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Extra in a Trash Game RAW novel - Chapter (213)
망겜 속 엑스트라가 됨-213화(213/373)
“자냐?”
“아델리안 님과 가디아 님 두 분 다 주무십니다.”
[카이만 대공은 아직 의식이 없음.]“우리 이거 몇 회차냐?”
“글쎄? 그동안 세어보진 않아서. 스콘만 먹지 말구 레이첼. 레비는 뭐 먹을래?”
곧 100회 찍을 거 같은데. 야밤의 야식회.
하며 레이첼이 따끈한 스콘을 하나 들어 잼을 바르기 시작했다.
아델리안에 대한 걱정회 겸 야식회.
사실 그냥 아델리안 빼고 오순도순 노는 시간이었다.
‘왜 아델리안을 빼냐면.’
처음엔 아델리안이 신경 쓸 일에 대해 몰래 작당하느라 그랬는데 지금은 그냥 전통?
레이첼이 히죽거리며 스콘을 와앙 무는 걸 보고는 레비도 따라 스콘을 와앙 깨물었다.
덩치가 큰 제로는 1인용 소파에. 루나와 리프, 레이첼은 3인용 소파에 모여 앉았다.
레비는 루나의 무릎 위에, 케인은 소파의 등걸이에 걸터앉아 와인을 마신다.
늘상 자주 보던 풍경.
그것을 둘러보던 루나가 레비의 촉촉한 뺨에 묻은 가루를 털어준 뒤 고개를 높이 들고 입을 열었다.
“어찌 생각해? 케인?”
“가능성은 있지.”
“동의합니다.”
케인의 대답에 제로가 말했다.
“예전에 한번 실험했을 때 말씀드렸지만 아델리안 님의 생체 정보는 제가 읽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급하면 절 대역으로 쓰겠단 아델리안 님의 계획이 틀어져서 아쉬워하시기도 했고.
제로의 말에 루나가 질문했다.
“하지만 이미 죽은 자라도 먹잖아. 도플갱어는.”
“그렇긴 합니다. 시체를 삼키고 탈바꿈하는 게 사실 더 보편적인 방법이겠죠.”
미궁에 갇혀 있을 때 제로를 제외한 다른 도플갱어는 그렇게 했으니.
“그러니 도련님은 조금 더 다른 경우라고 생각해.”
“아, 그냥 아델리안이 아델리안했다 생각하면 되지 뭘. 걔 맨날 이상한 짓 하잖아.”
레이첼이 이번엔 호두파이를 들고 와작 와작 씹으며 으쓱였다.
레피드 봐라, 드래곤 등쳐 먹히고 걔네 저택에서 스크롤 만들고 하는 걸 봐봐.
우물우물거리며 뭉개진 발음으로 레이첼이 말했다.
“날 봐…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 맹세한 날 보라고…….”
제로는 가끔 의자 끄는 거 보면 눈 아련해지더라? 케인도 녹즙만 나오면 0.001초 정도 멈춘다고.
“내 동생과 만나게 된 발부스 그 도박쟁이도 그렇고, 사이클롭스 때나 나도 그렇고. 레비는 또 어떻고 리프는 또 뭔데.”
우연하게 뭐 연이 닿아서 룰루랄라 있나 우리가?
[관리자께서는 다 생각과 계획이 있으시지.]“하긴… 도련님께선 사실 그런 일을 겪을 필요가 없는 분이긴 해요.”
대륙의 멸망? 그것을 저지해야 한다는 의무?
그게 사실 도련님의 의무는 아니실 테니까. 그런 것들 남에게 미루어두 충분하실 텐데.
루나의 말에 레비가 스콘을 이번엔 녹여 먹듯 우물거리다 고개를 갸웃했다.
“계약자가 왜?”
“그냥. 도련님의 짐이 크신가 해서.”
“나 힘 쎄!”
루나와 리프, 레이첼과 제로가 그런 레비를 보며 웃었다.
“그냥 혹시 그래서 몸이 약하신가 하구.”
