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Extra in a Trash Game RAW novel - Chapter (228)
망겜 속 엑스트라가 됨-228화(228/373)
―까아악…….
이 나쁜 사람들 같으니!
패밀리어 8호는 새장 안에 갇힌 채로 엎드려 날개와 양발을 쭉 뻗고 울었다.
그동안 야금야금 모아둔 흑마나의 대부분을 그 파이얀에게 빼앗긴 덕에 이런 새장 하나 부수지 못하는 이런 나약한 까마귀가 되지 않았나!
거기에 파이얀이 반마족이 아닌 마족으로 각성하며 패밀리어 8호의 귀속이 흑마법사에게서 파이얀에게로 옮겨 간 것도 문제가 컸다.
―까악, 깍.
빨리 주인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하는데.
아직 파이얀의 지배력이 크지 않아 마음은 흑마법사에게로 조금 더 기울어져 있는 지금이지만 언제 자신의 충성이 바뀔지 모르는 일.
그런 의미에서 패밀리어 8호는 지금 여러 혼란을 겪고 있었다.
이게 그동안의 시절을 생각하면 흑마법사가 주인이 맞는데 지금 영성은 파이얀에게로 이어졌고.
그런데 파이얀의 지배력이 높아 이런 딴생각을 아예 못 하게 충성을 강요당하는 게 아니다 보니 흑마법사에게로 돌아가 있었던 사실을 다 일러바치고 싶지만.
이게 또 지금 주인은 일단 파이얀이다 보니 도망갈 의욕이 별로 안 나는 것이다.
차라리 파이얀이 초반부터 지배력으로 권속화시켰다면 모를까…….
패밀리어 8호의 흑마나만 뺏어먹곤 마족이 된 후에 갑자기 바쁘다며 새장에 쑤셔 넣고 방치 중이니.
―까악!
복수를……!
패밀리어 8호가 그렇게 외치는데 누군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쭈, 쭈인님!
―까?
최대한 아양을 부려 안심하게 만든 후 도망쳐 주겠다는 포부로 냉큼 눈을 반짝이며 새장에 들러붙어 보는데 그곳엔 처음 보는 이가 서 있었다.
무표정한 얼굴에 레몬색의 단발과 녹색의 눈동자.
검은색과 붉은색 프릴이 달린 귀여운 드레스에 실내인데도 옷 색과 맞춘 프릴이 풍성한 양산을 들고 있었다.
거기에 레몬색의 단발 위로 빼꼼 기울어진 조막만 한 모자까지.
한마디로 파이얀은 아니었다.
그에 패밀리어 8호가 가당치도 않던 반짝이 눈을 버리며 다시 새장 바닥에 들러붙자 그런 8호를 바라보던 소녀가 슬쩍 다가와 하얀 손가락을 새장에 집어넣는다.
콕, 콕콕.
바닥에 늘어진 패밀리어 8호를 찌르는 그 손가락에 8호가 날개로 챱 때리다 분풀이도 할 겸 그 하얗고 가는 손가락을 잘라 삼킬 듯 부리로 콱 깨물었다.
―끄?
패밀리어 8호가 부리로 문 덕에 뭉개지는 소리를 흘렸다.
보통의 소녀라면 손가락이 뎅겅 잘렸을지도 몰랐을 공격.
하지만 되레 제 부리가 얼얼한 감각에 패밀리어 8호는 슬쩍 소녀의 눈치를 보았고 소녀가 다른 손으로 말없이 새장 문을 열어 패밀리어 8호의 목을 움켜쥐려는 순간.
다시 방문이 열렸다.
“앗. 리지. 이제 왔어?”
막 8호의 목을 쥐어 잡으려던 손이 천천히 물러난다.
살짝 굳었던 패밀리어 8호는 그 틈에 얼른 부리에 힘을 빼고 천천히 반대쪽 새장의 벽에 붙었다.
