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Extra in a Trash Game RAW novel - Chapter (144)
망겜 속 엑스트라가 됨-144화(144/373)
내 생각보다 빠르게 샤하드가 결론을 내린 모양.
가든파티가 있은 지 며칠이 채 지나지 않아 비공식적으로 아델리안을 초대하는 샤하드의 사자가 다녀갔다.
“이번 일만 끝나면 나머진 별로 막힐 게 없으니 오늘 담판 짓고 올게.”
애초에 수도에 온 이유가 무엇인가. 가디아의 도플갱어 사건 때문 아니었나.
그런데 그것을 얼추 해결한 뒤에도 남아 있던 건 세이렌의 판매 및 추후 교단과의 전쟁 때를 위한 황족과의 연결고리를 위해서.
또한 악신교단이 얼마나 황실과 아카데미에 파고들었는지 확인 후 대책을 세우기 위해.
‘그런데 이제 하나 남았단 말이지.’
교단이 아카데미는 얼추 파고들었으나 아직 황실에는 손을 뻗치지 못한 시기라는 걸 확인했고, 도플갱어 포션을 어느 정도 수면 위로 올려도 놨다.
나중에 저 도플갱어 포션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안다면 이건 꽤 성과지.
제법 높으신 양반의 도플갱어가 마나 폭탄을 안고 들어가 요지에서 테러를 한다거나 하는 꼴은 안 봐도 되는 거다.
원래 원작에선 좀 두들겨 맞은 다음에나 경각심을 가지고 나중에 공포와 고통으로 포션을 해제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될 때까지 입은 손해가 얼마였는지.
그러니 지금만 잘 넘기면 된다.
지금만.
“…아델리안 공자. 내 말 듣고 있는가?”
“예. 잘 듣고 있는데 왜 그러시죠.”
내가 히죽거리며 말하자 샤하드는 뭔가 혼란스러운 눈으로 날 바라보았고 그 뒤에 서 있던 보좌관은 안경을 매만지는 척 나를 노려본다.
“…그러니까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아, 세이렌 이권요? 당연히 황자님과 하려 했습니다. 저희 아버, 크흠. 아니 제 독단적인! 판단으로. 사실 저는 예전부터 그 1황녀… 세… 크흐흠. 하여튼 그분보다 샤하드 황자께서 더욱 잘 쳐주실 거로 생각했거든요.”
내가 하하핫 웃자 샤하드의 미간이 살짝 찡그려진다.
아마 내가 머저리처럼 보이는 모양이지.
“이게 다 제가 바득바득 우긴 결과입니다. 그러니 아시죠? 다 제 덕이 좀 있다 이겁니다. 물론 아, 뭐… 무언가를 바란 건 아니지만, 하하.”
“0.05% 정도 생각해 보지.”
이중 계약이라고 해야 할지. 어차피 이 시대에서는 만연한 일이다. 본가에 보내는 서류에는 샤하드 황자에게 주기로 한 이권에 0.05%를 더해서 주고 샤하드 황자는 반대로 0.05%가 모자란 계약.
그리고 그 차액은 내 주머니로.
그리고 저 정도면 꽤 큰 액수인데 그만큼 샤하드가 제 몫을 양보했다는 거니 아마 그 이면에는 검은 로브의 조직을 의식한 거겠지.
어쩌면 그 돈이 조직으로 일부 들어갈 거로 생각한 모양이지만.
‘이러나저러나 전부 내 몫이지.’
물론 누군가는 ‘에계, 겨우 0.05%?’ 하며 어디서 들은 것으로 ‘그거 순이익인가요, 매출에서 떼는 건가요?’ 할 수 있지만.
가챠 게임 몇 번 해보면 안다. 저게 얼마나 높은 수치인지.
더불어 지구에서도 핸드폰 파는 기업의 돈을 0.05% 내 주머니에 쑤셔 넣을 수 있다고 생각해 봐.
“…그래. 세이렌인가 하는 그 귀물에 대한 계약은 이것으로 완료하지.”
“아이고, 탁월한 선택 하셨습니다. 이제 며칠 후부터 이 테이트리아 제국의 수도에 깔리는 모든 세이렌은 샤하드 황자께서…….”
“그만, 그 이야기는 그만하고. 그대, 이것을 알고 있는가.”
샤하드가 머리가 아픈 듯 관자놀이를 짚다가 날 노려보더니 옷 안쪽에서 조그마한 종이를 꺼낸다.
