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Extra in a Trash Game RAW novel - Chapter (11)
망겜 속 엑스트라가 됨-11화(11/373)
오늘은 날이 좋아요!
아침부터 당근 주스가 나와서 간식으루 먹으려구 숨겨두었던 아기 당근은 베스에게 가져다 주기루 했어요.
아! 베스가 누구냐면 요즘 제가 털을 빗겨주는 말인데요.
밤갈색의 털이 아주 멋있구 순한 말이에요!
도련님 덕에 초원에 있을 때만큼은 아니지만 말이랑 같이 달리기 시합두 하구 너무 즐거운 요즘이에요.
그런데 저기서 뭐하는 걸까요? 저 복도를 지나야 마구간이 위치한 뒤뜰루 갈 수 있는데…….
“미쳤어, 진짜…….”
“조용히 해! 들킬라. 그리고 나도 좀 보자. 잘 안 보여…….”
“흙먼지를 저렇게 뒤집어썼는데 왜 저렇게 잘 생겼어?”
창문에 바짝 붙어서 무어가 그리 재미나 떨어지지 않을까요?
살금 다가가 저두 밖을 내다보지만 요즘 케인 도련님이랑 다니는 남자 시종만 보이는데요.
아으… 엄청 아프겠다. 단단한 목검으루 사정없이 맞는 게 꼭 볕 좋은 날 이불 같아요.
“에추!”
같이 구경하다 보니까 누군가의 몸에서 풍기는 향수 냄새 덕에 코가 간지러워서 기침을 해버렸어요.
“끼악! 놀래라!”
“엘리스 시녀장님 오신 줄 알았네…….”
“루나잖아? 잘 되었다. 루나 너 저 남자 이름이 뭔지 알아?”
간지러운 코를 귀로 닦는데 정신없이 들리는 말에 눈만 깜빡거렸어요.
“에…….”
모르는 사이는 아니지만 이렇게 막 둘러싸여서 관심받으면 너무 막… 신경 쓰이구 부끄럽구…….
저도 모르게 양 귀를 손으로 잡아 눈을 가리곤 고개를 숙였어요. 차라리 초원 멧돼지나 거대 두더지를 잡는 게 더 쉬울 텐데… 누구랑 말을 나누는 건 너무 어려워요…….
“괜찮아 말해 봐. 응? 이름 알려주면 당근 파이 만들어 줄게.”
“나도 당근 몇 개 가져다줄 수 있어.”
“케인이에요.”
당근!
당근은 그래두 포기할 수 없어요. 저는 용기를 내서 케인의 이름을 알려주었어요.
“케인? 이름도 잘 생겼어!”
“루나, 너는 도련님이랑 같이 있으면서 자주 보지? 어때? 케인 성격? 가까이서 봐도 잘 생겼어?”
“그러고 보니 도련님도 요즘 좀 괜찮지 않아? 변덕스러운 건 여전하지만 폭력적인 건 줄었어.”
“맞아. 요즘 철이 드셨는지… 원래도 외모는 나쁘지 않았는데 성격이 좀 난폭하시고 방탕하셨는데…….”
“난 사실 루나도 얼마 못 버틸 줄 알았어. 그런데 요즘은 내가 전속 메이드로 들어갈 걸 하고 후회한다니까 정말.”
이때다!
다들 도련님과 케인의 이야기에 빠졌을 때 저는 도망가야겠어요. 베스가 기다릴 테니까요!
* * *
오늘도 처참하게 깨지네, 진짜.
그렇게 좋은 녹즙을 먹이는데 어?
나는 쿠키를 와작와작 씹으며 다시 일어나 덤비는 케인을 바라보았다.
연무장을 수십 바퀴 돌고 무거운 걸 들고 일어났다 앉았다 하더니 온종일 처맞는 것의 반복.
그래도 체력은 좀 늘었는지 점점 더 오래 달리고 오래 버티기는 하네.
나도 승마와 교양 검술을 다시 시작했다.
의외로 몸이 기억하는지 말을 타는 것도 검을 드는 것도 정말 처음 같지는 않았는데 역시나 무능력한 아델리안의 몸은 몸이라 딱 거기까지.
