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Extra in a Trash Game RAW novel - Chapter (231)
망겜 속 엑스트라가 됨-231화(231/373)
“하.”
샤하드는 비딱하게 다리를 꼬아 앉아 팔짱까지 낀 채로 고개를 들어 어이없다는 듯 숨을 흩었다.
“이옐.”
“예. 샤하드 님.”
“내가 네 앞이 아닌 다른 곳에서 신성을 쓴 적이 있던가?”
“없었습니다.”
그렇지. 감춘 만큼 그것이 결국 내 힘이 되는 일이라 지지도나 세리아의 견제를 위해 다른 트레잇은 몰라도 신성은 감춰 둘까 했었으므로.
샤하드는 자신의 앞에 놓인 테이블 위에서 그 존재감을 뽐내는 노란색 겹꽃 한 송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트.”
「예.」
“내가 신성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나?”
「아니요. 몰랐습니다.」
그렇겠지. 이트가 이노센트에서 보낸 가드이자 감시라고 생각했기에 그의 앞에서도 조심했으니.
“그런데 어떻게 알고 보냈을까.”
최근에 수도로 돌아온 망나니. 아델리안을 잠시 만난 것 외엔 곧 축제 전이라 외출이나 파티도 자제 중이었다.
아델리안 그 망나니야 일단 대외적으로는 세이렌의 이권에 관련이 되어 있으니 이번에도 수도로 온 이유가 다른 이권 문제인가 싶어 확인도 할 겸.
그리고 이노센트에 아주 조금은 발을 걸친 녀석이다 보니 정보라도 캐낼 겸 만났지만.
‘이노센트의 저력에 대해 나보다 더 모르는 것 같았으니.’
그 외엔 외출도 거의 없었으니.
샤하드 자신이 신성 트레잇을 개화했다는 것은 오롯하게 샤하드 자신과 이옐만 알고 있는 사실.
그런데 이노센트에서 어찌 알고?
샤하드는 꽃과 더불어 그 옆에 놓인 메모지를 보며 탁하게 웃었다.
‘하긴 원래 내 트레잇이 봉인되어 있다는 것도 안 곳이니까 신성 또한 알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마치 방금 꺾은 것처럼 생생한 노란색 꽃 한 송이.
그것을 샤하드가 집어 올렸다.
그 단면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잘려 마치 원래 그런 모양새였던 것 같다.
아주 치명적일 정도로 강한 이가 마나로 정교하게 자른 꽃.
예전이라면 몰라도 조금이나마 강해진 샤하드는 알 수 있었다.
이 꽃을 자른 이의 실력은 샤하드가 죽었다 깨어나도 쫓아갈 수 없으리라는 것을.
꽃 한 송이를 보내는 것마저도 경고 혹은 경외하란 의미를 담는 건가. 이노센트는.
그리고 동봉된 작은 메시지.
[신성을 쏟아 성화로 만들어 주길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와 더욱 깊은 약속을 하나 더 하고 싶다면 아델리안을 찾으시길.]“그래. 어차피 한배를 타기로 했다면.”
이제 와서 내린다거나 한 발을 다른 곳에 걸치는 것은 의미 없겠지.
샤하드가 테이블에 놓인 노란색 겹꽃 한 송이를 손에 쥐었다.
* * *
“나 원래도 그렇지만 일 너무 열심히 하지 않나?”
나는 암시장 새벽 안에서 느리게 걸으며 제로에게 말을 던졌다.
수도에 올라와서 자잘자잘하게 한 일이 많다. 흑마법사의 까마귀에, 파이얀의 각성에, 샤하드도 잠시 보고.
라인하르트를 비롯해 아르만이나 훌라. 가뮈르 등등 일상에서 야금야금 세이렌으로 통화하며 인맥 관리도 하고.
거기에 카이만과 가디아 쪽도 신경 쓰는 데다 알카이도가 나 몰래 뿌린 다른 도플갱어들에 대한 상태도 알아보려 하는 중이고.
“일을 많이 하시는 편이긴 합니다.”
“그렇지?”
거기에 까마귀를 통해 알아낸 것으로 흑마법사의 언데드를 가로챌 준비도 하고 있지.
‘내가 직장을 이렇게 다녔으면 초고속 승진했을 거 같은데?’
역시 사람은 좋아하는 걸 해야 미친 듯이 하나 보다.
카드 배틀 게임을 파고드는 사람은 수천 장에 달하는 주류 카드의 효과를 줄줄이 외우고 몬스터 배틀 게임을 파고드는 사람은 속성 상성 및 개체값을 줄줄 외지 않나.
레이드 게임을 하면 퍼스트 클리어를 위해 수십 시간을 박고 길드 전쟁 게임을 하면 자다가 일어나서 몇 시간이라도 상대를 쫓아다니고.
