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Universal Temple Legend RAW novel - Chapter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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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뀐 신분 (2) >
태석은 엄마와 작별인사를 마쳤다.
“엄마, 미안해요. 나… 경영수업이란 거 받아야 되나 봐. 그래서 가 봐야 되요.”
“좀 더 있다가면 좋을텐데.”
“자주 올게요.”
김한울 아저씨는 강혜정을 백허그 하며, 그녀를 위로하며 말했다.
“그래. 태석아. 일단 올라가 봐. 너희 엄마 옆에는 내가 있을 테니까.”
“네. 아빠.”
태석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자신을 기다리는 송창식에게 말했다.
“실장님, 가시죠.”
“네. 도련님.”
송비서와 함께 고속도로를 통해 서울로 올라가는 두 사람.
송창식 비서실장이 조수석에 탄 태석을 향해 말했다.
“도련님, 마음 편히 가지십시오.”
“실장님, 아직 잘 모르겠어요. 솔직히 며칠이 지났는데도 실감 나지 않아요.”
“그러실 수도 있겠네요. 정말 죄송하게 됐습니다. 제가 좀 더 일찍 찾았어야 하는데, 또 찾았는데도 경영문제 때문에 속시원히 도련님을 도련님이라고 밝히질 못했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실장님, 실장님이 저한테 왜 죄송하신데요. 저 원망 하나도 안 해요. 저희 아빠도, 그리고 회장님도… 저희 어렵게 산 거 다 인생경험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저한테 더 이상 죄송하다는 말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
태석의 말에 송창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도련님은 회장님 핏줄이 맞아. 아직 20대 중반이면 어린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배려심 많고, 사려 깊으시고.’
부회장과는 너무나 다른 성격.
수십년간 회장님을 모시며, 회장님의 곁에서 지켜본 송창식은 태석의 행동을 통해 그동안 있었던 많은 추억들을 떠올리고 말았다.
‘사모님이 지금까지 살아계셨으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한편, 태석은 계속해서 울리는 채팅방 알림 소리에 스마트폰을 열었다.
서윤지가 김태석님을 대화방에 초대하였습니다.
서윤지 : 어떻게 된 거야?
서윤지 : 왜 대답이 없어? 태석아, 너 회장님 손자 맞아? 회장님이 찾고 있는 사람, 김형곤이란 사람이 너희 아빠야?
김태석 : ㅇㅇ. 그랬나 봐. 우리 아빠 성은 김씨고, 형 자, 곤 자 쓰셨던 것 맞고. 그런데 왜?
서윤지 : 사실이었네. 조금 당황스럽다.
김태석 : 뭐가?
서윤지 : 아니야. 그럼 하나만 더 묻자.
김태석 : ㅇㅇ.
서윤지 : 우리 오빠는 회장님 친 핏줄 아니야?
김태석 : … 그건 태석이형한테 직접 들었으면 좋겠다.
서윤지 : 오빠가 연락을 안 받아.
김태석 : 그럼 좀 더 기다려주는 게 맞지 않을까?
서윤지 : 넌 알고 있잖아.
김태석 : 알고 있다고 모든 걸 말해야 될 이유는 없다고 봐. 미안. 내 얘기는 해도 다른 사람 얘기는 함부로 말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 용건 끝났어?
서윤지 : 너, 나 좋아했잖아.
김태석 : ??
서윤지 : 그것 정도는 말해줘도 되지 않아?
김태석 : 너 좋아한 적도 없었고, 내 입으로 그 사실 말해줄 생각도 없어. 네가 당사자한테 직접 들어.
서윤지를 기점으로 수 많은 사람들의 전화가 걸려온다.
저장되지 않은 번호들.
“여보세요?”
– 안녕하십니까? TCS의 방정식 기자입니다. 혹시 엘성그룹 회장님 친손주 김태석씨 핸드폰 맞습니까?
“…….”
– 여보세요? 여보세요?
툭.
그럼에도 계속 울리는 전화번호.
그것을 보며 송 비서가 말했다.
“도련님.”
“네. 실장님.”
“당장 새로운 핸드폰부터 마련해드려야겠군요. 일단은 휴대폰 꺼두십시오.”
“네.”
한남동에 도착했다.
기자 회견은 진작에 끝났는데도 기자 및 방송관계자들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것을 본 송 비서가 말했다.
“도련님, 내일 들어가시겠습니까?”
송 비서의 말에 태석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회장님께서도 말씀하셨습니다. 이제는 기존에 살아왔던 것 다 버리고 재벌로 살으라고요. 그래야 될 운명이라고요.”
