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Universal Temple Legend RAW novel - Chapter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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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뀐 신분 (1) >
회장님은 이사회가 끝난 후, 회장실로 태석을 따로 불렀다.
그 이유는 기특해서이기도 했고, 좀 더 둘이 대화를 나누고 싶기도 해서였다.
마음 같아서는 손주를 비서로 임명해서 매일매일 옆에서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는 알았다.
손주의 능력이 자신의 젊은 시절보다 더 출중하다는 것을.
아니, 자신이 보아온 누구보다도 뛰어나다는 것을.
머리가 좋다는 게 아니다.
열정, 실력.
자기 의견 내야 될 때, 절대 굽히지 않고 소신을 밝히고, 참아야 할 때는 귀신같이 알고 자신을 낮춘다.
사람 귀한 줄 알고, 예절도 갖추고.
다만 아쉬운 것은 학벌.
더 좋은 곳에 보내주었어야 되는데.
그것만 아니라면.
아쉬움이 남는다.
그때 서 비서가 문을 두드렸다.
“회장님, 차는 어떤 것으로 드릴까요?”
“녹차.”
“네. 김 대리님은 어떤 것으로 드릴까요?”
“녹차로 부탁해요.”
“네. 알겠습니다.”
같은 동기이지만, 직급이 높은 김태석에게 존댓말을 하는 서윤지.
그녀가 마실 차를 준비하러 나갔다.
서울 중심가, 주변에서는 가장 높은 빌딩 최상층에 위치한 곳.
스카이뷰가 일품인 그곳에서 회장이 바깥을 쳐다보며 태석에게 말했다.
“김 대리. 이리 와 보게.”
회장이 김태석을 불렀다.
“네. 회장님.”
그 후 손주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자네는 정말 총명한 것 같네. 누굴 닮아서 명석한지 모르겠어.”
회장은 생각했다.
말하고 싶다고.
네가 내 손자라는 것을.
손주의 손은 목석 같았다.
20대 청춘의 부드럽고 매끈한 손과는 거리가 멀었다.
굳은 살이 가득 배겨있고, 그 살 안에는 얼마나 많은 상처가 있는지 감각만으로 느껴질 지경이다.
그때, 자신의 손주가 말했다.
“아닙니다. 운이 좋았습니다. 회장님.”
녀석은 역시 겸손했다.
그런 태도에 회장이 웃음이 절로 나왔다.
‘아까는 전자사장놈 잡아먹을 것 같은 태도를 보이더니 지금은 또 순진한 척을 하고 있네.’
이제는 손주를 너무나 잘 알게 된 회장.
그동안 많이 지켜보았기에 모르는 게 없는 70대 노인.
그는 자신의 앞에 있는 청년에게 더 큰 포부를 심어주고 싶었기에 태석에게 물었다.
“내가 일전에 자네가 우리 집에 왔을 때, 시내를 바라보며 자네한테 질문을 했을 거야. 기억 나지?”
“네. 기억납니다.”
“다시 한 번 묻겠네.”
회장이 손주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자네가 회장이 된다면 이 경치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겠나?”
‘회장이 된다면…’ 그래. 이제 마음은 굳혔으니까.
마지막 시험은 스스로 통과했으니까.
그때 태석이 말했다.
그런데 회장이 전혀 예상치 못했던 답변.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릴 거 같아요. 이 경치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아버지?”
“네. 저희 아버지요. 생전에 항상 말씀 하셨었거든요. 본인이 부자셨다고, 그래서 열심히 일하면 자신도 부자될 수 있다고. 돈 많이 벌면 저를 이런 곳에서 살게 해주시겠다고 항상 자신 있게 말씀하셨거든요. 아, 죄송합니다. 제가 이상한 이야기를 한 것 같습니다.”
갑작스럽게 자신의 아들 이야기가 튀어나오자 회장의 입에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
‘진태… 아니… 이제 형곤인가.’
김창모 회장이 갑자기 눈물을 흘린다.
잃어버린 아들.
저 세상에 가버린 녀석.
김태석이 물었다.
“회장님, 어디 아프세요?”
“아니… 괜찮아.”
“몸이 많이 안 좋으신 것 아니세요?”
“… 아니… 몸이 안 좋은 게 아니라…”
그리고 그때, 녹차를 들어오는 서 비서.
“앗…”
그녀가 눈물을 흘리는 회장님을 목격한 후, 깜짝 놀랐다.
태석이 그녀에게 말했다.
“윤지씨. 티슈!”
김창모는 티슈로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서 비서.”
“네.”
“잠시 나가 있게.”
