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Extra in a Trash Game RAW novel - Chapter (24)
망겜 속 엑스트라가 됨-24화(24/373)
생각이 통했네.
나는 종업원에게 손짓해 와인을 더 시키곤, 좀 더 제대로 말해 보라는 양 케인을 바라보았다.
“네게는 많은 돈과 아이템이 있지.”
케인 또한 와인을 다시 채워 잔을 흔들어 내며 고저 없는 목소리로 말하곤 한 모금 삼켜낸다.
“그런데 그걸 아낌없이 쓰며 이동하고 일을 해결한다면 사육이나 다름없다. 네가 원하는 진정한 강함은 아니겠지.”
“그래서?”
나는 흥미롭게 들으며 이번엔 달짝지근한 후식용 와인을 맛보곤 루나의 빵을 한 조각 더 얻어먹었다.
“그러니 평소엔 약간의 제한을 두면 좋겠군.”
“그래, 좋아. 예를 들어봐, 케인.”
“내가 도와달라 말하기 전까지. 너는 나서지 마라.”
나는 케인의 말에 짜게 식었다.
장난하나, 진짜.
저놈 입에서 도와달란 말이 나온다?
이미 상황 개판 되고 하늘에서 날으는 스파게티가 강림하고 있어도 나보고 도와달란 소릴 할까 저놈이?
“내 생각에, 그건 좋은 기준이 아닐 거 같은데?”
“어째서지.”
“일단 한 손을 네 심장 위에 올려봐라.”
내 말에 서늘한 얼굴을 하고서도 아직 어리긴 어려서 순수한 케인이다 보니 곧이곧대로 손을 가슴 위에 올린다.
“그리고 양심이 있는지 스스로 물어봐라, 이 나쁜 놈아. 너는 네 생각에 네가 나에게 그 말을 하는 순간이 올 거라고 여기냐?”
스르륵 가슴에서 케인의 손이 내려간다.
“…왜 아니 올 거라 여기지?”
저… 저저, 뻔뻔한.
나는 오히려 나에게 되묻는 케인을 보다가 루나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루나 생각엔 쟤가 나에게 도와달라 할 거 같아?”
“에… 아뇨.”
저리도 단호하게 말할 수가 없다, 진짜.
루나는 미니 애플파이를 하나 시키려다 말고 깜짝 놀라 내 눈치를 보다가 두 개 더 추가한다.
그래, 이왕 먹을 거 셋 다 먹으면 좋지.
“하여튼 네 입에서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건 기각이야.”
나는 포크를 옆으로 세워 바삭한 파이지를 칼처럼 잘라 한 조각 떨어트려 낸 뒤 푹 찍어 입에 넣곤 포크를 양옆으로 흔들었다.
“좋아. 내 입에서 도와달란 말이 나온 후라는 조건은 지우도록 하지. 하지만.”
케인도 애플파이를 가만히 보다 이내 한입 크기로 잘라 입에 넣곤 시선을 내려 감는다.
“적당한 수준의 서포트만 받고 싶군.”
케인이 한 발짝 양보했다면 나도 그리해야겠지.
애초에 저 녀석의 자율성이 중요하기도 하고.
나는 우물우물 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대신 네가 너무 고집부리고 있단 생각이 들면, 내 마음대로 할 거야.”
내 으름장에 케인이 그러마 하고 대답하는데 벌써 애플파이를 다 먹어치운 루나가 슬쩍 나를 본다.
“루나도 원하는 게 있다면 말해 봐.”
“저는… 지원… 팡팡 받구 싶어요.”
그거 듣기 좋은 소리네.
“좋아, 뭐든 말해 봐.”
내 말에 루나가 얼굴에 화색을 띄우곤 메뉴판을 가져와 할랑할랑 넘기더니 무언가를 손가락으로 콕 찌른다.
“이거… 정어리푸딩… 먹어보구 싶어요.”
“안 돼.”
그게 왜 여기서 나와.
나는 대번에 정색하며 딱 잘라 말했고 루나의 귀가 슬쩍 처진다.
하지만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법.
물론 이곳의 정어리 푸딩은 맛있을 수도 있지만 나는 그런 모험은 하고 싶지 않았다.
