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Universal Temple Legend RAW novel - Chapter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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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계자 경쟁 (3) >
3일 뒤.
일본에서 돌아오는 길.
김민성이 태석에게 말했다.
“AKC69!”
그러자 옆에 있던 오석현이 김민성의 말에 화답했다.
“파이토! 간바레!”
“좋으셨습니까?”
“대박. 나 오늘부로 사쿠-짱 삼촌팬 될란다.”
“사쿠짱이면 사쿠라 말하는 거죠?”
“그래. 인기투표 3위. 걔가 젤 예뻐.”
“저는 에리히가 마음에 들어요.”
“음… 그 친구는 14살 아니야?”
“네. 그래서 제가 오빠로서 아껴주고 챙겨주고 싶어요.”
“두 분 다 그것 말고는 느낀 것 없어요?”
“어떤 것?”
“아니, 저희 모델로서 통할지 말지 물어보는 거잖아요.”
“100퍼 통한다. 100퍼!”
김민성의 말에 태석이 고개를 저으며 석현에게 물었다.
“그렇게 단순하게 접근하면 안 되는데. 석현씨는 어떻게 생각해?”
“저도 모델로 쓰면 괜찮을 것 같아요. 근데 모델료가 굉장히 비싸지 않을까요? 멤버가 69명이나 되니까.”
“응. 전속계약이고, TV, 인터넷, 매체 광고 등에 활용하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지도 모르지. 그리고 69명 모두를 계약한다는 전제겠지만.”
“아! 인기 멤버만 계약하면 되겠군요. 그럼 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것도 있고, 일본 아이돌 몸값이 생각보다 안 비싸거든? 특히 도쿄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AKC69 여성 아이돌 그룹의 주요 타겟은 구매력이 있는 30-50대 남성이야. 소수를 타겟으로 한다고. 그 사람들의 구매력이 생각보다 엄청 나.”
“그럴 것 같아요. 보니까 악수 하려고 CD만 15장 사는 분도 있었어요.”
“잘 봤네. 반면 우리나라는 시장이 작으니까 글로벌 시장 개척을 위해 노력하잖아. 일본도 진출하고, 중국도 진출하고, 유럽, 미국도 진출하고. 그래서 세계에서 통하기 위해 칼군무라고 불리는 절도있는 춤, 파워풀한 가창력, 랩, 외국인 멤버까지 고루 갖췄잖아. 그런데 이번 일본 아이돌은 어땠어?”
태석의 질문에 오석현이 잠시 고민하다 대답했다.
“춤을 잘 추는 것 같진 않았어요. 노래도 뭐랄까? 따라 부르기 쉬운 노래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해야 할까요? 제가 일본어만 제대로 배웠다면 쉽게 따라 배울 수 있는 어렵지 않은 곡들이었어요.”
“맞아. 제대로 봤네. 석현씨 말대로 일본의 여성 아이돌 그룹은 철저하게 상업적이야. 타겟층이 확실해. 그래서 10-20대 팬이 거의 없어.
악수회 때 봤을 거야. 거의 90% 이상이 30-50대 남성이라는 거. 그래서 걔네들이 입는 옷들은 파티드레스, 야한 느낌이 물씬 나는 가터벨트, 그리고 청소년들이 그라비아 화보집까지 찍고, 그 수위는 솔직히 한국에서는 용납할 수 없을 정도지. 왜 그럴까? 그 남성들을 공략해야 되니까. 그 정도는 해줘야 돈을 지불하니까.”
“후-우. 실체를 듣고 나니 조금은 다시 생각하게 되네요.”
“물론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야. 그래야 아이돌도 수익을 창출하는 거니까.”
“그런 이미지라면 모델로 기용하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그래. 솔직히 말하면 지금의 그 아이들은 우리 블랑시안 브랜드 런칭에 있어서는 최악이야. 지금 같이 활동하면 같은 또래들로부터 외면도 당할테고, 비난도 받겠지.”
“와… 언제 그렇게 조사하셨어요?”
“석현씨는 나 백화점 MD였던 거 몰랐어?”
“알긴 알았는데.”
“그런데 우리가 봤던 그 AKC69라는 아이돌 그룹에 한해서는 상황이 많이 달라질 것 같아. 이 기사 볼래?”
[AKC69, 한국 아이돌 선발 프로그램 프로듀서 69에 출연 확정] [후지타와 사쿠라, 사카모토 에리히 등 AKC69 그룹에서 15명 국내 상륙, 과연 일본 아이돌은 한국에서 글로벌 아이돌 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어? 저희가 악수했던 그 멤버들도 있네요? 본부장님은 이 사람들을 모델로 쓴다는 거죠?”
“응. 대신 공항패션에서만. 철저하게 바이럴 마케팅(입소문 마케팅)으로만 진행할 거야. 일본에서 한국에 입국할 때 또는 출국할 때 우리가 런칭 하는 블랑시안의 옷을 입는 조건. 물론 금액은 1회당 최대 2천만원 내외.”
“대박이네요. 공항패션이라니, 상상도 못했어요.”
