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Universal Temple Legend RAW novel - Chapter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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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쓸만한가 보군. >
태석이 방문을 나섰다.
그러자 아까 떨어진 10번 참가자가 토론 진행자에게 다가가며 불만을 터트렸다.
“저기요! 저 부당한 것 같은데요.”
“뭐가 말씀이시죠?”
“떨어진 사유가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인정 안하는 녀석도 있구나.’
태석은 눈을 깜박이며 녀석을 다시 한 번 쳐다보았다.
그런데 갑자기 세상이 녹색으로 변해버린다.
‘뭐야?’
알고 보니, 취업준비생의 눈이 활성화된 것!
이걸 켜고 있으면 피로감이 몰려오기에 끄려는데, 이상한 점이 포착되었다.
‘사람의 색깔이 다르잖아!’
그가 보는 면접관의 색깔은 초록색이었다.
반면, 10번 참가자의 색깔은 아무 색도 없었다.
태석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자 각양각색의 빛이 사람들을 두르고 있다.
빨간색도 있고, 주황색도 있고, 초록색도…
그런데 또 눈이 피로해졌다.
‘후-우…’
태석은 방금 전 경험을 통해 두 가지 사실을 또 알아냈다.
첫째, 눈을 연속 3번 깜박이면 속으로 외치지 않아도 취업준비생의 눈이 활성화된다.
다시 3번 깜박이면 그 눈이 비활성화된다.
그리고 둘째, 빨간색은 20대, 주황색도 20대? 그런데 초록색 빛에 둘러쌓인 사람은 100% 30대로 보인다.
‘나이? 직급?’
아직까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일단 색깔에 따라 무언가를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니 기쁘기도 했다.
* * *
다음 날, 공사현장.
일하는 도중 태석은 메시지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엘성그룹 인사팀입니다. 김태석님께서는 집단 토론에서 합격하셨습니다. 마지막 임원 면접이 내일 오후 3시에 진행될 예정이오니, 10분 전까지 우리 그룹 본사 2층으로 오시면 되겠습니다. 최종 합격을 기원합니다.]최종면접이라··· 이런 날이 오다니.
그는 기분이 좋아 하늘로 날아오를 것만 같았다.
그럼에도 태석은 마음을 다잡았다.
‘흥분하지 말자. 차분하게.’
엘성그룹 최종면접은 임원면접.
그러니 방심은 금물.
아직까지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작업현장.
철성이형님이 사다리를 올라갔다.
페인트를 칠하는 모습이 아직도 어색하지만, 그래도 한 사람 몫은 하는 것 같아서 태석의 얼굴에는 웃음이 걸렸다.
“형님! 처음 칠할 때는 롤에다가 좀 많이 묻히셔도 되고요! 두 번 칠할 때부터는 조금만 묻히시고 위에서 아래로 쓸어내리듯이 천천히!”
“그래?”
“네! 그래야 작업속도 빨라져요.”
“알았어!”
철성이 형님이 사다리에 오른 채, 페인트 통에 롤이 달린 3m 짜리 봉을 넣었다.
그런데 페인트 통에 푹 넣어버리는 철성이 형님.
그리고 쭉 올리는데, 페인트가 태석의 옷은 물론 머리까지 다 묻어버렸다.
“철성이 형님! 롤 내려요! 내려!”
“미안! 미안혀!”
“아~ 진짜!”
그는 진심으로 미안한지, 사다리를 타고 다시 내려와서 사과했다. 사과를 하는 그에게 뭐라고 하겠는가?
태석이 그의 사과를 받아주었다.
“아, 괜찮아요. 형님!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미안혀. 진짜 미안혀!”
“괜찮다니까요. 저 잠깐 씻고 올게요.”
“그려. 아, 진짜 나는 나름 잘 하려고 한 건디…”
이미 작업복에 가득 묻은 흰색 페인트.
태석은 쓴 웃음을 지으며 팀장에게 보고했다.
“팀장님~”
“어? 태석이! 너 왜 그래?”
“작업 하다 보면 이럴 수도 있죠. 저 숙소 가서 씻고 올게요.”
“아~ 숙소는 멀잖아. 지하 1층에 목욕탕 가서 씻어. 오늘부터 연다던데.”
“괜찮을까요? 여기 직원들이 뭐라고 안 할까요?”
“괜찮아. 아무도 없을 거야. 오늘 작업 인부들, 다 끝나면 거기서 씻고 불편한 사항 있으면 말해달라고 했거든. 휘발유 챙겼어?”
“네. 페인트 지우고 올게요. 목욕도 하고 와도 되죠?”
“그래! 그렇게 해! 어차피 내일까지만 일하면 되는데, 일 천천히 해도 돼.”
“감사합니다.”
태석은 휘발유 한 컵을 종이컵에 담은 채, 지하 1층으로 내려갔다.
스포츠 센터, 수영장, 매점, 거기에 목욕탕까지 없는 게 없다.
