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Extra in a Trash Game RAW novel - Chapter (103)
망겜 속 엑스트라가 됨-103화(103/373)
아이고, 두야.
카지노를 급하게 들어가자 보이는 풍경이 내 머리를 지끈하게 만든다.
“다, 당장 무릎 꿇고 머리까지 조아리면 봐주마!”
“내가 왜.”
그나마 세이렌으로 연락받은 야시장이 이 카지노 근처라 빨리 왔지.
안 그랬으면 드미/트리 혹은 드/미/트/리를 볼 뻔했다. 저 흉흉한 눈 좀 봐…….
“케인, 제로.”
“그래.”
“알겠습니다.”
케인과 제로가 양쪽으로 나뉘어 레이첼에게 접근하는 동안.
나는 위기 감지 본능이 망가진 것처럼 구는 드미트리의 뒤로 다가가 무릎을 살짝 굽히듯 드미트리의 오금을 쳤다.
“어? 어!”
“오랜만이네, 드미트리.”
휘청하며 뒤로 넘어지려는 드미트리의 물컹한 어깨를 손으로 잡고 씩 웃었다.
“이. 이!”
“어이라니. 오랜만에 본 동향 친구에게 너무한 거 아냐?”
허리가 뒤로 꺾여 내가 잡은 어깨를 놓는 순간 뒤로 추락하게 생긴 드미트리가 양팔을 휘저으며 몸을 바로 하려 하지만 난 모른 체하며 하하 웃는 소리를 냈다.
“야, 이거 안 놔?”
“일단 저쪽으로 갑시다.”
그리고 그사이에 제로와 케인이 레이첼의 양팔을 잡고 연행하듯 어디론가 질질 끌고 가고 루나와 리프가 내 곁에 붙었다.
“도련님…….”
―관리자님.
“읏챠. 그래 둘 다 잘 놀았어?”
나는 옆으로 밀듯 드미트리를 놓아주며 불안한 눈으로 나를 보는 루나와 영문을 모르겠단 눈으로 날 보는 리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루나는 소심함 트레잇이 사라졌음에도 어지간히 불안했나 보네.
마치 예전과 같은 눈이길래 더 별것 아니라는 듯 웃고선 먼저 나가 있으라 말하는데 통통한 손이 내 어깨를 잡는다.
“아델리아안!”
“여기 사람도 많은데 왜 그래. 채신머리없게.”
한동안 재미있는 구경거리였다는 듯 적당한 거리로 떨어져 원 그리듯 모여있던 사람들이 내가 눈을 마주치며 둘러보자 모른 체 몸을 돌린다.
나는 콧김을 뿜어내며 험악한 얼굴을 하는 드미트리와 밖과 나를 번갈아 바라보다가 일단 내 곁으로 오는 드뷔오나에게 시선을 던졌다.
“그 건방진 계집, 어서 다시 데려와.”
“오랜만이야, 아델리안. 그동안 키도 좀 더 크고… 체격도 더 좋아진 거 같다?”
“그러게. 오랜만이지. 너도 더 예뻐졌고.”
내 말에 드뷔오나가 한 손으로 입을 가리고 카랑카랑하게 웃었다.
“이익, 너 이 자식 얼른 그 계집을 데려오라고!”
나는 발을 구르며 내 멱살을 쥐려고 손을 뻗는 드미트리를 살짝 몸 틀어 피했다.
아, 목마르네.
마침 레이첼이 있던 자리에 굴러다니던 칩 몇 개가 보인다. 나는 그것을 지나가던 웨이터의 쟁반 위에 놓아 준 뒤 술을 한 잔 들어 그대로 단번에 마셨다.
“우리 이렇게 만난 김에 저녁 식사 같이할래? 술도 곁들여서.”
내가 슬쩍 피하니 더욱 약이 오른 것 같은 드미트리가 내 옷이라도 잡으려 손을 휘두름에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고개를 기울였다.
으음, 들어본 말인데. 케인을 사러 갔던 경매장에서였나?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그들에게 망나니 아델리안으로만 보이는 모양.
