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Universal Temple Legend RAW novel - Chapter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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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출장 (3) >
“네. 저희 엘성도 그 애플의 아이폰을 따라했고요.”
“그 아이폰도 기존의 나와 있던 기술들을 집약해서 하나의 기기로 만든 거고. 사업이란 건 다 똑같아. 창의적인 것보다는 기존의 기술을 어떤 방향으로 활용하느냐에 달렸지. 새로운 기술이 나오지 않는 한 이 TF가 별 의미가 없는 거야. 결론이 없잖아. 우리가 기술자도 아니고.”
“…….”
태석은 그의 말을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았다. 균형 잡힌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었다.
그걸 보고 못마땅한 얼굴로 실장이 생각했다.
‘도대체 얘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그때 누군가가 방문을 두드렸다.
“누구지?”
문을 열자 미국에서 온 앤드류가 있다.
그는 천진난만한 얼굴로 그 둘에게 말했다.
“미스터 도, 같이 수영장 갈래?”
그러자 실장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난 됐어. 아! 우리 미스터 김! 보낼게.”
“네?”
“김대리, 자네가 가. 앤드류랑 놀아달라는데 놀아줘.”
“아… 저 수영 못하는데.”
“가. 20%는 쉬어야 된다며! 구글처럼 하고 싶다며.”
“실장님.”
“일단 가 봐. 가보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르겠지.”
실장이 삐졌다. 그때, 앤드류가 호텔방에 들어오더니 태석의 손을 잡고 끌고 가려 한다.
“아… 오케이 오케이! 갈게. 갈게.”
* * *
수영장에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있었다.
최고 층에서 바라보는 두바이의 전경.
사막 한 가운데 올라간 수많은 빌딩들.
태석은 수영장에서 몸을 담구며 주변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앤드류는 수영을 하다가 지치면 Beach chair에 앉아 아이폰으로 게임을 했다.
꽤 자유로운 영혼.
아무리 해외 문화가 서로 다르다지만 그는 프리해도 너무 프리했다.
태석은 주변의 눈치를 보다가 일단 그의 옆자리에 앉았다.
자신과 나이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그의 행동이 꽤 궁금하기도 했고,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상당히 궁금했었기 때문이다.
“앤드류, 아이폰 쓰면 회사에서 뭐라고 안 그래?”
“회사에서 누가 뭐라고 그래? 내가 아이폰 쓰겠다는데. 솔직히 아이폰이 훨씬 좋아.”
“그래?”
“기기 스펙 같은 건 엘럭시가 좋은데, 어플이나 편리하고 최적화 같은 건 아이폰을 따라올 수가 없거든.”
“아…”
그런데 이해가지가 않았다.
기기가 더 좋은데 최적화는 아이폰이 더 잘 되어 있다니.
“좀 더 자세하게 말해줄 수 있어?”
“아… 아이폰은 렉이 안 걸려. 게임하면 부드러워. 같은 게임을 해도 안드로이드는 무거운데, 애플 건 안 그렇거든. 그래서 아이폰 한 번 쓰면 다시는 안드로이드 못 써.”
미국 시장 점유율 63%.
아이폰이 프리미엄 시장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보이는 이유.
그때 금발의 미녀 둘이 앤드류와 태석의 앞을 지나갔다.
“오~ 저기 완전 핫 섹시하다. 같이 꼬실래?”
“아니, 난 됐어.”
“오케이, 알았어. 그럼 나 혼자 간다.”
수영장에서 돌아온 태석은 인터넷을 연결해서 분석했다.
애플과 엘성의 관계.
그 관계를 사람들은 앱성 소송전이라고 불렀다.
기술특허와 디자인 특허로 시작된 소송 전쟁.
그러나 결국엔 소모전일 뿐인 양상.
결론이 나지 않는 가운데, 서로 법적인 분쟁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합의한 게 바로 작년.
스마트폰 패널, 집적 회로, 낸드 플래시 메모리 등 엘성을 배제하고는 더 이상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없는 시장 구조에 결국 동반자의 길을 선택한 애플.
물론 엘성도 후발주자로서 특허 침해에 대한 첨예한 의견 대립과 논란이 처음에는 엄청난 이슈를 만들어내며 시장점유율 확대에 기여해 왔지만, 그 이슈도 5년이 넘어가자 점차 피로로 다가왔다.
그래서 합의.
그리고 1년이 지났다.
세계시장은 여전히 애플과 엘성으로 양분되어 있지만, 점차 그 둘의 점유율은 후발주자인 중국업체에 ?기는 양상.
엘성은 그나마 반도체의 호황으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지만, 애플의 분위기는 예전과는 달랐다.
특히 작년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해 아이폰에 대한 관세가 25%까지 올라가자 중국에서의 시장점유율은 더더욱 낮아졌다.