강수호일 때는 몸치 박치를 사실 이해 못 했는데 지금은 알 거 같다.
운동이나 춤 같은 것도 조금 보고 따라 하면 얼추 감이 잡혔던 예전과 달리 진짜 이 몸은, 와. 말이 안 나와.
내 몸을 내가 마음대로 다룰 수 없는 데다 소위 말하는 센스가 뒤떨어진다는 게 뭔지 뼈저리게 느끼는 중이다.
말하자면 스포츠 웨어를 입고 운동하는 것과 솜 옷을 입고 물속에서 운동하는 차이 정도?
‘괜찮아 난 지갑 전사니까. 아이템만… 아이템만 다 모으면…….’
게임도 컨트롤이 중요한 게임이 있고 그냥 말뚝딜 하면서 F1부터 F12까지 누르기만 하면 되는 게임이 있으니까.
나는 쿠키를 다 씹어 먹은 뒤 손 털고 다시 일어나 말 위에 올라탔다.
‘처음부터 아이템 최종 세팅은 무리겠지만.’
국민 세트 정도는 일부 노려도 되지 않을까?
딱 한 바퀴만 말 더 달리고 경매장에 출근해야겠다.
크루거 가문의 상단을 이용하는 것보다 경매장에서 사는 게 장난질 덜 쳤을 테니까.
“케인보고 점심 먹고 나갈 테니 오후 훈련은 빠지라고 전해.”
나는 미묘한 표정으로 케인이 구르는 것을 지켜보던 기사에게 명했고 떨떠름하게 대답하는 하는 것을 뒤로하고 말을 몰았다.
* * *
“엉덩이 아프네.”
말 계속 타면 엉덩이에도 굳은살 생기나?
나는 감각이 좀 사라진 것 같은 엉덩이에 살짝 고민하다 만족스럽지 않은 얼굴로 오는 루나와 케인을 환대했다.
“표정 관리 안 해?”
“한참 검로를 파악 중이었는데 왜 불렀지?”
“우으… 베스랑 낮잠 자구 있었단 말이에요.”
군기가 빠져가지고.
나는 혀를 차곤 루나의 귀를 쭉쭉 잡아당겨 준 뒤 케인과 루나에게 반성하란 의미로 녹즙을 건넸다.
“마시고 나가자. 경매장에 살 거 있나 보러 가게. 나간 김에 간식거리 맛있어 보이면 좀 사 먹고?”
“그걸 꼭 나와 나가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인가. 내가 하루라도 더 이르게 강해지기 위해선 이런 외출은 도움이 될 거 같지 않은데.”
“저는… 도련님의 호위니까 같이 가야 하긴 하지마안…….”
“배부른 소리 하네. 당장 나 없으면 어디 가서 밥도 못 사 먹을 거면서. 너희 둘은, 특히 케인 너는 사회화 훈련해야 해. 잔말 말고 따라 나와라.”
그렇게 틀어박혀서 수련만 할 거면 이노센트 사가에 있으면 안 되지. 저 멀리 폐관 수련하는 무협지에나 나왔어야지.
억울하면 돌이끼에게 따져라.
남들은 외출이라고 하면 싱글벙글 얼굴이 화사하게 생기가 돌 텐데 두 인간 사회 부적응자랑 다니려니 내가 고생이다. 내가 고생이야.
마음 같아선 마차로 후딱 다녀올까 싶다가도 이것도 훈련이다 하는 마음에 셋 다 말을 타고 본성을 나섰다.
내성과 달리 외각으로 갈수록 내 개과천선한 소문이 덜 퍼졌는지.
눈을 깔고 후다닥 도망치거나 얼른 인사하고 도개교를 내리는 모습에 역시 한번 새겨진 이미지는 쉽게 바뀌지 않는구나 싶다.
“별수 없지.”
나는 혼자 중얼거리곤 미리 챙겨 입은 로브의 후드를 올려 뒤집어썼다.
내성에서 나올 때야 얼굴로 프리패스 하려고 안 썼지만.
밖에선 괜히 예전 아델리안의 술친구나 난봉 잘하던 친구 만나면 귀찮을 거 같기도 해서 나만 얼굴을 가렸는데…….
‘뭐지?’
