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Universal Temple Legend RAW novel - Chapter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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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계자 경쟁 (1) >
도성수 부장의 말에 김태석이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실장님, 열심히 하겠습니다.”
“네. 본부장님, 이제 와서 말하기는 뭐하지만 한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
“네. 말씀하세요.”
40대 후반의 부장이 이제 고작 20대인 김태석을 보며 어렵게 말을 건네니 사무실 사람들도 김태석의 위치를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말년 부장.
최유라, 오석현, 김민성에게는 다 하늘같은 존재.
그런 그가 태석을 향해 존댓말로 말한다.
“안 어려울 수 있습니까? 그동안 제 속마음 너무 드러냈었던 것 같습니다. 전략기획실에서도 많이 챙겨드리지 못했었고, 같이 출장가면서도 괜한 화를 낸 것 같아 죄송했습니다. 솔직히 본부장님 신분 밝혀지고 나서 많이 고민했었습니다. 제 속내를 너무 많이 내비춰서 본부장님께 어떻게 보였을까 하고요.”
“신경쓰지 마세요. 제가 처음 만났을 때 실장님이셨던 것 그대로 대해주시면 됩니다. 제가 회장님 손자라고 밝혀졌다고 해서 저와 실장님 관계가 변한 건 아니잖아요. 그런 거 저는 하나도 생각 안 하고 있으니까, 앞으로도 저희 관계 동일할 겁니다. 많이 도와주세요. 실장님.”
“본부장님, 감사합니다.”
바뀐 역할에 태석이 당황하며 말했다.
“아~ 실장님 왜 그러세요? 이러면 저 더 곤란해져요. 직원들도 보고 있는데… 저희 나가서 이야기 해요.”
태석이 도성수 실장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오석현이 동기인 최유라에게 말했다.
“김태석 지도선배님 파워 대박이다. 맞지?”
“응.”
그 둘의 대화에 김민성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최유라와 오석현을 향해 말했다.
“뭐해요? 구경 났어요? 다들 일 합시다. 일!”
“넵!”
오후 1시 40분. 이제 사장단 회의가 20분 앞으로 다가왔다.
김태석은 사내 인트라넷 메일을 통해 업무지시를 내리며 말했다.
“유라씨.”
“네. 선배님.”
“메일로 엘성패션 주요 브랜드 현황 보내놓았어요. 각 브랜드별로 런칭 어떻게 했는지 자료 다양한 방법으로 최대한 모아보고, 정리해줘요. 제안사항 있으면 나한테 말해주고요.”
“네.”
“석현씨.”
“네.”
“석현씨는 엘성패션 디자인팀에 방문해서 음료수 돌리고, 저희 부서에 대한 사항을 알렸으면 해요. 그쪽하고 많이 오갈 일이 있을 거니까, 일단은 얼굴을 먼저 알리는 게 먼저겠죠?”
“민성씨.”
태석의 부름에 김민성이 실실 웃으면서 대답했다.
“아… 넵? 제가 어떤 것 해드리면 되겠습니까?”
“석현씨 운전면허 없다고 하더라구요. 차 있으시잖아요. 같이 좀 가서 얼굴 익히고 저희 마케팅부에서 왔다고 얼굴 도장 좀 찍어주세요.”
“아, 본부장님은 같이 안 가십니까?”
“저는 이미 그쪽 디자인팀하고는 안면이 다 있어요. 나중에 따로 가서 인사할게요.”
“아… 넵. 오늘 제 역할은 운전기사군요.”
“아~ 진짜, 왜 그러세요? 좀 해주세요.”
“넵. 본부장님이 시키시면 해야죠.”
김민성 선배의 말에 태석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일단 회의 다녀온 후에 다시 전달사항 있으면 채팅방 통해서 전달하겠습니다. 유라씨, 우리 4명 채팅방 하나 만들어주세요.”
“넵! 다녀오세요.”
사장단 회의.
한 달에 한번 정기적으로 열린다.
오늘이 바로 그 날.
10분 전인데 사장님들은 아직 아무도 오지 않았다. 그런데 복도 앞 매일 집에서 마주치는 그 사람이 있다.
태석이 그 웃어른을 향해 먼저 인사했다.
“부회장님… 안녕하십니까?”
그의 인사에 못마땅한 얼굴로 정보를 캐는 김진태 부회장.
“들어보니까 팀을 꾸렸다고?”
“네.”
“지금이라도 포기하지? 내가 회장님 후계자 되면 네가 평생 먹을 만큼 챙겨 줄 테니까. 나도 남자로서 약속한 건 지켜.”
이미 어제도 들었던 이야기.
하지만 그럴 때마다 회장님이 나서서 막아주셨다.