‘될까? 과연 받아줄까?’
전략기획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아군일 수 있고.
오늘의 아군이 내일은 적이 될 수가 있다.
세계 시장은 급변하고 있다.
그런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은 변화 뿐.
디즈니나 코카콜라, 월마트처럼 절대 망하지 않는 지속가능한 수익창출 구조를 만들면 좋은데, 안타깝게도 IT와 기술쪽은 그렇지 못했다.
엘성 그룹은 IT와 기술쪽은 끊임없는 경쟁관계에 놓여있고, 그 경쟁관계에서 이겼을 때의 보상은 그 어떠한 산업보다 달콤했다.
그게 엘성의 성공방식.
국내 1위라는 자존심.
호텔에 돌아와 노트북에서 웹서핑을 하며 개인 수첩에 핵심내용을 적어가는 태석.
그걸 보며 실장이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
“뭘 그렇게 열중하나?”
“실장님. 여쭤볼 게 있습니다.”
“응. 말해.”
“저희 목적은 매출 증대잖아요. 그런데 조금은 편협한 시선으로 보고 있지 않나 싶어서요. 해외 본부에서 모인 전략기획 사람들의 TF인데, 사람들은 자국 내에서 어떻게 하면 매출을 올릴까만 생각하고 있어요. 시야가 아주 좁아요. 경쟁사를 이기기 위한 것만 생각하고, 그 전략만 말하고 있잖아요.”
“그렇지.”
“그런데 왜 경쟁해야 할까요?”
“그게 무슨 말이야?”
“가정해 볼게요. 만약 올해에 애플하고 엘성이 협력하면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요?”
“뭐?”
“서로 손을 잡아본다고요. 저희 제품에 구글 안드로이드 플레이마켓 말고, 앱스토어를 메인으로 깔고 스마트폰을 팔아보는 거에요.”
“뭐라고?”
“생각해보세요. 엘성 제품과 앱스토어의 만남. 애플의 장점은 아이폰 기기라는 프리미엄도 있지만, 그들하고도 손을 잡아보면 어떨까요?”
“구글이 가만 있을까? 애플은 어떻게 설득하고?”
“물론 어렵겠죠. 거기에 대한 해결책은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하지만 시대는 변했다고 생각해요. 이대로라면 프리미엄 시장을 제외한 국가에서는 안드로이드 진형에 앱스토어는 지고 말겠죠.”
“그렇겠지.”
“그리고 독식구조가 형성되면 저희에게는 더욱 악조건이 펼쳐질 거에요. 저는 생각해요. 저희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애플과 구글은 더욱 경쟁할 필요가 있어요.”
“일리는 있네. 그런데 구글이 가만히 있을까? 안드로이드에서 퇴출한다고 난리 칠 걸?”
“그땐 양자 노선을 가야지요. 현재 구글에서는 특별한 대안은 없다고 생각해요. 저희 엘성을 포기하기에는 점유율이 너무 높으니까요. 그리고 만약에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다고 해도, 기존 판매한 기기에 최신 버전 업그레이드 사항에 앱스토어만 설치하는 것만 진행해도 구글에는 심각한 타격이 있을 거예요.”
“쉽지 않을 거야.”
“네. 하지만 그걸 추진하는 건 저희가 아니죠. 저희는 단순한 의견 제시니까요. TF란 건 그런 거 아닐까요?”
실장은 알게 됐다.
김태석 대리를 회장님이 왜 좋아하는지.
그는 균형 잡힌 시선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유머감각도 있고 성실하기도 했다.
“그런데 하나 물어보자.”
“네.”
“애플하고 공동노선을 가자는 그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된 거야?”
“앤드류가 말하던데요. 아이폰은 게임이 잘 돌아간다고.”
“뭐?”
“앱스토어가 최적화가 잘 되어 있다네요. 수영장에서 놀다가 그 한마디로 깨달았습니다.”
“정말 그거야?”
“네.”
* * *
해외에서 복귀한 도성수가 비서실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
해외 전략기획 TF의 간사로서 TF의 결과보고서를 설명하는 자리.
이미 마힌드라로부터 작성된 문건은 전자문서를 통해 회장에게 전달된 상황.
비서실장이 웃으며 말했다.
“도 실장님, 어떻게 브리핑 준비는 잘 하셨어요?”
“네.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이번에 많이 힘드셨죠? 결과가 썩 좋진 않다고 들었는데.”
“아닙니다. 힘들긴요. 많이 배웠죠.”
“회장님 분위기 별로 안 좋으시던데, 일단 알아두셔야 될 것 같습니다.”
“네. 김 대리, 준비 됐나?”
실장이 태석을 불렀다.