‘하다못해 농장 게임을 해도 효율적 작물 심기를 검색하는 게 당연한데.’
아니, 쉬면 뭐 해. 뭐라도 해야 하나라도 얻을 거 아냐.
나는 내가 요즘 바쁜 이유를 생각하다 그런 결론을 낸 뒤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케인이 다 효도하겠지.”
이 정도 이바지 했으면 가챠로 쳐도 SSR은 확정 천장 찍어줘야 한다.
“대수림에서 막 채취해 온 유니콘의 뿔. 한 조각에 3천 소울!”
“하루 동안 날 고용하쇼. 하루에 기본 300소울.”
나는 가져온 골드와 마정석을 소울로 교환했다. 이런 식의 교환은 굉장히 비효율적인지 주위에서 꽤 경악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어차피 난 과금전사니까.
소울을 효율적으로, 합리적으로 가성비 좋게 구할 시간 자체가 나에겐 귀중하다.
Pay to fast. 그게 낫지.
물론 아무리 돈을 쌓아둔다고 해도 금전으로 교환 가능한 소울의 한계 또한 정해져 있어서 5천 소울이 다였지만.
‘이 정도면 감정 비용 정도는 될 테고.’
나는 암시장 새벽의 안쪽 구석에 판자를 여며 만든 간이 건물로 걸었다.
50소울이라는 정보료를 지나가는 이들에게 뿌려 알아낸, 이곳에서 가장 괜찮은 감정사.
“여기가 감정을 잘한다고 해서 왔는데.”
“아이거, 어서옵서! 저가 감정이라면 아주 기가 막허!”
들어가니 웬 사람만 한 개구리가 그 큰 눈에 더 큰 외알 안경을 걸치고 입을 함지박하게 벌려 웃는다.
저렇게 외형이 그냥 크기만 키워둔 거 같은 아인족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는 건 그때 그 마탑의 고양이 직원 이후로 오랜만인 것 같았다.
매끈하고 촉촉해 보이는 데다 검은 점과 무늬들이 박힌 녹색 피부. 손바닥과 목, 배 쪽은 연한 노란색으로 색이 갈려져 있다.
양손을 잡고 샥샥 비비는 손가락의 끝은 둥글고 그 사이에는 물갈퀴가 보인다.
‘헤엄은 잘 치겠네.’
판잣집 한쪽에는 가습기와 유사한 아티팩트가 있는 걸 봐서는 피부가 온도와 습도에 약한 모양.
오러 실력자는 아니란 소리.
“물건에 따라 받는 소울은 좀 비쌀 수 있지먼 거만큼 정확하거 자세할 거라 자부헙니다. 게다가 아무리 비싸도 1천. 1천 소울만 받겠습니더.”
손가락 하나를 들며 큰 입으로 웃으며 말하니 유독 뚱뚱한 혀가 보인다.
“더불어 정보의 누출도 난 원하지 않아. 소울은 넉넉하게 챙겨주지.”
난 판자를 대충 못질해 만든, 삐걱거리는 의자를 끌어 앉아 다리를 꼬았고 제로가 잠시 늦게 내 뒤에 선다.
“어이고, 그야 비밀엄수 안 하면 이 바닥에서 어찌 살것습니까. 딱 안심하서!”
“그렇다면 신의 계약서도 쓸 수 있겠네?”
나는 개구리 감정인의 트레잇에서 감정SS를 확인 후 아공간에서 신의 계약서를 꺼냈고 그 모습에 개구리 감정인이 멈칫했다.
“얽?”
얽?
“이… 어. 이런 거 안 하서도 고객의 비밀을 누출허먼 여기서 장사 못 허지만…….”
아, 하긴. 신의 계약서는 나니까 남발하고 다니지 보통사람은 평생 보지도 못하고 살아가는 종류다.
귀족이라도 영지의 규모가 작은 곳이라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한 장 정도 구비하여 몇 대를 물려줄 정도.
아예 시골 귀족이라면 그마저도 없을 확률이 높다.
애초에 그냥 돈만 준다고 구입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만신전에 어마어마한 기부금을 쏟는 게 1차고 가격이 2차며, 나름 콧대 높은 만신전에서 그마저도 물량을 한곳에 몰아주지 않으니 여러 장 구입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
‘하지만 크루거 가문이니까.’
원래 녹색 피부라 크게 티는 안 나지만 조금 창백해 보이는 개구리 감정인을 보며 내가 꼬아 앉은 발끝을 까닥였다.
“뭐. 당신 말대로 내 정보를 어디에 팔아넘길 게 아닌 이상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에 문제될 게 있나?”