새장 안으로 들어와 있던 손가락까지 물러난 후 8호는 자신의 목이 잡히기 전에 문을 열고 들어온 파이얀을 보며 다시 반짝이는 눈을 장착했다.
방금 죽을 뻔한 것을 살려준 건 파이얀이니까!
“내가 갑자기 오는 바람에 쌓인 일을 처리해 줘서 고마워. 너도 보스 보고 싶었을 텐데 좀 늦었다. 그치.”
파이얀의 말에 소녀가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런 소녀를 보며 파이얀이 손을 잡고 나갔다.
―…까?
아니, 나는…….
나는?
여전히 잊힌 채로? 그럼 먹을 거라도 주고 가든가!
패밀리어 8호가 다시 새장 바닥에 엎어지는데 닫혔던 문이 슬쩍 열리더니 파이얀이 되돌아왔다.
“아. 보스가 너도 오라더라.”
파이얀이 새장을 들어 올리며 싱긋 웃었다.
* * *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녀.
딱 봐도 누군지 알겠다.
무표정해 보이지만 리프에게 익숙한 내 눈엔 그 아래 깔린 옅은 수줍음과 기대감을 읽을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관리자님. 저는 리지입니다.
나는 리지를 바라보다가 씩 웃고는 손을 뻗어 어깨를 도닥였다.
물론 리프 덕에 리지의 기본적인 프로필 정도는 알고 있었고 세이렌으로 통화도 해 봤지만 이렇게 마주 보니 서로 그 느낌이 다르겠지.
“반갑다, 리지. 파이얀이 괴롭히진 않아?”
“아. 보스, 너무하세요. 전 보스처럼 이렇게 악랄하게 굴리진 않거든요.”
내 농담에 파이얀이 툴툴거리고 리지는 가볍게 고개를 젓는다.
그렇게 난 리지와 인사를 했고 칭찬을 했으며 응원 또한 같이 했다.
―이렇게 직접 보는 건 오랜만인가.
―그렇지.
그리고 리프와 리지가 만나 악수를 하며 인사하더니 리프가 날 물끄러미 바라본다.
―개인적으로 할 대화가 있어서 같이 나가겠습니다.
대충 대화 내용이 무엇일지 알 것 같다. 대략 두세 가지 중에 하나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로에게 가서 쿠키라도 받아. 대화하면서 먹게.”
리지는 리프와 나가면서도 나를 조금 신기한 듯 혹은 믿기 힘들다는 듯 바라보았고, 나는 그런 리지를 배웅하듯 손을 흔들다 문이 닫히는 소리에 파이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자. 그럼.”
청문회를 시행해 볼까.
나는 새장 벽에 바싹 붙어 오들오들 떠는 까마귀 한 마리를 보며 웃었다.
“그러니까 파이얀. 이 녀석이 네 권속이 되었다?”
“그렇다니까. 보스. 지금도 이 녀석이 대충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거 같아.”
하며 파이얀이 새장을 가볍게 흔드니 까마귀가 꽥 하며 새장 안을 뒹굴었다.
권속이 되었다는 것치고는 파이얀의 행동이나 까마귀의 상태를 보면 그리 끈끈하진 않은 것 같은데.
나는 일단 소파에 앉아 테이블에 종이부터 깔며 히죽거렸다.
“물을 게 많은데 돌아오는 답이 좀 기대되네.”
그 전에 혹시 저 녀석이 거짓말 같은 게 가능할지도 모르니 나는 파이얀에게 입을 열었다.
“꺼내서 제대로 권속화할 수는 없나?”
어렴풋하게 영성이 이어져 자신의 권속이 되었다 본능적으로 느꼈다지만 그것이 무조건적인 충성과 헌신을 보장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내 말에 파이얀이 음, 하며 고민하다가 새장 위에 양손을 올린 후 뺨을 기댄다.
“그냥 털어먹고 죽일 건데 굳이 그래야 할까, 보스?”
