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Extra in a Trash Game RAW novel - Chapter (19)
망겜 속 엑스트라가 됨-19화(19/373)
“베스, 오늘은 기분이 좋아?”
아무두 없을 때는 목소리가 떨리지 않아요.
하지만 이상하게두 누가 있으면 혀가 굳구 숨이 가빠지는 기분이라 자꾸 말을 느리게 하게 돼요.
그래서인지 그 어떤 이두 없는 곳에서 말을 타구 달리는 게 너무나 즐거워요.
가끔 안장두 없이 베스의 맨 등에 올라타 고삐 대신 갈기를 쥐고 내달리면 우리 둘이 하나가 된 기분마저 들어요.
“당근두 반반 나눠 먹을까?”
당근을 양손으로 잡아 뽀각 하구 나누니 베스가 냉큼 손을 핥으며 당근을 가져가네요. 귀여워요.
요즘 들어 걱정이 하나 생겼어요.
어제는 아델리안 도련님이 너무 지쳐 보여서 아무 말 하지 못했지만…….
“나, 이대루 괜찮을까?”
저두 알아요. 제 쓸모는 사실 튼튼한 몸으로 도련님이 화가 풀릴 때까지 받아주는 일이었다는 걸.
저보다 먼저 있던 전속 메이드는 도련님이 던진 술잔에 이마가 크게 찢어지기두 했대요.
그렇지만, 어찌 된 일일까요?
도련님은 변했어요. 마치 그전의 일은 모두 거짓이었다는 것처럼.
그리구 지금은 아주 큰 일을 하기 위해 준비하는 기분마저 들어요.
그래요. 도련님은 아무두 모르게 무언가를 대비하구 계신 게 확실해요.
조금 무섭지만 하루가 다르게 강해지는 케인이란 아이를 데려온 것부터.
너무 무서운 알카이도 집사님과 대화두 하시구요.
게다가 그 맛이 끔찍한 녹즙이라는 것까지요.
맛은 엉망진창이지만 마실수록 그 효능에 감탄하게 되어요.
이런 걸 마탑에 등록하구 판다면 얼마나 큰 가치를 인정받을까요?
하지만 도련님은 저와 케인에게만 베풀고 계셔요. 이보다 상냥한 분이 계실까요?
“그 아이는 도련님의 기사가 될 거야… 베스. 그럼 난? 난 이대로도 좋은 걸까?”
초원에 있을 땐 이런 걱정해본 적 없는데…….
누군가에게 있어서 정말 필요한 존재가 되구 싶어요.
타인이 있으면 움츠러드는 이 소심함이 원망스러워요…….
조금씩, 조금씩.
한 발짝씩 나가서 언젠가 이 트레잇이 지워질 만큼 제가 강해진다면.
“그럼 도련님은 날 뭐라구 부를까?”
저도 도련님을 지켜드릴 수 있을까요?
* * *
“오, 이번엔 제법 잘 버틴다.”
“으움… 예전엔… 눈으론 검이 보이는데… 몸이 안 따라준 거 같았다면… 지금은 확실히 보구… 예측두 하구 그러네요.”
나는 케인이 구르는 게 잘 보이는 명당자리인 발코니에 나와 마른 과일을 아작아작 씹으며 감탄했다.
“캬. 방금은 검이 꺾인 거 아니야?”
“네에, 검로가 중간에… 휘어져서. 뱀처럼요… 그래서 아마 기술명에 스네이크가… 들어갔던 거 같아요…….”
그걸 막고 반격하네. 짜식… 많이 늘었다.
처음엔 휙 하면 날아가 있고 퍽 하면 뼈가 부러져 있고 그랬는데.
자꾸 구경하다 보니 슬슬 눈에 익는 양 검이 움직이는 것도 보이고 허초를 섞어 페이크 거는 동작도 구분이 된다.
“어라? 방금은 뭐야? 케인이 공격한 거까지만 알겠는데.”
“와… 검을 휘두르는데… 그 짧은 순간에… 휘두르는 속도를 가속해서… 상대 기사분의 시야 사각으루 들어가서… 찔러 넣었어요.”
물론 종종 안 보이는 것도 아직 많지만.
그나저나 케인. 내가 검술 같은 거에 조예가 없어 단언하긴 힘들지만 지금 대련하는 거…….
“케인이… 우세지?”
