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Extra in a Trash Game RAW novel - Chapter (197)
망겜 속 엑스트라가 됨-197화(197/373)
내가 원래 이동용으로 고려했던 아티팩트는 두 가지.
요정의 신발과 바람 비늘의 망토.
그중 요정의 신발은 아직 소유자가 요정계에 있을 것이다. 아니면 이제야 인간계로 놀러 나올 궁리를 하던 중이든가.
‘어차피 나오자마자 라베스에서 유흥에 빠져 신발까지 팔아먹을 테니…….’
알카이도에게 신발에 대해 설명해 두면 수중에 넣는 순간 말해 줄 테니 이건 당장 어찌 하긴 힘들고.
남은 건 바람 비늘의 망토.
이 건은 초반에 케인과 함께 다니는 일을 궁리할 때도 떠올렸던 거지만 당시에는 거리가 너무 멀어 포기했던 아티팩트였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지.’
남해군도니까.
이 고대급 유물 아티팩트는 남해군도에 있었다.
페어리의 나비 같은 날개에서 떨어진 비늘을 하나하나 모아 만들었다는 바람 비늘의 망토.
이걸 소유하고자 하면 요정 혈통이 흐르는 유닛이거나 혹은 특수한 선 조건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미리 접경지 가비오렌에서 사탕과 물물 교환하는 조건으로 그때 만난 페어리퀸에게서 최소한의 자격은 얻어 둔 상태.
‘운이 좋다면 바다 페어리퀸의 인증을 한번 더 받아 입수 난이도를 낮출 수야 있겠지만.’
나는 선실 소파에 드러누워 저번에 소용돌이 지대로 진입하기 전 정리해 둔 바다 페어리가 있을 만한 조건의 장소를 훑기 시작했다.
“아델리안 님. 곧 도착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다들 저 섬에 더 가까이 가는 건 꺼리던데요. 괜찮습니까?”
제로가 선실에 달린 창문을 열더니 양팔을 올려 고개를 괴어 묻는다.
그 모습에 나 또한 누운 몸을 일으키지 않고 머리만 움직여 바라보다 대답했다.
“인어족은 아마 안 나타날 테니 괜찮을걸?”
“저희 보고 이상한 곳만 골라 다닌다고 해적들 사이에서 소문이 자자합니다.”
…틀린 말은 아니네.
남해군도에 와서 간 곳이라고는 악신교단의 공양지에 소용돌이 지대에다가, 인어족의 섬에 바다마녀의 던전이었으니.
‘짧은 시간 동안 어디 많이도 갔다.’
말 그대로 남해군도다 보니 섬이 많다. 섬이 많다는 것은 사람이 살며 관리하는 곳보다 그대로 그곳에 놓인 땅 자체가 많다는 소리.
거기에 이 대륙이란 곳은 신비가 강하다 보니 사람이 살지 않는 섬은 별별 일이 다 생길 수밖에 없지.
그래서 사실 확실한 곳이 아닌 한 아무리 해적들이라도 노략질도 할 겸 안전한 곳 위주로 항해하는데 나 때문에 자꾸 해양을 가로지르니 불안하기는 한 모양이었다.
물론 주기적으로 뿌리는 금전 덕에 불만은 없지만 불안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바다 곳곳에는 금지라고 불리는 곳이 많답니다. 물론 대부분은 왜 위험한지 혹은 얽힌 전설이라도 있으니 짐작이라도 하는 곳을 금지라고 하지만.”
어중간하게 정보도 소문도 없는 위험지대도 널렸다는 소리를 제로가 하며 창틀을 툭툭 쳤다.
“이곳도 그런 모양입니다. 사람의 키보다 큰 나무는 없는 데다 평탄한 지형에 섬 중앙에는 엄청나게 큰 호수만 하나.”
공중에서 본다면 반지 모양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기형적인 모양이라더군요. 하고 제로가 덧붙이더니 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거기에 그 호수에는 물고기 하나 살지 않고, 물은 맑지만 막상 마시려고 하면 구역질이 나 그 누구도 이 섬에 정박하지 않는다던데.”