“아, 좀 허약하긴 해. 아델리안 녀석, 녹즙 자기가 먹어야 하는 거 아냐?”
“도련님께선 그거 효과를 못 받으신다구 하셨어.”
구라 같은데…….
레이첼이 합리적 의심을 시작했다.
“비밀이 많으신 분이긴 합니다. 아델리안 님은.”
“그걸 우린 저번부터 아델리안이 아델리안했다라고 말하고 있잖아. 이번도 그런 거지.”
“그냥 가끔 그런 생각이 들어서. 우릴 못 믿으시나. 그래서 전부 다 말해 주지 않으시는 건가? 하는.”
[그렇진 않으실 것. 믿기에 우리와 함께하실 테니.]그런 그들을 보며 케인이 와인을 한 모금 삼키다 느리게 입을 열었다.
“그 녀석은.”
보통 이런 문제로 대화를 하면 언제나 케인은 듣기만 하던 편이라 입을 열었단 것에 모두가 시선을 모아 바라보았다.
“자기 자신보다 이쪽을 더 위한다고 본다만.”
케인의 황금색 눈동자가 루나와 제로. 리프와 레이첼. 그리고 레이까지 느리게 훑었다.
“역시 결론은 그건가.”
“매번 비슷하긴 합니다.”
“도련님의 속을 어찌 알겠어. 그냥 믿는 거지.”
[그러니 오늘은 무서운 이야기 어떻습니까.]케인의 말에 다들 수긍하는 모습, 그에 리프가 슬쩍 데워온 차를 더하며 보여 주는 메모에 모두 끄덕였다.
케인은 오늘도 야식회로 변한 모임을 바라보다가 건네는 스콘 하나를 손에 쥐었다.
* * *
낳은 정과 기른 정.
뭐 그런 말 있지 않냔 말이지.
난 일단 알카이도 몰래 내 방에 딸린 작은 방에 카이만을 넣어 놓은 뒤 제로를 감시 삼아 박아 놓고 내가 쓰던 침실부터 드레스룸에 서재까지 뒤적거렸다.
‘일기장이나 메모… 없나?’
처음 여행 시작할 때 의자부터 책에 뭐에 마구잡이로 아공간에 넣어 두기도 했으니 거기 있을지도.
‘내가 나라면. 아니 나겠지만 하여간 무언가 남겼다면.’
찾기 힘들게 안 했을 것이다.
사실 찾으려면 진즉에 뒤지긴 했어야 했지. 이곳에 떨어지자마자.
하지만 워낙 아델리안이 망나니짓을 잘했는지 적당히 아는 체하며 모르는 게 나오면 어쩌라는 식으로 굴어도 술술 넘어가길래.
‘필살 기억상실’이라는 치트키도 써보지 못하고 잘만 지내지 않았나.
초반에 저거 왜 저러냔 의심의 눈총을 한 번만 받아봤어도 제발 찔려서 뭐라도 찾아봤을 텐데.
‘분명 나라면 뭐 남기긴 했었을 텐데.’
내가 이곳으로 떨어져 루나를 보고 거울을 본 뒤 멘붕한 뒤에도 펜이랑 종이부터 찾았던 사람이다.
지금도 뭐 머릿속이 복잡하다 싶거나 하면 어디서든 쓸 수 있게 아공간에 깃펜과 양피지. 메모지를 넣고 사는 내가.
아무것도 안 남겼을 리 없지. 거기에 나는 나 자신을 제법 잘 안다고 생각한다.
이중 장금. 비밀의 공간. 이런 거? 오타쿠적 로망은 있지. 서랍 아래 이중 공간, 막 잡아당기면 불타오르고 막.
그런데 로망은 로망이고 무조건 찾기 쉽게 해 뒀을 거다.
‘제일 만만한 건 일기장이지.’
문제는 너무 대놓고 내가 찾으면 의심 살 거 같아서 그냥 오랜만에 집에 온 김에 둘러본다는 핑계로 두리번하고는 있는데 이게 코빼기도 안 보였다.