“마셔!”
“크게 한탕 했으면 써야지. 안 그래?”
적당히 먹고 마시며 대화했더니 제법 밤이 깊었다.
이제 식당보다는 주점에 가까운 모습으로 변한 주변에 슬 일어나 위층에 잡은 숙소로 갈까 고민하는데.
“이 자식 네가 뭔데!”
쒜액!
순간 나와 루나 쪽으로 술잔 하나가 날아왔다.
‘실드!’
나는 반사적으로 실드를 켜며 루나를 내 쪽으로 당겼다. 그리고 이내 나의 코앞에서 잔이 하늘로 튕겨 올라가더니 이내 케인이 검집으로 떨어지는 그것을 받아낸다.
“슬 숙소로 올라가는 게 낫겠군.”
“으우… 그러게요…….”
케인이 아마도 검을 검집 채로 잡아 날아오는 잔을 위로 쳐올린 다음 다시 받아낸 모양.
천천히 손목만 움직여 테이블로 잔을 옮기는데 누군가 거나하게 취해 비틀거리며 다가왔다.
“아이 참, 죄송합니다아. 저희 쪽 일행이 끄억. 술에 너무 취해서!”
그러는 본인도 만만치 않게 취해 한쪽 눈은 풀려 반쯤 감겨 있고 다른 손엔 맥주가 가득 찬 잔이 위태롭게 흔들린다.
휘청하며 걸어오는 곳마다 바닥에 맥주를 철퍽철퍽 떨궈 적시고 있었다.
“인간이란…….”
“너 인마. 그거 종족 차별이라고.”
가까이 와선 연신 꾸벅꾸벅 고개 숙여 사과하는 모습에 나나 루나나 괜찮다며 손사래를 치고 보냈지만 케인의 날 선 눈이 풀리지 않는다.
“그만 눈 풀고 올라가자.”
잔뜩 먹고 놀라서인지 급 피곤해지는 기분에 목을 주무르며 2층으로 올라가려는데 케인이 뒤를 흘긋 바라본다.
“왜 또.”
“별것 아니다.”
의심스러워, 주인공 놈…….
나는 케인을 바라보다 고개를 한번 저어내곤 걸음을 옮겼다.
* * *
‘하나가…….’
‘한창 잘 때…….’
케인은 왁자지껄한 소음 가운데서도 그 목소리를 정확하게 찾아냈다.
‘분명, 아까 그 자인가.’
컵이 날아왔을 때부터 느낀 위화감.
케인은 하품을 하며 나란히 잡은 3개의 방 중 맨 끝으로 들어가려는 아델리안을 잡고 자신이 쓰려던 가운데 방으로 밀어 넣었다.
“어? 왜 갑자기.”
“글쎄.”
약간의 의아함을 얼굴에 띄웠으나 별것 아니라 생각했는지, 아니면 몸이 피곤해서인지 별다른 대꾸 없이 가운데 방으로 들어가는 아델리안을 보다 케인은 루나에게 슬쩍 눈짓했다.
“도련…님… 푹 주무세요…….”
“루나도 너도 잘 자.”
케인은 일단 아델리안을 들여 보낸 후 고개만 틀어 루나의 큰 귀에 입술을 대어 속삭이며 나지막한 목소리를 흘렸다.
“오늘 하루 정돈 자지 않아도 되겠지.”
“에… 왜요?”
“예감이 안 좋군.”
별일 없다면 그것으로 된 것이다.
잠이 조금 부족한 루나는 말에 태워 케인 자신이 인도한다면 길을 가면서 약간의 수면 보충은 가능할 테고.
별일이 있다면 최소 자신이 움직이는 동안 아델리안을 지킬 방패 하나는 있는 것이니까.
‘그 머리는, 글쎄. 뒤로 제쳐놓아도 그 몸뚱어리는 믿을 수 없어.’
아델리안의 반사신경이 몹시 나쁜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좋은 편도 아니다 보니 아델리안이 자다 말고 바로 일어나 대응할 수 있을 거라곤 여기지 않으니까.
그래서 일부러 아델리안의 숙소를 자신과 루나의 사이에 놓았다.
