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Extra in a Trash Game RAW novel - Chapter (14)
망겜 속 엑스트라가 됨-14화(14/373)
휘감은 천의 질감이 보드랍다.
몸을 끌어안은 것 같으면서도 단단하게 들어 올린 것 같은 쿠션감도 미쳤고.
이젠 익숙해질 만한데 자면 잘 수록 새로운 게 이 침대, 아티펙트 아닐까?
‘가능성 있는데?’
오늘은 루나가 작은 박수로 깨우기도 전에 일어나선 느슨하게 몸을 늘려 스트레칭 하며 침대 밖으로 나왔다.
“침대를 아공간에 넣어 가는 건 좀 그렇겠지?”
아쉬워라. 케인 파티랑 돌아다닐 때 분명 밥과 침대 때문에 후회 극심할 거 같은데.
“어어… 도련님 벌써… 일어나셨어요?”
“눈이 자동으로 떠지더라고.”
나는 소셋물을 가져온 루나를 손들어 반기곤 이부터 닦으며 어눌한 발음을 더했다.
“오늘은 날이 날이니까.”
“저두 좀 궁금하긴 해요……. 아, 그리구 간 김에 제 트레잇두… 확인해 봐도 될까요?”
[루나 인덱스―토끼족 메이드]대표 Traits : [소심함(A)] [귀여움(A)]
히든 Traits : [각력(A)] [광분(D)] [육마(F)]
“뭐 그러던가. 비용은 내가 내줄 테니까.”
울보라는 호칭도 떨어지고 소심함 트레잇도 한 단계 내려갔다.
그건 루나도 확인할 수 있니 소심한 루나라도 약간의 자신감이 생기겠지 여러모로.
그리고 나만 확인 가능한 히든 트레잇도 변화가 있었는데.
‘광분이 떨어진 이유는 대충 짐작 가는데… 육마, 저거 뭐야.’
육마? 뭐지, 육마.
설마 육아 대신 말인가?
나는 요즘 마구간에서 힐링라이프를 보내던 루나를 떠올렸다.
그게 어지간히 좋았나 보네.
나는 수건을 받아 얼굴을 닦곤 아침 식사치고 거하게 차려진 테이블을 바라보다 루나에게 다시 고개 돌렸다.
“녹즙은?”
“…생일까지 녹즙을 마시는 건 좀… 그렇지 않을까요?”
아니, 몸에 좋은 거라니까?
약간 수험생의 부모가 된 마음으로 안타까움에 한숨 쉬었다.
“뭐, 저녁에 두 컵 주지 뭘.”
“거절하마.”
마찬가지로 간단하게 소세 정도만 한 듯 보이는 케인이 들어와 대답함에 혀를 찼다.
“생일이니 봐준다.”
나는 포크를 흔들다 살짝 데쳐 올리브유와 향신료를 뿌린 야채를 찍어 입에 넣곤 느긋하게 씹었다.
* * *
“먼지를 털어라, 털어.”
“그래두… 아파 보이진 않는데요…….”
퍽, 퍽!
이곳에도 생일빵 같은 문화가 있었나.
신전으로 가기 전, 기사단에 들르더니 모두에게 둘러싸여선 늘씬하게 두들겨 맞는 케인을 바라보았다.
“좋은 트레잇으로 나와라!”
“맷집은 꼭 뜰걸? 이놈.”
약간 신이 난 거 같은데. 케인의 등을 두드리는 손길들이 아주 경쾌하다.
“이제 출발해도 된다.”
한참을 맞던 케인이 자신의 옷을 툭툭 털며 다가옴에 천천히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 바라보았다.
‘기껏 루나가 골라준 옷이 다 구겨졌네. 머리도 엉망이고.’
그런데도 저 구질구질함이 패션으로 보이는 건 재능이지. 주인공 놈.
“대충 정리하고 가자.”
케인만 보내도 되지만 그래도 주인공의 트레잇 확인 날인데 이걸 맨눈으로 보는 재미를 포기해선 쓰나.