파이얀의 말에 나에게는 멀리, 파이얀에게는 보다 가까이 붙어 있던 까마귀의 눈이 휘둥그레 커진다.
―까…까악?
그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리냐는 듯 까마귀가 고개를 들어 새장 너머로 파이얀을 바라보지만 파이얀은 오롯하게 날 응시하며 태연하게 말했다.
“어느 정도 권속화되었으니 아마 거짓은 말 못 할 거 같아, 보스. 그냥 입을 다물면 다물었지. 그러니 쥐어짜서 얻을 거만 얻고.”
하며 생글 웃더니 엄지를 들어 자신의 목 근처에 대고 샥 긋는 손동작을 한다.
그 모습에 나는 내 이마를 만졌다.
뭐 틀린 말은 아니다만.
―까…까깍! 까아악 깍!
새장 안에서 까마귀가 이번엔 내 쪽으로 확 붙어 서글프게 운다.
그 모습을 본 파이얀이 한 손을 들어 자신의 입가를 가리듯 하며 웃었다.
“이 녀석 재미있네.”
“뭐라는데.”
“살려만 주면 조용히 나무 둥치 아래서 벌레만 잡아먹고 산다는데요. 보스.”
그런 거보다 그냥 파이얀 옆에서 심부름이나 시키는 게 낫지 않을까.
세이렌이 있으니 전서구처럼 쓰기는 좀 힘드려나.
적어도 쥐어짜서 이용한 뒤 슥삭 하자는 파이얀의 메마른 감성을 좀 중화시켜 주는 건 되지 않을까.
애완동물이 그런 용도 아니겠는가.
저렇게 바들바들 떨면서 새장 바닥에 꼬깃꼬깃 접히는 걸 보니 말은 잘 들을 테고.
“일단은 데리고 있어 봐. 나중에 쓸 만해질지 어찌 알아.”
하다가 문득 생각난 듯 나는 느리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어쩌면 네가 가장 원하던 것. 저 까마귀가 가능할 수도 있지 않나.”
절대로 배신하지 않는. 신뢰를 나누는 관계.
파이얀에게 오롯하게 종속되는 사역마라면 그 부분을 채워줄 수 있겠지.
내 말에 파이얀이 비스듬하게 새장에 엎드려 기대 괜히 손가락으로 까마귀를 괴롭히다 고개를 들어 날 본다.
마치 그건 생각하지 않았다는 듯.
“보스를 감시하던 패밀리어라 얼른 목을 비틀 생각만 했는데.”
그러게요?
하며 파이얀이 씩 웃고는 새장을 느리게 어루만졌다.
“그러네. 이 녀석을 제가 강탈하게 된 이유는 제가 이 녀석의 흑마나를 빼앗아 각성을 했고 그 순간 휘말린 덕에 영성이 연결된 탓이니…….”
이제 같은 방법으로 강탈될 일은 없을 테고.
서큐버스의 특성상 매료되어 빠진 노예나 추종자가 대량으로 주위에 생길지 모르겠지만 그것과 신뢰의 대상은 다른 법.
“좋아요. 한번 키워 보지, 뭐.”
그 말에 까마귀가 그렁그렁한 붉은 눈으로 나와 파이얀을 번갈아 보다가 꼬깃해진 몸을 살살 편다.
당장은 감동한 거 같으니 정보를 잘 뱉겠지. 뭐, 수틀려서 나중에 죽일 수도 있지만. 그건 파이얀이 선택할 일.
나는 파이얀이 잠시 그 까마귀와 눈을 맞춘 후 마나를 뒤집어 씌워 영향력을 높이는 모습을 응시하다 입을 열었다.
“그럼 원래 누구의 사역마였는지, 하는 일은 무엇이었는지, 어디서부터 우리를 감시했는지 그런 것부터 물어봐.”