“말했잖아. 이동 수단이 필요하다고.”
내가 여상스레 대꾸하자 제로가 자신의 머리를 긁적였다.
“위험하진 않겠습니까?”
“그럼 뭐, 너나 다른 아이들이 날 돕겠지. 너도 많이 강해졌으니까 믿는다.”
내 말에 제로의 녹색 보석안이 빛이 도는 것 같다. 조금은 부드럽게 웃으며 제로가 창틀에 기대 굽어보던 몸을 바로 세운다.
“그럼요. 저 이제 꽤 강합니다. 어쩌면.”
하다가 슬쩍 뒤를 보더니 씩 웃었다.
“드래곤만큼 강해질 겁니다.”
그거 레이첼이 들으면 단박에 덤벼들겠네. 내가 낄낄대며 소파에서 일어나니 제로가 창틀에서 물러난다.
“식사하고 섬으로 출발하시죠.”
선실 문을 열어주며 제로가 말했다.
“오늘의 메뉴는?”
내가 장난삼아 거들먹거리며 묻자 제로가 장단 맞추듯 한손을 가슴에 올리며 공손하게 대답했다.
“아델리안 님께서 좋아하시는 매운 소스의 생선찜과 맑은 해초 스프입니다.”
아, 미역국 맛있지.
아쉽다. 들깨가 없다, 여기. 들깨미역국 맛있는데.
“빨리 와, 빨리!”
갑판 아래로 내려가니 레이첼이 한손엔 나이프를, 다른 손엔 포크를 들고 테이블을 두드린다.
그 모습에 알았다며 대꾸하고는 크루거의 반지를 매만지며 레비를 불렀다.
“레비, 밥 먹자.”
“흐아암… 밥? 밥!”
폭풍우의 구슬을 빼앗긴 뒤라 몸을 유지하는 것에도 소소한 마나가 소모된다는 말에 조금이라도 절약하라고 반지에 깃들게 했는데.
계속 그 안에서 자는 거 같다?
나는 말랑하게 눈을 비비는 레비를 익숙하게 안아 올려 방석이 높게 쌓인 의자 위에 앉혔다.
“도련님 많이 드세요.”
―관리자님. 골고루 드시길.
루나의 앞에는 늘 술이 한 잔 놓여 있다. 케인의 앞에는 전체적으로 골고루 놓여진 데다 녹즙 외 아무거나 잘 먹는 편이라 가끔 제로가 자기 생각에 좀 실패한 거 같은 음식은 케인에게 밀어 준다.
레이첼은 일단 양이지. 물고기 같은 경우 가시나 지느러미가 손질이 좀 덜 되어도 당장 양이 많으면 불만이 없다. 사실 물고기 정도는 머리까지 씹어 먹는 경우도 흔했다.
제로는 고기보다는 해산물이나 채소를 좋아하고 리프는 이제 마나심장 덕에 에너지 섭취를 따로 하지 않아도 되지만 맛 자체를 즐기니 늘 조금씩 전부 먹을 수 있게 담아 준다.
레비는 빵이나 쿠키, 케이크 같은 탄수화물 덩어리를 좋아하고 말이지.
그것에 맞춰 제로가 다듬고 손질한 요리가 알게 모르게 모두가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거리로 놓여 있었다.
더불어 내 바로 앞에는 가시 하나까지 전부 바른 매운 생선찜이 놓여 있었다.
살은 부드럽고 촉촉해서 한번 껍질 부분을 불에 구워 모양을 잡았는데도 수저로 떠서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야들하다.
소스는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생각보다 빵에 잘 어울렸다. 생선살만 먼저 건져 먹고 남은 소스에 햄을 가운데 넣은 빵을 찍어 먹으면 얼추 야매로 피자빵 같은 맛이 날 거 같다.
“역시 간이 화덕을 설치하길 잘했습니다. 빵은 역시 말랑해야 맛있죠.”