그런데 회사에서까지 그러니 태석 입장으로서는 답답할 수 밖에 없었다. 태석이 말했다.
“부회장님. 전 이렇게 생각해요. 부회장님도 지금부터 노력하시면 회장님이 직무도 주시고, 괜찮은 계열사 사장 자리 주시지 않을까요? 노력해서 전문지식 습득하시고 사장단들에게 모범을 보이시면 후계경영자로 인정해주시지 않을까요?”
“야! 이 새끼가 어디서 배운 말버릇이야?”
김진태의 손이 태석의 뺨을 향했다.
하지만 태석은 간단히 막았다.
뿌리치는 힘은 당연히 젊은 태석이 더 강했다.
“죄송합니다. 힘으로는 저한테 안 되실 것 같습니다. 회의실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와… 야! 아! 야!”
잠시 후, 회의실에 큰 태석이 들어왔다.
그는 자리에 앉은 작은 태석에게 말했다.
“왔냐?”
“네.”
“태석아.”
“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너 이겨야겠거든? 우리 아버지 때문이라도 안 되겠어. 이대로는 우리 아버지 회사에서 팽 당할까봐 불쌍해서 안 되겠어. 그러니까 정정당당하게 승부 보자. 지면 너도 포기하는 거야.”
“제가 질 일은 없을 겁니다. 형이 저 엄청 얕보시는 것 같은데, 저 자신 있거든요.”
“나도 최선을 다 할 거야. 처음에는 화도 났는데, 네 모습 보니까 이제는 오기가 난다. 내가 왜 그동안 너한테 진다는 생각을 했을까? 내가 너보다 학벌도 좋고, 교육도 더 좋은 곳 받았고, 인맥도 너보다 더 많은데. 그렇지?”
“단순하게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겠네요.”
“단순? 아니, 누가 봐도 그래. 왜냐고? 내 옆에서 윤지가 도와줄 거거든.”
“형, 윤지 너무 믿지 마세요. 똑똑하긴 한데, 걔 머리 엄청 쓰거든요.”
“뭐?”
“며칠 전에 그러더군요. 부회장님 친자 아니면 형도 친자 아니냐고. 그거 묻던 애에요. 정정당당하게 경쟁하자고 해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거짓말 하지 마. 윤지는 그럴 애 아니야. 너 진짜 별의별 방법을 다 쓰는 구나. 갈수록 망가지네. 와, 진짜 사람 잘못 봤다.”
“제가 왜 형한테 거짓말을 하겠어요?”
“왜? 수백 가지도 넘지. 재산 노려. 부자 되고 싶어. 인기 얻고 싶고, 맞잖아. 너 욕심 많잖아.”
“그런 게 아니잖아요.”
그때 사장들이 들어온다. 하나 둘 앉는 사장들.
사적인 이야기를 그만두고 사장들에게 인사를 하는 두 사람.
어색한 기운이 감도는 가운데, 드디어 사장단 회의가 시작되었다.
회장님을 앉히고, 각 계열사 사장이 모인 자리.
이 달의 사건사고, 그리고 계열사별 중요사항들을 이야기하는 시간.
김창모 회장이 이 자리에 자신의 손주 둘을 부른 이유는 간단했다.
손주들의 경험을 쌓게 해주고, 계열사 사장들에게는 차기 후계자니까 잘 대해주라는 암묵적인 지시.
가장 먼저 엘성 전자부터 발표를 시작한다.
“금번 엘럭시 노트 나인까지는 기존에 진행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안드로이드 운영체계를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이번에 실무진들 동참해서 애플 관계자들과 한번 접촉해볼 예정이며, 세부 추진일정은 엘럭시 노트 판매량 추이를 보고 최종 결정해서 보고 드리겠습니다.”
“그래. 다른 문제는 없고?”
“저희와 큰 관련은 없습니다만, 암호화폐의 거래가격 하락으로 그래픽 카드 가격이 급락하고 있습니다. 지금 비트코인은 개당 1, 800$ 수준으로 작년 평균 대비 71% 하락했습니다. 이대로는 암호화폐의 몰락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호황이었던 관련 산업군의 거품이 빠지며 생기는 현상입니다. 앞으로 2~3년동안 그래픽 카드 가격은 회복이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래? 그래도 요즘 스마트폰 말고 다른 쪽은 어떤가?”
“일체형 PC쪽은 2016년부터 이미 역성장이며, 태블릿 시장도 이미 대형 화면 스마트폰 시장 때문에 성장세가 멈춘 상태입니다. 앞으로는 그래핀 기술을 이용한 접는 스마트폰 시장이 활성화되어야 저희 엘성전자에 미래가 보일 것 같습니다. 좀 더 분발하겠습니다.”
