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Universal Temple Legend RAW novel - Chapter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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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뀐 신분 (3) >
큰 태석이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우와, 직접 말하는 게 이렇게 어렵구나.”
“괜찮습니다. 말씀하세요.”
“우리 아버지랑 올라가서 대화를 해 봤어. 너도 들어오면서 봤을 거야. 내가 아버지 모시고 올라가는 거. 대화해보니까 어느 정도 결론이 났거든. 그 결론만 말할게. 너 할아버지 재산 물려받을 거니? 안 받을 거니?”
“아직 생각해본 적 없습니다.”
“애매하게 대답하지 말고. 우리 아버지한테는 정말 심각한 문제거든?”
“그걸 결정하시는 건 회장님이실 겁니다. 저는 거기까진 생각해본 적 없습니다. 생각하고 싶지도 않고요.”
“김태석! 너 진짜 건방지게…”
큰 태석이 작은 태석의 멱살을 잡았다.
하지만 힘은 작은 태석이 더 셌다.
노가다 인생에서 축척된 악력이 큰 태석의 손을 가볍게 뿌리쳤다.
“태석이형, 힘으론 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하-아…”
“저희 대화로 해요. 대화하자고 부르신 거잖아요.”
힘에서 밀린 큰 태석이 씩씩거리며, 동생에게 따졌다.
“야… 진짜 너. 좋은 녀석인지 알았는데 사람이 이렇게 달라질 수가 있냐?”
“……”
“지금 네가 대답한 게 무슨 의미인지 알아?”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실지 알고요.”
“그걸 아는 녀석이 이렇게 나와? 객관적인 시선에서 보면, 우리 아버지는 능력 부족한 거 맞아. 할아버지가 탐탁치 못하게 생각하는 것도 맞고.”
“네.”
“그렇지만 평생을 엘성 그룹을 위해 일하신 분이야. 그래서 부회장 자리까지 올랐고, 그런데 갑자기 네가 나타나서 경영 수업을 받는대. 그걸 또 남한테 들었어. 열이 받으시겠니? 안 받으시겠니?”
“형. 태석이형.”
“뭐!”
“저 불편해요. 첫날부터 이런 대화 나누고 싶지 않아요.”
“그래도 해. 너랑 대화하는 것 오늘이 마지막일 수도 있어. 이왕 올라온 거 이 자리에서 서로의 생각, 허심탄회하게 다 털고 가자.”
“네. 알겠습니다. 그럼 제 이야기부터 하겠습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저희 아빠 공사장에서 일하다가 낙상사고로 돌아가셨어요. 보상금 한 푼 못 받았고요. 저는 그래서 항상 성공하고 싶었어요. 노력해서 높은 자리에 올라가고 싶었고요. 만약에 커서 제가 자식을 낳으면 고생시키고 싶지 않았어요.”
“그건 지금도 할 수 있어. 그 정도면… 우리 아버지도 충분히 이해하시고.”
“그런데 그게 아니란 것을 알았어요. 회장님이 보여주셨죠. 그리고 제가 능력이 있대요. 할 수 있대요. 제가 엘성그룹 후계자가 될 수 있대요.
절 믿어주고 계세요. 그렇지 않았다면 제가 이 집에 들어오진 않았겠죠. 어느 정도 예상 했었어요. 부회장님과 트러블, 그리고 형하고도 어느 정도 불편할 거라 예상 안 한 거 아니고요. 그래도 제가 형은 믿어요. 형은 착한 사람이잖아요. 사리분별 하시는 분이잖아요.”
“알았다. 대화가 안 되겠네. 내려가 봐.”
“네. 알겠습니다.”
작은 태석을 내보낸 큰 태석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풀리지 않는 해답.
노발대발 하시는 아버지를 말릴 자신이 없다.
그래서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고민 덕분일까?
번뜩. 할아버지를 설득할 방법이 떠올랐다.
물론 100% 확신은 아니었다.
‘그래도 이 방법 밖에 없어. 이렇게라도 해야 돼.’
* * *
한편 작은 태석은 골머리를 썩었다.
순탄하지 않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막상 겪어보니 마음이 쓰라렸다.
첫날부터 이렇게 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기에 가슴이 아파온다.
그걸 알아차렸는지, 회장님은 태석의 방 앞에서 자신의 친손주를 기다리고 있었다.
“할아버지.”
“그래. 진태가 불렀니?”
“아닙니다. 태석이형이 불렀습니다.”
“그래? 뭐라고 했는데.”
“아닙니다.”
“말 해. 어차피 내일이면 알게 될 수 밖에 없어.”
회장의 말에 태석이 고개를 숙였다.
“부회장, 아니 큰 아버지가 제가 온 것을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것 때문에 대화 좀 나눴습니다.”
“그건 어차피 예상했던 거잖니, 내가 다 막아줄 거고. 그러니까 그건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나만 믿으면 돼.”
