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Extra in a Trash Game RAW novel - Chapter (198)
망겜 속 엑스트라가 됨-198화(198/373)
“마음에 안 들어.”
제로와 리프가 만든 쿠키를 해적들에게 나눠 주던 루나가 선실로 들어오며 하는 말에 볼 한가득 쿠키를 밀어 넣던 레이첼이 고개를 들었다.
“머가?”
하도 쿠키를 볼에 빵빵하게 채운 탓인지 발음도 뭉개지는 레이첼을 루나가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환하게 웃었다.
그 모습에 레이첼이 어쩐지 목이 메는 듯 가슴을 턱턱 치며 쿨럭거렸다.
“그렇잖아. 본가에 계실 때야 그렇다 쳐두 수도나 이곳에서 우리 도련님이 겪는 일을 생각해 봐.”
왜들 그렇게 도련님을 괴롭히려 할까.
루나가 한손을 뺨에 대며 고개를 기울이자 늘어진 귀가 허공에서 흔들렸다.
“우리 도련님만큼 지켜 드려야 할 분이 또 어디 계시다구.”
레이첼의 머릿속에 순간 아주 오만하며 재수 없음의 극치로 씩 웃는 아델리안이 떠올랐다.
레이첼은 컥컥거리다가 급하게 야자를 쪼개 마시며 가슴을 다시 팡팡 쳐댔다.
“아델리안이?”
“너무 나약하셔. 이번에두 그 인어족들 때문에 이상한 던전까지 가서 고생하신 거 잊었어?”
인어족을 말하는 루나의 짙은 분홍색 눈동자에 좀 더 붉은 기가 도는 것 같은 모습에 레이첼이 어색하게 웃었다.
“에, 에이. 고생은 다 같이 했지. 안 그래?”
“우리는 잠만 잤잖아.”
아, 그건 맞는데.
“물속에서 숨두 제대로 못 쉬구 움직이지두 못하시던 분인데…….”
그건 우리도 그러지 않았나?
“지금은 도련님이 급하신 일이 있으니까 그냥 이동하지만 인어족을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
인어족이 우릴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
레이첼이 차마 말로 뱉지는 못하고 우물거렸다.
혹자는 이 파티에서 아델리안이 없으면 케인이 리더를 맞겠지, 하고 생각할 수 있다.
제일 강하니까.
‘그런데 사실 실질적 리더는 루나란 말이지…….’
케인이야 사실 머리가 좋고 상황 판단이 빠르며 최적의 작전을 세울 줄 알지만.
아는 것과 행하는 건 다르다.
케인은 굳이 그걸 설명하고 구도를 잡기보다는 사실상 닥치고 돌격이 성미에 맞는 녀석.
거기에 함께 오래한 아델리안과 루나에게는 조금 더 유하기도 하고.
‘제로야 뭐 선배랍시고 바로 주도권 넘겨주니까.’
리프도 아델리안과 케인 외에는 유일하게 대화가 통하는 게 루나인 데다 레이첼 자신도 묘하게 루나에게는 약하지.
레비도 잘 놀아주는 루나와 꽤 많이 친해졌다.
덕분에 알게 모르게 아델리안이 빠지면 조금 더 독기가 오르는 루나가 리더 느낌이긴 했다.
‘하지만 뭔가 오늘따라 무서운데?’
루나가 배싯 배싯 웃는데 어쩐지 등줄기가 오싹하다.
“아니… 밖에서 뭐라고 하길래 그래?”
뭐라고 했길래 쿠키 나눠 주러 간 루나가 저렇게 눈을 살짝 번들거리며 오는 거야?
레이첼은 어쩐지 입맛이 뚝 떨어져 3개, 4개씩 집어 먹던 쿠키를 하나씩 먹기 시작했다.
“아니, 어쩌다 이야기가 나왔는데 말이야. 가는 곳마다 자꾸 사건 하나씩 생기면.”
누군가 재수 옴 붙은 거라잖아.