사람의 체고보다 훨씬 높은 말 위에 앉아 있는 덕에 시선이 유독 잘 느껴진다.
힐끔힐끔.
지나가는 이들 중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둘 셋 중의 하나는 이쪽을 바라보는데.
후드를 푹 눌러 쓴 나는 하관만 보일 테니 날 알아보고 경계하는 것은 아닐 테고. 뭐지?
잠시 고민하려는 찰나 도착한 경매장 입구에서 말을 넘기곤 천천히 걸었다.
“아이고, 도련님.”
“바로 튀어나오는 걸 보니 좀 자신 있나 봐, 이번엔?”
“물론입니다. 제법 괜찮은 물품들이 들어왔습죠. 여기 분류 용지 있습니다. 그리고 자세한 건 제가 안내를…….”
나는 거만한 목소리로 허리 굽혀 손을 비비는 고블린 매니저를 바라보다 말의 고삐를 잡기 위해 끼고 있던 장갑을 벗어 루나에게 던졌다.
“나 혼자 느긋하게 보고 싶으니 저리 가봐.”
“네? 하지만 보통 매니저가 따라다니며 물건을 설명드려야 편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정 그러면 열 걸음 뒤에서 따라오던가. 그리고 설명이 왜 필요해? 갖고 싶으면 그냥 사면 되는데.”
나는 손끝만 움직여 고블린 매니저를 뒤로 쫓아내곤 루나와 케인만 들릴 정도로 작은 목소리를 냈다.
“이 종이 읽어 보고 원하는 게 있으면 말해 봐. 사줄 테니.”
“난 필요 없다. 이미 넘치게 도움받고 있으니.”
“네? 저, 저두요.”
뭐가 있는지 제대로 읽지도 않고 팸플릿을 다시 주는 둘을 보며 나는 혀를 찼다.
“잔말 말고. 그리고 특히 케인 너.”
나는 실내의 은은한 불 아래서도 안광을 짙게 뿌리는 케인의 황금색 눈동자와 눈을 마주했다.
“너는 빚지는 법을 연습해야 한다.”
“뭐?”
“특히 나에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그 눈을 응시하며 웃었다.
“네가 잘난 놈인 거 알아. 뭐 아직 트레잇 확인을 하지 않았다곤 하지만 네게 재능이 있다는 건 발전하는 속도만 해도 충분히 증명되고 있지.”
하지만 원래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혼자 독불장군으로 모든 것을 혼자 짊어지는 것이 행복한 삶일까?
난 부인 6명과 하렘 차리는 게 더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넌 너무 혼자 다 하려고 해. 그거 너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어?”
산술적으로 생각해도 100의 일을 한 명이 다하는 것보다 둘이서 나눠 하는 게 효율적인 건 뚜렷한 일이고.
“넌 나에게 빚지는 것에 익숙해져야 해. 그리고 죽는 그 날까지 갚는 거지. 루나 너도.”
장난스럽게 덧붙이곤 둘에게 다시 팸플릿을 손에 쥐여주었다.
“돌아다니면서 갖고 싶은 걸 하나는 찾아. 그리고 나에게 말해. 그게 갖고 싶다고. 이게 오늘의 할 일이다. 둘 다.”
누가 보면 벌레라도 먹으라 한 줄 알겠다.
“하지만…….”
“혼자… 돌아다녀야 해요……?”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단 얼굴로 나만 보는 토끼와 들개를 보다 어서 안 가? 하는 얼굴로 훠이훠이 손사래를 치곤 등을 돌렸다.
너희도 너희지만 이후에 합류 가능성이 있는 다른 히로인들을 꾀기 위한 물건도 찾아봐야겠다.
사실 마음 같아선 남자 동료도 섞고 싶긴 한데…….
‘예정 파티원이 너무 많아.’
케인의 부인(예정)만 해도 6명에 나까지 끼여서 8명.
사실 유닛을 얻으면 파티를 형성하는 순간 내가 내보내기 전까지 유지되는 게임과는 달리 현실이 된 지금은 파티원으로 꾀는 것부터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포기가 안 되는 걸 어쩌냐.’
진짜 하렘 엔딩 내가 일러스트도 아니고 생눈으로 볼 기회인데 놓칠 수 없다.