“네. 알겠습니다.”
“그래. 피곤할텐데 쉬고, 아침에 보자꾸나.”
“네. 알겠습니다. 편히 주무세요.”
“그래. 그래.”
태석은 자신의 방에 들어왔다. 그리고는 잠에 들지 못한 채, 계속해서 생각했고 또 생각했다.
* * *
다음날 아침 식사 시간은 오전 7시.
아주머니가 일찍 출근하셔서 아침을 차려놓으셨다.
그녀의 인사에 작은 태석이 깍듯이 인사를 했다.
“작은 도련님,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십니까?”
그런데 이미 부회장이 기다리고 있는 상태.
“큰 아버지. 안녕히 주무셨어요?”
“누가 큰아버지야? 미쳤어? 누가 그렇게 부르래?”
그런데 때마침 회장님이 주방으로 들어오신다.
“진태야.”
“네. 회장님.”
“잘 지내야지. 그러기로 했잖아.”
“그래도 대뜸 큰아버지는 아닙니다. 회장님. 이건 이렇게 불러서는 안 됩니다.”
“그럼? 뭐라고 부르면 좋겠는데?”
“그냥 직책으로 불러야 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부회장으로 불리고 싶어? 그게 편하겠니? 그럼 태석이 인정해줄 거야?”
“……”
“앞으로 진태한테 큰 아버지라고 부르지 말고 직책으로 불러라. 알겠니?”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내려오는 큰 태석. 바로 회장님께 아침 문안 인사를 드린다.
“죄송합니다. 늦었습니다.”
“그래. 앉거라.”
“네. 아주머니, 굉장히 맛있겠는데요?”
“그래요? 큰 도련님 드시라고 많이 해뒀어요.”
“이제 제 호칭이 큰 도련님인가요?”
“네. 성함이 같으셔서. 일단은 그렇게 부르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아주머니.”
밝은 표정의 큰 태석과 다르게 그의 아버지인 진태는 이 상황이 영 못 마땅하다.
‘저 자식, 하필이면 아들하고 이름까지 같아서.’
하지만 자신의 아들은 그걸 개의치 않는 듯 너무나 밝은 얼굴이다.
“많이 먹어라. 우리 동생!”
어제 밤, 심각했던 것과는 달리 친근한 얼굴로 대하는 태석이형.
그래서 의외. 그러나 역시 목적이 있다.
“할아버지, 태석이 마케팅본부장으로 발령 내신다면서요?”
“응. 그랬지.”
“없는 직책인데 만드신 거네요.”
“그래. 그렇게 하기로 했다. 적성에도 맞고, 일단은 각 사장단들하고 얼굴을 익힐 필요도 있으니, 그 직책 수행하면서 잠시 실무와 경험 쌓고 임원진으로 올릴 생각이다.”
“그래서 그런데, 저도 손자로서 같은 기회를 주셨으면 좋겠어요.”
“뭐?”
“할아버지, 이건 할아버지한테도 좋고, 저한테도 좋고, 태석이한테도 경쟁상대가 있어서 좋은 거예요. 할아버지 어제 태석이가 친손주라고 발표하고 나서 대외 반응 안 좋은 것 아시죠? 핏줄 찾았다고, 부회장인 저희 아버지 경영에서 배제하시고 급속도록 진행할 거라며 언론에서 이야기 나오고 있잖아요.
어제 기자회견에서 회장님이 친손주라며 태석이 칭찬하는 동영상 조회수가 무려 15만이 넘어갔어요. 파급력이 엄청 났다고요. 성급하셨어요. 그래서 이건 기회에요.”
“네가 말한 기회란 게 뭐야?”
“제가 태석이랑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게 자리를 마련해주세요. 주변 사람들은 제가 선발해서 뽑을게요.”
“회사 경영에 일절 관심이 없다고 하지 않았니?”
“네. 그랬었죠. 하지만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할아버지가 전문 경영인한테 경영권을 넘긴다고 할 때만 해도 이해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요. 저보다도 어린 태석이한테 회사를 넘길 생각 하시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전 이해 못해요.
그래서 막고 싶어요. 그래서 서로 경쟁하고 싶어요. 그래서 제가 만약에 이기면 회장님 후계자는 저희 아버지나 전문 경영인에게 넘기는 걸로 고려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게 네가 밤새 생각한 결론이니?”
“네. 할아버지. 그리고 태석이한테 한마디 할게요. 김태석!”
큰 태석이 불렀다.
“네. 태석이형.”
“이번 승부 지는 사람이 이름 바꾸는 걸로 하자.”
“네?”
“너랑 나랑 이름이 같으면 안 되잖아. 심지어 한자까지 같더라. 누군가 한 명은 바꿔야지. 원래는 동생인 네가 바꾸는 게 맞지만, 정당하게 너한테 기회를 주는 거야. 너도 불만 없지?”