“물론 실패할 수도 있어. 내 예상과 달리 프로듀서69라는 프로그램이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힘들 수도 있지. 하지만 바이럴 마케팅이라서 실패했을 때의 리스크는 거의 없어.”
“좋네요.”
* * *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세 그룹의 마케팅 전략을 공개하는 날이 되었다.
유라는 삐진 얼굴로 세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저한테 비밀로 하시고 세 분 다 여자아이돌 보러 도쿄돔 가셨었군요? 즐기러 가신 거죠. 안 그래요?”
최유라의 말에 김민성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유라씨, 우리가 숨기려고 했던 거 아니에요. 본부장님이 먼저 숨기자고 먼저 말씀하셨습니다. 저랑 석현씨는 아니에요.”
그러자 옆에 있던 석현이 김민성을 서포트했다.
“유라야. 우리끼리 간 거는 널 꼭 빼려던 게 아니라…”
“됐거든요?”
자기한테 화살이 돌아오는 것을 보다못한 태석이 유라에게 말했다.
“최유라씨?”
“네.”
“유라씨를 배제하려던 게 아니라, 그때는 유라씨의 자료분석 결과가 필요했어요. 덕분에 행사전문업체 마이크로 매트릭스(Micro Matrix)와 연락할 수 있었고요. 그래서 우리 마케팅 기획안이 나온 거 아닌가요?”
“아, 그건 맞지만…”
“그럼 됐어요. 유라씨? 상사 의심하는 버릇 안 좋아요. 거기까지 오케이?”
“진짜 선배!”
“그만 합시다. 자자~ 오늘 우리가 승리하길 기원하면서 다 같이 응원합시다. 다들 손 모아여!”
4명의 손이 중앙으로 향하고.
“하나, 둘, 셋!”
4명이 다함께 구호를 외친다.
『마케팅 1본부 파이팅!』
* * *
엘성패션 대표와 이사들을 앞에 둔 가운데, 마케팅 2본부에서 먼저 발표에 나섰다.
발표자는 놀랍게도 태석이형 대신 윤지가 나왔다.
‘이거 당했네.’
서윤지가 당당한 얼굴로 발표를 시작한다.
“안녕하십니까? 마케팅 2본부에서 마케팅실장을 맡게된 서윤지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시작부터 남다른 포스.
전혀 꿀리지 않는 당당함.
“저희는 마케팅 방법으로 대규모 런칭 행사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단은 유명 모델들과 연예인을 기용한 패션쇼를 열 계획이고요. 그 패션쇼와 동시에…”
그런데 그녀가 이야기를 하는 도중 엘성패션 사장이 그녀의 말을 끊고 물었다.
“서윤지씨는 패션 업계에서 얼마나 일 하셨었죠?”
“경험은 없습니다.”
“그럼 저 계획은 누구 머리에서 나온 건가요?”
“네?”
“저런 말도 안 되는 계획이 누구 머리에서 나온 거냐고 묻고 있습니다.”
엘성패션 사장의 말에 말문이 막힌 윤지가 자신의 연인을 쳐다보았다.
그래서일까?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저희 마케팅 2본부에서 머리를 맞대고 기획한 겁니다. 저희는 경력 25년차인 엘성백화점 영업본부장 추성훈 부장 영입했고요. 이 방법이 가장 빨리 브랜드를 알릴 수 있고 키울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스파브랜드 중 국내매출 부동의 1위인 유디클로 브랜드도 이렇게 컸고요.”
“그 브랜드는 해외에 기반이 있었잖아요. 이건 저희가 런칭하는 신규 브랜드고요. 공격적인 마케팅을 싫어하는 건 아닙니다. 저도 그 방법 좋아합니다. 그러나 확실한 게 아니잖아요. 아직 시장 반응이 나온 것도 아니고요. 2본부장님께서는 그 마케팅 비용으로 얼마를 생각하셨죠?”
“약 17억 8천만원 정도 생각했습니다. 10% 내외에서 오차는 있을 것 같습니다.”
그의 말에 허탈한 웃음을 짓는 엘성패션 사장님.
그가 고개를 젓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
“2본부장님.”
“네. 사장님.”
“사업은 장난이 아닙니다. 기업은 전문가가 되어야 되요. 시장을 분석하고, 그 시장에 맡게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소비자한테 알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 그런 방법을 구상해야 되요. 저희가 아무리 대기업이라도 이제 막 시작하는 브랜드에 그만큼 투자할 여력은 없어요.
백화점 영업방식과 패션 업계 신규의류브랜드 런칭하고 100% 방향이 일치하진 않는 거에요. 지금 2본부장님이 생각하신 방법은 해외 유명브랜드를 국내에 첫 런칭했을 때 하는 방법입니다.
솔직히 발표자 서윤지씨라고 했나요? 그 첫 대사 듣고 정말 실망했어요. 이건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아마추어 같았어요. 2본부장님, 죄송하지만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큰 태석이 엘성패션 사장의 말에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많이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 차례.
이번에는 작은 태석이 나왔다.
본부장이 직접 나오자, 엘성패션 사장도 의외의 표정을 지었다.
‘과연 작은 도련님은 어떻게 나오실까?’