“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그럼 표정 관리 잘 부탁드립니다. 지나가겠습니다.”
검은 에쿠스 차량이 올라가자, 한 기자가 카메라 셔터음을 터트렸다.
『왔어?』
『왔지? 저 사람 맞지?』
『맞는 것 같아. 찍어! 찍어!』
웅성 거리는 기자들.
그리고 연달아 찍히는 셔터음.
『찰칵찰칵! 찰칵찰칵!』
조명을 켰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터지는 섬광.
태석은 정면만을 바라본 채, 집 안에 마련된 주차장으로 입성했다.
에쿠스 차량을 주차를 마친 송 비서가 말했다.
“도련님, 짐은 제가 들고 올라가겠습니다. 먼저 올라가시지요.”
“아닙니다. 실장님, 제 짐인데 제가 들고 올라가야죠.”
“그러시면 제가 회장님께 혼납니다. 이제 예전의 태석 도련님이 아닙니다. 재벌 가문에 오셨으면 적응하셔야 됩니다.”
“죄송해요. 실장님, 전 그렇게 안 살아와서요. 제 짐은 제가 들게요.”
태석은 재빨리 트렁크에 있던 여행가방을 들고 주차장에서 빠져나왔다.
그러자, 송 비서 당황한 채 말했다.
“도련님, 제가 든다니까요! 아~ 안되는데…”
하지만 이미 현관까지 올라간 김태석.
그의 행동을 보며 송 비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도련님,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그 마음 변치 않고, 저희 그룹을 이끄는 별이 되어주십시오.’
* * *
태석이 문을 열었다. 그러자 회장이 곤란한 표정을 짓다가 자신의 친손주를 보며 말했다.
“왔니?”
“네. 회장님.”
그런데 지켜보니 집안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았다.
특히 부회장의 언성이 장난이 아니었다.
“너 어디라고 들어와?”
태석을 향해 독기 품은 그 날선 시선이 매우 위협적이다.
태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느정도 예상했지만, 좀 심각한 상황.
그걸 말리는 사람은 역시 회장님이다.
“김진태! 어디서 소리를 질러?”
그러나 오늘만큼은 절대 물러서지 않는 양아들.
“아버지, 전 자식 아닙니까?! 저하고 의논을 하셨어야죠!”
“김진태!”
“왜요? 저는 의견 내면 안 됩니까? 48년을 같이 살아왔습니다. 아버지 밑에서 경영수업 받은 지 30여년이 다 되어 갑니다. 그런데 입양한 저는 생각 안하시고, 평생 자식만 찾고 다니시는 거 보고도 아무 말도 안 한 사람이 접니다.”
“…….”
“그런데 그 죽은 자식의 핏줄을 찾았다고 무슨 세상 다 구한 것처럼 언론에 공표하시는 게 지금 제 정신입니까? 그리고 그 새파란 녀석에게 경영수업을 시키신다고요? 솔직히 세상 사람들이 다 손가락질 할 겁니다. 회장님 노망났다고요. 이런데도 제가 이해해야 합니까?”
“이 자식이!”
김창모 회장은 단단히 화가 났다.
욕심에 가득 찬 김진태의 눈빛.
누구 자식이길래 저리 욕심이 많을까?
그러나 손주가 말린다. 비록 양손주이지만, 아버지와는 달리 올곧은 품성을 가진 아이.
“아버지, 그만 하세요. 할아버지, 죄송해요. 아버지 올라가요. 올라가세요.”
“이 자식이, 넌 누구 편 드는 거야?”
“제가 누구 편을 들었다고 그러세요? 아버지 지금 너무 흥분하셨어요. 올라가요. 야, 김태석! 너도 회장님 빨리 와서 말려.”
“네.”
재벌 태석의 말 덕분일까, 부회장이 못이긴 척 2층으로 올라간다.
회장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미안하구나. 재벌 회장 별 것 아니지?”
“아닙니다. 회장님.”
“그래. 가족도 제대로 못 돌보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믿어라. 태석이 넌 나만 믿으면 돼.”
“네. 알겠습니다.”
“그래. 일단 아주머니가 쓰시던 방을 다시 꾸며놓았다. 가서 쓰고 불편한 점 있으면 송 비서 통해서 말해. 뭐든 해줄테니까.”
“네.”
“놀랬을텐데, 미안하고, 일단 들어가고 자세한 건 내일 얘기하자구나.”
“알겠습니다. 회장님.”
“그래. 그래.”