하며 웃는 루나를 바라보면서 레이첼이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틀린 말은 아닌데?’
레이첼은 루나가 하는 말을 하나씩 듣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결론은 아델리안 저격으로 나온 말은 아니었으나.
남해군도에선 귀족은 원래 재수 없다. 재수 없는 놈은 트레잇도 안 붙는다. 밝은 색 머리는 반짝거려서 바다에서 잘 보이니 재수 없다. 재수 없는 놈이 인어족 만난다.
뭐, 이런저런 잡담 대부분이 누구 한 명을 가리키긴 했다.
그게 대놓고 저격이 아니라 해적들이 평소처럼 자기들끼리 잡담이나 하던 와중에 한두 마디씩 나온 거겠지.
그러니 루나가 밖에서 차마 말은 못 하고 들어와서 저렇게 기분 나쁜 티를 팍팍 내는 이유일 터였다.
‘아, 그런데 저렇게 다 들으니까 아델리안 너무 재수 없음의 궁지에 몰리는데?’
안 그래도 얼굴은 잘생겼지만 아주 오만하며 건방진 티가 팍팍 나는 덕에 처음 보는 이들이 은근슬쩍 재수 없어 하는데.
‘그런데 걔는 실제로는 매일매일 건방지지도 않은데 분위기는 왜 그렇지?’
레이첼이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우던 가운데 루나가 입을 열었다.
“이게 다 그 악신교단과 황녀와 인어족 때문이야.”
뭔가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한 논리에 레이첼이 눈을 껌뻑거리는데 제로와 리프가 레이첼의 입에 들어갈 마지막 쿠키를 한 바구니 들고 오며 고개를 끄덕였다.
“틀린 말씀이 아닙니다, 선배님.”
‘왜?’
레이첼이 고개를 휙 돌리며 일단 쿠키 바구니를 받은 뒤 고개를 기울였다.
[동의해.]리프가 새로 구한 보드에 글을 적는 걸 보며 레이첼이 입을 열었다.
“왜?”
레이첼의 질문에 루나가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눈으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야 교단이 아니었으면 도련님이 굳이 이 험난한 일을 겪지 않으셔두 되었을 테니까?”
라베스의 본가에서 좋은 것만 누리셨겠지 하는 말에 일단 레이첼이 고개를 끄덕였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거기에 1황녀 세리아와 얽히며 아델리안 님의 무능력이 더욱 돋보이게 되었습니다. 사실상 필요 없는 비난이 더욱 쇄도했죠.”
아델리안이야 별생각 없이 황도를 돌아다녔겠지만 귀가 좋은 이들이야 수군거림을 다 들었으니.
제로의 그 말에도 레이첼이 고개를 끄덕였다.
[인어족 또한 마찬가지.]뭐, 그거야 얼마 전 그놈들 덕에 고생한 데다 지금껏 숨긴 비밀도 들통 났으니 반박할 이유는 없었다.
“그러니 걱정스러워. 도련님이 저러다 쓰러지시면 어쩌지?”
안 그래도 몸두 약하신데. 하며 루나가 앉아 시무룩하게 쿠키를 한 입 먹는데 리프가 끄덕인다.
[녹즙을 드셔 봐야 효과가 적다는 사실이 안타까워.]“제가 들은 것까지 포함하면 이미 몇 번 쓰러지지 않으셨습니까.”
식단에 고기를 더 늘려 볼까요? 하고 제로가 하는 말에 루나와 리프가 끄덕이는 걸 보며 레이첼이 으쓱였다.
“에이, 그래도 아델리안 정도면 보통 인간보다는 강하지 않아?”
그 말에 레이첼을 제외한 루나와 제로, 리프의 눈이 둥글게 커지더니 레이첼을 빤히 바라본다.
그에 어쩐지 레이첼이 뭐, 왜, 뭐! 하며 입을 열었다.
“그, 그렇잖아. 솔직히 걔가 만만한 인간은 아니지.”