“네… 아, 방금까지만요……. 체격과 체중이 워낙 차이가… 나서…….”
하긴, 상대는 2미터는 넘어 보이는 거구다. 아마 몸무게 차이만 해도 어마어마하겠지.
그래도 유효 타격 먹인 게 어디야. 나는 요즘 내 귀에까지 종종 들리는 케인의 별명을 입에 올렸다.
“쟤 요즘 괴물이라 불린다며?”
“네에… 남자 시종들 사이에서… 그런 거 같더라구요…….”
“그럼 여자들 사이에선?”
“참한… 신랑감……?”
나는 예상치 못한 대답에 크게 웃음을 터트리곤 루나를 바라보았다.
“아니, 왜? 케인이 막 나 없는 곳에선 여자들에게 잘해 주나?”
도리도리. 루나가 무슨 소리냐는 듯 눈을 둥글게 뜨곤 바라본다.
“케인 성격에 먹을 걸 사오거나 선물 공세를 하거나, 고민을 들어주거나 말재간이 화려한 것도 아닐 텐데. 아니 왜?”
내 순수한 질문에 루나가 눈동자를 도르륵 굴리다가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
“어… 얼굴……?”
상상치도 못한 답이네.
나는 테이블을 탕탕 치며 웃다가 숨이 모자라 꺽꺽 소리를 내었다.
세상에, 그러고 보니. 무슨 남자 주인공 한 명에 종족별로 미인들이 다 엮이냐고 개연성 발로 찼냐고 누가 댓글 달았던 기억이 난다.
“얼굴이 개연성이지. 암, 그럼.”
댓글 창이 아무리 난리 나도 대댓글은커녕 작가 후기에도 글을 잘 안 남기던 돌이끼가 그랬지.
히로인들이 이렇게 많은 이유는 케인의 얼굴이 개연성이라고.
‘아니, 지금 생각해 보니까 돌이끼. 걔도 히로인 중 하나 아니냐?’
이노센트 사가의 제작진 중 하나가 레이첼이었으면 원작자인 구르는 돌이끼도 히로인 중 하나일 확률이 높겠는데.
“하아. 미친다 정말. 배 아파.”
“뭐 하느라 그렇게 늘어져 있지?”
얼마나 실컷 웃었는지 케인이 대련 마치고 온 것도 몰랐네.
나는 테라스 의자에 기대 뻗어선 손만 들고 입을 열었다.
“참한 신랑감 어서 오고.”
“푸흐…….”
“무슨 개소리지.”
케인이 얼굴을 찌푸리든 말든 난 지금 너무 웃겨.
다시 한번. 이번엔 루나랑 같이 키득거리다 겨우 진정하곤 빈 자리에 앉은 케인에게 녹즙과 마른 과일을 밀어줬다.
“너 요즘 별명이 괴물이라던데. 알아?”
“…다만 열심히 하고 있을 뿐이다.”
“가끔은 적당히 해. 처음에 자신보다 못한 이를 보면 사람은 도와주고 싶지만, 그게 역전이 되면 뱀처럼 마음에 열등감이 똬리 트니까.”
“어중간한 격차를 보이면 그렇겠지. 손에 닿지 않을 정도로 큰 격차로 벌어지면 그때부터는 추종하더군.”
이거 흑마법사의 실험체로 있을 때 보거나 겪은 일인가?
그때 에피소드는 원작으로 쳐도 초반.
게임엔 아예 안 나온 터라 가물가물하지만 나중에라도 차차 머릿속에서 긁어 빼보기로 하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당장은, 넌 밟히기 쉬운 새싹 아니겠어?”
“누군가 밟는다면 그자의 발등을 뚫어보도록 하지.”
“그래야지. 그래야 내가 후원하는 내 예비 기사 답지.”
하여간 자신감은.
나는 으쓱하곤 일어나며 이젠 습관처럼 크루거 반지를 손끝으로 챠르르 돌렸다.
머릿속 한쪽으로 돌아가는 아공간들.
이게 거슬릴 만도 한데 그냥 과거의 기억을 회상하듯 자연스럽다.
“오늘은 이걸로 읽어 볼까…….”
아델리안의 허세용 서재에서 무역에 관계된 책 하나를 꺼내 간략하지만, 지도 삽화가 그려진 부분을 펼쳐 놓곤 앉아 턱을 괸다.