그렇다고 알카이도나 가디아에게 ‘나 일기장 썼지? 그거 어떻게 생겼어?’ 하고 물을 수도 없고.
썼어도 그렇게 대놓고 썼을 리가. 내가 생각한 곳은 딱 세 군데.
속옷 서랍장 아래. 책장. 침대프레임 바닥.
‘다 없어.’
강수호라면 제일 숨겼을 법한 세 군데 다 없다.
‘없나? 없는 건가?’
불의의 사고로 소실?
사실 책장이 제일 가능성이 높았다. 새로운 곳에 떨어졌으면 최소한 그곳의 상식은 알아야 하니까.
내가 초반에 몬스터 도감 같은 걸 왜 읽었겠는가. 당연히 필요한 절차니까.
그러니 책장의 책을 하나씩 읽다 보면 얻어걸리게 둘만 한데.
색도 좀 잘 보이는 색으로 황금이나 붉은색 이런 것으로.
“흠.”
나는 가물가물한 기억을 긁어내기 시작했다.
케인과 루나와 여행 가기 전 한 책장의 책을 싸그리 아공간에 집어넣었으니.
‘뒤져보자.’
아공간을 차근차근…….
“아델리안.”
내 상념을 깨우는 케인의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깨어났나?”
“그래. 기척이 들린다.”
카이만이 깨어났다.
일기장 같은 건 당장 급한 게 아니지. 지금까지도 난 잘해 왔다고 자부한다.
그게 필요한 이유는.
‘내가 거짓말을 하는 것들을 더 늘리기 싫으니까.’
가디아를 기만하고 싶지 않으니까.
하지만 당장 그보다 중요한 건.
‘카이만을 꿇리는 것.’
“둘만 좀 볼까, 그럼.”
내가 실실 웃으며 턱짓하자 케인이 고개를 느리게 움직인다.
“마나 하트가 파괴되었으니 상관없겠군.”
케인이 저리 말하는 이상 아이기스만 있어도 카이만은 날 어쩌지 못할 것이다.
더불어 코덱스를 들면 나는 그를 몇 번이고 다시 죽일 수 있을 테고.
내가 앞으로 걸어가자 케인이 문을 열어준다.
내가 둘만 대화를 한다 미리 말해서일까. 케인이 제로를 데리고 문을 닫아주니 이 방엔 나와 카이만 단둘뿐.
“저런 것과 함께 다녔단 말이냐.”
나는 카이만의 말에 으쓱하며 아공간에서 마나 장막을 펼치는 아티팩트를 꺼냈다.
그의 앞에 의자를 지익 끌고 와 앉고는 느리게 웃었다.
“저런 것이 뭔데요. 아버지.”
내 도발에 카이만은 눈만 한번 움틀이고는 만다.
아무래도 마력의 폭주 덕에 이성이 확 낮아졌던 건 맞나 보군.
“괴물은 괴물과 어우러질 수밖에 없긴 하겠지.”
“이 몸은 아델리안이 맞는데 말입니다. 뭐, 이 이야기나 마무리하려고 혼자 들어왔지.”
저 말에도 그리 큰 감흥은 없다.
부유감 때문이기도 하고.
아직은 기억이 없거든. 그래서 잘 모르겠어. 어린 시절의 아델리안은 강수호의 기억이 있었을까 없었을까?
‘있었는데 그 망나니짓을? 아, 제발 없었으면.’
그런데 강수호의 기억이 없는 채로 버텼다면. 좀 내가 속상하게 자랐겠다 싶어서 말이지.
‘원래 아들과 아버지는 사이가 안 좋을 확률이 높은 게 서브컬쳐 국룰이거든요.’
나는 실없는 생각을 하며 피식 웃었다.
오고 가는 대화. 무미건조한 협상. 아니 협상인 척하는 협박.
“나는 가디아를 위해, 행복한 엔딩을 위해 나 자신을 걸었는데.”
당신은 못 걸겠어?
내 말에 카이만이 크게 웃는다.
나는 그의 앞에 내가 내민 세 장의 계약서를 흘긋였다.