“하지만 툭하면 쓰러지시는데?”
미궁에서 다리…를 잘리셨을 때도 그렇고. 드래곤을 만났을 때도. 사이클롭스 토벌 후에도 황녀에게 약을 드셨을 때도 이번에 소용돌이에 휘말렸을 때도.
레이첼이 드래곤을 만났을 때란 소리에 움찔하든 말든 루나가 손가락을 하나씩 꼽으며 하는 말에 제로가 끄덕였다.
“오러도 몸에 못 두르지 않으십니까.”
오러를 두르면 바로 오러 유저잖아! 레이첼은 기가 막혔다. 파티원 대부분이 마스터급이라 오러 유저가 만만해 보이나 본데 절대 흔한 경지는 아니었다.
[게다가 재생력도 없으시지.]그야 일단은 일반 사람이니까. 그래도 귀족으로 자라서 그런지 기본적으로 느껴지는 생명력 자체는 강한 데다 좋은 걸 먹고 커서 그런가 몸의 마나도 균형적이다.
하지만 저들 눈에는 오러 유저가 아닌 아델리안은 바람 불면 날아갈까, 꾹 쥐면 터질까 싶은.
아니, 저들이 꾹 쥐면 터지기는 하겠지만.
레이첼이 뭔가 혼란스러운 얼굴로 머리를 쥐었다.
“아니, 그러니까 우리들 기준으로 보면 약하긴 한데…….”
우릴 빼놓고 일반인들 사이에 던져 놓으면 대학살도 가능할걸?
마정석만 교체해 가며 업그레이드된 코덱스의 저클래스 마법만 난사해도 진짜 일반인들에겐 위협적일 것이다.
“하여간 나중에 전부 대가를 치르게 해 줄 거야.”
루나가 눈동자에 옅은 붉은 기를 띄우며 하는 말에 제로와 리프가 끄덕이는 동안 레이첼이 멍하게 차를 마셨다.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닌데.’
레이첼 자신은 왜 아델리안에게 왠지 모를 믿음을 지니고 있을까?
어쩐지 모든 걸 해결해 줄 수 있을 것 같은 믿음.
의문인 일이었다.
* * *
물이 솟아올랐다. 하지만 위험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케인이 그 어떤 행동 없이 곁에서 움직이지 않았다는 게 판단의 근거였다.
‘그리고 역시 내 판단은 맞는 거 같지.’
거울 같던 호수로 끌려 들어오니 발밑에 다시 수면이 있다.
한 바퀴 원반을 뒤집은 것처럼. 나는 물속에 빠지지 않은 채로 거울 같은 수면을 걸어 케인과 함께 뭍으로 향했다.
물속으로 들어오며 몸의 크기도 작아졌는지 밖이라면 내 손보다 조금 더 컸을 페어리들이 지금 우리만 하다.
“인간이다, 인간!”
“하지만 다른 퀸의 흔적이 있어!”
다들 자기 머리만 한 사탕을 들고 날아다닌다. 가비오렌의 접경지에서 본 페어리와는 아주 조금씩 다른 모습.
그곳의 페어리들은 숲의 페어리라 엘프를 축소한 모습에 날개는 나비와도 같았고 꽃과 버섯, 나뭇잎으로 둥지를 꾸며 놓았었다.
하지만 여기는 바다 페어리의 둥지.
산호와 조개. 소라와 해초 등으로 꾸민 둥지에 인어족을 닮은 모습에, 날개는 숲의 페어리보다 좀 더 날카롭고 약간은 물고기의 지느러미를 닮았다.
‘접경지에서 페어리 퀸의 축복이라던 키스를 받지 않고 우호관계를 나타내는 인장을 받은 게 역시 맞았지.’
아니면 케인의 힘을 빌려 억지로 이곳을 뚫고 들어왔어야 했을 것이다.