이 신의 계약서를 들이미는 것만으로 나 혹은 내가 속한 곳이 일반적이지 않다고 판단한 모양인지, 아까보다 좀 더 조심스레 개구리 감정인이 대답했다.
“아, 아닙니더. 문제없지요.”
마른침을 꿀꺽 삼키는 듯 유독 목이 두드러진다. 떨리는 개구리 손이 신의 계약서에 사인을 마친다.
그것까지 확인한 뒤 난 아공간에서 발부스에게서 넘겨받은 아티팩트 중 하나인 합금판과 서적을 꺼냈다.
“일단 이 금속부터 한번 허 보겠습니더.”
개구리 감정인이 거무튀튀한 합금판을 들고 요리조리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내 눈치를 살피며 손을 펼쳐 ‘감정SS’ 옆에 붙어 있던 ‘물건 기억 읽기S’ 트레잇을 쓰는 듯 꼬물거린다.
그리고는 갸우뚱, 갸우뚱.
허, 참. 어허. 어어.
하는 이상한 추임새만 흘려댄다.
“…고객님.”
“왜 부르지.”
“…위대한 분이십니까?”
공들여 발음하는 듯 또박또박 말하며 몸이 점점 낮아지는 게 당장이라도 납작 엎드릴 것 같다.
“드래곤? 나 드래곤 아닌데?”
“…진짜로요?”
“마나에 맹세하고.”
내가 으쓱하며 말하니 개구리 감정인의 얼굴이 더욱 복잡해졌다.
“이거… 이상헙니다. 물건이 아주 이상허요.”
마치 귀신이라도 보는 것처럼 혹은 허깨비에게 둘러싸이기라도 한 듯 그 큰 눈이 갈피를 못 잡고 내 쪽으로는 쳐다도 보지 않은 채 합금판만 만지작거린다.
“나도 궁금해서 여기 온 거야. 그거 무슨 물건이야?”
그 모습에 내가 되레 더욱 가볍게 말했다. 그 물건 그냥 호기심의 대상이라는 것처럼.
하지만 그런 내 질문에도 개구리 감정인은 무언가에 홀린 듯 합금판만 매만졌다.
“…있을 수거 없는데. 이런 것이…….”
중얼중얼거리며 다시 합금판에 손을 쩍 벌려 댄다.
그에 나는 그 합금판을 낚아채 아공간에 넣었고 개구리 감정인이 화들짝 놀라 허공에 손을 젓다가 바르르 떤다.
“다시. 다시 한번 봐야 알겠습니더!”
“말해.”
이게 뭔데.
내가 히죽거리며 말하자 개구리 감정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발을 동동 구르다 숨을 몰아쉬고는 다시 주저앉는다.
“제가… 좀 흥분했나 봅니더. 일단 그거 너무 이상하고 요상하고.”
“본론만.”
“드래곤을 수십 수백 번 죽인 강철 인형에게서 떨어진 겁니다. 그 이렇게 생겼는데.”
개구리 감정인이 숯으로 판자를 얇게 대패질한 나무 종이에 무언가 슥슥 그렸다.
익숙하네. 저거.
내가 타이탄이라고 부르는 대형 기갑 골렘의 모습과 비슷하다.
리프가 있던 비공정에 잠들어 있는 그것.
더불어 레이첼의 악몽에도 나왔던 그것.
“그런데 이게. 지금 것이 아닌데 예전이라기에도 이상하거. 하지만 존재는 허는데 아주 과거더 아니지만 엄청나게 오래되기더 했습니더.”
개구리 감정인이 한쪽에 놓아둔 항아리에 손을 쑥 넣더니 바가지에 물을 퍼 꿀꺽꿀꺽 삼킨다.
“그리고 말이 안 되는 것이… 같은 드래곤을 수십 수백 번을 죽였습니더. 정확하게는 같은 드래곤을 수십 수백 번 죽인 이를 주인으러 태웠던 강철 인형의 것입니더.”
나는 레이첼의 악몽을 떠올렸다.
“그 주인이 어찌 생겼는지는 알아?”
내 말에 개구리 감정인이 고개를 젓는다.
“아주… 아주 끔찍하게 강하거… 지독하게 고통스럽거… 그리거…….”
검은 머리의 사내입니더.
그 말에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죽였다는 드래곤은?”
“강철 인형에서 나와 검을 들거 갑니더. 희미하게 멀리서 보입니더. 그리고 아주 붉고 큰 드래곤이 바닥에 쓰러져 있거 그 위로 검은 머리의 사내가 검을 치켜 듭니더.”
나는 가볍게 엉성한 테이블을 내려 보다가 느리게 입을 열었다.
“만약 이것을 골드로 환산하면 어떨까.”
이것 하나가 크루거의 전 재산의 가치가 있는 것인가.
나는 서적을 손에 든 채로 시선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