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Universal Temple Legend RAW novel - Chapter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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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출장 (4) >
그날 저녁 태석은 단시간에 작성한 보고서를 꼼꼼히 확인했다.
그러나 과연 이게 맞는 건지 알 순 없었다.
자신은 이쪽 분야는 비전문가.
그러니 이러한 내용을 누구한테 말할 수는 없다.
그때, 떠오르는 메시지.
[회장님의 시련 3단계 : 회장님을 비롯한 이사회 설득하기.]이사회에서 보고서의 결정적인 오류를 발견하고 이를 문제제기할 예정이다. 해당분야 패키지 아이템을 구입하여 극복하거나, 다른 방법을 강구하라.
[달성조건 : 스마트폰 운영체계 산업동향 패키지 구입]태석이 거래소를 확인해보았다.
가격은 무려 500Point.
자신이 현재 가지고 있는 Point로는 구입할 수 없다.
한심했다.
‘내가 언제부터 이런 거에 의지했다고…’
[남은 시간 12시간 43분 11초] [남은 시간 12시간 43분 8초]그런데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태석은 머리를 싸매었다.
그리고 자신이 믿을 만한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민성 대리님. 그리고 김한울 아저씨와 엄마.
그러나 그들은 자신에게 도움을 줄만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 거기까진 잘 모르겠는데…
– 태석아. 내가 잘 모르는데 일단 알아봐줄게.
“아니에요. 선배님. 제가 알아볼게요.”
그런데…
절대 배신하지 않을 사람이 떠오른다.
후배면서도 명석한 두뇌를 가진 그녀.
태석이 유라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조언을 구했다.
“유라야. 자니?”
– 어. 선배! 잘 하고 계세요?
“응. 너 혹시… 스마트폰 운영체계 잘 아니?”
– 당연하죠. 사내 동아리도 했었는데요.
“그래?”
* * *
다음날 엘성그룹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왔다.
그건 태석이 작성한 보고서로부터 시작되었다.
그 문건으로 내려진 회장님의 지시.
이사회를 긴급 소집하라는 내용.
다음날 그룹 본사에는 각 계열사의 대표들이 회의실로 몰려왔다.
물론 태석은 이미 그 자리에 도착해, 열심히 자료를 보완했다.
그때 걸려오는 전화.
– 선배, 다 됐어요?
“그래. 유라야. 고마워.”
– 다행히 제가 학교 다니면서 사내동아리에서 연구했던 내용이었네요. 메일에 남아 있어서 다행이에요.
“땡큐. 발표 잘 할게.”
– 나중에 밥 사요!
회의석상에 이사회진 모두가 자리에 앉고, 엘성전자 사장이 어제 제출한 보고서를 정밀분석한 상태로 회장님을 향해 말했다.
“회장님, 진행 시작해도 되겠습니까?”
“그러게.”
“일단 이번 안 건이 열리게 된 계기를 말씀드리겠습니다. 해외 전략기획실 TF가 지난 주에 열렸다는 것은 다들 아실 겁니다. 각 해외지부에서 종합한 보고서와는 현재 문건은 별도의 사안이고, 해당 사안은 전략기획실장인 도성수 부장과 김태석 사원이 맡았했습니다. 보안이 요구되는 내용이니…”
사장의 말에 회장이 테클을 걸었다.
“김태석은 사원 아니고 대리야. 잘 봐둬! 저 친구니까.”
회장의 말에 모두가 김태석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태석은 뻘쭘한 채로 고개를 숙이며 목례로 민망함을 대신했다.
그리고 엘성사장이 다시 보고를 시작했다.
“네. 죄송합니다. 김태석 대리와 도성수 부장이 작성한 문건입니다. 해당 문건을 일단 저희 CSR(리스크관리) 위원회에서 분석을 해 보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보고서에서는 결정적인 오류가 있었습니다. 일단 두 사람은 이쪽에 대한 비전문가이다 보니 O/S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지?”
“구글은 안드로이드 기반 체계를 사용하고 있고, 애플은 IOS 체계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래. 그건 알지.”