신의 계약서는 완벽하지 않지만.
그것을 보완하는 방법이 있지.
각자 다른 신의 계약서와 더불어 계약 내용의 빈틈을 보완하는 세 가지 내용의 계약서.
육신, 정신, 영혼까지 전부 배신할 수 없도록.
‘저 입을 잘못 놀리면 가디아부터 알카이도는 물론 아직 내 조직 이노센트가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편이 아니기에 내 이름 뒤에 붙은 크루거 자체가 족쇄가 될지도 모르니.’
카이만 당신이 너무 위험한데, 또 필요하니 별수 없어.
그 어떤 노예도 이렇게 비싼 나락에 도장을 찍은 적 없을 것이다.
“네가 할 수 있을 것 같으냐.”
그의 질문에 나는 느리게 웃었다.
“그러려고 지금 내가 당신과 마주하고 있잖아.”
“그래. 한번 지켜보지.”
카이만이 느리게 손을 뻗어 세 장이나 되는 신의 계약서를 쥔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느리게 입을 열었다.
“아버지. 낳은 정만이 부모의 정일까?”
내 말에 세 번의 사인 후 종이를 내 쪽으로 밀던 카이만이 시린 눈으로 날 바라본다.
“피 안 통한 양아들도 아들인데.”
몸은 진실이고 영혼은 다르겠으나 기억은 잠겼으되 함께한 시간은 나와 했을 텐데.
“뻔한 의도로군.”
“무엇일 것 같아?”
“그 아이를 네가 염려한다는 사실이 우습긴 하구나.”
“그럼 안 되나?”
족보가 좀 꼬이기는 하지.
강수호에겐 동생이고 아델리안에게는 누나라.
그래서 어느 순간 나는 가디아를 누이라고 불렀다.
부유감이 조금 옅어지면서 강수호와 아델리안의 경계가 조금 무너진 건지 합쳐진 건지.
본디의 강수호에게는 가디아는 동생이니까.
그래서 누나라는 말이 어느 순간 입에 안 붙어서 누이라고 불렀거든.
“생판 모르는 사람과도 붙는 게 정인데.”
이렇게나 어? 대륙을 위하고 가디아의 해피엔딩을 위해 이바지하는 날!
어떻게 정이 안 들 수가?
내가 당당하게 굴자 카이만이 실소도 없이. 아주 냉랭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거대한 가문의 혈통을 입은 자. 그 의도를 나는 지금까지 궁금해 왔지.”
그래서 일부러 권한을 넘기기도 했다.
그리 말하며 카이만이 내 손에 끼워진 크루거의 반지를 바라보았다.
“보아 온 재능으로 보았을 때 고작 반지걸이나 하겠거니 했다만.”
그래. 귀한 핏줄을 뒤집어쓰고 태어난 주제에 무능력하고 야망도 없고 저게 뭔가 싶었을 것 같긴 하다.
아예 야욕을 부리고 했으면 죽였을 거 같긴 한데. 그것도 아니고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하며 사는 걸 봤겠지.
“나보고 왜 당신을 안 죽였나 물었지? 나도 물을게. 죽이는 건 못 해도 날 가둬 키우거나 할 수 있었던 거 아닌가?”
삿된 아이. 어미를 잡아먹고 태어난 주제에 진짜 자식도 아니라 확신했을.
그러면서도 자기 자식의 온기라 제 손으로 죽이진 않겠다 생각했다면, 그럼 먼 신전이나 어디 방계에 떠넘겨 눈앞에서 치우는 건 나쁜 선택이 아니었을 텐데.
내 질문에 카이만의 눈동자가 나를 응시한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리며 나가라는 손짓으로 대화를 끊었다.
그 모습에 나는 으쓱이며 입을 열었다.
“처음부터 잘 생각해 봐요. 기른 정도 정이라고 하잖아.”
그리고 아들과 아버지의 극적 화해도 서브컬쳐 클리셰이기도 하고.
우리 앞으로 계속 볼 텐데. 하며 나는 장난스레 계약서 세 장을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