‘엘성그룹 진짜 대단하긴 대단하다.’
대기업이라지만, 정말 직원 복지를 위해 이만큼이나 해준다는 것은 정말 대단하다고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목욕탕에 들어갔다. 그리고 휘발유로 머리에 붙은 페인트에 부은 후, 샤워기를 통해 흘려보낸다.
그런데 혼자 있을 줄 알았던 곳에 할아버지 한 명이 들어가 있었다.
‘혼자는 아니었네. 여기 목욕탕 관리하시는 분인가?’
아무튼 신경 쓸 일은 아니다.
샤워를 하고 거울을 보자, 몸에 붙은 페인트가 말끔히 다 지워졌다.
그래도 영 찝찝하여 10분간 샤워를 더 한 태석.
몸이 깨끗해지니, 주변 경관이 보이기 시작한다.
화려한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목욕탕. 부산에 있는 최고 시설 찜질방과 비교해 봐도 크게 뒤처지지 않는 고급스러움.
태석은 허브향이 나는 온탕을 목격하고 그 안에 들어갔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말을 걸어온다.
“자네는 뭐하는 친구인가?”
“아, 여기 건설인장 인부입니다.”
“아, 그래요? 많이 힘들죠? 보니까 페인트 뒤집어쓴 것 같던데!”
“괜찮습니다. 여기 사장님이세요?”
“그렇다고 볼 수 있죠?”
“음, 대단하시네요. 좋은 데 취업하셨네요. 이쪽이 수입이 괜찮은가요?”
“괜찮지. 상당히. 남들 부럽지 않을 정도로.”
“그러시구나. 고생이 많으세요.”
“후후, 청년도 고생이 많네.”
할아버지는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목욕탕에서만 일해서 그런지 뽀얀 피부가 인상적이다.
그럼에도 인자한 말투.
그때, 할아버지가 갑자기 온탕에 잠수를 했다.
그런데 1분이 지나도 올라오질 않는다.
태석이 깜짝 놀라 할아버지를 물에서 빼려고 하는데, 할아버지가 태석의 손길을 느끼고 갑자기 물 밖으로 나온다.
“왜?”
“아니! 어휴! 깜짝 놀랬어요.”
“왜? 노인네 죽었을 까봐?”
“아니~ 그건 아닌데요. 놀래서요.”
“내가 원래 징크스가 하나 있어.”
“징크스요?”
“응. 목욕탕에서 직접 잠수도 해보고, 땀을 빼야 모든 일이 잘 되더라고!”
“아… 하긴 그렇겠네요.”
태석이 생각했다. 직접 써보지 않고는 손님들의 불편사항을 알기 어려우니까.
그래서 그를 칭찬했다.
“직업 정신이 투철하신 것 같아요. 대단하세요. 그리고 건강해보시고요.”
“당연히 건강해야지. 오래 살려면, 운동도 하고! 활동적으로 살아야지. 안 그래요?”
“그렇겠죠?”
“젊은 친구가 사교성이 참 좋네. 대성하겠어.”
그러고 보니, 할아버지 몸이 근육질이다. 그리고 거기도 크다?
태석은 칭찬은 되돌려주는 것이라고 돌아가신 아버지께 배웠다.
그래서 그를 칭찬했다.
“아저씨!”
“응?”
아저씨라는 부름에 할아버지가 웃음을 터트렸다.
아무리 봐도 손자뻘인데, 후-후.
그래서 태석이 한 번 더 칭찬을 했다.
“정말 크시네요. 정력이 남다르실 것 같아요. 아내분이 좋아하시겠어요.”
“클클, 젊은 친구가 그런 농담도 할 줄 알고~ 하하! 가끔 와! 오면 평생 공짜로 이용하게 해줄게.”
“아, 괜찮아요. 저 내일이 마지막으로 일하거든요. 이제 올라가봐야 될 것 같아요. 장사 잘 하시고요! 항상 건강하시고, 좋은 일만 있으시면 좋겠습니다.”
“그래! 청년도 하는 일 다 잘 되길 바랄게.”
“감사합니다.”
태석이 허브탕에서 나가 샤워기로 몸을 씻고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3분 후, 양복 입은 사내가 갑자기 목욕탕 안쪽으로 옷을 입고 들어왔다.
“회장님!”
“응?”
“준공식까지 앞으로 40분 남았습니다. 가시겠습니까?”
“그럴까?”
김창모 회장은 자신의 징크스를 생각하며 일어났다.
그의 징크스.
건물을 신축한 후, 자신이 그 건물 안에서 목욕을 하지 않으면 1년 내에 사고가 나는 현상.
‘올해는 괜찮겠지?’
그리고 덜렁덜렁.
‘후후, 아직은 쓸만 한가 보군.’
회장님의 얼굴에는 평소에는 볼 수 없던 미소가 걸렸다.
아직은 쓸만한가 보군. > 끝
ⓒ 제이로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