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Extra in a Trash Game RAW novel - Chapter (183)
망겜 속 엑스트라가 됨-183화(183/373)
빛무리 해파리들이 떼를 지어 성을 맴돌 때마다 산호와 석영으로 만든 성은 오채 빛으로 찬란하게 빛이 났다.
단단한 석영끼리 맞닿은 곳 일부는 황금을 녹여 이은 듯 아름다운 성.
그 가장 아래에 자리한 조개 모양의 왕좌에 드러누운 거구의 사내에게로 다른 인어족 사내 하나가 급히 헤엄쳐 다가갔다.
한 손에는 물고기 한 마리를 움켜쥔 채로.
“바룩! 바룩, 이거 좀 봐.”
“웬 호들갑이냐. 그 물고기는 또 무엇이고.”
인어족 사내의 경망스러운 목소리에 왕좌에서 바룩이 일어나 앉아 묻자 사내가 물속에서 제비를 돌 듯 한 바퀴 돌며 바룩에게로 급히 헤엄쳐 갔다.
“니비즈의 물고기야!”
사내의 말에 바룩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특수한 트레잇으로 인해 작은 해양 생물을 전령으로 쓰는 니비즈라지만 정찰을 보낸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물고기가 벌써 왔다?
별일 없었다면 본인이 직접 왔을 터.
바룩이 손을 움직여 인어족 사내 근처의 물을 손처럼 만들어 움켜쥔 뒤 확 당겨 자신의 코앞으로 데려온 뒤 물고기를 빼앗듯 낚아챘다.
“인간. 배. 인간족. 배.”
“인간?”
감히 아가미도 없는 종족이 인어족 영토 안까지 겁도 없이 왔단 말인가.
언제나 그랬지. 걸림돌이 되는 족속들! 가장 최근에는 결국 폭풍우의 구슬도 훔쳐 가지 않았었나.
그들과는 다른 무리겠으나 결국 크게 보면 인간은 인간일 터.
거기에 니비즈가 아직 오지 않았다면.
‘설마 레비니아를 노린 건 아니겠지.’
폭풍우의 구슬도 알고 왔던 자들이다.
그렇다면 레비니아의 존재를 알 수도 있지. 그게 아니라도 니비즈가 처리되었다면 적대적인 세력.
‘그게 아니라면, 설마 레비니아의 각성?’
게다가 아무리 아직은 가짜 왕이나 다름없다고는 하나 인어족 중 가장 강한 바룩이었다. 그의 예감이 좋지 않았다.
바룩은 급히 왕좌 옆에 놓아둔 트라이던트를 쥐어 물의 마나를 강하게 밀어 넣었다.
마치 공명하듯 짧게 웅― 하더니 트라이던트에서 비롯된 진동이 근처의 바다로 삽시간에 퍼졌다.
“뭐, 뭐야. 집합 명령? 갑자기?”
“니비즈가 고작 이 말만 전한 뒤 돌아오지 않았다는 건 거의 일격에 즉사했다는 소리나 다름없다. 느낌이 좋지 않아.”
아주 먼 바다에까지 나간 형제자매들이 돌아오긴 힘들겠으나 이 정도면 2~300명은 1시간 내로 집결할 터.
“별일 없다면 다행이겠으나 변수는 많지. 하지만 결국 레비니아만 우리 손에 들어오면 상관없다.”
마음 같아선 그녀를 죽이는 게 가장 빠른 길이었을 터. 하지만 로열블러드. 인어 왕의 피를 간접적으로나마 받은 이들은 로열블러드 그 자체인 레비니아를 직접 죽일 수 없었다.
‘하지만 만약 누군가 레비니아를 도와주고 있는 거라면.’
죽이진 못해도 절망에 빠트릴 수는 있겠지.
혹은 레비니아를 돕는 게 아닌 이용하려는 것이라 해도.
“밥 먹다가 나 뛰쳐나왔잖아.”
“갑자기 왜 긴급 소집이야, 형. 그것도 전투태세로 오라니.”
“바룩, 별일 아니면 보석으로 대신해야 할 거야, 진짜. 애인이랑 좋았는데.”
잠깐의 시간이 흐른 후 왕좌 아래로 인어 왕족의 방계들이 삼삼오오 모이자 바룩이 트라이던트를 쥐고 입을 열었다.
“모두 모였으면 출발한다.”
니비즈가 더 이상 물고기를 보내지 않은 것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말 그대로 한 번에 죽은 것이나 다름없단 소리.
니비즈가 보통의 인어였으면 모르되 그녀도 인어 왕족의 방계였다. 그런 니비즈를 한 번에 죽였다는 것은 상대가 엄청난 강자라는 것.
‘그렇지만 바닷속은 인어족의 영토지.’
인어족들이 빠르게 헤엄치는 덕에 꼬리 뒤로 하얀 기포가 잔상처럼 남는다. 이백이 넘는 인어 왕족의 이동에 근처의 모든 해양 몬스터가 지느러미를 감추고 숨었다.
“모두 마나를 최대한 물과 동화시켜라. 상대 쪽에 마나 감지에 특화된 이가 있다고 여기도록.”