신전으로 가는 일은 아무래도 경매장이나 마을에 나가는 것보다 더 남의 이목이 쏠리는 일이라 오늘은 말 대신 가문의 사두마차를 골라 올라탔다.
“후회하진 않나.”
돈 많은 크루거의 마차라서 그런지 현대의 자동차와 비교해도 그리 떨어지지 않는 승차감에 놀라워하던 와중에 케인이 던지는 말에 입을 열었다.
“뭐, 널 후원하는 일?”
“그래. 그럴 일은 없겠지만, 별것 없는 트레잇만 확인될 수도 있으니까.”
전혀 걱정하지 않는 얼굴로 그럴 일은 없겠지만 하고 확고하게 말하면서 저건 왜 물어보는 거지.
오독!
루나가 간식으로 가져온 당근을 오독오독 씹는 것이 어째 팝콘 씹는 걸 보는 기분이다.
“나는 내 안목을 믿어. 넌 될 놈이야.”
“근거는 네 안목뿐인가.”
“뭐 더 필요해? 아니면 이제 와서 걱정되나?”
“전혀.”
“무럭무럭 자라서 은혜 갚을 걱정이나 해라, 너는.”
내 말에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돌리는 모습에 순간 공주 키우기라는 게임이 생각났다.
너무 알바만 시키면 점점 반항적으로 변하다가 가출까지 하고 그랬는데.
케인 키우기는 너무 수련만 시키면 안 되는 건가?
하지만 케인은 삐뚤어져도 수련은 할 놈이라 괜찮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봐야 하는 엔딩도 결혼 엔딩이라는 게 비슷하네.’
잠깐, 공주 키우기에서도 용이랑 요정 엔딩에, 토끼도 있지 않았나?
난 소름 돋는 진실에 한 발짝 다가간 기분이 들었다.
‘이노센트 사가. 파쿠리였던 것인가!’
“안 내리고 뭐 해.”
“아, 내려야지.”
역시 몸이 편하면 잡생각이 가득해지는 법이다.
나는 점차 산으로 가던 생각을 멈추고 마차에서 내리는데 예상과는 달리 신전과 약간 떨어진 곳이라 마부를 흘긋 바라보았다.
“원래 정문에서 신전까지는 걸어가는 게 예의라… 죄송합니다, 도련님.”
얼른 마부석에서 뛰쳐 내려와 내 앞에 고개를 숙이는 모습에 주위를 지나가던 사람들이 흘끔거린다.
이럴수록 더 당당해야지.
나는 망나니니까 이게 일상이다.
하나도 부끄럽지 않다.
수치스럽지 않다…….
“알았으니 적당한 곳에서 대기해.”
얼굴 안 붉어졌겠지?
부유감 트레잇 덕에 살짝 남의 일로 느껴져서 다행이다.
진짜 내 일처럼 느껴졌으면 지금 쥐구멍이라도 찾아갔을 테니.
저 멀리서 웅성거리는 말소리에 언뜻언뜻 개망나니나 내 이름이나 크루거 가문 어쩌고 하는 것 같지만.
괜찮아. 잘 안 들린다.
“가자.”
나는 루나와 케인에게 고갯짓하곤 저 멀리 고아하게 서 있는 하얀 건물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트레잇 확인하는 돈이 그리 저렴한 것도 아니니 생일에 바로 확인하는 사람보다 아닌 사람이 더 많겠지.
거기에 종종 자신의 트레잇이 변화되었는지 확인하러 오는 사람들도 있으니 이 정도 인파는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자꾸 시선이 날아 꽂히지.
“귀여워…….”
이건 루나를 보고 하는 말이고.
“언니, 저기 봐봐. 잘생겼다, 진짜.”
이건 날 보고 하는 말이지. 암.
“저기… 죄송한데 오늘 트레잇 확인한 다음 시간 있으세요? 같이 식사라도…….”
“혹시 생일이세요? 저도 그런데. 생일이 같은 것도 인연이지 않아요?”
“거절하지.”
칫. 바로 어림도 없지! 하며 내 자신감을 깨부수네.
나보다 몇 걸음 뒤에 떨어져 따라오던 케인에게로 두어 명의 소녀들이 붙어 소곤거린다.