내가 깃펜을 들고 묻자 파이얀이 천천히 숨을 흘리고는 입을 열었다.
“지배력을 올리는 게 좀 묘한 기분이네요. 일단, 음. 원래는 카르하타브라는 흑마법사의 패밀리어라고 하는데, 보스.”
8호라고. 하며 파이얀이 설명하기 시작했다.
카르하타브라… 사실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다.
케인을 끌고 갔던 흑마법사는 언제나 자신을 마법사님으로 부르게 했으니까.
게다가 원작을 아는 나에게 흑마법사라고 하면 케인과 연관된 그 흑마법사가 가장 기억에 남지만 실상 이 대륙엔 흑마법사가 한둘이 아닌지라.
라고 생각하는데 파이얀이 한 말이 귀에 툭 꽂힌다.
“케인을 갈아탈 몸으로 점찍어 놓고 감시했다는데요.”
맞네. 그 흑마법사. 케인을 데리고 간, 그리고 일정 확률로 케인이 찌른 칼이 아슬아슬하게 비껴갔다며 이노센트 사가에서 메인 스트림으로도 한 번씩 나오는.
언데드 준동의 배후.
“그리고 지금 여기, 테이트리아 수도의 하수도로 오려고 준비 중이라네요.”
조만간 뭐 늙은이 하나가 죽으면 된다는데? 하는 파이얀의 말에 내가 눈을 크게 떴다.
“뭐?”
“수도에서 조금 떨어진 은신처에서 몸을 회복 중이라고. 그렇지만 조만간 수도의 하수도로 올 거랍니다. 그 흑마법사.”
그 말에 나는 침음을 흘리며 깃펜을 잠시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아니 무슨.”
여기가 용담호혈이야 뭐야. 꿀 발린 곳에 개미들이 모이는 것도 아니고.
지금 이곳, 테이트리아 수도에 가장 메인인 악신교단을 포함해서 메인스트림이 무려 3개나 모인다고?
악신교단의 베르뷔트, 황실 찬탈 내전의 세리아. 거기에 언데드 준동의 흑마법사까지.
누군가가 ‘테이트리아… 망해야겠지?’ 하고 모아둔 수준이다. 이 정도면.
“이거 좀. 위험한데.”
“왜요, 보스?”
그야 진짜 운 나쁘면 저거 세 가지가 동시다발적으로 다 터질 수 있으니까.
그럼 원작보다 먼저 테이트리아가 큰 피해를 입고 휘청할지도 모른다.
지금 내가 알기로는 베르뷔트가 바이올렛으로 파생된 일로 지원을 요청해서 악신교단의 일부가 수도에 들어온 상태.
거기에 세리아가 트레잇을 얻었기에 한참 자기 생각에 승승장구하는 시기다.
물론 그 트레잇은 악신교단과의 거래가 아닌 내가 준 성녀상으로 받은 거니 무조건 한 번 그 반동이 크게 올 터.
그 대가에 따라 세리아가 극단적인 선택으로 찬탈내전을 빨리 벌일 수도 있는 문제.
거기에 언데드 준동을 흑마법사가 준비 중이라면.
“여기서 도대체 뭐 하는데, 그 흑마법사.”
“언데드 만들고 있다는데요?”
당장은 본인이 직접 오진 못해서 패밀리어만 보내 기본적인 것만 만들거나 준비만 해 둔 상태란 말에 내가 까마귀를 바라보았다.
“그거 어디 있는지 알아?”
“워낙 동시다발적으로 제작 중이라 다는 모르고 몇 군데는 안다네. 보스.”
좋아. 몇 군데라도 어디야.
그 말에 나는 그나마 얻을 게 생겨 조금 풀린 표정으로 웃었다.
“그럼 우리 그거 가지러 가자.”
“네?”
“슥삭 하자고 우리가.”
가로채자.
내 말에 파이얀이 날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환하게 웃었다.
“완전 찬성이지. 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