그리고 나는 내 인감도장 날인이 보이자마자 흠칫하며 얼른 다가가 그 손을 잡고 종이를 가렸고 내가 자신의 손을 잡자 샤하드도 깜짝 놀라 손을 빼낸다.
“쉬쉬쉿. 이런 걸 이렇게 막 보여 주시면 안 됩니다.”
“알았으니 뒤로 물러나.”
샤하드가 드물게 당황한 얼굴로 나에게서 멀어지고 싶은 듯 소파에 몸을 파묻음에 내가 키득거렸다.
“이햐, 황자님과 제가 한배를 타고 있다니, 너무 신기하네요. 이걸 제게 보여 주셨다는 건. 어디 보자… 전할 말씀이라도?”
내가 내 손을 맞잡으며 하하, 가볍게 웃자 샤하드가 못 미더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해제를 요청한다고만 전해.”
그리고 나는 그의 입에서 나온 말에 짙게 웃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샤하드 황자님.”
* * *
며칠 후, 세이렌이 풀리기 시작했다.
황족과의 이권 협의 전부터 구해 둔 가게에 이제는 당당하게 황실과 협의 완료했단 의미로 문장을 걸고.
“지금 사면 1급 세이렌을 한 달에 고작 1골드 99실버! 1골드 99실버에 만나실 수 있습니다! 12개월 할부 이벤트와 더불어 지금 구매하시면 사은품으로 세이렌 전용 주머니도 드려요!”
“남녀노소 누구나 생활의 필수품! 사용법이 서투신 분들을 위해 무료로 알려드려요!”
“남과는 다른 나만의 개성! 기본 흰색, 검은색 세이렌이 질리신 분은 다양한 컬러풀 세이렌을 확인하세요!”
현대 문명의 판촉 활동을 맛봐라.
생각 외로 양산형 세이렌의 제조 비용은 싼 편이었다.
글쎄 원가만 따지면 10실버는 하려나? 대량 생산과 이미 완성형인 세이렌 프로토 타입이 존재했기에 개발 비용이 거의 들지 않았던 것도 호재였고.
다만 세이렌 프로토 타입의 기능을 최대한 다운그레이드하며 복제하는 방법을 찾느라 좀 시간이 걸렸을 뿐이지.
‘게다가 본래 목적이 돈을 버는 게 아닌 정보의 통제니까.’
너무 비싸게 팔 이유가 없다. 마음 같아서는 더욱 저렴하게 판매하고 싶긴 했는데. 저 정도 아티팩트를 일정 가격 이하로 팔았다간 되려 의심을 살 테고.
그러니 도시 하나급, 최하급 세이렌.
물론 그 최하급이라는 말이 주는 어감 덕에 판매할 땐, 1급 세이렌이라 불리는 건 최대한 박리다매로 가고 그 뒤는 프리미엄 라인이라는 명목으로 1천 골드부터 시작하니까 골드 수급도 나쁘지 않지.
대륙에서 상단끼리 거래할 때나 간혹 볼 수 있던 할부라는 개념을 민간에 풀어버린 데다 이곳은 덤이라는 개념 또한 보편적이지 않은 편이라 세이렌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다른 곳도 아닌 제국의 황도다 보니 전체적으로 부유한 이들이 많은 편인 것도 크고.
“이건 혁명이야!”
“매일 마음 졸이며 애인의 편지를 기다릴 필요가 없어.”
“아니, 당장 목재가 필요해도 평소엔 거리가 멀어 내일로 미뤘지만 이제는 그냥 세이렌으로 배달시키면 된다니까?”
처음에는 굳이 아주 먼 곳도 아닌 고작 이 도시 하나에서 사람과 대화를 쉽게 하는 것에 돈을 쓰다니 하는 반응이었으나 어딜 가도 장사는 입소문이다.
첫날에 8개가 팔린 세이렌은 그다음 날 바로 두 자릿수로 늘어났고 또 다음날은 세 자릿수로 바로 치고 올라갔다.
게다가 잘나가는 귀족과 황족, 거기에 신관에게 미리 프리미엄급을 뿌려둔 효과 덕인지 소위 지구에서 말하는 힙하다는 인식도 생긴 모양이고.
물론 싫어하는 사람 또한 존재는 하지.
“아니, 뭘 저런 걸 팔아서 말이야.”
“떼잉, 쯔쯧. 마누라가 큰맘 먹고 사왔다고 저걸 턱 하니 쥐여주는데 어제 마신 술이 목에 턱! 걸리는 것 같았다니까!”