그럼 우호도는 바닥을 쳤을 테고. 당장은 몰라도 나중에는 발목을 잡을 일이 생길 수도 있는 터.
이리로 오라는 듯 살짝 떨어져 날아다니는 페어리를 따라 걸으니 안쪽에 제법 화려하게 꾸며진 공간이 보였다.
“다른 페어리 퀸의 향기가 묻은 인간아.”
다른 페어리의 집과는 달리 하얗고 붉은 산호와 진주를 품은 조개로 만든 공간.
거기에 난파선에서 주워왔을까. 반짝거리는 팔찌나 목걸이를 산호가지에 걸어 장식한 모습 한가운데, 다른 페어리들보다 조금 더 큰 페어리 퀸이 비스듬히 앉아 있었다.
“페어리 퀸을 뵙니다.”
물속으로 빨려 들어오면서 우리의 크기도 미리 줄어든 덕에 시야의 높이가 맞다.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하니 페어리 퀸이 생긋 웃었다.
“다른 퀸의 향기에 사탕을 먼저 굴려 흥미를 끄는 모습까지. 우리를 사냥하려고 온 인간은 아닌 거 같아 부르긴 했지만…….”
페어리 퀸의 눈이 내 옆에 묵묵히 서있는 케인에게로 움직인다.
“이곳에 오래 두기는 위험하네. 무엇을 위해 온 거지?”
마음 같아서는 케이크나 쿠키라도 들고 오고 싶었지만 단순하게 과즙을 넣은 설탕 덩어리인 사탕 정도가 아니면 아공간에 넣는 의미가 없으니.
나는 새로운 사탕 한 병을 꺼내며 최대한 선량하게 웃었다.
“제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 바람 비늘 망토를 얻게 해 주십시오.”
내 말에 사탕으로 시선이 확 쏠리던 페어리 퀸이 고개를 든다.
“인간이 그걸 어찌 알고 여기 온 거지? 숲의 페어리 퀸이 말해 준 건가?”
“정보의 출처가 무엇이 중요하겠습니까. 다만 저는 그것의 존재를 아는 데다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으며, 최소한의 자격이 된다는 것을 압니다.”
내 말에 퀸이 조금 고민하다가 이내 개구쟁이처럼 웃으며 손짓하자 근처의 페어리들이 날아와 내 손에 들린 사탕 병을 들고 간다.
이곳에 들어와 줄어든 내 크기만큼 사탕병도 작아져 있었으나 퀸의 근처에 놓이더니 몇 번 매만지자 원래대로 거대해졌다.
지금은 내 키만 한 사탕 병을 바라보다가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선물을 받아 주셨단 말씀은.”
“그게 페어리족의 보물이긴 하지만. 상관없어. 난 사탕이 더 좋거든.”
바다는 수액도 과일도 없는 곳이란 말이지. 코코넛 수액을 종일 끓이는 건 이제 싫어.
하며 퀸이 턱을 괴고 생글 웃는다.
“어차피 네가 인간이라 그 물건을 제대로 쓰지도 못할 테니까. 재미있을 거 같아.”
페어리 퀸의 말에 내가 최대한 무해한 얼굴로 웃었다.
“그런 의미로 바다 페어리의 퀸께서도 저를 인정해 주시는 건 어떻습니까.”
“내가 왜? 너같이 건방진 인간을?”
열일하지 마라, 오만함!
나는 최대한 좀 더 공손하게 입을 열었다.
“그 편이 훨씬 더 재미있으실 테니까요. 혹시 압니까. 제가 다른 퀸들에게도 인정을 받아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망토를 자유자재로 쓸지.”
내 말에 바다 페어리 퀸이 깔깔거리더니 손을 까닥거린다.
“좋아. 뭐 입만 산 건방진 인간인 거 같지만 재미있을 거 같아. 대신 사탕 한 병 더 줘.”
단것과 어린아이 같은 호기심. 그 덕에 생각보다 가볍게 받은 허락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나는 사탕을 한 병 더 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