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Extra in a Trash Game RAW novel - Chapter (234)
망겜 속 엑스트라가 됨-234화(234/373)
진리를 탐구하고 지혜로 세상을 바라보는 자.
마법사들.
타고난 트레잇의 가호도 분명 있겠으나 결국 그 정점은 얼마나 마법에 미치느냐에 달려 있기도 했다.
수많은 연습과 연구, 그 세밀한 컨트롤.
트레잇으로 나오는 등급은 가장 1차원적인 지표일 뿐.
재능과 숙련은 조금 다른 결이라.
“왜 가끔 타락한 마법사나 현자가 나오는 줄 알 거 같습니다. 스승님.”
“예끼, 녀석아. 맛있는 밥 잘만 처먹고 못 하는 말이 없구나.”
흑염소 수인족인 듯 한 뼘 정도의 검은 귀와 휘어진 뿔에 가로 눈동자. 검은 머리를 가진 소년이 투덜거렸다.
그에 그 소년의 허리만 한 키의 등 굽은 시궁쥐 수인이 기다란 스태프를 휘둘러 소년의 뿔을 딱! 소리 나게 쳤다.
“아야아. 그렇지만 제 말이 틀린 건 아닙니다, 스승님?”
제법 큰 원형의 방 안.
하지만 온통 늘어진 책과 유리로 된 실험 용품에, 무언가의 박제와 더불어 커다란 유리병에 든 신체의 일부분까지.
흔하디흔한 마탑 방의 풍경 안에서 흑염소 소년이 뿔을 부여잡고 투덜거리며 먼지가 쌓인 책 한 권을 들어 호오 불었다.
“그렇잖습니까아. 속성마법이나 정령마법. 아니면 연금이나 기타 등등. 그나마 마탑끼리 어느 정도 교류도 하고 세간 인식이 나쁘지 않은 마법은 말입니다.”
아주 파고들진 않아도 마법서 읽는 재미가 쏠쏠하게 지식 교류라도 되지 않습니까.
“그으런데 말입니다. 흑마법만큼은 진짜.”
그나마 아예 수가 적은 계열의 마법들.
그림자마법이나 혈마법, 정신마법 같은 외도계열의 마법이나 속성마법을 기반으로 하되 일인 전승으로 이어지는 독자적 계열.
이런 것은 정말 익히는 사람의 수가 적은 데다 뭉치는 기반도 없어서 자료나 교류가 없는 게 당연하다고는 하지만.
“흑마법은 다르지 않습니까아.”
말꼬리를 늘리며 책을 안고 엎어진 흑염소 소년의 엉덩이 쪽에는 까만 꼬리가 손바닥만 한 크기로 나와 축 퍼졌다.
“이놈아. 다르긴 뭐가 다르냐. 우리가 손댈 수 없고. 아니, 손대면 안 되는 마법일랑 세상에 그냥 없는 거나 마찬가지이거늘.”
흑마법도 세상에 없다. 이렇게 생각하면 그 알량한 호기심은 마나의 품으로 돌아가는 법이니라.
하며 시궁쥐 수인이 작은 발로 오도도 뛰어 방금 끓기 시작한 유리 용기 아래의 불을 조절했다.
“그렇지만 너무너무 궁금합니다. 스승님도 그러셨잖습니까. 호기심은 마법사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니라아 하면서 말입니다아.”
사방에 존재하는 속성 마나와 몸 안에 쌓는 마나를 공명시켜 발현하는 속성마법들.
거기에 마나를 오밀조밀하게 그물처럼 짠 뒤 이계의 통로를 열어 튀어나온 것들을 마나의 그물로 일단 잡아챈 뒤에 제어하여 다루는 소환마법.
드물다면 정말 드문.
마법 재료를 하나하나 섞고 부풀리고 찌고 말리고. 그것들로 조심스레 형태를 만들어 마나로 실을 짜 조종하는 인형학파도 교류하는데.
