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Extra in a Trash Game RAW novel - Chapter (202)
망겜 속 엑스트라가 됨-202화(202/373)
―까아악…….
패밀리어 8호가 모래섬에 꽂혀 있는 배의 파편 위에 앉아 해적선 퀸을 바라보며 울부짖었다.
어찌 이럴 수가 있을까.
저 인간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왜 가는 곳마다 사건 사고를 저지르는 걸까.
툭하면 새벽에 배 타고 움직여서 까마귀 잠도 제대로 못 자게 만들더니 해적선에 타지 않나, 거기에 인어족은 뭐 한다고 건드린 걸까.
―까아아아악.
남해 군도로 왔길래 휴양을 즐긴다고 생각했는데.
왜 가는 곳마다!
결국 인어족과 한참 싸우더니 소용돌이에 휘말리지를 않나.
주인에게 일단 죽은 것 같다고 염사를 날린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다시 해적선에 복귀하지 않나.
이제 와서 살아 있다고 다시 염사를 보내긴 했지만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염사를 보냈다고 패밀리어 0호에게 또 머리 깃털을 뽑힐 생각을 하니…….
―깍까악…….
패밀리어 8호는 어쩐지 눈물이 찔끔 날 것 같았다.
이제는 정말 저 인간들이 지긋지긋했다. 주인도 테이트리아의 수도로 올라 일을 꾸민다던데 자신은 이게 무엇이란 말인가.
이 먼 곳에서 제대로 흑마나도 못 얻어먹는 와중에 이제는 다른 인간들도 너무 강해져서 훔쳐보는 것도 하루하루 목숨을 걸고 훔쳐보고 있었다.
게다가 갈매기도 아니고 까마귀인 자신은 이 바다에서 얼마나 눈에 잘 띄는지!
툭하면 해적선이건 상선이건 괜히 화살을 날려보는 이들도 많고 지렁이 대신 잡아먹기 시작한 해산물은 비렸으며 스리슬쩍 흑마나를 흡수할 만한 묘지도 찾기 힘들다.
그나마 수확이 있었다면 그 금발 머리의 인간이 지나가듯 한 말 한마디.
‘다음 일을 마치면 수도에 다시 돌아가려고.’
―까악!
그러니 수도에 미리 가서 주인과 재회한 다음 저 인간들을 기다리는 게 훨씬 낫지 않을까?
수도에 가기 전에 어딜 들를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 주인과 제대로 만나지 못해 성장이 지연된 것도 사실이었다.
거기에 늘 보고를 전한다고는 하지만 듣고 본 모든 기억을 전달하려면 주인과 만나야 하는 법.
―까악, 칵칵깍.
패밀리어 8호가 웃으며 날아올랐다.
* * *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
느즈막한 밤에 마법등 하나 켜둔 상태로 양피지에 바람 비늘 망토와 다른 아티팩트의 조합을 적으며 궁리하던 와중에 세이렌이 울렸다.
“파이얀?”
<네, 보스. 저예요. 보고드릴 게 있습니다.>
나는 깃펜과 양피지를 아공간에 넣으며 몸을 일으켰다. 파이얀과 대화는 보통 길어지는 편이라 그냥 편하게 받기 위해 침대로 몸을 뉘며 입을 열었다.
“아카데미 학생의 실종에 악신교가 연루된 거 같다는 보고가 마지막이었나?”
<네. 그리고 제가 직접 확인한 결과 그게 사실이고요. 아마 베르뷔트가 궁지에 몰리자 이슈를 돌리기 위한 수라고 생각해요.>
바보 같은 짓을 했네, 베르뷔트.
하긴 사실 따지고 보면 베르뷔트가 한 짓이 멍청한 짓은 아니다.
의문의 실종과 더불어 살인 및 공양 사건이 터지면 모든 관심이 그쪽으로 쏠리는 건 마땅한 일이니까.
거기에다 악신교단이면 한두 번 정도 공양하는 것으로는 덜미를 안 잡힐 자신도 있었겠지.
하지만 그건 악신교단이란 존재를 모르는 이들만 존재했을 경우다.
나처럼 대놓고 악신교단 짓이라고 생각하고 증거를 모으면 너무 쉽게 털리는 방법인 거지.
“적당히 베르뷔트랑 엮을 방도를 알아봐야겠네.”
<생각이 있다면 이대로 끝내겠지만, 제가 베르뷔트를 좀 더 압박하면 적어도 한두 번은 더 일을 치를 테니 그중 한 번만 제대로 잡아도 될 거예요.>
이 정도 상황이면 신전에서 강제로 기억을 읽는 이를 데려와 심문할 거란 말에 피실 웃었다.
<아, 그리고 말입니다. 보스. 이번에 제가 공양을 확인하려고 간 곳에서 샤하드 황자를 만났습니다. 그자도 이노센트의 일원이죠? 리지가 황자의 곁에 서 있던 사내가 같은 동류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그 김에 샤하드 황자랑 손잡기로 했어요. 물론 저는 재미 삼아 정체를 숨기긴 했는데 그냥 모른 척하기엔 보스께서 그 황자에게도 우리 리지 같은 존재를 붙인 걸 보면 신경 쓰시는 듯해서.>
처리는 안 해도 될 거 같더라고요. 이용 가치도 있고.