“그래. 알겠네. 연구 R&D에 좀 더 투자해야 돼. 앞으로 10년 안에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톰크루즈가 썼던 것처럼 홀로그램 기술이 차세대 테크놀로지로 각광을 받게 될 거야. 그쪽으로 좀 더 투자 좀 해 봐. 아낌없이 밀어 줄테니까.”
“네. 알겠습니다. 5G 세대에 맞춰 세계를 선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해보겠습니다.”
두 태석은 사장단 회의를 통해 기업이 돌아가는 모습을 간접적으로나마 들을 수 있었다.
회장은 자신이 경험하고 있는 세계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일부러 그들을 불렀다.
엘성전자, 엘성백화점, 엘성자동차 등 46개의 핵심 계열사들이 발표를 할 때마다 그들은 국내와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렴풋이라도 알 수 있었다.
회장님은 2시간동안 무려 46개의 핵심 계열사로부터 보고를 듣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다들 잘 들었고, 엘성패션! 최사장.”
“네. 회장님.”
“자네가 설명하게.”
“네. 알겠습니다. 저희 엘성패션은 1988년 설립된 이래 총 48개 브랜드를 런칭한 바가 있습니다. 저희는 이 48개 브랜드를 총 10개로 나누고 있는데 SPA(스파), 스포츠, 해리티지, 캐주얼, 여성, 남성, 아동, 내의, 주얼리, 편집샵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이번 6월 말에 신규런칭하는 블랑시안이라는 브랜드는 국내 여성 스파브랜드로 키우고 있으며, 이번 런칭시 회장님 손주분들께서 마케팅 전략에 직접 참여하셔서 저희 신규브랜드런칭지원본부, 마케팅 1본부, 마케팅 2본부 이렇게 세 조직이 경합을 벌일 예정입니다.”
“그래. 신규브랜드런칭지원본부는 어떤 역할을 하지?”
“일단 저희 엘성패션에서 지난 30년간 48개 브랜드를 런칭하며 축척한 노하우가 있습니다. 그 노하우를 집대성하여 경력 10년 이상 근무자를 대상으로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브랜드 런칭시 서포트를 해주고 있고요.
이번 블랑시안 브랜드는 국내에서 꽤 인지도가 높은 스타 디자이너인 최윤주씨와 김혜나씨, 그리고 그 밑에서 배우는 수련디자이너들이 준비하는 브랜드입니다. 블랑은 흰색, 시안은 영롱한 청록색을 뜻하는데, 흰색과 청록색이 많이 들어간 블링블링한 디자인으로 10대에서 30대 여성이 주 타겟입니다.”
회장이 엘성패션 사장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시선을 돌려 각 사장들의 눈빛을 교환하며 말했다.
“그래. 잘 알았네. 혹시 사장들 중에 나한테 궁금한 것 있나?”
『없습니다.』
“그래. 오늘은 이만 마치도록 하지.”
『네!』
* * *
같은 시간.
평소에는 절대 부를 리 없는 부회장이 회장이 없는 틈을 타 서윤지를 부회장실로 불렀다.
“부회장님 부르셨습니까?”
“서비서! 내가 진작에 우리 아들이랑 헤어지라고 했지?”
“…… 부회장님. 저는…”
“어제도 만났더군. 그것도 힐튼 호텔에서, 야밤에.”
서윤지는 그 대화로 부회장이 자신의 뒷조사를 하고 다닌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순순히 인정했다.
“네. 맞습니다.”
“헤어질 생각 없나?”
“네. 없습니다.”
“그래. 없겠지. 없을 거야. 너도 돈 때문에 우리 태석이 만나는 거니까.”
“아닙니다. 부회장님, 저는 태석 오빠를 너무 사랑하고…”
그때, 부회장이 자신의 품에서 사진을 꺼낸다.
그 사진을 본 서윤지의 동공에 지진이 일어나고.
그녀가 당황함을 금치 못한 채 입을 열었다.
“부회장님… 저…”
“헤어져야 될 이유, 명확한 것 같은데?”
어느 누구에게나 과거는 있다지만, 잃어버린 2년.
그녀의 과거를 무기삼아 협박하는 부회장이 당당하게 말한다.
“아들한테는 비밀로 하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해. 이번 승부에서 이길 수 있게만 하면 돼. 그럼 자네가 내 사람이 되는 조건으로 자네를 내 며느리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
망연자실한 서윤지가 마지못해 부회장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네. 부회장님 말씀이 어떤 건지 알겠습니다.”
후계자 경쟁 (1) > 끝
ⓒ 제이로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