솔직히 결과는 나와 있었다.
전문가인 자신들과 경영수업이라는 목적하에 배우려고 온 두 집단.
누가 봐도 자신들이 우세한 게 뻔하다.
이런 초보들한테 자신들의 마케팅 전략이 지면 말이 사실상 안 되는 상황이었다.
태석은 방금 전 나온 폭언을 듣고 사실 긴장했다.
하지만 그것을 티 낼 수는 없었다.
자신의 부하 직원들이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을 위해 열심히 손과 발이 되어 뛰어준 사람들.
그들을 실망시킬 순 없었다.
마이크를 통해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안녕하십니까? 마케팅 1본부장을 맡은 김태석입니다. 저는 블랑시안의 어원을 듣고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흰색과 청록색. 청순한 이미지와 딱 맞지 않겠나 하고요. 석현씨! 화면 띄워주시죠.”
태석의 말에 석현이 스크린을 띄운다.
“블랑시안 대표 디자이너 두 분이 같이 만든 드레스입니다. 저희는 이 드레스 코드를 보며 세 가지 단어를 떠올렸습니다.
그 단어는 『청순』, 『숲』, 『구름』입니다. 흰색과 청록색은 단정한 이미지를 연상케 합니다. 청순한 여인을 표현하는데 더할 나위 없는 색깔이죠. 여기서 청록색 꽃 무늬 디자인은 녹음진 숲을 떠올리게 만들었고, 흰색은 하얀 구름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런데 또 다시 말을 끊는 엘성패션 사장.
성급한 성격은 태석에게도 당연하게 표출된다.
“마케팅 전략을 듣고 싶은데요. 얼른 핵심으로 넘어가죠.”
“네. 사장님, 이러한 이미지는 서양인 모델보다는 동양인 모델과 어울리죠. 특히 나이가 어린 친구들이 이런 이미지와 부합될 것 같습니다. 국민여동생 이미지를 갖고 있는 이러한 친구들이 그 예가 될 것 같습니다.”
대표 디자이너 둘의 드레스를 입은 국내 유명 연예인들의 이미지가 보인다.
합성 이미지. 그런데 꽤 그럴 듯 했다.
그걸 보며 김민성이 오석현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오, 석현씨가 했어?”
“아닙니다. 제가 해봤는데 본부장님이 마음에 안 든다고 외주 주라고 하셨습니다.”
“그래?”
“네. 넌 디자인 하지 말라고, 프로그래밍이나 열심히 하랍니다. 앞으로 디자인은 외주 준다고.”
“그래. 사람이 다 잘할 순 없지.”
태석이 띄운 이미지.
하지만 엘성패션 사장한테는 다 거추장스러워 보인다.
“말했을 텐데요. 많은 비용을 들일 생각이 없다고.”
“네. 맞습니다. 저희는 이러한 모델을 전속모델로 쓸 생각은 없습니다. 대신 바이럴 마케팅용으로 활용하려고 합니다.”
“바이럴 마케팅?”
“네. 비용은 1억원 안쪽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바이럴 마케팅이란 입소문을 말합니다. 한국은 입소문이 굉장히 빠른 나라죠. 세계에서 가장 빠른 IT강국이기 때문에 어떠한 이슈라도 파급효과가 가장 빠른 국가입니다.
그래서 유행도 빨리 오고, 빨리 지나가죠. 오늘 발표 전에 최윤주 디자이너님과 김혜나 디자이너님과 상의를 했습니다.
그래서 런칭 되는 이번 브랜드 디자인의 옷들은 지금 여기 띄워둔 연예인들에 한해서 무상제공하기로 협조했고요.
저희 직원들이 직접 발로 뛰어서 해당 코디들에게 이번주 내로 전달할 예정입니다. 물론 그 연예인들이 입고 말고 하는 건 자유일 겁니다.
안 입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전 최윤주 디자이너님과 김혜나 디자이너님을 믿습니다. 예쁜 드레스를 보고 여성들이 안 입어볼까요?
그리고 정말 이미지가 저희와 부합되는 아이돌이 보인다면 바이럴 마케팅 계약을 의뢰할 생각도 있습니다. 아직까지 세부사항은 기밀이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말씀드릴 수 없는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이상입니다.”
“그래요. 바이럴 마케팅은 알았어요. 판매채널은요?”
그 말에 태석이 씩 웃었다.
“제가 사장님이라면 Bottom – up 방식을 적용할 것 같습니다. 시작은 당연히 명동에서 해야할 것입니다. 젊은 층의 유동인구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으니까요. 그곳에서 3개월간 편집샵 또는 안테나샵을 열어 판매추이를 지켜보고 거기에서 브랜드 지속 가능성을 알아본 후, 가능성이 엿보이면 추가 투자를 통해 판로를 확대해 나갈 것 같습니다. 이상입니다.”
태석의 말에 엘성패션 사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습니다. 일단 잘 들었고, 음… 괜찮았어요. 저희가 적용할 분야가 일단 보이는 군요. 임원진들끼리 상의 후에 말씀드리겠습니다.”
후계자 경쟁 (3) > 끝
ⓒ 제이로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