하고 덧붙이는 파이얀의 말에 허, 하고 웃었다. 언제부터 대륙에서 가장 강한 제국의 황자를 죽이네 마네 쉽게 입에 올리게 된 건지.
“아니, 내가 수도에서 이곳으로 온 지 얼마나 지났다고 그렇게 세력이 강해진 거야?”
<보스가 준 돈이랑 마정석 있잖아요. 저 몰랐는데 마정석 흡수율이 엄청나던데요? 그래서 저 좀 강해졌어요.>
미궁에서 고작 마정석 하나 때문에 겪었던 일이 꿈같다니까 하며 파이얀이 웃는 소리를 흘렸다.
<그런데 요즘 들어 벽에 닿은 기분이 들어요, 보스. 뭔가 아주 조금 모자란데 그게 뭔지 알 수가 없다고 해야 할까?>
그것만 넘기면 뭔가 크게 변할 거 같은데. 하고 중얼거리는 말에 나는 침대에 누워 생각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물론 비유가 조금 결이 다르긴 하나 파이얀에게 꽤 많은 변화가 있었던 건 확실한 모양이다.
‘나중에 만나면 사용자의 눈으로 좀 봐야겠는데.’
원래는 매료라는 희귀 트레잇과 내 금력을 이용해 사람들을 끌어 모아 정보 길드 느낌으로 만들어 보려고 손을 잡은 건데.
‘하긴 원래는 인형술도 있었지.’
일부러 신전에 기록되는 트레잇에 등록되지 않을 정도로만 연습하던 인형술.
하지만 그걸 비약적으로 끌어올렸다고 해도 황자를 암살할 정도의 실력이 되나?
‘혹은 그 정도로 강한 트레잇을 개화한 건가.’
아니지. 그건 너무 낮은 확률이다. 차라리 저 강해졌어요, 라는 말이 일반 무력이 아닌 매료를 뜻한다고 생각하는 게 더 맞을지도.
마정석을 흡수하여 마나를 올렸다면 매료가 더욱 강하게 작용할 수도 있는 부분이니까 그것으로 강한 이를 포섭했을 수도 있는 노릇.
“일단 알았어. 수도 쪽은 네게 맡길게. 그리고 남해 군도에서 급한 볼일은 끝난 덕에 조만간 본가에 들를 생각이다.”
아쉽지만 모두 모여 즐기는 바닷가 휴가 이벤트 같은 건 조금 미뤄진 셈.
내 말에 파이얀이 웃는 소리를 흘렸다.
<아니, 뭐 풍경이야 언제든 보러 가면 되니까요. 보스.>
“그리고 조만간 우편이 하나 갈 거야.”
리프의 기억을 마정석에 담아 비공정으로 보낼 때 내가 인감도장이라 부르는 심벌과 그것을 이용한 마법 반지에 대한 의뢰를 가뮈르 쪽에 전달했다.
그리고 오늘에서야 그 반지들의 제작이 끝났다는 소리를 세이렌으로 전달받은 상황.
배송은 혹시 모를 추적을 피하려고 비공정의 관리를 위해 깨워 놓고 온 관리자 골렘이 워프 게이트를 통해 대도시에서 발송하기로 했으니까 문제없을 것이다.
‘사실 세공 하면 인어족이라 원래는 인어족에게 맡기고 싶었지만.’
나는 크루거의 반지를 매만졌다. 몰래 레비를 데리고 나오기 위한 작은 배가 아닌 엘리스의 배를 탄 순간 레비를 대놓고 탈취할 생각이었으니까.
그러니 레비의 일로 대놓고 인어족과 척을 질 게 뻔한 상황이라 그냥 엘프 쪽에 이노센트에 가입한 이들에게 나눠줄 반지를 의뢰했었다.
겉보기에는 그냥 일반적인 활력 보조 아티팩트지만 마나를 주입하고 일정한 방향으로 반지의 보석을 움직이면 내 인감도장 문장이 드러나는 형식의 반지.
‘흑막의 세력에게 꼭 필요하지.’
사실 당분간 이노센트는 점조직처럼 운영될 계획이니 서로의 교류는 나를 중심으로 하되 혹시 모를 상황에서 같은 편인지 알아보는 최소한의 보험으로 만든 반지였다.
<명단을 그냥 공유하는 게 편하지 않으시겠어요?>
반지의 사용법 등을 설명하는 말에 파이얀이 물었다.
사실 저 말도 어찌 보면 맞긴 하지. 회사만 해도 각 부서가 유기적으로 협력하면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이 있지 않나.
하지만 그건 대놓고 드러난 회사의 경우에 한한 일이다.
