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Universal Temple Legend RAW novel - Chapter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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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석은 회의가 끝나고 엘성패션 본사로 이동하며, 한때 선배였던 김민성한테 전화를 걸었다.
전화에서는 서로 편한 말.
– 눼. 본부장님. 회의 끝나셨습니까?
“형, 삐졌어요?”
– 아니. 이제 도착했어. 올림픽 대로에서 차가 엄청 막히네. 기왕 음료수 사는 거 대형마트 가서 우리 사무실에 필요한 비품도 같이 산다고 했다가 너무 지체됐네. 이제 들어가려고.
“아, 저도 거의 다 왔어요. 곧 들어가요. 잘 됐네요. 같이 들어가요.”
– 뭐? 차 엄청 막힐텐데 어떻게 벌써 와?
“전 지하철 탔거든요. 지하철은 안 막혀요. 서울에서는 좀 더 빠른 것 같고요.”
– 아, 그럼 같이 들어가자.
“네. 그럼 입구에서 봐요.”
엘성패션 본사 입구.
태석이 도착하자, 김민성과 오석현이 태석에게 손을 흔들었다.
“와~ 1분 밖에 차이 안 났네.”
“고생하셨어요. 알로에 음료? 석현씨가 골랐어요?”
“네.”
“보통은 다 커피 사는데.”
“아… 거기까지 생각을 못했습니다.”
“괜찮아요. 들어갑시다.”
건물 안 1층 광장형 아트리움 구조.
엘성패션 본사답게 각종 패션 셀럽들이 넓은 광장 한 켠에 역사관처럼 붙어 있다.
1988년부터 2018년까지 하나하나 붙어 있는 엘성패션의 역사.
그곳에는 『청담스타일』로 전 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가수가 전속모델로 활동했던 스웨덴 스파브랜드 H&K부터 15년 뒤 내 집을 지어달라며 다시 옛사랑을 찾았던 건축학로맨스 영화에서 아역 연기를 통해 엄청난 인기를 얻어 국민여동생이 모델로 활동한 미국 신발브랜드 『뉴퀄리티』도 있다.
그 외에도 너무나도 유명한 브랜드가 여기저기.
하나하나가 모두 국내에서 다 알아볼법한 굵직굵직한 브랜드.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의식주 중 하나. 입을 것.
대한민국 패션의 역사가 한 자리에 모여 있는 것만 같아 세 사람의 마음이 설렜다.
“저쪽으로 들어가시죠. 제가 말했던 사무실이 저기에요.”
리더인 태석이 자신의 팀을 디자인팀 사무실로 안내했다.
사무실 안.
때마침 마네킹에 의상을 입힌 채, 품평회를 실시하고 있는 중.
다들 분주히 신규 런칭 브랜드에 대한 토의가 한창이다.
그런데 거기 있던 디자이너들과 MD들이 태석일행이 들어온 것을 보며 토의를 멈추고 갑자기 반갑게 아는 척을 한다.
“김태석 MD님 오셨어요?”
“아~ 최윤주 디자이너님. 오랜만이에요. 오전에 통화 했었죠?”
태석의 말에 최윤주 디자이너가 갑자기 태석에게 다가와 포옹을 한다.
갑자기 얼음이 된 태석을 보며 최윤주가 사과했다.
“어머나, 나도 모르게 외국식으로 해버렸다. 미안해요.”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이분이 김혜나 스타 디자이너신가요?”
“네. 맞아요. 혜나씨! 내가 아까 말했던 김태석 본부장님. 엘성그룹 도련님이시기도 하고, 그 이전에 raccoon캐릭터로 올해 초대박났잖아. 그 인디브랜드 런칭하신 그 유명한 CMD셨어. 그 꿀잼 문구 기억하지? 그것 때문에 대박 터트렸었잖아.”
너굴이 캐릭터 하면 패션업계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
그만큼 올해에는 초히트.
그 말에 태석을 처음 보는 김혜나 디자이너도 깜짝 놀라 태석과 악수를 하며 말했다.