“솔직히 흑마법사가 적은 것도 아니잖습니까아!”
“그래서 이놈아. 뭐어가 그리 궁그음하냐아?”
시궁쥐 수인이 제자의 말버릇을 흉내 내며 마른 풀을 유리 용기에 더 넣어 휘휘 젓자 흑염소 소년이 엎어진 채로 웅얼거렸다.
“흑마법 하면 역시 사령마법이니까아.”
저주와 독. 그리고 시체.
그중 제일 마법적 호기심이 이는 것은 후자였다.
어떻게 죽은 자를 다시 움직이게 하는가.
백골만 남은 것들이 어찌 움직이며, 시체가 어찌 움직이고.
그것들은 왜 살아 있는 것을 탐할까.
마나로 하나하나 조종하는 걸까.
그런 것들은 죽음의 전염이 있다.
물리면 결국 죽어 흑마법사의 수족이 되거나 같은 존재로 변하기 마련이라 보이는 족족 해치우지.
라비린의 대미궁에 나오는 몬스터는 희귀한 것들이 많으나 그것들을 강제로 밖으로 끄집어내면 몸이 무너져 내리며 마나로 변해 다시 미궁으로 흡수된다.
자연 발생한 언데드들 또한 흑마법사들이 어찌 알고 권속으로 삼아 데리고 가거나 혹 자유 언데드들이 있어도 죽음의 전염성 때문에 급히 정화하는 것이 대부분.
가끔 포획하는 것들은 수가 너무 적어 각 마탑에서 치열하게도 굴었다.
그렇다고 호기심과 더불어 연구 좀 한다고 흑마법에 손대기에는 워낙에 꺼림칙한 마법이니.
애초에 비주류 마법이 그렇다시피 유난히도 사람을 극한까지 몰아세우는 마법이 많았다.
하지만 그중 흑마법이 가장 배척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외도마법은 유난히도 배우기 어렵거나 혹은 혈통을 타고 내려오는.
아니면 그 수가 극히도 적은 부류가 대부분이었으나 흑마법은 달랐기 때문이다.
사실상 고작 흑마법 한두 개만 배워 놓고 으스대는 어중이떠중이까지 합친다면 어지간한 속성마법의 마법사들만큼이나 많다.
노력하며 숙련하면 다르다고는 하나 입문 시에 최소한의 재능이 필요한 속성마법과는 달리 흑마법은.
“사람들을 비탄에 밀어 넣는 마법 따위 무슨 소용이냐.”
그것은 제물 의식으로 재능을 일부분 대신할 수 있으니까.
“누가 배운답니까아. 저 그렇게 막 막돼먹은 놈 아니거든요오.”
그냥. 그냥 궁금하지 않습니까.
분명 사악하고 나쁜 방법으로 쌓아 올리는 마법이지만.
그 또한 쪼개고 쪼개 공부하면 우리에게 이로운 것들이 있을 텐데.
“하다못해 언데드들이라도 좀 구할 수 있으며언!”
아, 하늘에서 어디 스켈레톤 한 마리 뚝 안 떨어지나?
흑염소 소년이 입맛을 다시며 엎어져 있는데 한구석에서 먼지 쌓인 수정구가 반짝였다.
“스승니임. 연락 와요. 아, 진짜 우리도 세이렌 하나 삽시다아!”
수정구가 뭐야, 수정구가. 대부분의 마탑이 근처라 다들 세이렌 쓰는데 돈이 없는 것도 아니면서어.
투덜투덜거리는 흑염소 소년의 엉덩이를 시궁쥐 마법사가 스태프로 한 번 툭 치고는 입을 열었다.
“마법사는 조금 불편하게 살아야 아이디어가 샘솟는 것이야.”
네가 말하는 세이렌도 불편함에서 기원한 게 아니겠느냐. 좀 더 나은 생활, 더 편한 것을 위해 머리를 굴리면 아이디어가 나오는 법.