“당분간 이노센트를 대놓고 선보일 생각은 없거든. 아무래도 비밀은 아는 자가 적을수록 좋으니까.”
이노센트에 누가 소속되어 있는지 서로서로 알아봐야 당장 시너지가 나는 시점도 아니었다.
가뮈르와 훌라가 파이얀과 만나봐야 의미가 없는 것이다.
라인하르트는 그나마 샤하드와 접점이 생기면 여러모로 서로에게 좋은 부분이야 있겠지만 그것도 둘 다 어느 정도 안정화된 나중 일이고.
“소속감도 중요하거든. 거기에 전부 어떤 이들이 소속되어 있는지 밝히고 협조하는 것보다 각자의 위치에서 준비하는 게 더 도움이 될 시기니까.”
애초에 악신교단과 한번 제대로 붙을 만큼 세력이 커졌다면 모를까.
그게 아닌 이상 아무리 신의 계약서로 맺은 인연이라고 해도 100% 신뢰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거기에 모든 이들과 신의 계약서를 쓴 건 아니니까.’
나는 파이얀과의 대화를 마무리한 뒤 침대에 누워 크루거의 반지를 매만졌다.
‘드디어 카이만과 마주할 시간인가.’
카이만이 지금 어떤 상태일지는 모르겠지만 게임이나 원작의 흐름으로 미루어 봤을 때 불의 정수를 다룬 지 얼마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게임의 카이만보다 지금의 카이만이 소위 말하는 레벨이 낮을 시기.
이 말인즉슨 불의 정수의 원주인으로 추정되는 레이첼과 원래라면 바다의 지배자로 태어난 레비의 물의 마나. 거기에 인어족에게서 빼앗은 물의 마나가 가득한 케인이 상대할 만하단 소리.
‘변수가 있다면 가디아려나?’
가디아는 어머니의 죽음과 더불어 아델리안을 출산하며 공작부인이 죽었는데도 아델리안만을 편애하는 카이만 덕에 남성을 싫어했다.
어머니를 잡아먹고 태어난 동생과 그런 동생을 남자라는 이유로 후계자로 낙점한 듯 무슨 짓을 해도 야단치거나 화내지 않는 아버지.
가디아의 입장에서 보여진 일이라 어느 정도 편파가 있을 수는 있지만 겉보기에는 아델리안이 카이만을 등에 업고 망나니짓을 해댄 것은 사실.
‘하지만 원작의 내용이나 이노센트 후반에 카이만 레이드에서 나오는 대사만 생각해 봐도.’
카이만이 정말로 자식이라 여기며 아낀 건 가디아였다.
그걸 이번에 불의 정수를 빼앗는 과정에서 혹시 가디아가 안다면 어떻게 나올까.
‘당장 레이첼만 생각해도 카이만의 생존은 불가능한 지경인데 말이지.’
아무리 증오한다 하더라도 아버지는 아버지.
물론 원작이나 이노센트에서나 카이만과 아델리안의 목을 날린 건 가디아 본인이긴 하지만.
자신이 증오하여 죽이는 것이 아닌 타인이 해치려고 할 때 반응은 돌발적일 수 있는 법이다.
‘일단 레이첼과 케인은 카이만에게 붙여 둬야 하니.’
루나와 제로, 리프가 가디아를 막으면 되겠네. 사실 가디아는 나와 함께 다니지 않은 덕에 소위 말하는 레벨업이 전혀 안 되어 있는 상황이다.
가디아에게 적합한 아이템도 찾아주지 않았고 녹즙도 준 적 없으니 사실 루나만 단독으로 붙여도 될 것.
‘초반에는 가디아가 온다는 말에 목이 냉큼 잘릴까 걱정했었는데 말이지.’
지금은 사실 코덱스가 있는 한 내가 가디아와 붙어도 될 정도의 파워밸런스가 잡혔다.
물론 가디아가 약하거나 키워도 의미 없는 이는 아니지만 메인 파티라는 상징성을 제외하면 약점이 너무 많은 편이었다.
거기에 나와 사이가 안 좋은 데다가 케인에게 반하긴 했을 테지만 당장 남자와 친근하게 지낼 수 있는 성격도 아니니.
‘가디아는 내정으로 돌리는 게 맞아.’
나중에 어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혹시 모르니까.
나는 이노센트라는 세력은 손에 쥘지언정 크루거 가문의 가주가 될 필요는 없다.
그 금력과 위세를 적당히 이용하며 성장하고 가주의 권한 및 정치적인 문제는 가디아에게 넘기는 게 여러모로 나은 일.
이번에 라베스로 돌아가 코덱스에 빈 페이지를 수속성이나 빙속성 계열 마법으로 채워야겠다.
카이만을 잡고 그것으로 시작되는 크루거 가문의 승계에 관련된 싸움은 가디아에게 넘긴 뒤 나는 수도로 돌아가 베르뷔트와 세리아를 정리하는 것이 내 계획이다.
‘다만 이것은 내가 계속 가지고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말이지.’
나는 크루거 반지를 한 번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