“네. 회장님.”
그녀가 나간 후, 마음을 정리한 회장이 말했다.
“김 대리.”
“네?”
“아버님은 어떤 분이셨나?”
“정말 따뜻하신 분이셨어요. 열심히 사셨고, 힘들어도 항상 웃으시고 노력 하시는 분이셨습니다.”
“그랬나? 좀 더 이야기해줄 수 있겠나?”
“가족을 위해 정말 헌신적이셨어요. 저희 어머니를 사랑하시고, 또 저를 사랑해주신 것 같습니다. 공부하고는 거리가 멀긴 하셨다는데 저는 잘 모르겠어요. 제 눈에는 굉장히 명석해 보이셨거든요.”
회장이 결심했다.
너무 험하게 키웠다고.
“그랬군. 자네는 할아버지는 본 적 있나?”
“아… 저희 아버지가 고아시기 때문에, 할아버지하고 할머니는 없고,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는 뵌 적이 있는데, 두분 다 저 어릴 때 돌아가셨습니다.”
“그랬나?”
“네.”
“김대리의 할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나처럼 생기지 않았을까?”
“그러고 보니 저희 아버지하고 체형은 좀 닮으신 것 같아요. 어? 이목구비도 닮고, 얼굴도 닮고. 아, 죄송합니다. 제가 못할 말을 한 것 같습니다.”
태석의 말에 회장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못할 말이라니…”
“아닙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죄송하단 말을 듣고 싶은 게 아니야. 아주 잘 봤어. 닮았겠지. 제대로 본 게야.”
회장은 인정했다.
더 이상 숨기면 자기가 못 견딜 것 같다고.
그래서 말했다.
“태석아. 우리 손주.”
“네? 회장님? 태석이 형 말씀이신가요?”
“아니, 자네, 이리 가까이 오게.”
70대 노인이 아직 20대 남성을 꽉 껴안았다.
그러자 김태석 또한 자신도 모르게 회장님의 포옹에 응했다.
이상한 감정이 아니었다.
혈육의 진한 무언가가 그 누구보다도 크게 느껴진 탓이었다.
그때, 김태석 앞에 떠 있는 창.
[회장님의 시련 4를 클리어 했습니다.] [보상으로 1, 000Point를 획득하였습니다.] [할아버지를 알게 되었습니다.]“잠시만 이대로 있게.”
약 1분간의 포옹.
그리고 다시 진지함.
회장이 상태창을 보며 어안이 벙벙해진 김태석을 바라본다.
“미안하다. 빨리 말을 못해서.”
“…….”
아직 상황파악을 제대로 못한 손주.
그를 위해 김창모 회장이 문서 하나를 꺼내들었다.
태석은 그 문서를 보며 충격에 고개를 저었다.
[유전자 감정서]그곳에 나와있는 99.99%
태석이 꽤나 큰 충격을 받았는지 말이 떨렸다.
“회장님… 이거… 사실인가요?”
“그래. 내가 진태, 아니 김형곤 아빠, 그리고 네 할애비다.”
“회장님이… 정말… 저희 할아버지… 그럼… 부회장님이나 태석이형은…”
“양아들, 양손주, 내 핏줄 아니야.”
“회장님… 저 감당 안 됩니다. 모르겠습니다.”
“숨겨서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태석은 놀라웠다.
자신의 할아버지가 살아계시다니.
그것도 엘성 그룹의 회장님이셨다니.
그제야 왜 회장이 자신을 시련에 빠트리고, 이곳 저 곳을 돌리며 굴렸는지 짐작도 갔다.
“… 회장님.”
“그래. 천천히 대화 나누면서…”
* * *
태석은 할아버지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자신이 그동안 겪었던 많은 상황.
그리고 현재 처한 상황들.
기타 자신의 아버지에 관한 모든 것들.
하루 만에 대화를 나누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들.
그렇기에 통화도 하고, 회장실로 불려가서 이야기도 하며, 그동안 못다할 세월 속 추억을 나눴다.
회장님은 자신의 모든 것을 차분히 설명하며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자신의 친손주에게 충분한 이해를 구한 회장은 정면으로 돌파하기로 결심했다.
당장 자신이 비난은 받을 수 있겠지만. 이게 순리니까.
내 손주니까. 내 핏줄이니까.
* * *
며칠 후.
태석이 갑작스럽게 천안으로 내려왔다.
엄마와 아저씨가 사는 집.
자신을 따뜻하게 맞이해주는 유일한 곳.
그곳에서 엄마인 혜정이 태석을 향해 반갑게 맞이해 준다.