“와! 그 분이셨구나. 근데 실제로 보니까 엄청 젊으시다. 인터넷 사진에서는 봤었어요. 어두워서 잘 몰랐는데 감각도 있으시고, 센스도 있고, 재산도 있으시고! 모든 것 다 갖추셨다고 일등 신랑감이시네요. 여자친구 분은 있으시죠? 없으면 말이 안 되지.”
태석은 그녀의 유도된 질문에 너털한 웃음으로 넘어가며 말했다.
“헤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게 저희 블랑시안의 컨셉인가요?”
그러자 장난식으로 실망스런 표정을 지은 그녀가 웃으면서 말했다.
“아, 제가 너무 들이댔나요? 본부장님 말씀대로 Summer 시즌에 맞게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트랜디함을 잃지 않도록 많이 신경을 썼거든요. 블랑시안은 원래… 불어로.”
“네. 흰색과 영롱한 청록색을 뜻하죠.”
“어?”
“이미 조사했습니다. 이 정도는 기본이죠. 그래서 옷이 화이트 계열로 시원함을 줬고, 청록색 작은 꽃무늬들을 여기저기 많이 넣어서 진짜 괜찮은 것 같아요. 디자이너님 말씀대로 제가 볼 때도 꽤 경쟁력이 있어 보이거든요. 여성용 원피스로 이런 디자인이면 잘 나갈 것 같아요. 솔직히 굉장히 좋아요. 느낌이 괜찮네요. 가격대가 어떻게 되요?”
“음… 이 상품은 현재 4만 2천원으로 생각을 하고 있고요.”
“4만 2천원이요?”
“네. 런칭 때는 특별히 3만 5천원에 2천벌 정도 제공할까 생각중입니다.”
태석은 그녀의 말에 잠깐 선글라스를 꺼내들었다.
선글라스를 통해 대략적인 가치를 추정하는 태석.
[143, 141원]고객들이 이 정도까지 지불할 용의가 있는 평균 금액.
다른 브랜드라면 조금 더 고민해봐야겠지만 이건 스파 브랜드.
다품종 소량생산이 아니다.
소품종 대량생산.
브랜드에서 런칭하는 제품의 수가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한 벌당 단가는 더 많이 떨어진다.
재고가 커질 수 있는 위험은 있지만, 생산단가를 낮춤으로서 그 리스크를 줄이는 것.
그래서 제 아무리 품이 많이 들어가는 드레스라고 해도 한 벌당 단가는 2만원 내외.
그래서 태석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완전 좋은데요. 최고인데요. 대박 히트 상품이 될 것 같아요. 모델만 잘 쓰고, 광고만 잘 되면 이번 컨셉 제대로 정말 잘 될 것 같아요.”
“와~ 본부장님께서 칭찬해주시니까 조금 안심이 되네요.”
태석은 둘러보며 CMD로서 배운 역량들을 하나하나 밝혀나갔다. 엘성패션에서 근무하는 MD들도 처음에는 태석의 말에 긴가민가하며 의심스러웠지만, 일단 그는 MD들 사이에서도 인디브랜드를 띄운 장본인이고, 그 성과가 엄청났기에 그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MD나 패션 업계는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모든 것은 실력에 달려있었다.
태석이 재벌이라서 잘 대해주는 게 아니라 실제로 능력이 있기에 좋아해주는 것.
“디자이너님, 저희 직원 석현씨에요. 가끔 여기 들릴 거예요. 민성씨! 민성씨도 인사해요.”
그런 태석이 자신의 직원을 소개하자, 서로 명함과 연락처를 교환하는 사람들.
사무실에서 나온 태석일행.
그러자 김민성이 촐싹거리며 말한다.
“와! 본부장님 진짜 대단하십니다. 1년 전하고 완전 다르십니다.”
태석이 김민성 선배의 칭찬에 고개를 저으면서, 가장 막내를 불렀다.
“에이, 그러지 마세요. 석현씨!”
“네. 선배님.”
“미안한데 차에 먼저 가 있을래요? 저는 민성씨랑 같이 기획본부 한번 가볼게요.”
“네. 가서 에어컨 좀 미리 틀어줘요.”
“네. 알겠습니다.”
석현이 사라지고, 태석이 김민성을 나무란다.
“선배, 그만 좀 해요. 아 진짜~ 오글거려 죽겠어요.”