‘어디 보자… 사막이 대충 이쪽인가.’
알카이도에게 받은 자료를 본 나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보통 대륙을 혼란으로 빠져들게 하는 이유 중에, 케인의 과거와 관련되어있는 악신교단의 경우 100퍼센트 확률로 준동한다.
그리고 그들이 중심으로 파생되는 랜덤 인카운터 메인 스트림은 모두 5개.
수인족과의 전쟁, 전염병, 몬스터 웨이브, 제국의 황위 찬탈 내전, 그리고 언데드의 준동.
그런데 지금 자료로 읽을 수 있는 이벤트가 무려 4개.
사막으로 들어가는 식량이 늘어났다는 지표.
거기에 케인이 마을에서 수인족 노예가 늘어났단 소문을 듣고 왔지.
이건 100퍼센트 수인족과의 전쟁이랑 관련 있으며 약초의 흐름은 아마도 전염병일 것이다.
몬스터 부산물이야 누가 봐도 몬스터 웨이브 이벤트고 마정석도 아마 제국의 내전과 연관되겠지.
그럼 남는 이벤트는 언데드의 준동인데…….
“5개 중에 4개가 지금 시작되었는데 하나만 빠졌다?”
이거라도 빠졌으면 하고 속으로 빌곤 있지만 촉은 이미 딱 걸렸다는 신호를 보낸다.
아마 내 기억으론, 케인이 자신을 실험체로 쓰던 흑마법사를 칼찌하고 도망쳤을 때.
30퍼센트 정도의 확률로 흑마법사가 죽지 않고 사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 경우가 걸린 것 같았다.
‘그럼 살기 위해 용쓰다 원하던 하이 리치 대신 고작 저급한 로우 리치로 변하는 걸 선택하지.’
그리고 당연히 케인에 대한 분노가 하늘을 찌르면서 복수가 시작되는데…….
나는 나도 모르게 양손으로 머리를 쥐어뜯었다.
“후우, 이 똥망겜.”
벨런스 패치 안 하냐, 진짜.
보통 2개. 진짜 가끔 3개 걸리는 날 우리끼리 하드 모드라고 불렀다.
나도 3개까지는 같이 걸려봤지. 전염병, 수인족, 내전.
‘그런데 5개? 5개? 장난해?’
커뮤니티에서도 단 한 명. 4개 걸린 사람이 올린 인증샷에 내가 뭐라고 댓글 달았더라?
‘캬, 코리안 난이도.’
역시 남을 비웃으면 안 된다.
다 업보가 돌아오는 법이다.
5개로…….
‘정신 차리자.’
강수호. 정신 차리자.
아델리안. 정신 차리자, 진짜.
새 게임 버튼 같은 거 없으니까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
게임에서야 랜덤 인카운터였지만 원작에선 한 번에 다 나온 게 맞긴 하니까.
원작의 케인이 죽도록 굴러가며 해결했으니 지금 케인도……?
나는 루나와 테라스에서 대화하는 케인을 흘긋 보다 한숨을 뱉었다.
“괜찮아. 아직 시간적 여유는 있어…….”
다만 케인을 좀 더 영글게 한 뒤 떠나려고 했던 계획은 앞당겨야겠지만.
‘이제 게임을 기반으로 한 감각은 버려야 해.’
게임 시간으론 2년은 족히 여유가 남았지만 이곳은 현실이다.
‘지금이라도 알카이도처럼 케인에게 예지안이라 구라치고 다 말해?’
아니지. 무엇 하나가 방아쇠가 되어 어찌 변할지 몰라.
게다가 결국 그 말을 하는 순간 내가 대놓고 길잡이가 되어버린다.
그럼 케인의 트리가 엉킬 확률이 높아지고…….
나는 머릿속으로 우선순위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내전은 당장 일어나진 않는다. 수인족과의 전쟁도 마찬가지.
전염병은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며 언데드 같은 경우는 결국 케인만 성장시키면 되는 부분이니까.
‘그럼 남는 건 몬스터 웨이브.’
이게 그나마 당장 대처 가능한 인카운터.
문제는 이게 내 기억엔 게임에서 2차 웨이브였다는 것이고, 지금은 시기상 1차 웨이브인데.
‘분명 원작 내용으로 1차 몬스터 웨이브는 레이첼이 막았었단 말이지.’