“네. 일단 준비는 다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전화가 들리고, 윤지가 전화를 받는다.
그녀는 회장님의 전화를 받고 둘에게 말했다.
“두 분 다 들어오시랍니다.”
“네.”
“차는 무엇으로 준비해드릴까요?”
“전 녹차면 됩니다. 김대리도 녹차 좋지?”
“네.”
“알겠습니다. 바로 준비해드리겠습니다.”
회장실.
회장이 두 사람을 자리에 앉혔다.
김창모 회장은 두 사람을 바라보더니, 그 중 상사인 도성수에게 물었다.
“도 실장, 어땠어? 글로벌 파트너들 만나보니까 생각이 많이 트였나?”
“네. 많이 트였습니다.”
“문서 보니까 말이야. 좀 그랬어. 각 국의 글로벌 대처전략을 종합하고, 발전방향까지 도모한 것까진 좋은데, 뭔가 획기적이다 그런 게 없었어. 이미 시장에서 도입하려던 부분이었고, 그 부분에서 특별한 것은 없었고.”
“네. 실망시켜드려 죄송합니다.”
“그래. 요즘 많이 힘들겠지. 본부장 자리도 계속 공석이니까. 자네가 그 일 다 떠맡고 있는데, 내가 출장까지 보냈으니. 너무 걱정하진 말게. 자네는 자기 역할 잘 하고 있으니까.”
위로를 해주는 회장.
그런데 그들의 표정은 실망보다는 오히려 희망에 차 있다.
기대하는 눈빛.
그런 두 사람 중 도성수가 회장님에게 말을 꺼냈다.
“회장님?”
“응. 뭔가?”
“사실 저희가 따로 계획한 게 있습니다.”
“뭐?”
“사실 김태석 대리가 아이디어를 기획한 건데, 저하고 같이 문서로 만들어봤습니다. 기밀 사항이고, 밖으로 새어나가면 안 되는 극비사항이라서 회장님께만 직접 보고 드릴까 합니다. 여기 문서를 봐 주십시오.”
거의 30장은 되어보이는 문서를 내미는 도성수.
작성자 : 전략기획실장 도성수 부장. 전략기획실 전략팀 담당 김태석 대리.
제목 : 엘성 스마트폰의 애플의 앱스토어 도입시 기대효과
소제목
1. 스마트폰 제품의 최근 10년간 트랜드 변화
2. 구글폰 (약칭 HTC)의 실패
3. 엘성의 도약, 엘럭시 시리즈와 엘럭시 노트 시리즈의 브랜드 가치.
4. 안드로이드 마켓 점유율 88%, 그에 따른 구글의 전략변화
5. 애플의 시장점유율 하락, 새로운 CEO 팀 쿡의 성향과 가치.
– 애플은 혁신, 창조에서 벗어나 엘성의 대형 스마트폰 패널을 도입하는 등 스티븐 잡스와는 다른 경영방식을 이어가고 있다.
6. 애플과 전략적 협력관계 유지시 엘성에게 유리한 측면.
7. 애플과 전력적 협력관계 유지시 엘성에게 불리한 측면.
8. 결론.
회장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둘을 바라보았다.
“이게 뭔가?”
“이번 해외 출장간 둘이 머리를 맞대고 작성한 문건입니다. 아직 초안이고 많이 부족한 자료이지만, 자체 분석결과 저희 엘성이 세계를 향해 한발 더 도약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당황스러웠다.
그냥 견문을 넓혀주려고 보낸 건데, 자신에게 엄청난 숙제를 던져 준 녀석들.
그리고 김태석이 말을 더한다.
“회장님과 전화 통화한 후 많이 생각해봤습니다. 전략기획실이라는 역할, 작은 그림보다는 큰 그림을 봐야 되는 거 아닌가 하고요. 앞으로도 엘성 그룹에 힘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회장이 문건을 하나하나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전략적인 수를 던져야 할 때.
하드웨어에서는 잘 나가지만, 소프트 웨어 시장에서 이미 미국 기업에게 시장을 다 내준 입장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은 애플과 구글이 둘 다 망하지 않고 계속 경쟁하는 것.
회장이 물었다.
“김 대리, 자네는 이걸 어떻게 생각했나?”
“사실 회장님이 지원해주셨던 사내기업에서의 경험이 컸습니다. 그때 아마존과 오라클과의 경쟁관계에서 애플과 구글의 경쟁관계가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그 중간을 가자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회장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손주 녀석… 기특하네.’
회장이 고심 끝에 말했다.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사항.
“일단 이 사항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겠지만, 나 혼자 결정하는 것은 무리겠군. 내일 이사진들을 긴급소집하겠네. 자네 둘도 내일 나오게나.”
“네. 회장님.”
“감사합니다. 회장님.”
해외출장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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