하긴 이 도시에 살면서 날 모르는 이는 드물 테니 가타부타 내 외모를 가지고 이러쿵저러쿵할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은 했다.
“히익!”
그 증거로 카인에게 몰래 말을 걸던 소녀들이 내가 고개 돌리자마자 이상한 소리를 내며 도망가지 않는가.
이곳이 아델리안이 행패 부리며 다닌 도시가 아니었으면 나도 케인과 맞먹을 수 있을 것이다.
“도대체 뭘 하고 다닌 거지.”
“즈응히 흐르…….”
“다, 다들 오해하는 거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도련님……. 도련님은 이제 손찌검두 안 하시구… 술 마시다 아무 데서나 토하거나 노상방뇨를 하거나 하지도…….”
“아, 과연.”
“르느 즈응히 해…….”
나는 억지로 웃으며 말했고 둘을 재촉해 어서 걸었다.
‘일분일초라도 빨리 확인하고 돌아가야지 더 있다간 내 정신력 수치가…….’
부지런히 걷다 보니 슬슬 신전 쪽으로 걸어가는 사람만큼 돌아서 나오는 사람들도 늘기 시작한다.
“하아… 나 어떡해…….”
“야, 미쳤지 않냐. 이것 봐, 내 트레잇. 나 이거에 재능있나 봐. 도전해 봐야겠어.”
“진짜 노력했는데 왜 없는 거야, 왜…….”
“바뀌었을 줄 알았지!”
“이번에도 변함없니? 너란 아이는 정말 늘 내 기대를 저버리는구나.”
환호와 절망. 희망과 실망.
제각기 다른 얼굴들이 우리 일행을 스쳐 지나간다.
“저, 저도 바뀐 게 있으면 좋겠어요…….”
루나가 그 분위기에 걱정되는 듯 웅얼거리며 하는 말에 나는 소심한 트레잇이 바뀌었을 거란 말 대신 손을 들어 머리를 쓰다듬고 귀를 툭툭 당겨 주었다.
“케인, 너는 긴장 안 되고?”
옆을 흘긋 보니 무표정하게 있는 것이 긴장이란 하나도 보이지 않지만, 예의상 질문을 던졌다.
“그 정도 괴악한 것을 매번 받아 마셨으면 뭐라도 나올 수밖에 없다.”
뭐 인마?
내가 지그시 노려보던 와중에 신전에 도착했다.
“통합 신전이군.”
“큰 도시니만큼 믿는 신도 다양하니까.”
이곳은 주신이라는 개념도 없거니와 아인족이나 수인을 비롯해 인간들마저도 지역별로 믿는 신이 달랐다.
강수호 때를 생각하자면 일본이나 인도가 비슷하려나?
대놓고 세력이 큰 신이 몇 없다 보니 종교 전쟁도 잦지 않았던 모양이고.
‘하지만 나중엔 결국 일어나지.’
나는 고개를 한번 저어내고 좋은 트레잇이 나왔는지 행복에 겨운 얼굴로 나오는 사람을 스쳐 신전 안으로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트레잇을 확인하러 오셨나요?”
아이보리색의 머리칼에 녹색 눈동자. 그리고 상냥한 듯 풍만해 보이는 느낌의 누님.
누님이네. 아 좋다. 나는 절로 올라가는 입꼬리를 의식적으로 내리며 루나와 케인을 앞으로 내보냈다.
“이 둘의 트레잇 확인해 줘.”
케인도 긴장이란 걸 하는지 묘하게 평소보다 더 굳은 얼굴이다.
루나도 원하는 바가 있는지 간절한 표정이고.
나는 트레잇을 확인 중인 그 둘을 보다가 너머의 신관 누님에게로 눈을 돌렸다.
‘나는 누님의 트레잇이나 구경해 볼까.’
양손을 모으고 눈을 감는 그녀를 바라보다 트레잇 창을 열었다.
[레이나 스미스―작은 기도자]대표 Traits : [주시자의 눈(A)] [선함(B)]
히든 Traits : [기적(F)] [제과(E)]
저 주시자의 눈이 트레잇을 알아보게 하는 트레잇인가?