시궁쥐 마법사가 그리 말하며 자신의 얼굴만 한 수정구에 손을 올렸다.
그 모습을 보고선 흑염소 소년이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하는데 순간 곁눈으로 시궁쥐 마법사가 펄쩍 뛰는 것이 들어왔다.
“뭐, 뭐어라? 경매장에 언데드 납품이? 그, 그것도 수백?”
그 외침에 흑염소 소년의 퍼져 있던 손바닥만 한 검은 꼬리가 팔락하고 솟았다.
* * *
일단 하급 언데드들은 그냥 파이얀을 통해 이노센트의 이름으로 싹 팔아 버리자.
하급 언데드를 경매장에서 사야 할 정도로 권속이 없는 흑마법사라면 경매할 돈이 없을 거고.
경매할 돈이 있는 흑마법사는 굳이 하급 언데드를 돈 주고 살 리가 없다.
그러니 그걸 살 만한 이들은 한정적이지. 경매장 쪽에서도 뭐 물리면 전염되는 문제 덕에 관리가 안 될 사람에겐 안 팔 거라고 파이얀이 말했으니.
대부분은 일반 마법사들이 사 갈 것이다.
그걸로 뭐 지지고 볶고 삶든지 간에 상관없지.
다만 언데드를 그리도 씹고 맛본다면.
‘개중 한둘은 대언데드 마법이나 포션을 개발하지 않을까?’
그럼 나중에 흑마법사가 대놓고 언데드 준동을 일으켜도 도움이 될 것이다.
“아델리안아, 아델리안아.”
“안 돼.”
레이첼이 아주 간드러진 목소리로 날 불렀으나 나는 모른 체하고 파이얀이 올린 문서를 뒤적였다.
좋아, 이노센트 교가 조금씩 알음알음 퍼지고 있네.
“아델리안아. 왜 안 돼?”
레이첼이 슬쩍 다가와 내 어깨에 팔을 두르고는 내 머리를 쓰다듬는 척 뒤통수를 꽉 잡는다.
머리카락이 아니고 뒤통수를.
농구공처럼.
“악.”
이 무투가 드래곤이?
“네가 이래도 안 돼.”
내가 어깨로 레이첼을 밀어내자 레이첼이 흑흑 우는 척하면서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더니 손 틈새로 날 노려본다.
붉은색 눈동자가 희번득했다.
“흑흑. 나 너무 심심해. 그럼 나 수도에서 깽판 쳐도 돼?”
…아오. 저 뇌없첼.
하지만 레이첼만 조른다기엔 옆통수가 따끔거린다.
“솔직히 말할게.”
난 물끄러미 내 크루거 반지와 내 옆얼굴을 보던 케인과 더불어 대놓고 흉흉한 눈으로 악력 자랑을 하던 레이첼을 보며 깃펜을 아공간에 넣었다.
“어보미네이션 안 꺼낼 거야.”
“아, 왜!”
“이유는 무엇이지.”
저저저. 호전적인 둘 반발하는 거 봐라.
“일단 둘 다 이거 그냥 샌드백으로 쓸 거잖아.”
어보미네이션이 강한 언데드라고는 하지만 케인과 레이첼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솔직히 강한 적과 싸워보고 싶어서 꺼내 달라는 거 아니잖아?”
그냥 보기 드문 몬스터라 손맛을 느끼고 싶은 거지.
그나마 아직도 몸 밖으로 함부로 마나를 못 빼내는 레이첼은 낫다.
하지만 케인이 마음껏 날뛰면 테이트리아 수도가 작살 날 정도로 강해진 지금 상태에서.
어보미네이션이 무슨 소용이야.
난 그냥 둘의 신경 분산을 위해 눈가를 매만지며 입을 열었다.
“케인, 너는 흡수한 물과 불의 마나 융화나 끝내. 그래야 그 노인 검사 만나러 가지. 그리고 레이첼은.”
그래. 몸 좀 움직일 때가 되었지.