“여기서 IOS는 코어 OS 계층, 코어 서비스 계층, 미디어 계층, 코코어 터치 계층이라는 4중 체계로 이루어진 계층을 가지고 있는데… 이 4중 체계는 매우 독립적인 부분으로서 IOS 체계에서만 적용되는 부분이고, 다원 파운데이션라는…”
엘성전자 사장의 말에 회장님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쉽게… 일반인도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하게.”
“한 기기에 두 운영체계는 안 됩니다.”
“그래. 그렇게 설명했어야지.”
“네. 보충 설명하겠습니다. IOS는 오픈 소스가 아니라서 저희가 마음대로 쓸 수 없는 상황이고, 안드로이드는 리눅스 커널을 기반으로 한 오픈 소스라서 어느 누구나 마음대로 쓸 수 있습니다. 결론은 구글 측은 운영체계를 모두 오픈했고, 애플은 오픈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래?”
“다만 O/S에 맞는 기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IOS 기반 체계를 사용할 수 있는 승인만 애플측에서 내려준다면 그 운영체계에 맞는 전용기기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보고서 내용은 충분히 가능한 전략입니다. 다만, 애플 측이 저희에게 그 운영체계에 대한 사용을 허락할 리가 없습니다. 지금까지의 행태로 볼 때, 실현 불가능한 전략입니다. 소송은 끝났지만, 아직도 철천지 원수이기도 하고요.”
회장이 사장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다른 임원들도 많이 참석했지만 비전문가이다 보니 다들 꿀 먹은 벙어리.
“실장, 엘성전자 사장이 그렇단다. 네 생각은 어때?”
회장의 말에 도성수의 얼굴이 붉게 변했다.
“제가 좀 안일 했던 것 같습니다.”
도 부장의 대답을 들은 회장은 고개를 저었다.
판을 벌려주었는데도 저리 자신감이 없어서야.
이제 손주에게 고개를 돌리는 회장.
그가 이사회를 앞에 두고 김태석을 향해 말했다.
“김 대리!”
“네. 회장님.”
“최초 기획은 자네가 했다고 들었네. 맞나?”
“네. 맞습니다.”
“자네도 도 실장과 같은 생각인가?”
회장은 시험했다.
이건 최종 시험이나 다름 없었다.
오늘 일로 이사회에서 김태석의 존재감을 심어주려고 했던 것이다.
자신의 손주라면, 자신의 핏줄이라면 절대 여기서 물러날 리 없을 거라 생각했다.
만약 이 상황에서 자신이라면 미국을 가든, 중국을 가든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강구해서라도 활로를 뚫으려고 노력 했을테니까.
회장은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았다.
지금의 성공.
그건 성실함도 있었지만, 성공에 대한 집념도 있었다.
수많은 실패를 경험해보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밤잠을 설쳐가며 회사를 위해 달렸다.
그리고 지금의 위치까지 엘성 그룹을 올려놓았다.
대한민국 1등 기업.
국민들은 손가락질 할지 모르지만, 김창모 회장은 당당했다.
법인세로 대한민국 세금의 20% 이상을 내고 있으며, 그 매출의 80% 가량은 전부 해외에서 올린 매출.
비록 IMF때 지분 대부분을 해외 투자자본에 빼앗겼지만, 대한민국에 위치하고, 대한민국에 세금을 내는 엘성그룹이 한국의 기업이라는 것은 누가 뭐라해도 부정할 수 없었다.
‘태석아. 우리 손주. 얼른 너의 대답을 들려다오.’
회장의 눈빛이 김태석을 향했다.
김태석은 자신의 앞에 뜬 상태창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회장님의 시련 3단계 : 회장님을 비롯한 이사회 설득하기.]이사회에서 보고서의 결정적인 오류를 발견하고 이를 문제제기할 예정이다. 해당분야 패키지 아이템을 구입하여 극복하거나, 다른 방법을 강구하라.