점점 엘리스의 해적선이 제로의 이동식 요리선이 되어 가는 기분이긴 한데.
하긴 다른 해적들도 강판에 갈아 먹는 비스켓보다는 말랑한 빵을 더 좋아할 거다.
효율이야 좀 떨어지지만 어차피 마정석을 넣어 화력을 올리는 마법 화덕이니 위험도 덜하고.
‘어지간하면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니.’
식사를 마치고 나서 나는 케인에게 짐짝처럼 들려 섬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전부 우르르 몰려갈 필요는 없는 곳이라 케인과 더불어 반지에 깃든 레비하고만 가기로 한 셈.
이제 이 모욕과 수모도 오늘까지다.
바람 비늘의 망토를 얻으면 몸을 허공에 잠시간 띄워 움직이는 것이 가능하다.
다리가 받는 부하를 줄이고 움직임에도 이동 보너스를 주니까 앞으로 케인의 전속력을 따라가는 것까진 아니더라도 이동에 지장은 없을 터.
거기에 나중에 방향 전환과 가속, 감속이 자유로운 요정의 신발까지 얻으면 잠시지만 허공답보 같은 것도 가능하고 회피기도 생기는 거나 다름없으니.
“호수가 마나를 튕겨내는군.”
백사장에 도착해 케인이 날 내리며 하는 말에 내가 기지개를 켜며 으쓱였다.
“접경지 가비오렌에서 만난 페어리들 기억나?”
그 나무뿌리 사이로 어찌 들어갔는지 떠올려 보란 내 말에 케인이 입을 열었다.
“초대를 받아야 하는 건가.”
“그게 제일 나은 방법이긴 해.”
나는 사방을 둘러보았다. 사람의 키보다 큰 나무는 없는 반지 모양의 모래섬.
이런 환경이면 꿀이나 나무 수액이 귀할 것이다.
숲의 페어리와는 달리 바다 페어리는 아무래도 식성이 좀 다르기야 할 테지만.
‘기본적으로 요정 계열은 달달한 걸 좋아하니까.’
나는 아공간을 열어 사탕 병을 하나 꺼냈다.
“그때의 페어리 둥지는 산사태로 입구가 무너지며 드러났다고 아는데.”
“맞아.”
“그럼 이곳도 무너뜨릴 생각인가?”
“아니!”
나는 양손에 마나를 모으는 케인을 덥썩 잡았다. 이 파괴만능주의 녀석아.
“평화롭게 시도해 볼 거야. 이왕이면 바다 페어리를 만나는 게 편하니까.”
정 안 되면 아티팩트가 있는 장소로 강제로 들어가는 수밖에 없겠지만 당장은 그렇게 과격한 수를 쓸 생각이 없었다.
“네가 쓸 물건이니 얼른 구해야 하지 않나.”
“좀 천천히 한다고 물건이 도망이라도 갈까 봐?”
나는 천천히 호수로 다가갔다. 물이 너무 맑아 거울같이 하늘이 비쳐 되레 그 속이 보이지 않는 기분이다.
그리고 저 안쪽까지는 몰라도 호수의 가장자리엔 수초나 작은 피라미 같은 것도 없었다.
맑고 깨끗하지만 아무것도 살 수 없는 호수 같다. 확실히 일반적인 곳은 아니라는 게 피부로 와닿는다.
“마나를 튕겨내는 것과 동시에 감지를 방해하는 걸 보니 호수 전체에 마법이 걸려 있군.”
“그리 위험한 마법은 아닐걸.”
비록 내가 부유감 덕에 위험한 마법이 걸려 있다고 해도 인식이나 정신계열 마법이면 알아차릴 수 없긴 하지만.
감이 그랬다. 페어리들은 원래 평화로운 걸 좋아하기도 하고.
“적당히 불쾌감을 유발하여 이 섬을 얼른 떠나게 만드는 류의 마법 같군. 보통 사람이라면 꺼림칙한 느낌이 들 거다.”