“아들! 갑자기 무슨 일이야? 평일에 다 내려오고. 잘 지냈어?”
“네. 엄마, 몸이 왜 그래요? 완전 좋아지셨는데요. 관리 많이 한 티가 나요.”
“아, 티 나? 엄마 좀 예뻐졌니?”
“네. 많이 예뻐졌어요.”
“나 요즘 에어로빅 다니잖아. 피부 관리도 받고.”
“아…”
그리고 김한울 아저씨.
“태석아.”
“네. 아저씨.”
“음… 너 허리는 괜찮니? 이제 정기검진 할 때 안 됐어?”
“아… 네. 됐죠.”
“이거 가져가.”
“이게 뭐에요?”
“뭐긴, 네가 필요한 거지.”
열어보니 엑스레이 사진.
자신이 옛날에 찍었던 사진이다.
“이제 괜찮아요.”
“괜찮긴 뭐가 괜찮아?”
“아, 저 진짜 괜찮아요. 허리는 이제 문제 없거든요.”
“그게 무슨 소리야?”
그리고 걸려오는 전화.
태석이 말했다.
“네. 송 비서님.”
– 이제야 도련님이라고 부를 수 있게 되었군요. 송 비서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니에요. 그런 말씀 마세요.”
– 아닙니다. 그나저나 오늘 속보 띄울 겁니다. 9시 뉴스 메인입니다.
“네.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 네. 도련님, 짐 간단히 싸들고 계세요. 작별 인사 꼭 하시고요. 그럼 이따 모시러 가겠습니다. 지금 출발합니다.
“네. 밤중에 죄송해요.”
– 아닙니다. 그게 비서가 할 일인데요.
그리고 9시 뉴스.
[엘성 그룹 김창모 회장의 외아들 김진태 부회장이 양자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에 휩싸이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외아들인 김진태 부회장은 전면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비서실에서는 양자인게 사실이라고 밝혀 혼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후계경영 구도가 전면 개편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엘성그룹의 미래가 불확실성에 가득 차 있습니다.] [대한민국 재벌총수 1위, 그동안 베일에 휩싸였던 김창모 회장의 거취에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엘성그룹의 김창모 회장은 오후 9시, 자신의 사택에서 기자회견을 할 것을 예견하며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자세한 것은 현장 취재에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윤정모 기자!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요?]– 네. 현장에 나와있는 윤정모 기자입니다. 지금 수 많은 기자들이 한남동 사택에 모인 가운데, 기자회견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제 곧 중대한 발표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같은 시각, 집에서 뉴스를 보는 사람.
김태석네 가족.
김한울이 태석을 향해 말했다.
“아들.”
“네?”
“네가 다니는 회사 맞지?”
“네. 아빠.”
아빠라는 말에 감동한 의사 김한울.
갑자기 친구의 아들놈이 사랑스럽게 보인다.
“그래. 태석아. 이제 아빠라고 불러주는 거니?”
“이제 인정해야죠. 아빠, 저 가족 찾았어요.”
“가족을 찾았다고?”
“네. 제 할아버지가 회장님이셨대요. 맞죠? 이목구비 보니까 돌아가신 저희 아버지랑 똑같죠?”
김한울이 TV속 화면에서 김창모 회장을 유심히 쳐다본다.
그리고 생전 친구의 모습을 매치해본다.
확실히 비슷해보이는 두 얼굴.
이목구비.
그리고 띵동띵동.
초인종이 울린다.
“네. 누구세요?”
– 도련님! 송비서입니다. 모시러 나왔습니다.
“아 네. 송비서님. 들어오세요.”
– 아닙니다. 밖에 나가 있겠습니다.
“아니에요. 들어오세요.”
송비서의 얼굴을 보고, 모든 걸 이해한 강혜정.
서러움에 대한 눈물.
베일에 쌓여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던 존재가 누구였는지 알아차리자, 고개가 절로 떨어진다.
“그 동안 비밀로 해서 죄송합니다. 작은 사모님.”
“엄마, 나중에 설명할게. 오늘부터 저 올라가야 되요.”
“으… 응. 엄마도 어느정도 짐작은 했었어. 다만… 네가 충격 받을까봐… 충격 받을까봐…”
“네?”
엄마가 알고 있었다니, 태석은 놀란 눈으로 쳐다본다.
그리고 송비서가 말을 꺼냈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생했던 세월, 회장님께서 다 보상해주시겠다고 말씀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 감사해요. 우리 태석이 친 핏줄 찾아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바뀐 신분 (1) > 끝
ⓒ 제이로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