“이제 야간 보초 경비 일이라고 둘러대고 술집으로 빠지진 못하겠구만.”
“당신! 어제 그 술집에 없었다는 것을 새벽에 마차 타고 떠난 이에게 세이렌으로 확인했다고!”
“크윽, 분하다. 그래 내가 죽였다!”
나는 번화가에서 시원한 아이스 레몬티나 마시며 그 모든 상황을 눈에 담으며 씩 웃었다.
“아, 좀 재미있네.”
어쩐지 지구의 풍경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모든 사람이 들고 있지는 않으나 손에 세이렌을 들고 조잘거리는 것이 핸즈프리 이어폰으로 통화하는 현대 같아서.
“신기해요. 이렇게 인기가 많아질 줄은 몰랐구.”
“그러게. 일단 옆집이 샀다니 나도 산다 이런 느낌이기도 하고.”
나는 루나와 레이첼이 하는 말에 턱을 괴고선 하품하며 대답했다.
“그게 유행이라는 거야.”
생각해 보면 당장 필요 없는 것 같아도 남이 사서 좋다니 나도 사야 할 것 같고.
안 사니 뒤처진 느낌이 드는 데다 파이얀의 말에 따르면 아카데미에서는 요즘 대화의 주제가 세이렌이라 없으면 잡담도 나누기 힘들다던가.
그러면 당연히 여유가 되는 이들은 자신의 부모에게 사달라고 조르기 마련.
물론 이것에 따른 폐단은 있다. 세이렌을 사기에는 좀 부담되는 가정의 아이나 사람들.
‘뭐 그건 샤하드가 이미지 개선을 위해 일정 분량을 복지 차원으로 제공할 생각이 있다 했으니.’
당장은 세이렌이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과도기니 별수 없기도 하고.
‘그리고 의외인 건, 생각보다 도청이란 개념이 희박하네.’
나는 사실 그 부분이 제일 난관일 수 있다 판단했다.
누군가와 대화를 가능하게 해주는 아티팩트면 당연히 그걸 몰래 들을 수도 있다는 가정을 할 거라 여겼으니까.
그런데 기계가 아닌 아티팩트라서 그런지, 그런 부분은 당연히 ‘마법적으로’ 보호된다고 여기는 모양.
물론 귀족이나 황족들은 그래도 약간의 인식이 있는지 크루거 가문 쪽으로 따로 문의 등이 들어온 모양이지만.
“이제 슬슬 황도에서 떠날 준비를 해야겠네. 나중에 다시 오긴 해야겠지만 지금은 케인이 돌아오기만 하면 언제든 움직일 수 있도록 대비하자.”
사실 하나하나 따지면 모든 것이 해결된 상태는 아니긴 하지.
특히 양면의 신과 얽힌 일은 파고들면 너무 크다. 적당히 발을 한번 빼는 것도 나쁘지 않아.
당장 할 일이 없다면 모르지만 나는 내가 원하던 이들도 아직 다 만나지 못한 상태라 최소한 남해 군도는 한번 다녀와야 했다.
거기에 파이얀을 잠입시킨 일도 단기간에 승부를 보겠다는 의도는 아니었으니 추후 상황은 세이렌으로 알아가며 진행하면 된다.
‘사실 이게 가능한 건 돈이 많아서 언제건 게이트를 탈 수 있기 때문이지만.’
결국 지금 상황을 일단 덮어놓는 형국이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다.
무슨 일이 생기면 언제든 황도로 돌아올 수 있으니까.
‘무엇보다 폭풍우의 구슬은 탈취당한 상태에서 일단 힐러부터 손에 넣어야 하니.’
그래서 케인만 돌아오면 나중에 다시 돌아오는 한이 있더라도 잠시 떠나있자 하는 내 말에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네. 도련님.”
“알겠습니다. 아델리안 님.”
―도서관도 더는 볼일 없으니. 그러죠, 관리자님.
내 말에 모두 고개를 대답하는데 레이첼만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넌 왜.”
“아니, 있잖아. 너 좀 심한 거 아니냐?”
레이첼의 말에 내가 어깨를 으쓱였다.
“뭐가?”
“황도잖아. 대륙에서도 손꼽히게 큰 도시인데. 관광도 안 해, 맛집만 몇 번 가고 술도 진탕 마신 적 없어. 우릴 따돌리고 이상한 곳에 놀러도 안 가, 투기장도 안 가. 도박장도 안 가, 암시장도 안 가?”