‘재미있네.’
그동안 일부러 조심히 돌아다닌 보람이 있다.
“이런, 아쉽게도 저녁을 좀 일찍 먹어서 말이야.”
“흐응, 아쉽다. 그나저나 네가 사 갔던 그 검은 머리 노예. 방금 나간 걔 맞지?”
“아니, 내 말은 안 들리냐고!”
나를 잡지 못해 더욱 분통이 터지는 듯 자신의 가슴을 퉁실퉁실 때리는 드미트리.
케인에게 관심을 보이는 드뷔오나.
그러고 보니 아카데미 파트에서 저들이 어떤 악역으로 나오더라.
잠시 기억을 되짚던 나는 드미트리가 휘두르는 도라에몽처럼 둥근 주먹을 덥석 쥐고 웃었다.
“뭐가 그리 노여워. 응? 대화 좀 하자, 우리.”
“후욱, 후욱. 너어. 헉… 너 인마. 그 건방진…….”
호흡이 달려 헥헥거리는 모양새를 조금 내려보다가 곁을 스치는 웨이터에게서 술을 빼앗듯이 한 손에 몇 잔 겹쳐 쥐고 마시는 드미트리를 보며 나는 말을 이었다.
“설마 드미트리. 그녀에게 집적거리다 수작이 안 통해서 건방진 계집애 하며 시비 거는 건 아니겠지?”
아직 자초지종을 듣지는 못했지만 딱 그 이유겠지.
내 말에 드뷔오나가 재미있어 죽겠단 얼굴로 슬쩍 뒤로 물러난다.
“뭐, 무어? 무슨 소리냐. 나는 그런 적 없다. 단지 고 계집이, 어? 귀족에게 눈깔을 말이야, 똑바로 뜨고 보는 게 건방져서 내가 너 대신 교육 좀 시키려고!”
“그렇지? 하긴 설마 드미트리 네가 그런 몰상식하고 지저분한 이유로 화가 날 리가 없지.”
내가 웃으며 하는 말에 볼살이 푸르르 떨린다. 드미트리는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 진득한 땀을 슥슥 닦아 곱게 접어 다시 넣으며 말했다.
“그 붉은 머리 계집은 그렇다 치고. 다른 계집도 말이야. 건방지게 단 한마디도 안 하고 어?”
“몸이 좀 약한 아이라… 대화가 좀 힘들어. 그 정도는 신사인 네가 다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지?”
내가 남모를 사연이 있다는 듯 한숨을 쉬자 드뷔오나와 더불어 도박을 하는 척하며 우리 대화를 듣던 여자들 몇몇이 어머 하며 안타깝다는 듯 소리를 낸다.
그에 주위를 힐끔거리던 드미트리가 고개를 꼿꼿하게 들고 자신의 가슴을 팡팡 쳐냈다.
“당연하지. 난 아량이 넓은 남자니까. 하지만 아델리안.”
드미트리가 한걸음 다가와 중얼거린다.
“그렇다고 은근슬쩍 그냥 넘어갈 생각은 아니겠지. 그 붉은 머리 계집애가 귀족에게 불경한 짓을 한 건 사실이니 말이야.”
“그래서?”
“곱게 단장시켜 보내면 고분고분해질 만큼 혼쭐만 내고 돌려주마. 더불어 다른 계집들도. 설마 그 붉은 머리 계집으로만 퉁치려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이 자식. 드/미/트/리 4등분으로도 모자라 8등분이 나고 싶나.
내가 제 목숨 하나 살려준 것도 모르고 안 되겠네.
물론 처음부터 봐줄 생각은 없었다지만.
나는 팔을 얹듯 드미트리의 어깨에 두르고 태연하게 대답했다.
“내가 왜?”
“뭐?”
원래의 아델리안이 드미트리에게 어찌 행동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만 트레잇이 달려 있던 놈인데 설설 기지는 않았을 테고.