케인은 가장 끝에 있는 외벽에 붙은 방으로 들어서며 방 안을 훑었다.
“창문은 하나.”
가볍게 아델리안이 있을 방 쪽의 벽을 두드려본다.
이 정도면 유사시엔 충분히 부술 수 있을 만한 정도.
창문의 커튼을 쳐내곤 살짝 열린 작은 틈으로만 희미하게 비치는 달빛을 불빛 삼아 케인은 자신의 짐 안에서 꺼낸 책 한 권을 열었다.
‘이걸 선뜻 내준 의도는 모르겠다만.’
얇고 제목도 없는 책 한 권.
예전에 아델리안이 자신의 책장에서 꺼내 가도 좋다 말한 그 책은 아델리안 본인의 일기장이었다.
팔랑.
달빛으로 하얗게 번진 낱장이 느리게 하나둘씩 넘어간다.
1층의 주점도 파했는지 이젠 사방이 고요하고 종종 밤새가 우는 소리가 멀리서 흩어졌다.
별다른 일이 없다면 새벽을 이리 보내려 했건만 일기장을 훑어내던 케인의 눈동자가 천천히 위로 움직였다.
탁!
책 덮는 소리가 적막을 가른다.
케인은 아델리안에게 받은 검을 바투 쥔 그대로 소리 없이 걸어 창문 옆의 벽에 등을 기대섰다.
“숨도 크게 쉬지 마.”
“어차피 그 무리 중 한 놈만 칼 밥 먹는다며. 게다가 어린애들이라니, 지금쯤 젖병이라도 빠는 꿈 꾸고 있겠지. 안 그래?”
“금색 머리에 좀 싸가지 없어 보이는 기생오라비 같은 놈은 꼭 반 죽여 둬, 그놈이 우리 애를 넘겼으니까.”
“경비대에서 빼 온다고 돈 좀 썼다매?”
낄낄거리는 소리.
평범한 사람들은 벽에 귀를 대고 있어도 듣지 못했을 정도로 작은 소리였으나 마나 유저에 도달한 케인의 귀엔 똑똑히 들렸다.
‘역시.’
마치 노린 듯 날아온 술잔.
분명 취한 듯 보였으나 바닥에 떨어진 음식물 하나를 피해서 내딛던 걸음.
그것에서 케인은 위화감을 느꼈다.
저리 비틀거리면서 신발의 밑창을 신경 쓸 겨를이 있는가.
‘게다가 피 냄새.’
고작 한두 번 씻고 술을 진탕 마신 척하는 정도론 피 냄새를 완전히 지울 수 없지.
“듣기론 맨 끝방을 쓸 거라고 방 잡을 때 말했다니까.”
“아니라면 다 패서 병신 만들면 되는 거고.”
창문 쪽으로 무언가 절걱하고 걸리는 소리가 들린다.
쇳소리를 줄이기 위해 붕대 같은 걸 감아둔 것인지 둔탁한 소리지만 아마도 이것은.
‘갈고리인가.’
케인은 미리 커튼을 쳐둬 작은 틈만 내놓은 채로 밖을 조심스레 내다 보았다.
달빛에도 빛나지 않게 검은 칠을 한 갈고리 두 개가 창문틀에 걸려 있음이 확실히 눈에 들어왔다.
“정말… 습격이네…”
청각이 예민한 루나도 케인이 미리 경고한 덕에 잠들지 않아서인지 슬쩍 방으로 들어와 케인의 맞은편에 몸을 숨기듯 선다.
“한 번에.”
더하는 말 없이 낮고 짧게.
케인의 말에 루나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끼익―
창문이 천천히 열리곤 누군가 창문 턱을 짚고 고개부터 들이미는데 케인이 그대로 목깃을 바투 쥐곤 안으로 당긴다.
“켁!”
외마디 비명.
그것이 이어지기 전에 바닥에 찍어 누르곤 올라타 무릎으로 목울대를 눌러 고정한 뒤 한 손으로 입을 막았다.
뻑!
그리고 첫 번째 사람이 끌려 들어갔다고 생각 못 한 뒷사람이 방안으로 올라오다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루나가 몸을 움직여 그대로 머리를 차버리니 목이 꺾이며 천천히 뒤로 몸이 넘어간다.