“그래 봐야 인간이라며. 카즈가 그러던데?”
“그래도 니비즈가 당한 것 같다잖아. 난 재미있을 거 같아.”
“폭풍우가 지나간 다음이라 안 그래도 물의 마나가 사나우니 기척을 숨기는 거야 아주 쉬운 일이지.”
다들 가벼운 마음이었다. 경망스러운 카즈의 말대로라면 고작해야 인간 아닌가.
니비즈가 죽었다?
제법 실력 좀 있나 보지. 그런데 그냥 인어족도 아닌 왕족이 기백명이니 무슨 걱정이란 말인가.
그렇지만 모두들 바룩의 말에 따라 기척을 숨겼다.
그것은 바룩의 말이 지엄해서도 아니고 겁이 나서도 아닌 재미있을 것 같아서.
마치 숨바꼭질이라도 하는 느낌으로 기척을 숨겼다. 바룩의 말에 반항하듯 기척을 숨기지 않던 인어족 몇몇이 재미있겠다는 다른 형제들의 말에 모두 감췄으니.
그것이 폭풍우의 섬에 다다랐을 때까지 케인이 감지 못한 이유였다.
“배다. 진짜 인간의 배가 있는데? 그런데 고작 한 척이야.”
가장 눈이 좋은 이가 저 멀리 일렁거리는 아주 작은 점 하나를 보며 하는 말에 다른 인어족들이 웃었다.
“한 척? 장난해?”
“바룩. 우리 모두 한입씩 뜯어먹어도 모자란 먹잇감을 두고 뭐하는 짓이야.”
“네가 가장 강한 것은 알지만 우리 모두를 이렇게 이유도 의미도 없이… 어……? 바룩?”
아주 작고 조그마한 새의 깃 하나. 그리고 그 깃에서도 가장 가늘고 가는 깃털 한 오라기를 뽑아 몸에 어루어 내는 것 같은 감각.
이 많은 인어족 중 단 한 명.
바룩만이 느낀 기감.
누군가 저 배에서 이 먼 곳까지 기감을 풀었다. 그 옅은 간질거림에 바룩이 물의 마나를 끌어올렸다.
‘엄청난 강자로군.’
하지만 바다에서만큼은 인어족을 이길 수 없지.
저 배만 부수면 발 디딜 곳 없는 곳에서 마나만 쓰다가 결국엔 숨이 꺾일 터.
기척을 지우는 것을 그만두고 단시간에 물의 마나를 모아 해수면 위로 떠올려 양팔을 앞으로 밀 듯 거대한 물의 폭탄을 날렸다.
그것은 새보다도 빠르게 날아 이제 막 소용돌이 지대로 접근한 인간족의 배로 날아가더니 갑자기 양쪽으로 나눠지며 터졌다.
“저걸 반응한다고?”
“물의 마나를 응집한 건데 반으로 갈랐어!”
“느껴져. 저 배에 레비니아가 있다!”
누군가 외쳤다. 레비니아라는 이름에 인어 왕족들의 눈이 번들거렸다.
그녀가 돌아와 혹시라도 왕좌를 되찾는다면 보석과 음식으로 가득한 지금의 생활은 물속에 뿌려진 상어의 피처럼 사라지겠지.
“한 번 더!”
바룩이 연달아 날린 물 폭탄을 누군가 이쪽으로 접근하며 모두 터트린다.
저것이 단순한 물의 덩어리라고 해도 보통일이 아닌데 물의 마나를 응집한 것을 저렇게 간단하게 가르다니.
거기에다 상대방이 대놓고 마나를 풀어 탐색하는 것이 몸에 지릿지릿 전기뱀장어라도 터트린 것처럼 지독하다.
‘이렇게 강하다고?’
‘감히 바닷속에서, 인어의 앞에서?’
그동안 진정한 왕을 버린 대가로 취한 것들에 빠져 즐겼다고는 하나 원래는 레비니아를 위한 호위.
인어 왕족은 전부 전투를 위한 족속들이다.
그 아몬드형 눈동자들에 살기가 번들거리기 시작했다.
“온다.”
누군가 중얼거린 그 순간.
위에서 아래로 오러가 쏟아져 내렸다. 본디 마나는 자연에 고루 퍼지려는 습성이 있어 마법은 진언으로 그것을 묶는 반면 한 번 몸으로 정제한 오러는 그 습성이 더욱 과해 아주 강하게 뭉치지 않는 한 흩어질 텐데.
공기도 아닌 바닷물 속을 가르고 들어올 정도로 강력한 오러를 수십 발 날리다니.
뭉쳐 있던 인어 왕족 몇몇이 비명을 내지르며 팔이나 꼬리를 움켜쥐고 몸을 비틀었다.
“산개하여 물의 마나를 뭉쳐!”
지상이라면 무기를 드는 게 강할지 모르지만 물속이라면 물의 마나 자체가 무기!
인어족들이 물의 마나를 꼬아 채찍처럼 솟구치게 한 물줄기가 수면을 고고하게 딛고 선 케인을 후려치고 붙잡으려는 듯 뱀처럼 날뛰었다.