레이첼을 믿고 가만 둬도 되나?
하지만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이 싸늘함은 분명 안 된다고 경고 중이다.
‘하긴 그 다혈질 도마뱀만 믿기엔 레이첼 자체가 변수 덩어리니까.’
“일단은… 식량을 사둬야겠어.”
여러모로 쓰일 테니까.
나는 내일 당장에라도 경매장으로 가 식량을 긁어모을까 고민하는데 누군가의 노크 소리가 들린다.
“뭐야. 무슨 일이지?”
“도련님. 경매장에서 매니저를 통해 물건을 보내 왔습니다.”
경매장?
물건?
나는 들썩이려던 몸을 억지로 억누르며 들어오라 일렀다.
“아이고, 도련님. 접니다. 도련님의 충실한 전담 매니저어!”
나는 손을 샥샥 비비며 굽신거리는 고블린 매니저를 보다 어깨를 으쓱였다.
“물건이나 주고 가.”
“여부가 있겠습니까.”
두툼한 금반지를 손으로 샥 비벼 아공간을 여는 듯하더니 이내 테이블 위로 물건을 하나씩 놓기 시작한다.
“이건 다인용 랜덤 텔레포트 스크롤입니다. 도련님의 요청으로 안전한 곳으로 미리 저장된 65개의 목적지 대신 완전히 랜덤이라…….”
“위험하단 소리지? 내가 쓸 생각은 없어.”
내가 장난스럽게 웃자 누굴 괴롭히려는 모양이지? 하는 얼굴이다.
응, 사실 내가 쓸 거야. 설마 죽진 않겠지. 완전 랜덤 텔레포트라곤 해도 약간의 좌표 보정이 들어가는 것으로 아니까.
진짜 보정된 그 낮은 확률을 뚫고 바다 가운데나 하늘로 좌표 찍히진 않겠지?
“그리고 레기오스 학파의 살아있는 금속이구요.”
수은처럼 보이는 것이 주먹보다 조금 더 큰 플라스크 안에 밀봉되어 들어있다.
나는 그것을 들고 흔들어 보았는데 은색으로 보이던 것이 움직이니 그 안에서 살짝 진줏빛이 돌았다.
“그리고 이것은… 구하기 힘들었습니다.”
고블린 매니저가 목소리를 낮추며 하는 말에 별다른 무늬가 없는, 오히려 빛바래 너무나 낡아 보이는 펜던트를 바라보았다.
“한 달에 한 번. 마법이나 주술 및 일반 물리적 공격도 단 1회라면 완벽하게 막아준다고 하더군요.”
아, 그거?
나는 입꼬리가 올라가려는 느낌에 턱을 문지르는 척하며 입술을 눌렀다.
“뭐 그래 봐야 암살자의 눈먼 단검 정도나 한번 막아주겠지.”
“그렇겠죠? 도련님의 말대로 할데론 지방의 영주가 가보랍시고 경매장에 팔더랍니다.”
이곳에서 할데론같은 먼 곳의, 그것도 영주가 가보를 파는 이야기 따위를 어찌 알고? 하는 눈빛인데.
난 모르쇠 하며 웃었다.
“그래서 확인해 봤어?”
“무슨 말씀이신지…….”
“내가 구해 오라고 한 물건이 진짜 시장에 나온 데다 효능도 공격을 막아준다는 건데. 너희가 바로 나에게 가져올 리 있어?”
내 말에 고블린 매니저가 눈을 살짝 굴리다 아무렇지 않게 손을 비비며 웃었다.
“아휴, 도련님에게 드릴 물건인데 하자가 있는지는 확인했습죠. 너무 낡아 망가질까 봐 많이는 아니고 쬐끔?”
“쬐끔 얼마.”
“소드 익스퍼트의 검기 정도요?”
그에 나는 별거 아니네 하며 넘어가는 척했다.
한 달에 한 번이니 고작 단 한 번, 나에게로 가져다주기 전에 한번 그 효능을 확인했을 것이다.
외양이 낡았으니 너무 강한 마법 스크롤 등을 쓸 수는 없었을 테고.
‘저게 단 한 번이지만 메테오도 막을 수 있다곤 생각 못 하겠지.’
물론 그 정도 충격을 막고 난 뒤엔 한 달에 한 번은커녕 바로 부서져버리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