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Universal Temple Legend RAW novel - Chapter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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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세계로 (1) >
바이럴 마케팅의 효과는 엄청났다.
사쿠라 원피스 완판, 에리히 팔찌 완판, 쿠로사키 나미 목걸이 완판.
여기서 더 대단한 점은 소품종 대량생산이었다는 것.
하루 온라인 주문량만 무려 8천.
오프라인은? 3시간 이상 줄을 서야 들어설 정도.
프로듀스69 프로그램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그 인기는 사그라들 줄을 모른다.
더구나 AKC69 그룹 중 프로듀스69에 참가한 아이돌들은 일본에선 없었던 젊은 세대들에게도 팬덤을 일으켰다. 그래서일까?
처음부터 AKC69와 함께한 블랑시안의 강제 일본 진출이 확정되고, 일본 바이어들이 앞 다투어 엘성패션 관계자를 만나기 위해 미팅을 잡는다.
한국 연예인들도 AKC69의 인기에 편승하기 위해 앞 다투어 블랑시안 원피스를 입고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시작한다.
빅데이터에 의해 블랑시안이란 단어가 등재되고, 또 확대 재생산 되어 이슈를 만들어간다.
그러니 덩달아 엘성패션의 주가가 올라간다.
사장단 회의.
회장이 흐뭇한 표정으로 엘성패션의 주가와 매출을 확인했다.
“어떻게 된 거야? 망했다는 브랜드가 어떻게 한 달 매출 50억을 달성해?”
“그게 마케팅1본부의 바이럴 마케팅이 제대로 효과를 본 것 같습니다. 설마 일본 아이돌의 효과가 이렇게 컸을 줄은 몰랐습니다. 현재 일본 쪽은 하라주꾸와 신주쿠, 오사카 지역에 각각 블랑시안 1, 2, 3호점 런칭이 확정되었고, 일본 총판은 일본의 신일그룹이 맡기로 했습니다.”
“국내는?”
“너무 희소식이라 어떻게 전달해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희소식?”
“네. 국내 3대백화점인 저희 엘성 백화점은 저희 자체계열사니 그렇다 치더라도, 대현 백화점, 로토 백화점에서도 블랑시안 브랜드를 빠른 시일 내에 입점시켜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그래? 대현도 그렇고, 로토까지 그랬다고?”
“네. 대현은 백화점에서는 국내 3위이기 때문에 저희한테 굽히고 들어오는 경우는 많아도 로토가 유통 쪽에서 저희 쪽에 먼저 머리를 숙이고 들어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러니 이건 정말 이변입니다.”
“그래서? 뭐라고 대답했나?”
“일단 아직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다고, 국내 CF 및 전속광고 모델부터 정한 다음에 자리를 가져보자고 했습니다.”
“그래. 잘 했네.”
김창모 회장은 자신의 친손주가 너무나 자랑스러웠다.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수완.
국내를 너머 세계를 보는 안목.
아쉬웠다. 정말 아쉬웠다.
3번의 경선 중 2번을 이겨야 된다는 조건.
왜 걸었을까?
당연히 친 손주인 태석이 이길 줄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시작부터 차이가 확 나 버리니 김이 새어버린다.
상대편에서 조금 더 분발해주었으면 좋겠는데…
아무리 봐도 그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압도적인 격차에 꺾여버린 도전정신.
단지 생각의 차이, 접근의 차이 뿐인데, 결과가 이렇게 확 차이나 버린다.
* * *
그날 사장단 회의가 끝나고, 재벌 태석이 할아버지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회장실에 들어온 큰 태석이 회장님께 말했다.
“할아버지.”
“그래.”
“결과에 승복하겠습니다. 제가 욕심 부렸었나봐요. 회장님이, 아니 할아버지께서 왜 태석이를 그렇게 아끼고 좋아하는지 알겠어요.”
그러더니 큰 태석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왜 저희 아버지는 태석이처럼 능력이 없을까요? 왜 태석이는 주변에서 다 도와주려고 하는데, 왜 저희 아버지는 주변에서 아무도 도와주지 않을까요?
할아버지가 저희 아버지 구제해주시면 안돼요? 불쌍하잖아요. 30여년간 엘성그룹을 위해 달렸잖아요. 할아버지 밑에서 하나하나 배우려고 노력했잖아요. 그래서 할아버지도 저희 아버지를 부회장 자리에 올리신 거 아니세요?”