그것을 케인이 가르고 중간 중간 바룩이 날린 물 폭탄을 터트릴 때마다 사방이 굉음으로 가득하다.
거기에 오러를 실어 바닷속으로 퍼부으니 마나 어뢰라도 수십 발 쏘아댄 것처럼 여기저기서 물기둥이 하늘로 치솟으며 마치 비처럼 내렸다.
수십 개의 작은 무지개가 생겼다 사라진다.
물을 쪼개고 한 번 더 쪼갤 만큼 강한 공격이 서로 오가며 점점 주위로 해무가 끼기 시작했다.
“저 인간 뭐야!”
“저딴 게 인간이긴 해? 이게 무슨!”
바룩이 트라이던트에 마나를 실어 물 밖으로 내찌르자 검은 무광의 트라이던트가 서로 날을 얽으며 엉켰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그 반동에 인어들이 뒤로 밀려나가며 순간 사방이 고요해지더니 바룩과 케인이 서로의 눈을 물속과 물 밖에서 마주했다.
“…강하군, 인간.”
하지만 네 약점은 혼자라는 거지.
바룩이 트라이던트를 회수한 뒤 인어들에게 소리쳤다.
“모두 물의 마나를 합쳐 저 인간을 붙들어라. 쏟아 부어!”
나는 혼자 이동해 저 배에서 느껴지는 레비니아를 가져오겠다.
그 말에 다른 인어 왕족들이 서로 눈짓한 뒤 서로의 마나를 공명해 마치 하나인 것처럼 물의 사슬을 뽑아 바룩을 쫒으려는 케인의 몸을 휘감았다.
“감히.”
케인의 황금색 눈동자에서 마치 불꽃같은 것이 일렁이듯 안광이 돌았다.
하지만 모든 인어족이 공격이 아닌 방어를 선택함과 동시에 물의 사슬로 휘감아 오러를 쓸 수 없게 마나를 빨아 당김에 케인이 한 번 으득, 이를 간 후 반대로 물의 마나를 인어 왕족들에게서 갈취하기 시작했다.
“내… 내 마나가!”
“이렇게 많은 마나를 삼켰다간 당장 몸이 터질 거다, 인간! 그만해!”
그 모습에 모든 인어족이 마나를 끌어 올리며 케인의 흡수에 저항하기 시작했다.
‘이럴 시간이 없다.’
케인의 기감에 소용돌이 지대 위를 횡단하는 일행과 더불어 그 근처까지 도달한 거구의 인어족 사내가 느껴졌다.
만약 이곳이 뭍이었다면 모르겠으나 지금은 그 바닥이 어딘지 모르는 바다 위.
‘위험해.’
넘치는 물의 마나로 인해 대지에 딛고 있을 때보다 기감의 정확도가 떨어진다. 이런 곳에서 뿔뿔이 헤어졌다간 다시는 찾을 수 없겠지.
케인의 눈이 차갑게 빛나며 몸을 칭칭 동여매다시피 한 물의 사슬과 그것에 이어진 모든 인어족을 바라보았다.
“죽을 셈이야? 그만둬!”
“그냥 여기 잡혀 있으라고!”
“인간이 감당하지 못해! 네 몸이 갈가리 찢어질 거다!”
물 아래에서 번지는 비명에 아랑곳하지 않고 케인이 그 모든 물의 마나를 빨아들였다.
그 옥색 검을 든 노인을 상대할 때 무리가 왔었던 전신의 기맥이 들끓는다.
차갑고도 거친 물의 마나가 마치 해일처럼 몸속을 돌아다니며 모든 것을 파괴하는 고통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기백에 달하는 인어 왕족들이 토해낸 피의 바다 위에서 케인이 몸을 움직였다.
몸속에서 휘도는 그 엄청난 물의 마나를 밖으로 버리다시피 쓰며 움직이니 케인이 지나간 다음 펑 하고 공기 찢기는 소리가 뒤를 쫒는다.
옅은 수증기가 케인이 지나간 그 길을 따라 응결되듯 흩어졌다.
소용돌이 지대로 도망친 게 유효했는지 이제야 일행을 포착한 거구의 인어족 사내가 해일을 일으키며 아델리안을 안은 제로에게로 팔을 뻗어 물의 마나로 움켜쥐어 뺏으려던 그 순간!
“아델리안!”
케인이 스카를 쥐고 몸속을 찢을 듯 돌아다니던 물의 마나를 실어 허공을 갈랐다.
“끄아악!”
해일이 반으로 갈라졌다.
경로에 있던 작은 소용돌이 수 개가 와해되며 하나의 거대한 소용돌이가 되기 직전 아주 잠시 무풍지대처럼 조용해지더니 붉은 피가 흩뿌려졌다.
동시에 남은 물의 마나를 최대한 버리듯 한곳으로 뭉쳐 거구의 인어족 사내를 저 멀리 밀어버린 후 고개를 돌린 순간.
소용돌이 위에는 케인 혼자만이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