드미트리 저놈은 뭘 믿고 내가 제 말대로 해줄 거라 생각하는 거지?
나는 다시 인상이 구겨지는 드미트리를 보며 피식 웃었다.
“멋없게 우리 그러지 말자. 뭐 보내라 마라.”
“아델리안…….”
“그러지 말고, 너도 카지노에 온 걸 보니 게임 좋아하는 모양인데.”
너만 좋은 거 다 얻으려 하면 쓰나.
나는 히죽거리며 웃었다.
“원하는 거 걸고 게임할까?”
* * *
“아, 잠시만 놔봐. 따악 한 대만 칠게. 어?”
“좀 참아봐요, 레이첼 후배님.”
“여기서 사고 치면 수습이 어렵다구.”
레이첼이 씩씩거리다 주먹을 움켜쥔 채로 으르렁거리듯 입을 열었다.
“…몰래 암살하는 건 합법이지?”
“합법이겠냐?”
내가 혀를 차며 다가가자 양팔에 루나와 제로, 케인과 리프를 달고 어기적 걷던 레이첼이 멈춘다.
아주 재미나게 놀면서 날 저 안에 내버려 뒀겠다?
옥신각신 적당히 실랑이하며 기분이 풀린 듯 머쓱하게 루나와 제로가 달린 손으로 머리를 긁는 레이첼을 보며 나는 이마를 짚었다.
“아니, 그러니까 그 느끼한 놈이 있잖아.”
“도련님 죄송해요…….”
―관리자님. 레이첼과 루나 선배님은 죄가 없습니다.
세 명이 막 내가 잘못했다느니 쟤는 아무 죄가 없다느니, 그래서 미안하고 뭐 이런 소리를 내뱉는데 내가 뭐라 하겠는가.
그냥 실없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괜찮아. 그렇게 미안하다니 내가 만회할 기회를 줄게. 원래 입으로만 말하는 건 사과가 아닌 거 알지? 몸으로, 어?”
내 말에 레이첼의 몸이 굳고 루나가 입을 버끔이다 말며 리프는 고개를 옆으로 기울인다.
“더불어 케인 너도.”
“갑자기 나는 어째서냐.”
그게…….
“드뷔오나가 널 원하더라고.”
내 말에 이번엔 케인의 눈이 확 짙어진다. 설마 케인 나를 아/델/리/안으로 만들건 아니지?
“설명할게. 일단 숙소로 가자. 배고프니까.”
종일 먹은 거라곤 아카데미의 응접실에서 마신 차랑 야시장에서 먹은 주전부리 정도라 배가 등가죽에 닿을 것 같다.
내가 배고프다는 말에 일단 화를 내는 건 뒤로 미룬 건지 케인이 가자는 듯 고갯짓하고 레이첼은 슬며시 옆으로 붙는다.
“뭐, 뭐 시킬 건데 그래? 어? 미리 말 좀 해봐.”
“뭐 별거 아냐.”
내가 아공간에서 일단 당근 하나 꺼내 씹으니 이번에는 루나가 슬쩍 다가온다.
“어려운 일인가요?”
“음, 아닐걸?”
내가 지는 게임을 할 리가.
“별거는 아니고 드미트리가 너무 찡찡거리길래. 그렇게 원하면 게임 한판 하자 했지.”
뒤로 고개를 돌린다. 내가 느리게 입꼬리를 올리며 나를 따라오는 넷을 천천히 눈에 담았다.
“제군들. 이 파티장은 제군들을 믿는다.”
순간 저 네 명의 머리 위로 갈고리가 떠오른 것 같이 보이지만 나는 혼자 크게 웃으며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원하는 걸 걸고 서로 게임을 하기로 했거든.”
그리고 자신의 운명은 자신이 개척해야 하는 법.
‘애초에 그게 승률이 더 높고.’
발부스 때야 내가 어느 정도 준비하고 들어가서 돈으로 찍어 누르는, 말 그대로 돈찍누를 했다고 하지만 드미트리 때는 다르다.