짐을 풀고, 정리하는 동안 2층에서 고함을 지르는 부회장과 그를 말리는 아들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태석은 고개를 저으며 생각했다.
만만치 않겠다고.
이런 생활 쉽지 않겠다고.
‘태석이형은 날 어떻게 생각할까?’
첫 만남은 썩 좋지 못했다.
신입사원 연수원에서 단체 활동을 싫어했던 형의 행동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처음에는 오해했었다.
왜 남들은 다 하고 싶어 난리인 대기업에 들어와서 저런 태도를 보이는지.
매스게임에서 빼준다고 하니까 너무나 즐거워했던 그 표정이 도저히 이해가지 않아서 욕을 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해가 간다.
태석이 형은 회사에 다니고 싶어 하지 않았다.
기업을 물려받고 싶어하지 않았다.
성공하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두지 않았다.
아니, 형의 성공은 자유로운 삶이었는지도 모른다.
회사 그만둔다고 했을 때의 그 표정, 너무 즐거워 천진난만해 하던 그 표정이 떠올랐다.
스마트 폰을 켜니, 부재중 전화가 무려 50여통.
메시지만 해도 100 여통.
어제와는 다른 삶.
이게 할아버지가 말씀하신 재벌이 됨과 동시에 걸려오는 행동의 제약.
그때,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네.”
“도련님, 송 비서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네. 실장님.”
송창식 비서실장이 들어왔다.
그는 방에서 짐을 정리하는 태석을 향해 입을 열었다.
“도련님, 면허는 있으신지요?”
“네. 가지고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다행이네요. 조만간에 차량은 저랑 둘러보시면 되겠군요. 혹시 불편하신 점은 있으신가요?”
“괜찮아요. 그리고 차량은 좀 더 생각해보고 싶어요.”
“네?”
“일단은 회장님과 말씀드려 볼게요.”
“네. 알겠습니다. 도련님, 그럼 편히 주무시고, 내일 뵙겠습니다. 혹시 필요한 것 있으시면 제 번호로 언제든 전화하셔도 됩니다.”
“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실장님.”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송창식 비서실장이 태석의 방을 확인한 후, 자리를 떴다.
그런데 다시 똑똑.
방문을 두드리는 실장.
태석이 먼저 말했다.
“들어오세요. 문 열려 있습니다.”
끼이익.
문이 열리고. 태석은 실장 대신 서 있는 그를 보며 고개를 숙였다.
“태석이 형…”
“그래. 이렇게 둘이 있으니까 좀 민망하다. 너도 그렇지?”
“…… 네.”
“너랑 따로 밖에 나가서 대화하고 싶은데, 기자들 때문에 오늘은 안 될 것 같고, 내 방에서 대화 나눌래? 아니면 지금 여기??나눌까?”
이름이 같은 두 사람.
양자의 자식과 친자의 자식.
법적으로는 사촌 관계.
하지만 그 이전에 같은 동기이면서 형, 동생 사이.
“전 아무 곳이나 편해요.”
큰 태석은 작은 태석의 방을 둘러보았다.
침대, 책상, 옷장 그리고 그 옆에 여행가방이 보인다.
“너 아직 정리 덜 끝났지? 내 방으로 가서 이야기 하자.”
“네. 알겠습니다.”
“같이 올라가자. 아버지한테 들키면 또 뭐라고 하시니까 소리 내지 말고 따라와.”
“네.”
태석은 이제는 사촌 형이 된 태석이형의 방 안에 들어갔다.
그의 방 안에 붙어있는 사진들은 지난 봉사활동 가서 찍었던 사진들.
그리고 윤지의 사진들.
거기에 동기들의 사진도 붙어 있다.
“태석아. 내 말 좀 들어봐.”
“네. 형 말씀하세요.”
“너도 당황스럽고, 나도 당황스러운 건 마찬가지일 거야. 갑자기 할아버지한테 친 자식이 있었고, 그 자식을 잃어버린 후, 대신에 우리 아버지를 입양하신 거라며.”
“… 네.”
“나는 이렇게 생각해. 네가 열심히 하고 그런 건 너무 잘 알고, 회사 내에서도 충분히 성과를 냈다는 얘기도 들리더라. 그래서 전략기획실도 스스로의 힘으로 올라간 것도 알아. 그래서 대견스러워.”
태석은 큰 태석이 하고 싶어하는 말이 있음을 알았다.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태석이형.”
“응?”
“말 돌려 안 하셔도 되요. 그냥 말씀하세요.”
“그렇게 나와주니까 정말 고맙네.”
바뀐 신분 (2) > 끝
ⓒ 제이로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