“그래. 네 눈에는 그렇게 보일 수 있겠다. 우리 태석이가 지금 몇 살이지?”
“스물 여덟이요.”
“그럼 이제 진실을 알아도 되겠구나. 진태는 스물 여덟 때 너 같지 않았다. 그때는 한창 사고 치던 시절이었어.
네 할머니가 그 사고 처리 하려고 얼마나 골머리를 썩었었는지 몰라. 물론 내가 오냐오냐 키운 걸 방치해둔 게 잘못이었다.
처음에는 나이 들면 다 잘 할 줄 알았어. 그런데 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그게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아. 네 아버지는 그런 사람이다.
회장 자리에 오르고 말겠다는 허튼 희망이라도 가지고 있기에 지금까지 사고 치는 것을 자제하고, 내가 관리할 수 있는 거다. 결코 회장 자리에 올리기 위해서가 아니야.”
“그럼 태석이를 차기 회장으로 염두에 두고 계신건가요?”
“물론 가능성은 있지. 지금은 아니다.”
“네?”
“내가 살아있을 때는 회장 자리는 누구한테도 넘기지 않을 거야. 오래오래 살려고 노력할 거고. 그러니까 다음 경연에선 열심히 해서 동생 꼭 이겨. 내가 살아있는 날동안은 얼마든지 발버둥 치고, 열심히 하는 거다. 그래서 나는 물론 사장 및 임원, 주주들한테 인정을 받으면 회사는 그 사람을 회장으로 올릴 거야.”
회장의 말에 큰 태석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할아버지.”
“응?”
“저도 제 분수를 알아요. 저 솔직히 이번 사업 관심도 없었어요. 용어도 잘 모르고 어떻게 해야 되는지도 잘 몰랐어요.
윤지한테 도움 다 받고 일임했었거든요. 제가 마케팅 부장인지, 윤지가 마케팅 부장인지 밑에 직원들이 헷갈릴 정도로 제가 한 일이 없었어요. 전 그런 놈이에요. 아시잖아요. 저는 이쪽분야 그리 소질 없다는 것. 그래서 큰 욕심이 없어요. 단지 한 가지 소망이라면…”
큰 태석이 침을 꿀꺽 삼켰다.
“할아버지하고 아버지하고 저하고 같이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저 어릴 때처럼요.”
회장이 큰 태석의 말에 고심이 깊어졌다.
“그래서 내린 결정이었니? 아버지를 위해서? 나를 위해서.”
“네.”
“그럼 회사는?”
“오늘부로 그만 두겠습니다. 이제 다시 회사로 돌아가진 않을 거에요.”
“그럼 뭐하려고?”
“봉사활동 다녀야죠. 할아버지가 말씀하신 해외봉사활동 다니면서 이런 일들이 제 적성에 맞다고 줄곧 생각했어요. 개발도상국 아이들 먹을 것 챙겨주고, 살 곳 지어주고, 아프면 치료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해주고 그런 것들. 해보니까 기분이 좋더라구요.”
“그래. 넌 어릴때부터 남을 도와줄 때 행복을 느끼는 아이였다. 진태랑 너는 달라도 너무 달랐지. 아마도 네 어미 핏줄을 많이 닮은 게 아닌가 싶구나.”
“엄마 이야기는 안 할래요. 마음 아파요.”
“그래. 그럼 서 비서는? 너랑 장래를 약속한 사이잖니…”
“설득해봐야죠. 설득하면 결혼 빨리 하고 같이 해외로 갈 생각이에요.”
“그래. 네가 무엇을 하든 이 할애비는 응원하마. 고맙다. 그리고 사랑해.”
“네. 할아버지.”
큰 태석이 자신의 아버지를 할아버지가 좋게 봐주시기를 바라고 있었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하지만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면, 할아버지의 진정한 사랑을 평생 모르고 지내지 않았을까 하고 큰 태석이 생각했다.
함께한 지 28년.
비록 아버지에게는 내놓은 자식이었지만, 이제는 영영 만날 수 없게 된 어머니와 할머니의 사랑을 받고 자란 큰 태석의 마음 속에 할아버지의 깊은 속마음이 새겨졌다고.
그래서 이제 더 이상 할아버지를 원망하지 않겠다고.
큰 태석이 자신의 결심을 굳혔다.
다음 날.
태석은 임시조직인 마케팅1본부장에서 전략기획본부 미래전략기획실장 자리에 올랐다.