“왜? 내가 키운 동생, 밖에서 인정받으니까 너무 기분 좋아서 그러는데.”
“아~ 넵. 선배님이 키워주신 것 맞죠. 그래서 제가 형님으로 모시는 것도 맞고요. 그래도 석현씨나 유라씨 앞에서는 그러시면 안 돼요. 걔네들도 저한테 맞먹으려고 들면 어떻게 해요?”
“에이, 그 친구들은 다들 착해서 그렇게 나오지 않을 걸?”
“유라, 그 계집애 얼마나 독한데. 깡따구 완전 대박이에요. 선배는 걔가 엘성매스게임 준비하는 과정 보셨어야 되요. 밤 11시~12시까지 나와 가지고 혼자 율동 연습하는데 진짜 악바리. 안 본 사람은 이해 못해.”
“그랬어? 하긴 그랬으니까 네가 뽑았겠지. 공부는 잘 하게 생겼더라.”
“당연하죠. 옥스퍼드인데.”
“옥스퍼드?”
“네. 석현이도 어디인지 기억은 안 나는데 엄청 좋은 곳이었어요. 형하고 저만 국내네요. 저는 학점은행, 형은 지방대.”
“아… 그러네. 슬프다.”
“그러니까 저희는 몸으로 떼워야죠. 욕먹을텐데 일단 들어나 가보죠.”
디자이너와 MD들이 있던 곳과 다르게 런칭지원본부는 태석을 보며 긴장했다.
태석은 그래도 너털웃음을 지으며 자신이 아는 얼굴을 향해 말했다.
그건 바로 자신의 스승.
자신을 CMD로 인정해준 사람.
조철환 과장님.
동탄점 라쿤 브랜드 런칭 성공으로 이름값이 오른 그가 잠시 지원본부로 파견 온 것.
“오랜만입니다. 조 과장님. 저 왔어요.”
“아, 태석씨가 여기 들어오시면 안 되죠. 이제는 본부장님이라 어렵네.”
“인사만 드리려고 왔어요. 과장님, 왜 그러세요?”
“에이! 정보 캐러 온 것 같은데? 제가 오전에 통화해서 말씀드렸잖아요. 디자인팀만 보고 가라고. 여기 들어오시면 안 된다고.”
“그럼 하나만 여쭤볼게요. 거기서 기획하는 게 Top – Down이에요? Bottom – Up이에요?”
“와, 진짜 대박이다. 그거 알려주면 다 알지. 나한테 아예 정답을 가르쳐 달라는 거잖아.”
“과장님, 같은 업종에서 일했던 사람으로서 서로 속이지 맙시다.”
“어떻게 안 속여? 당신이 마케팅 잘하면 내가 망하는데, 당연히 비밀로 해야지. 우리 경쟁자에요. 태석씨. 우리 두달 전처럼 같은 팀 아니야.”
“아… 과장님! 우리 친하잖아요. 과장님 저 갈 때 말씀하셨잖아요. 언제든 오라고 받아준다고 말씀하셨잖아요. 아, 힌트 하나만 진짜 줘요. 힌트 하나만.”
“진짜 이러지 말자. 나 너무 힘들다.”
“저도 힘들어요. 솔직히 SPA브랜드 런칭 방법 다 알아보고 왔어요. Top – Down 방식으로 가면 백화점 런칭부터해서 로드샵으로 갈거고, Bottom – up 방식으로 진행하면 로드샵부터 아울렛, 백화점 순으로 올라가는 거잖아요.
명동 가서 부동산 업체에 계약 끝난 곳 있냐, 거기 보고 싶다. 그리고 가서 어디어디 업체에서 보고 갔냐 물으면 끝나잖아요.
솔직히 하루면 다 알아요. 그쪽에서 어떤 생각 했는지, 그러니까 진짜 알려줍시다. 큰 틀은 같이 가고, 세부 내용에서 경쟁해야지. 어떻게 다 큰 것까지 감추려고만 하세요? 네?”
김태석의 말에 조철환이 고개를 저었다.
“아, 진짜… 나도 몰라. 나도 파견이야. 그러니까 책임 없다. B. 텐. 끝이야. 오지 마. 연락도 하지 말고. 이제 더 이상 국물도 없어. 나 쓰레기 만들지 말고 가자. 태석아~ 빨리 가! 사라져!”