[달성조건A : 스마트폰 운영체계 산업동향 패키지 구입 / 실패] [달성조건B : 최유라 사원과의 통화 / 완료] [달성조건C : 달성조건 A나 B를 통해 얻은 지식을 이용하여 이사회 설득하기]김태석이 이사회에 있는 회장님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아닙니다. 저는 실장님과 같은 생각이 아닙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이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서 그렇습니다.”
당돌한 청년의 대답에 이사회에 참석한 임원들의 입에서 헛웃음이 터져나왔다.
[생존의 문제]누가 1위의 엘성에게 생존을 운운할까?
태석은 그게 자신을 무시하는 거라는 것을 아주 잘 알았다.
보잘 것 없는 대리.
그것도 겨우 2년차.
30년 이상 회사에 몸을 바치고 일하던 임원에게는 가소로울 수 밖에.
솔직히 이사회에 일개 사원/대리급이 참석한 것도 어이가 없는 지경인데, 회장님 앞에서 오히려 당당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치니 그들 입장에서는 황당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회장은 달랐다.
오히려 그런 손주의 행동이 마음에 들었다.
당당한 자신감이 좋았다.
왜? 자신도 젊은 시절 그러했으니까.
그 자신감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이유를 듣고 싶었다.
이사회를 스스로의 역량으로 설득할 수 있는 기회.
이게 가능하다면, 더 높은 직위에 올려도 되겠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김창모 회장이 손주에게 판을 벌려주었다.
“김대리! 생존의 문제라… 너무 심각하게 몰아가는 거 아닌가?”
“몰아가는 게 아니라 지금 시장 상황이 그렇습니다. 매우 심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 나를 보며 설득하지 말고, 여기 이사회 임원들을 보면서 설득해 봐. 지금부터 5분 주겠네.”
“네. 알겠습니다.”
젊은 친구의 당당한 말에 이사회의 시선이 돌아갔다.
태석이 일단 입을 열었다.
“작년인 2018년 7월 19일, 구글에서는 EU에서 제기한 안드로이드 비즈니스에 대한 반독점 제제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었습니다. 벌금만 무려 5조 6천억, 구글 입장에서 보면 천문학적인 벌금이었을 겁니다.”
“그런 일이 있었나?”
회장의 질문에 엘성전자 사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아직도 소송은 진행중입니다.”
태석은 엘성전자의 사장의 말에 자신의 의견을 보탰다.
“그때 구글 측에서는 법원과 EU를 압박하기 위해서 오픈 플랫폼 대신 애플의 IOS처럼 상용 플랫폼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었습니다.”
태석의 말에 엘성전자 사장이 회장에게 맞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나 자신도 생각이 있는지 의견을 더했다.
“네. 하지만 그건 소송재판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어내기 위한 전략에 불과합니다. 실제로 상용 플랫폼으로 적용하지 않을 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태석이 엘성전자 사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했다.
하지만 단서를 달았다.
“네. 맞습니다. 사장님. 상용플랫폼으로 적용하지는 않을 겁니다. 『현재로서는요.』”
태석의 담담한 목소리.
이사회 임원들이 태석과 엘성전자 사장을 번갈아가며 쳐다보기 시작한다.
『현재로서는요.』라는 문장이 가져온 긴장감.
담담하지만 그 어느 때 보다도 낮은 저음이 주변을 긴장을 고조시켰다.
그걸 깨는 건 엘성전자 사장측이었다.
“현재?”
“네. 현재 스마트폰 운영체계는 2개로 양분되어 있습니다. 기존 3강 구도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폰이 퇴출되면서 지금은 2개가 남았습니다.”
어느정도는 분석해온 김태석.
어제 보았던 허접한 보고서와는 차원이 다른 지식.
그리고 당당함.
“현재 이 구도는 점차 구글의 승리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2018년 아이폰 X출시와 올해 출시한 아이폰 Z의 판매량 급감으로 IOS의 몰락은 더 가속화되었습니다.”
태석이 버튼을 눌러 준비한 자료를 스크린에 띄웠다.