이제까지는 이미 그려진 그림 위에 덧색을 하는 거였다면, 이제는 흰 도화지에 새로운 그림을 그려야 하는 직책.
단숨에 임원. 26세. 최연소 상무.
재벌이기에 가능한 인사조치.
그러나 단순히 재벌이 아니더라도 그의 실적만 놓고 보면 일개 직원이라도 당연히 오를 수 있는 수많은 업적들.
태석이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조직원들 중 가장 먼저 최유라에게 말했다.
“최 대리.”
“네. 선배! 아니.. 실장님.”
아직은 어색한 젊은 실장님. 유라가 싱글벙글 웃으며 실수를 남발하고 있다.
김태석이 웃으며 그녀의 기분을 물었다.
“후후, 사원에서 대리로 승진하니까 어때요?”
“기분 너무 좋습니다.”
“저도 대리 승진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유라씨도 그렇게 돼서 기분이 좋네요. 앞으로 잘 해봐요.”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다음은 김민성.
지도선배로 처음 만난 그를 태석이 부른다.
“김 부장님?”
“네. 김 상무님.”
“제가 알아보니까, 우리 기업에서 장교 출신으로는 최연소 부장이래요.”
“후후, 26세에 상무에 오르신 실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와닿지가 않네요.”
이제는 도저히 반말이 나오지 않을 직함.
임원이 된 태석에게 김민성이 말했다.
그래도 태석은 여전히 태석이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김부장님.”
“네. 저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리고 오석현.
“오 대리는 표정이 왜 그래요? 승진한 거 기분 안 좋아요?”
“제가 한 건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오히려 권고사직 대상이었는데, 이렇게 승진하니 정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실장님 정말 이 은혜 감사합니다.”
그의 의기소침한 얼굴에 태석이 장난식으로 말했다.
“한 게 없는 건 아는 거네요. 석현씨.”
“네? 아…”
그러자 입을 다무는 오석현.
태석이 동갑인 녀석의 어깨를 두드리며 그를 독려했다.
“그럼 그만큼 더 열심히 해줘요. 절 믿고 열심히 도와주고요. 저도 석현씨가 일해주신 만큼 힘내서 더 좋은 미래를 펼쳐나가려고 합니다.”
“네.”
“그럼 오늘은 다 같이 회식 한번 할까요?”
“네!”
* * *
같은 시각.
서윤지는 불안에 떨고 있었다.
큰 태석이 자신의 팀원으로 와준 사람들에게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고했다.
“죄송합니다. 그동안 저를 믿고 따라주셨는데, 아쉽게 중도하차하게 되었습니다. 회장님께는 말씀드려서 원래 일하시던 직장의 직책으로 원상복귀할 수 있도록 조치해주신다는 확답을 받았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부족한 절 믿고 응원해주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이건 적지만 제 성의입니다. 받아주세요.”
흰 봉투.
큰 태석이 직접 쓴 감사의 손편지와 각자 위로금 300만원.
처음에는 몰랐지만 봉사활동을 통해 손편지와 조그마한 위로금이 정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그가 직접 마련한 개인 돈.
이걸로 모두의 마음의 상처를 다 치유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그냥 보내는 것보다는 나을 터.
“본부장님,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큰 태석은 자신의 팀원들과 그렇게 끝을 냈다.
두 명의 팀원이 떠나고, 윤지와 둘만 남은 상태.
그의 여자친구인 윤지가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분해. 분해!”
그런 그녀를 남자친구인 큰 태석이 다독거렸다.
“괜찮아. 질 수도 있지. 괜찮아. 내가 있잖아.”
“부회장님이 좋게 생각하지 않으실 거야. 우리 헤어지라고 말씀하실 거라고.”
“괜찮아. 무슨 말을 들어도 난 그래도 네 곁에 있을 거야. 그러니까 아무 걱정 마.”
그때… 큰 태석의 스마트폰에 전화가 걸려온다.
“아버지?”
그걸 보며 아들인 그가 생각했다.
‘아버지, 죄송합니다. 용서하세요. 당분간은 조용히 지낼게요.’
통화종료 버튼을 누르는 재벌 태석.
“윤지야.”
“응.”
“갑자기 고백해서 미안한데, 나 다시 봉사활동 하러 떠날 거야.”
“……”
“이런 나랑 평생 같이 있어 줄 수 있겠니?”
국내에서 세계로 (1) > 끝
ⓒ 제이로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