“일단 여기부터 여기까지.”
각종 속성석이 놓인 진열장을 손끝으로 그어내곤 저 멀리 떨어져 걷는 고블린 매니저를 손짓으로 불렀다.
“내가 주문해 둔 물건은?”
“아델리안 도련님의 오더인데 당연히 신경 써서 준비했습죠. 전부 도착하진 않았지만 일부 물건은 와 있습니다.”
나는 진열장이 늘어져 있는 홀에서 벗어나 커튼이 쳐진 룸에서 매니저가 내온 차를 한잔 마시며 느긋하게 소파에 기대 물건을 확인했다.
다른 옵션 없이 화려함에만 장신구 세트와 자동 수복 능력이 깃든 로브 서너 벌. 확실히 마법적 기능을 많이 넣은 물건은 오래 걸리네.
“그나저나 아무래도 평일의 경매장은 재미없으실 텐데. 아델리안 도련님, 오랜만에 도박장에 가보시는 건 어떻습니까요?”
“귀찮아.”
“그, 그럼 붉은 화원은 어떻습니까. 흔하지 않은 악기를 배운 노예가 새로 들어왔다던데…….”
“별로 생각 없어.”
속성석에 오더메이드 제품에 돈을 적게 쓴 건 아니지만 원래의 아델리안이 물 쓰듯 쓰고 살아서 그런가.
어떻게든 호구 잡으려는 고블린 매니저의 말에 건성으로 대답하며 차를 마시는데 드리워진 커튼 너머로 누군가 다가온다.
“도련님…….”
“루나, 골라 왔어?”
고블린 매니저가 있어서 그런지 쭈뼛거리며 들어와선 말도 못하고 눈치 보는 모습에 턱 끝으로 차 한잔 더 가져오라 매니저를 쫓아낸 후 루나가 슬쩍 건네는 상자를 건네받았다.
“이거 뭐지?”
손바닥보다 조금 더 큰 나무 상자에는 주먹 반 개만 한 비누 같은 게 들어있었다.
아니, 비누 같은 게 아니라 그냥 비누인데?
나는 꽃향기가 은은하게 풍기는 그것을 손에 들어 향을 맡아보곤 손끝으로 무게도 가늠하며 루나를 바라보았다.
“어… 그거… 한 달에 한 번씩 비누가 생기는 아티펙트라구 해요.”
“그런데? 이게 왜 갖고 싶어?”
의외네, 먹을거나 아니면 하다못해 가족에게 줄 선물이라도 말할 거 같았는데.
나는 고개 기울여 턱을 괴곤 상자에 다시 비누를 넣어 루나에게 돌려줬다.
“도련님께서 도시를 떠나면 아무래두 씻는 게 성에서만큼 편하진 않을 테구… 또 저는 도련님의 호위 겸 메이드인데 도련님이 더러워지는 건 제 직무유기 같구요…….”
“나도 골라왔다.”
루나의 말에 웃어버리는데 케인 또한 불쑥 들어오더니 심플한 금속 팔찌를 하나 내 눈앞에 들이민다.
“이건 또 뭔데.”
“4클래스 실드 마법이 3회 충전된 아티펙트라고 하더군.”
나는 손가락에 팔찌를 걸어 빙글빙글 돌리며 케인을 바라보았다.
“네가 이걸 쓴다고?”
실드? 무기도 아니고 방어구를?
“아니, 네가. 나와 함께 여행한다면 적어도 내 발목은 잡지 않았으면 좋겠군.”
그러니까. 내가 다치면 안 된다?
이러나저러나 둘 다 나를 위한 물건을 골라옴에 묘한 기분이 들어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크게 웃어버리고 둘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었다.
“에… 에?”
“이건 좀 기분 나쁜데.”
“내 선물을 내 돈으로 사는데 이 정도도 못해 내가?”
“선물이 아니다.”
“마, 맞아요. 이건 그냥 생필품이구…….”
쑥스러워하긴.
나는 내 손을 피해 요리조리 움직이는 루나와 고개를 틀어대는 케인을 끝까지 잡아 마구 쓰다듬으며 즐겼다.
그렇지만 이 즐거움도 그리 오래가진 않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