“앗… 죽으면……!”
“이미 가망 없는 것 아닌가.”
“아니야……!”
뒤로 넘어가는 몸을 루나가 잡고 안으로 끌고 오는데 덜렁덜렁 흔들리는 머리를 보며 케인이 한마디 하자 루나가 투덜거렸다..
“커…업… 큭!”
오히려 무릎으로 숨통을 누르고 있는 게 더 죽일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루나의 눈빛에 케인은 소리치지 못하도록 입을 막은 그대로 자신의 아래에 짓눌린 사내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할까.”
“죽이면… 안 된다구 생각해…….”
초원에서는 흔한 일이었다. 범죄자를 잡고 나면 그냥 죽이고 땅에 파묻는 것이.
하지만 이곳은 아니니까.
“도련님이… 귀찮아하실 거야…….”
흑마법사의 비밀 던전에선 하루에서 수명씩 죽어 나갔다.
실험에 희생되어 죽지도 살지도 못하고 케인에게 제발 끝내 달라 울부짖던 이들을 작은 손으로 직접 안식을 준 일도 많았다.
‘하지만 이곳은 유황 구덩이가 없지.’
케인과 루나의 이해가 일치했다.
죽이지 않고 기절만 시킬 것.
케인은 처음 해보는 일이지만 제법 능숙해 보이는 손놀림으로 제 아래에 깔린 사내의 목을 우드득 돌려 기절시킨 후 어깨에 들쳐 매고 일어났다.
“경비대에 놓고 오도록 하지.”
“난… 이제 잘래…….”
그 어깨 위에 목이 덜렁덜렁한 다른 사내도 루나가 걸쳐준 뒤에 입을 두드리며 하품한 뒤 눈을 비볐다.
* * *
침대가 어쩐지 불편해서 아공간에 있던 이불을 꺼내 덮으니 그나마 잠이 잘 왔다.
도롱이처럼 말고 잤더니 잡음도 없더라고.
“그래도 나름 잘 잤네.”
루나가 깨우기 전 먼저 일어나 창밖을 보는데 평소 보던 연무장 대신 다른 풍경에 드디어 밖으로 나옴이 더욱 실감 난다.
똑똑―
“어, 일어났어. 나갈게.”
이 소심한 듯 조심스러운 노크는 100% 루나지.
나는 느긋하게 말한 뒤 사용했던 침구를 아공간에 다시 집어넣곤 일어났다.
“도련님… 간밤에 푹… 주무셨어요?”
기지개를 켜며 나오니 다들 일어난 듯 문 앞에 서 있다 반기듯 말을 건다.
어젯밤에 별로 시끄럽지도 않고 푹 잤냐 하고 묻는 말에 고개 끄덕이다가 묘한 눈초리의 케인과 눈이 마주쳤다.
루나 한 번.
케인 한 번.
“너네 어제 뭐 했냐?”
분위기가 이상한데.
내 질문에 케인은 살짝 미간만 좁혔고 루나는 살짝 몸이 튀어 오른다.
“별… 별일 없었구요… 잘… 잤구요…….”
“아무 일도.”
아닌데, 지금 분위기가 딱 뭐 있는데.
뭐야. 간밤에 나 재워 놓고 둘이 어? 뭐했냐.
1층으로 내려가며 던지는 내 의심스러운 눈초리에 케인은 적반하장으로 흥, 하고 코웃음 치며 시선을 돌리고 루나는 안절부절못하다가 입을 열었다.
“아침… 뭐… 드실래요……?”
설마 둘이 간밤에 만나 내 험담을 밤새 했을 리는 없고…….
일단은 넘어간다. 하지만 주시하겠다. 하는 의미로 내 눈을 한번, 루나와 케인을 한 번씩 손가락으로 가리킨 후 말했다.
“아침 정식 뭐 뭐 있지?”
“제가 봤는데요… 샌드위치랑요… 비프 스튜?”
“맛있겠네.”
나는 입맛을 다시며 웃었고 그 덕에 스리슬쩍 넘어가는 분위기가 되자 루나도 배시시 웃는다.
“난 둘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