“루나랑 제로와 함께 파티 짜서 소울 좀 벌어다 줘야겠어.”
사실 평소 잘 노는 리프랑 붙이고 싶긴 한데. 거기에 레이첼이 그나마 말 잘 듣는 게 루나니까.
하지만 또 레이첼에 루나와 리프가 붙으면 셋은 잘 지내지만 파티 밸런스가 확 기울어진다.
“소울?”
“내가 기적을 좀 사려고 하거든.”
내 말에 케인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돌렸고 레이첼은 흥미가 생기는지 흉흉하던 눈을 풀고 싱글싱글 웃는다.
“셋 다 인식 저하 배지 잊지 말고”
귀엽고 순한 외모의 루나와 장신에 듬직한 체형이지만 얼굴은 순하고 다정한 미남인 제로. 거기에 훤칠하고 탄탄한 건강미 넘치는 레이첼까지.
우리 파티 애들의 외모는 솔직히 너무 아이코닉하지.
누가 봐도 우리 애들이야.
그러니 어디 다니려면 이젠 인식 저하 배지 없으면 무리다.
문제는 종종 인식 저하 배지를 쓰지 못하는 곳이 생긴다는 건데.
특히 황궁……. 지금까지는 세리아를 만나도 본궁에서 만난 게 아니라 상관없지만.
“난 케인이랑 리프와 같이 소울 벌 테니까.”
그 고대 요정의 언어로 된 서적. 그것의 가치가 엄청난 데다 이미 유실된 언어다 보니 기적의 가치가 얼마나 클지 모르니까.
그동안 파티는 웬만하면 안 나누던 나지만.
‘아, 노가다는 못 참지.’
거기에 아예 멀리, 여분의 스쿼드를 탐험이란 명목으로 재료 찾기 보내는 것이 아니라 결국 매일 집에서는 만날 거니까.
“그런데 파티를 그렇게 나누는 이유는 뭐야?”
레이첼이 흐흐 웃으며 ‘날 믿어?’ 하는 것에 내가 느리게 웃었다.
“널 믿긴 하지.”
레이첼 혼자 보내면 무조건 사고 칠 거란 믿음.
둘로 나누려면 우리 파티는 조합의 수가 좀 적긴 했다.
무력으로 따지면 케인, 레이첼, 제로는 무조건 둘. 하나로 쪼개져야 하고.
기본적으로 타인과 무난한 대화가 가능하며 일반 상식도 조금이나마 있는 사람은 나와 루나뿐이라 둘은 무조건 떨어져야 한다.
파이얀? 파이얀은 안 그래도 할 거 많아서 이런 노가다에서는 빼 줘야지.
거기에 나는 사실상 레비와 한 세트인 상태.
그러니 파워밸런스만 따지면 내 쪽에 케인과 제로, 레이첼 중 하나만 와야 하지만.
레이첼을 제어하려면 나, 혹은 루나인데.
레이첼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려고 새벽에서 던전 의뢰라도 받으라고 하는 거니까.
그런데 내가 레이첼이랑 붙으면 솔직히 잔소리 안 할 수 없지.
그러니 루나랑 레이첼을 붙이면 케인과 제로가 남는데 무력상.
케인, 제로, 나, 레비 조합은 너무 강하다.
그러니 케인, 나, 리프, 레비.
루나, 제로, 레이첼.
이게 맞지. 근딜, 원딜도 적당히 섞였고.
“싫어.”
“…아니 왜 싫어. 제로가 싫어?”
이 완벽한 밸런스가 왜?
내가 어이없다는 듯 보니 레이첼이 당당하게 말했다.
“여자들끼리만 가는 곳도 있어!”
“그게 어딘데!”
결국 레이첼의 고집으로 새벽의 소울 노가다 파티는 나(레비)와 케인, 제로.
그리고 루나, 레이첼, 리프로 정해졌다.
저 파티는 다 근접인데.
아… 이 조합도 모르는 드래곤 같으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