하긴 너무나도 맑고 거울 같은 호수에 사는 것은 없는 데다 마실 수 없는 물이라고 하니 보통 사람이라면 괴담이라도 떠올리며 발을 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난 망토가 필요하단 말이지.’
나는 헨델과 그레텔같이 빵 조각 대신 사탕을 하나씩 호수에 떨어트리고 굴리며 호수변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저번처럼 그것으로 꾀어낼 생각인가?”
“알아둬. 페어리들은 어린아이 같아서 장난도 좋아하고 간식도 좋아해. 그리고 기본적으로 요정족은 디저트 좋아하더라.”
청포도맛 사탕 하나를 입에 넣고 굴리다 케인에게도 사탕 병을 건넸다.
병 안으로 손을 넣어 하나 집어 가는 녀석을 보니 그렇게나 강해졌더라도 그냥 사람같이 보인다.
“요즘 보니 해적들이랑도 대화 잘하던데.”
성인 인간족 남성.
제일 경멸하고 혐오하는 부류 아니었나.
케인의 발전에 내가 히죽거리며 어깨동무를 하니 케인이 미간을 조금 좁힌다.
“그들이 해적이란 사실 자체를 너무 간과하는 건 아닌가.”
하긴 우리 앞에서 얌전하게 있을 뿐 그들도 누군가를 노예로 팔아먹고 눈물을 뽑아먹으며 사는 족속들이긴 하지.
그런데.
“인간이라고 해서 꼭 누군가를 등쳐먹는 게 아니야. 이제는 그걸 너도 아니까 좀 유해졌겠지.”
인간뿐 아니라 모든 지성체면 천사와 같은 마음을 타고 나지 않는 한 다툼과 대립. 이기적인 행동은 어쩔 수 없는 거다.
하다못해 엘프 중에서도 배신자가 나오고 수인족도 훌라를 시기하는 이들이 있지 않은가.
그 와중에도 신념을 가지고 행동하는 이들이 되레 대단한 거지.
접경지의 라인하르트나 미래의 강철 제독이 될 아르만 같은 이들이 영웅으로 불리는 게 다 그런 이유인 거다.
“게다가 넌 이제 누구든 널 함부로 이용하거나 속일 수 있을 만큼 나약하지 않잖아. 원래 강자는 관대해야 하는 법.”
결국은 모두가 한데 어우러져 사는 것이 세상이다.
하다못해 생존 게임도 혼자 집 짓고 식량 모으고 울타리를 만들고 도구를 제작하는 것보다.
여럿이 모여 하나씩 분담하는 것이 빠르고 편하다.
농활이나 단순한 봉사활동이라도 한번 가 보면 알지. 사람이 왜 모여 사는지 뼈저리게 느낄 수밖에 없는 법.
사람의 수 자체가 힘이고 재산인데 그걸 외면하고 홀로 독불장군처럼 산다는 것은 감정적으로도 너무 외로운 일이다.
“너는 나중에 뭐 하며 살고 싶냐?”
“네 기사가 되기로 하지 않았나.”
나는 허 하고 웃으며 으쓱였다.
“그런 거 말고 나이 들면 말이지. 그냥 악신교단도 없고 대륙도 평화롭다고 치면.”
내 질문에 케인이 잠시 시선을 멀리 던진다.
“글쎄. 여동생과 시골에서라도 살겠지. 혹은.”
케인의 입에서 여동생이란 말이 나옴에 내가 슬쩍 시선을 돌렸다.
“네가 하는 일이나 더 돕거나.”
약간 웃음 섞인 말에 내가 눈썹을 올리며 고개를 돌렸다. 일부러 말 꺼냈구나. 내가 어찌 나올지 뻔히 알고.
“이 자식…….”
촤악―!
내가 케인에게 투덜거리려던 순간 파문조차 일지 않던 호수의 물이 길쭉하게 늘어나더니 나와 케인을 덥석 집어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