“이름은… 그냥 그대로 가면…”
“일단 하자. 네가 이기면 되잖아.”
태석은 태석이형의 제안에 대답하지 않았다.
왜? 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이었으니까.
* * *
보름 후.
재벌 태석은 결국 회장님을 설득하는데 성공했고, 그에 따라 회사에서 한 자리를 얻었다.
반면 김태석은 새로 만들어진 마케팅 1본부장 사무실을 보며, 같은 집에 살고 있는 형과 경쟁해야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고개를 저었다.
‘이런 상황을 원한 게 아닌데…’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
그 곳에서 자신을 부르는 사람.
서로 너무 친한 사이. 그는 바로 보험영업의 귀재. 김민성 대리.
“본부장님? 제 의견도 묻지 않고, 이곳으로 발령 내셨더군요.”
그의 장난스런 말투에 태석 또한 장난스런 말투로 대답했다.
“네. 민성씨! 그래도 그룹 본사 핵심인재로 발탁되셨는데 기분 좋으셔야 되는 거 아니에요?”
“야! 미쳤냐? 어휴, 한달에 수 천만원 버는 내가 여기 오면 개털 되는데. 내 고객들 어떻게 하라고?”
“그래도 결국 서명했다면서요. 솔직히 신입사원연수원 지도선배 자리보다는 몇 배는 낫죠. 마음에 안 드시면 지도선배로 보내드릴까요?”
태석의 말에 곧바로 꼬랑지를 내리는 김민성 대리.
“아닙니다. 본부장님. 제가 재벌 가문의 자제분을 몰라보고 까불었네요. 마음대로 굴려주십시오.”
“헤헤, 아닙니다. 선배님, 선배님은 일단 마케팅기획팀장 직책 맡으실건데요. 할 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어요. 일단은 으쌰으쌰 분위기 만들어주시고, 얼굴마담 해주시면 되요.”
“뭐?”
“그런 거 전문이시잖아요. 고객분들 많이 상대해보셨으니까, 그쪽 관련 영업은 제일 잘 하실 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나름 인생이 걸린 일이거든요. 그래서 뽑았어요.”
“그래. 알았어. 결론은 행동대장이네?”
“네. 아마 저랑 움직이실 일이 가장 많으실 것 같아요.”
그리고 사무실에 들어오는 여성.
태석의 눈 앞에 상태창 하나가 떠오른다.
[배신하지 않는 조력자가 도착했습니다.]태석이 씩 웃었다. 그의 웃음에 후배가 반갑게 인사한다.
“선배!”
“어. 유라야. 왔니?”
“저, 전략기획실 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영입 제의 하시면 어떻게 해요?”
“너도 선택할 수 있었는데, 나 보고 온 거잖아.”
“네. 맞습니다. 선배님 보고 왔죠. 열심히 해볼게요. 전 여기서 뭘 하면 되나요?”
“일단 직책은 마케팅 기획담당, 하지만 하는 일은 시장 분석 및 평가라고 생각하면 돼. 머리는 네가 제일 좋으니까.”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또 한 명이 들어온다.
태석의 창이 반응했다.
[능력있는 조력자가 도착했습니다.]그는 바로 프로그래머 오석현.
“지도선배님.”
“어. 왔니?”
“저… 권고사직 받았었는데, 기회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니야. 네가 왜 권고사직을 받았어야 되는데, 파트너 잘못 만난 게 컸지. 괜찮아. 여기서 잘 하면 돼.”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석현아.”
“네?”
“너 스케치업이나 3D 맥스, 포토샵 같은 건 할 줄 아니?”
“아, 그런 쪽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 일단 배워.”
“네?”
“네가 해야 될 일은 프로그래밍 플러스 디자인이야. 디자인은 내가 좀 배워서 손으로 그려줄 수는 있거든. 그걸 넌 컴퓨터로 그리면 돼. 그리고 홈페이지 좀 만들고.”
“아… 네.”
그때 사무실에 걸려오는 전화.
해외출장을 같이 다녀온 전략기획실장 도성수 부장이었다.
그래서 태석이 받았다.
“네. 실장님.”
“아, 본부장님. 도 실장입니다. 이번에 엘성패션에 런칭되는 SPA브랜드인 블랑시안 신규마케팅 제안이 첫 번째 과제가 될 것 같습니다. 기존 런칭팀과 마케팅 1팀, 마케팅 2팀의 세 곳 제안을 검토한 후 사장단에서 경영능력 평가를 내릴 예정입니다.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실장님, 패션이면 저한테 유리하겠네요.”
“꼭 그렇지도 않을 것 같습니다. 2본부장님쪽 백업인원도 장난이 아니라서요. 일단 사장단 회의 참석하십시오. 오늘 오후 2시입니다. 그때 뵙겠습니다. 전 항상 본부장님 편입니다.”
바뀐 신분 (3) > 끝
ⓒ 제이로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