그나저나 기적이 붙었네. 저거 은근 쏠쏠한 트레잇인데.
전투 유닛에 붙으면 일반적인 크리티컬이 아니라 즉사 판정을 띄우거나 전체 힐 스킬을 쓰고나서 전원 맥스로 차는 걸 본 적 있지.
행운과는 다른 게 뭔가 한 번씩 불가능한 이팩트가 뜬다고 해야 하나…….
물리 공격인데도 영체를 타격하거나 무속성 유닛인데 갑자기 속성 던전을 카운터 치는 속성이 깃든 적도 있고.
‘재미있었지. 역시 이노센트 사가는 NPC 파티로 플레이해야…….’
개노답 메인 파티를 떠올리곤 잠깐 한숨 쉬는데 트레잇 확인이 끝났는지 레이나 신관이 작은 목각판에 무언가를 적어 케인과 루나에게 건넸다.
“대단하네요. 자세한 건 본인만 확인해 보세요. 저는 신의 이름으로 비밀을 지키겠습니다.”
선하게 미소 지으며 손 모아 속삭이듯 말하는 레이나의 첨언이 무색하게 내 눈앞으로 두 개의 목각판이 들이밀어 진다.
“도련님… 여기요.”
“받아라.”
“그걸 그렇게 막 남에게 보여주시면 안 되는데…….”
아니, 누님… 제가 이 아이들 약점을 쥐거나 한 건 아니고 그런 도둑놈을 보는 눈으로 절 보시면…….
‘아… 쥐긴 했지…….’
나는 어색하게 웃었지만 오만한 트레잇 덕분이었을까.
도둑놈보다 더한 쓰레기를 보는 눈으로 변한 누님의 눈초리를 견디지 못하고 나는 일단 목각판을 챙겨 나왔다.
“음. 어디 보자.”
“어때요… 도련님?”
“기대를 충족하는지.”
[소심함(A)과 귀여움(A)이네요. 소심하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말과도 같지 않을까요? 좋은 장점이라 생각해요.]루나는 역시 저번에 본대로 소심함 트레잇이 한 단계 내려갔다.
그나저나 이렇게 적어주는구나, 신전에선.
역시 히든 트레잇이나 칭호는 게임에서 통용된 설정이라 게임 사용자의 눈을 가진 나만 보이는 것 같다.
“루나도 확인해 봐. 괜찮은 거 같은데?”
루나의 목각판을 보여주자 소심한 트레잇이 한 단계 내려갔음을 깨달은 루나의 얼굴이 부드럽게 풀린다.
“헤헤…….”
“그리고 어디 보자. 케인은… 일단 마차로 돌아가서 볼까?”
“왜지?”
“원래 복권은 쪼는 맛이 있어야 하니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얼굴을 한 케인을 뒤로하고 나는 걸음을 재촉했다.
‘진짜 불굴 말고 뭐가 떴으려나…….’
설마 불굴이 낫지 이게 왜? 하는 게 붙진 않았겠지.
나는 살짝 초조하고 긴장되는 마음에 숨을 크게 들이쉬다 내뱉곤.
마부가 날 발견하고 내려 문을 열어주기도 전에 먼저 문을 확 열고 들어가 앉았다.
“그럼… 본다.”
“나보다 네가 더 긴장한 거 같군.”
“당연하지.”
강수호의 적금과 시간, 멘탈. 그리고 아델리안의 금력 등을 갈아 넣은 결과를 이제 보는 건데 긴장 안 될 리가.
‘트레잇… 창!’
[케인 레이너스―시작하는 자]대표 Traits : [불망(SS)] [천재(S)] [외형(A)] [신체(S)]
히든 Traits : [불운(F)] [강인함(A)]
‘뭐야 이거.’
나는 목각판을 가리고 있는 트레잇 창을 읽곤 순간 멍해졌다.
‘이런 게 있었어?’
불망? 그게 뭔데. 저게 무슨 트레잇인데.
나는 허겁지겁 트레잇 창을 지우곤 목각판을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