작년 엘럭시 계열 스마트폰 판매량.
작년 판매량 무려 3억 2천만대.
그리고 애플의 작년 판매량. 1억 8천만대.
신뢰도 높은 자료.
그 자료를 보며 회장이 물었다.
“이걸 왜 띄운 거지? 스마트폰 점유율에 영향이 생긴다는 건가?”
회장의 질문에 엘성전자 사장이 입을 열었다.
“그렇진 않습니다. 다만…”
그런데 회장은 사장으로부터 듣고 싶은 게 아니었다.
손주의 말이 듣고 싶었던 것.
“자네 말고, 김대리가 말해 봐.”
태석이 대답을 시작했다.
“네. 점유율에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닙니다. 지금 당장은 그렇다할 문제는 아니니까요. 다음 자료를 봐 주십시오.”
판매량에 따른 자료가 보인다.
“저희는 작년까지 휴대폰 한 대를 팔 때마다, 구글 측으로부터 인센티브로 기기당 24$를 받아왔습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기반 운영체계를 쓰고, 크롬, 플레이 스토어 등을 기기에 깔았을 때 스마트폰 제조사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했죠. 그리고 올해는…”
태석이 더 이상 대답하지 않고 엘성전자 사장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대답하는 것보다 사장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다.
그러나 엘성전자 사장은 태석을 째려보았다.
그 이유는 자신이 더 잘 알았다.
‘저 자식이!’
어떻게 보면 자신의 치부.
자신이 사장 자리에 오른 후, 구글측과 맺은 신 계약이 구 계약보다 더 조건이 안 좋았기에 솟구친 짜증.
태석은 올해 자료를 보지 않고도 어림짐작으로 알고 있었다.
왜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을까?
그건 당연히 불리해서였다.
결국 엘성전자 사장은 대답하지 않았다.
회장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자기가 승인했던 사항이니까 어떻게 보면 자신도 그 공범.
태석은 대답 없는 엘성전자사장 대신 이사회를 향해 말했다.
“최초 애플의 앱스토어가 시장 점유율의 대부분을 차지했을 때, 구글은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기기당 42$를 지불했었습니다.
10년 전이었지요. 그리고 그 지불가격은 작년 기준으로 기기당 24$로 줄어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달, 구글과 새로운 계약을 맺기로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인센티브 지불 내역은 아직 외부로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사장님 얼마 받는 걸로 계약하셨습니까?”
다시 한번 그 문제로 사장의 눈빛이 독해진다. 하지만 회장님과 이사회 임원들 앞. 이렇게 되면 말할 수 밖에 없다.
“12$로 했죠. 기업 비밀입니다. 유출되지 않도록 모두 조심해주시죠.”
“네. 감사합니다. 그렇습니다. 구글의 점유율이 높아질수록 저희가 받는 인센티브가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저희가 안드로이드 기반 운영체계를 설치할 때마다 오히려 저희쪽에서 인센티브를 제공할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건 기업의 이윤과 생존이 걸린 문제입니다. 구글이 스마트폰 운영체계의 점유율을 높이는 것을 보고만 계실 겁니까?”
모두가 고요해졌다.
엘성전자 사장 또한 고개가 떨어졌다.
완패. 자신이 먼저 선수를 쳤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던 것에 대한 자책감.
거기에 태석이 쐐기를 박는다.
“그래서 전 지금 당장이라도 애플의 IOS 운영체계에 대한 점유율을 높여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상입니다.”
태석의 말에 이사회 임원들이 하나, 둘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짝짝! 한 두사람의 박수가 점차 커지기 시작한다.
짝짝짝!
짝짝짝짝!
짝짝짝짝짝!
짝짝짝짝짝짝짝!
그리고 회장의 질문.
“이사회 임원들, 모두 이 안건 추진해보자는 건가?”
『네! 회장님!』
『좋은 의견인 것 같습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좋아! 애플하고 같이 손을 잡는 게 영 꺼림직하긴 하지만, 그렇게 추진해 보자고!”
해외출장 (4)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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