“하하, 넵. 과장님 경쟁 끝나고 제가 좋은 데로 모시겠습니다.”
“알았어. 그쪽 신입이신가요? 인사를 못드렸네요. 잘 부탁해요. 엘성백화점 조철환 MD총괄과장입니다. 파견입니다.”
“아. 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마케팅 1본부 기획팀장 김민성입니다.”
“태석씨랑 일해보시면 아시겠지만 정말 꼼꼼하시고, 사람 관계 잘 하시고, 좋으신 분 만나신 거예요. 앞으로 건승하시겠네요.”
“네. 그런가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네.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문 닫겠습니다. 나가주세요. 흐흐.”
조철환 과장이 웃으며 문을 닫았다.
태석은 자신의 궁금한 점이 다 풀렸는지 미소를 지었다.
그런 태석에게 김민성이 삐진 듯 말했다.
“야!”
“예?”
“저 사람도 너 엄청 좋아하나보다?”
“그렇죠? 저랑 같이 일하면서 본인 커리어 하이 찍었는데, 당연하죠.”
“그래?”
“왜요? 왜 또 삐진 표정 지으세요?”
“아니… 너 내가 키운 거 아니었니?”
“맞습니다. 선배님이 저 키우셨습니다. 선배님이 위로해주시고, 좋은 말 해주셔서 저도 이제는 자신감 찾고, 기분도 엄청 좋습니다. 이럴 때 더 열심히 일해야죠. 회사에서 돈 받는데 성과도 내고 칭찬도 받고 해야 좋죠. 사람은 칭찬 먹고 사는 동물이잖아요? 안 그래요?”
“아, 그래. 너 잘났다. 재벌 되고 성공하더니 좀 많이 변했다?”
“선배가 저랑 친해서 다 말씀드리는 거에요. 저희 형 동생 하는 사이잖아요.”
“그건 그렇고 비텐는 뭐야?”
“아, B는 Bottom – up 방식을 말한 거고요. 텐은 10억을 이야기 한 거에요. 아마 안테나샵으로 런칭을 해볼 것 같아요. 10억 내외에서 돈을 쓰겠다는 거고요. 금액만 들으면 어느 정도 감이 오거든요.”
“그럼 어느 정도라는 거야?”
“일단 신규 런칭 브랜드니까 돈은 많이 안 쓰겠다는 것 같아요. 해외에서 이미 검증된 브랜드라면 그 브랜드를 국내에서 키우기 위해 20억도 쓰고 30억도 쓰고 50억도 쓸 수 있겠죠. 하지만 전혀 인지도가 없는 국내 자체 런칭 브랜드에 그 정도 금액을 쓰는 것은 쉽지가 않죠. 그래서 백화점에 직접 런칭하는 것보다는 Bottom – up 방식을 선택하는 거고요.”
“그럼 제안서는 어떻게 할 건데? 우리도 피뢰침샵? 그걸로 가는 거야?”
“피뢰침 말고 안테나샵.”
“아.. 그래. 미안. 내가 이쪽 전문용어는 모르지.”
“네. 일단 명동에 안테나샵으로 런칭할 것 같은데, 경쟁력이나 기대효과는 크게 없을 것 같고요. 그렇다고 패션쇼 쪽으로 가는 것은 돈이 많이 들어서, 전 돈 많이 안 들고 홍보 많이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죠.”
“그런 방법이 있어?”
“네. 기획안은 이미 다 머릿속으로 다 짰네요. 홍보 방법도 다 짰고요. 전 1억. 딱 1억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1억? 1억 가지고 된다고?”
“네. 충분하죠. 아마 1억 정도면 쓰고도 남을 걸요? 일단 저희 시장조사는 필요하겠네요. 법인 카드 선배님이 관리하시죠?”
“응.”
“내일 일본행 비행기 티켓 부탁해요. 1박 2일로 다녀오죠. 석현씨도 데려갈까요?”
“유라씨는?”
“유라는 안 돼요. 절대 네버네버 안 됩니다.”
후계자 경쟁 (2) > 끝
ⓒ 제이로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