그 나이대 인간 남자가 뭐 그리 재미없게 살아? 하며 레이첼이 빽 소리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는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지 않는 걸 보니 루나나 제로, 리프 중에 누군가가 마나 장막이라도 펼친 모양.
“하, 진짜 아델리안아. 난 네가 걱정돼. 인생 짧다. 응? 용생은 길어도 인생은 짧은데 왜 재미있게 안 살아? 너 돈도 많잖아! 막 암시장 가서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하면서 막 쓰고?”
그래야 경제가 돌아가고 나라가 돌아가고 하는데! 하고 소리치는 레이첼을 내가 어처구니없단 눈으로 바라보았다.
애초에 암시장에서 돈 쓰는데 세금이 붙어 뭐가 있어. 경제는 무슨, 암시장 경제나 돌아가겠지.
“말은 제대로 해야지. 네가 놀고 싶어서 지금 날 방패로 든 거잖아, 레이첼.”
내가 기가 막혀서 한소리 하니 레이첼의 붉은 눈이 번들거린다.
“맞아! 내가 놀고 싶어!”
저저저저. 솔직한 거 봐라. 나는 레이첼 좀 어찌 해보라는 듯 루나를 보는데 루나도 슬쩍 내 눈을 피하네?
아니.
다른 누구도 아닌.
루나가……?
거기에 제로와 리프도 모른 체 나랑 눈을 안 마주치려고 목에 주름 생길 만큼 고개 돌리고 있다.
와, 진짜 너무하네?
“사실… 레이첼의 말이 아주 틀린 건 아니구…….”
“솔직히 아델리안 님. 케인 선배가 돌아오기 전까지 좀 즐기셔도 됩니다.”
―선배들의 의견에 저도 동의합니다.
저 셋이 저렇게 나오니 레이첼이 아주 의기양양하고 기세등등하게 나를 보며 씩 웃는다.
“들었지?”
아씨. 케인이 없으니 이게 불리하네.
3:1과 3:2는 기분이 너무 다르다.
케인만 있었어도!
“…잠시 일단 내 말 좀 들어봐. 솔직히 우리 파티의 분위기를 위해 이런 말까진 내가 안 하려 했지만.”
나는 일단 흥분 상태인 레이첼을 가라앉히기 위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무려 케인 그 녀석이 연락이 안 된 지가 지금 며칠째야. 좀 심각해. 하다못해 세이렌으로라도 연락을 받아야 하는데 아예 두절된 건 위험하거든.”
케인 정도 되면 손으로 직접 잡고 있지 않아도 사념으로 대화가 가능했을 테니까.
내가 굳은 얼굴로 말하자 레이첼이 핏빛처럼 붉은, 루비 같은 눈동자로 날 물끄러미 바라보며 입을 연다.
“그래서?”
“…어?”
“우리 중에 케인을 추적 가능한 사람 있어? 나랑 루나, 제로와 리프가 황도 외곽까지 늘 순찰 다녀. 너도 수시로 세이렌으로 말 걸고 있잖아.”
우리가 뭘 더 할 수 있는데?
하는 말에 나는 바로 입을 열지 못했다.
“우리야말로 너 생각해서 입 다물고 있던 거야. 이러나저러나 그 녀석은 그 나이를 빼고 생각해도 제법 강한데 돌아오지 않으니까. 그렇다고 뭐 울며 기다릴 거야?”
…하긴 나도 저들을 생각해 입에 올리지 않았으니 저 아이들도 날 생각하는 건 마찬가지였겠구나.
나는 천천히 걱정스러운 눈동자의 루나와 조금 난처하게 웃는 제로. 그리고 무표정해 보이지만 날 신경 쓰는 리프를 보다가 머리를 쓸어넘겼다.
어차피 마왕을 잡는 건 원작에서도 희생은 있었으나 불가능하지 않았다.
나는 최대한 이들을 즐겁고 행복하게 해주려 한 게 목표였는데, 오히려 신경 쓰이게 하고 불안하게 만들면 안 되지 내가.
그러니 그냥 눈을 마주했다. 나를 바라보는 저 아이들의 눈동자와.
“좋아. 원한다면 놀아 젖혀주지.”
케인에 대한 불안감은 있으나 사실 나는 부유감이 아니라도 주인공 보정을 믿고 있으니까, 남은 건 루나와 제로, 리프와 레이첼의 멘탈 관리.
하다못해 최악의 상황이 된다 해도 대륙판 원숭이 손 아이템과 더불어 그 지하에 있는 ‘기적’이란 걸 사면 될 테니.
나는 느리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