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Extra in a Trash Game RAW novel - Chapter (1)
망겜 속 엑스트라가 됨-1화(1/373)
망겜 속 엑스트라가 됨
서로의 검이 심장을 뚫고 천지가 부서지고 녹아내리던 44일간의 전투는 그렇게 막이 내렸습니다.
영웅 케인은 마지막 남은 거대한 악을 물리치고 센피온 대륙에 평화를 가져왔습니다.
그렇게 케인은 마침내 모든 여정을 끝냈습니다.
비록 대륙은 그의 희생을 알지 못하고 그를 마왕으로 후세에 전하겠으나 여섯 명의 아내들만큼은 그의 업적을 기억할 것입니다.
―이노센트 사가 完
나는 멍하니 올라가는 엔딩 스크롤을 바라보았다.
수집한 엔딩 66/66.
이게 진 엔딩이라고? 이게?
“미쳤어? 지금?”
내가 이러려고 내 만기 적금을 펀딩한 줄 알아?
모니터를 잡고 흔들어도, 마우스로 혹시 숨겨진 루트로 진입하는 버튼이 있나 도트 간격으로 화면을 싹 눌러봐도 끝이다. 이게 끝인 것이다.
“하하…….”
망할 똥겜! 이노센트 사가라며! 이노센트라며! 미친 제작자야!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머리를 굴려봐도 결론은 단 하나.
이 똥망 게임을 손댄 나부터 잘못이란 게 결론이다.
처음부터 알아봤었어야지!
게임의 원작이 되는 누렁이 소설 시절부터 핥았던 내가 아주 병신이다 아주.
요즘 같은 사이다패스의 시대에 찢기고 부서지고 고구마만 처먹이고.
‘요즘 소설 중 제일 불쌍한 주인공은?’ 하면 압도적 1위를 하던 내 새끼에게 과몰입해서 통장도 시간도 다 바쳐 얻어낸 결과가 이거라니.
‘도저히 못 참아.’
이건 독자이자 펀딩에 최고 금액을 쏴버린 누렁이로서 주장할 수 있는 당연한 권리다.
[안녕하세요, 강수호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엔딩이 게임의 볼륨이나 완성도에 비해서 너무 무성의하고…….]이 와중에 날 더 억울하게 하는 건 게임의 완성도였다.
비록 이노센트 사가 전에 낸 게임은 단 하나도 없는 신생 제작사에 머리통에 뭐가 들어있는지 알 수 없는 원작자의 합작이라곤 하나 의외로 게임은 준수했던 것이다.
나름 넓은 맵과 숨겨진 아이템에 다양한 던전과 필드 등등. 이게 조그만 회사에서 가능한가? 하고 의문이 들 만큼.
진짜 메인 파티의 엔딩 들만 빼면 괜찮았다고 정말.
쓰다 보니 감정이 격해져서 아주 구구절절 탄원서에 가까운 내용을 의견함에다 꽂아 넣었다. 그런 후 종합 게임 갤러리로 들어가 필터를 푸니 나 말고 엔딩까지 달린 누렁이들이 짖어대는 게 보인다.
[사진] [야, 이거 엔딩 모냐? 메인 파티 1회차라서 그럼? 다회차 뚫으면 다를까?]└그냥 메인 버리고 npc들로 일반 엔딩 보는 게 나음 ㅇㅇ└지랄 ㄴ
└ㅋㅋㅋㅋㅋㅋ
[게임만 사서 해본 흑우들은 모르겠지만 이 게임의 원작 되는 소설도 엔딩이 원래 몰살에 가까움. 그나마 게임은 히로인이라도 다 살지 원작은 반 이상 죽는다.]└그걸 다 읽었냐 게이야…
└ㄴㄴ 마지막 화만 결제함
남이 적은 글을 읽으니 다시 빡치네.
끝까지 고구마만 먹이던 원작자에게 얼마나 항의 댓글을 달았는가.
그래서 게임엔 생존 엔딩이 들어간단 말을 철석같이 믿고 고인물 수준으로 게임 파고 맵 다 돌아다녀서 본 진 엔딩이 그 모양 그 꼴이다.
나는 손을 들어 얼굴을 몇 번 비빈 뒤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
[일단 항의 메일이라도 보내보자. 결혼 엔딩 같은 거 DLC로 내줄지 누가 아냐. 나는 행복회로 태…….] [비밀번호]나는 모니터에 갑자기 열린 메일을 바라보았다.
‘아니, 저게 왜 지 혼자 열려?’
내가 눌리지도 않았는데 혼자 페이지가 열린 메일. 나는 손을 멈추고 눈을 움직였다.
[문의하신 사항은 저희도 잘 알고 있는 바이나 저희의 간섭력으론 여기까지가 한계였습니다.부디 이번엔 그가 행복해지길 바라며…….]
―레이첼
‘레이첼?’
레이첼이라면 케인의 첫… 번째… 부… 인…….
갑자기 거역할 수 없는 수마에 난 눈을 감아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