애초에 내가 가주직을 지금 맡고 있다는 사실이 대외적으로 비밀인 상태에서 돈찍누를 할 만큼 금액을 쓰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거니와.
‘무조건 이기는 방법이란 게 없거든.’
좀 냉정하게 말하자면 알 수 없는 이유로 트레잇이 고정된 상태에서 나는 노력한 만큼 몸에 익어도 그게 재능으로까지 고착되지는 않는다.
즉 이 대륙의 사람들처럼 트레잇으로 변하는 순간, 받는 보정 같은 거 없이 지구처럼 노력한 만큼 쌓이는 것.
체력이 늘고 간단한 검술 같은 건 손에 좀 익었어도 눈에 띌 만큼 특출한 무언가는 나에게는 없다는 소리다.
그러니 내가 믿을 것은 내 파티원들뿐이지.
“일단 드미트리 쪽에서는 루나와 리프, 레이첼을 지목했으니까 셋 다 주사위 게임과 그림 맞추기. 그리고 카드 게임을 준비해 줘야겠어.”
“네? 네. 알겠습니다, 도련님.”
―예. 관리자님.
“아니, 내가 왜?”
나는 레이첼의 반발을 모른 체하며 케인과 제로를 잠시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케인, 너도 아마 결투 같은 거 준비해야 할걸.”
“이해할 수 없군. 어째서지.”
그야 드뷔오나가 그 반반한 검은 머리 남자는 검술보다는 다른 일에 재능 있는 것 같으니 못 이기면 당분간 빌려 달라고 했으니까 그렇지.
라고 말하는 순간 내가 피곤해질 게 뻔하니 케인도 레이첼과 마찬가지로 못 들은 척 넘겼다.
제로는 사실 드뷔오나가 제대로 보기 전에 레이첼 끌고 나가서 게임에 지목되진 않았지만…….
당일 날 보면 제로도 걸라고 할 게 뻔하니까.
“저기 도련님… 저희가 이기면 더 큰 문제는 없구요?”
대충한 내 설명에 루나가 곰곰이 생각하다 묻는다. 그에 내가 숙소 문을 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건방진 콧대를 누르고 싶으면 이겨서 데려간 뒤 하라 그랬으니까.”
내 말에 루나가 다행이라는 듯 휴 하고 숨을 내뱉는데 레이첼이 고개를 확 들이민다.
“그런데 이상하네. 네가 어? 이득 없이 막 이런 거 할 인간 아니잖아.”
아, 깜짝이야.
시야 가득 차는 얼굴을 손으로 밀어 옆으로 치운 뒤 대답했다.
“당연하지. 내가 얻는 것도 없는데 뭐 하러 그 장단에 맞춰주겠어.”
이 여관의 종업원들이 음식을 들고 뒤따라 들어오는 것을 눈에 담으며 말을 이었다.
“그 쌍둥이들, 황실파거든.”
이거 맛있겠네. 나는 길쭉하게 잘라 마늘과 채소를 잘게 다져 만든 소스를 바른 뒤 구운 것 같은 단단한 빵을 하나 들어 입에 넣었다.
―그게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까, 관리자님.
“이번에 내 누이에게 생긴 일 비슷한 게 아카데미에 다니는 왕족 중 한 명에게도 생길 예정이니까. 아니면 이미 생겼거나.”
예지안으로 본 거야 하며 웃으니 다들 못들은 건지 내가 나눠주는 마늘빵만 받는다.
“그 쌍둥이들이 제안한 게임 전부를 이기면 자신들이 줄을 댄 황족과 한번 대면하게 해준다 했거든.”
내가 크루거 가문의 임시 가주임을 밝히면 그런 거야 프리패스겠으나.
대외적으로 나는 완전 망나니에 재능도 의욕도 없어서 아카데미에도 다니지 않는, 말 그대로 버림패나 다름없는 이미지니까.
내 말에 다들 그럼 그렇지 하는 얼굴로 밥이나 먹자는 듯 의자로 내 등을 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