러나?”
“6월 말입니다. 지난 번에 회장님께 말씀드렸었다고 하네요.”
“그래. 맞아. 그랬었지. 알겠네. 퇴근하지.”
“네. 차량 준비시켜놓겠습니다.”
“병원은 내일로 시간 계획 잡아놓고.”
“네.”
* * *
태석은 회의를 참석하면서도 곤욕스러웠다.
영어가 들리기는 하는데, 어설프게 들렸다.
인도 영어, 호주 영어, 필리핀 영어, 영국 영어 등 세계 각국에서 말하는 영어표현이 초급 패키지 정도로는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려는데 한계가 있었다.
실시간으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다보니, 자신의 의견을 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일단 녹음을 했다.
그리고 숙소에 돌아가 하나하나 외국인들이 말했던 의견들을 종합 분석했다.
도성수 기획실장은 태석에게 물었다.
“뭐하나?”
“회의에서 나온 내용 분석하고 있었습니다.”
“분석?”
“네. 각국 TF멤버로 나오신 분들이 말씀하신 사항 종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결론은 딱 하나인 것 같습니다.”
“결론이 있다고?”
“네. 매출 증대요. 시장 점유율 확대. 이게 최우선인 것 같습니다.”
“그건 다 알지. 누가 모르나?”
“네. 맞습니다. 그걸 위해서 각 국가 시장상황에 맞게 공략하고 있고, 각 대표들이 잘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실장님? 오늘 회의 내용에서 나온 구글의 20% 룰을 적용하자는 의견에 대해 실장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구글은 사내 업무 시간의 20%를 창의적인 생각에 투자하지 않습니까? 운동도 하고, 수영도 하고, 산책도 하면서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거죠.”
“물론 말은 그럴듯하고 좋아 보이지. 그런데 그거 아나? 그건 걔네들이 성공했으니까 좋아 보이는 거야. 성공사례란 것을 그대로 적용하면 99% 실패해. 구글이 처음부터 20% 룰을 적용했을 것 같아?”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 성공사례라는 것은 무작정 도입해서 성공하는 게 아니야. 걔네가 어떻게 성공했나? 수많은 기업을 M&A를 통해 집어삼키고,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성공했잖아. 애플의 앱스토어도 그래. 안드로이드라는 진형을 구축해서 구글 마켓이라는 똑같은 방식으로 시장 점유율을 획득했잖아.”
해외출장 (2) > 끝
ⓒ 제이로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