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Extra in a Trash Game RAW novel - Chapter (261)
망겜 속 엑스트라가 됨-261화(261/373)
사방이 막힌 연무장.
진검이 아닌 철심이 박힌 목검을 들고 샤하드가 숨을 고르며 앞에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서 있는 이트를 노려보았다.
“짜증 나네…….”
「그만두시겠습니까.」
이트가 살짝 비스듬한 각도로 목검을 들고 샤하드가 스텝을 밟으며 움직이는 것을 따라 검극을 겨누며 하는 말에 샤하드가 미간을 좁혔다.
“아니. 내가 진짜 너 한 대는 때려야 속이 후련할 거 같아.”
「저를 공격하기 원하신다면.」
이트의 검극이 살짝 내려갈 기세를 보이자 샤하드가 으르렁거리듯 대답했다.
“실력으로……!”
순간 튕겨 나가듯 샤하드가 이트에게 몸을 날리며 검을 크게 휘두르니 이트가 반걸음만 뒤로 물러나며 가볍게 목검을 움직여서는 샤하드가 휘두른 목검의 옆면을 찍어 궤도를 비틀었다.
「힘이 너무 들어갔습니다.」
“내가.”
쾅.
“널, 꼭.”
퍼걱!
“한 대라도!”
샤하드가 검을 강하게 휘두르며 몸을 비틀어 원심력까지 더해 내딛어 공격하지만 이트가 반걸음, 혹은 어깨만 움직여 검을 흘리고 쳐내며 튕겨 낸다.
결국 이를 악물고 내지르던 샤하드의 검극이 이트의 검극과 맞닿는 순간 샤하드의 목검이 파자작 하며 산산조각이 났다.
“…하. 또.”
샤하드가 한숨을 흘리며 찢어진 손아귀를 자신의 신성으로 조금씩 회복시키는 가운데 보좌관 이옐이 대기하고 있다가 닦을 것을 건넸다.
「그래도 저번보다 시간은 늘었습니다.」
부서진 목검의 파편을 발끝으로 툭툭 차올려 한쪽 구석으로 날리며 정리하던 이트의 말에 샤하드가 자신의 젖은 머리칼을 흩어 만지며 고개를 내저었다.
“같잖은 위로는 하지 마. 오늘 널 세 걸음 이상 움직이도록 하지도 못했어.”
그래도 저번엔 성공했는데 말이지. 요행이었나 말하며 샤하드가 회복된 손을 쥐었다 폈다 하는 모습에 이트가 다가와 쇠를 긁는 듯한 음성을 흘렸다.
“그건 아닙니다. 당신의 성장에 맞춰 저 또한 난이도를 높이고 있을 뿐.”
그 말에 샤하드가 질린다는 얼굴로 보다가 연무장 한쪽에 마련된 테이블로 자리를 옮겼다.
샤하드가 마법으로 차갑게 식힌 레몬티에 꿀을 넣은 것을 단숨에 들이켜곤 의자에 비딱하게 기대 앉아 허공을 바라보았다.
“이노센트는 어떤 곳이야. 너 정도 되는 이들이 많다는 게 믿어지지 않아.”
그동안 따로 이노센트라는 조직에 대해 파고들었지만 수확은 없었다.
샤하드는 생각난 김에 넌지시 이트에게 물었고, 이트는 맞은편에 앉아 금속 마스크 때문인지 음식을 먹는 대신 그 향만 즐기듯 눈을 감고 있던 차에 그 말을 듣곤 느리게 시선을 들었다.
「저 정도 되는 골렘은 관리자께서 마음만 먹으신다면 군대 단위로 생산할 수 있습니다.」
물론 천문학적인 돈과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기는 할 것이다.
어쩌면 인간의 한 생애를 다 써도 조금 부족할 수 있겠지만 거짓은 아니었다.
자신의 말에 샤하드와 이엘의 얼굴이 조금 굳는 것을 보며 이트가 말을 덧붙였다.
「설사 게이트가 전부 파괴된다 할지라도 대륙 그 어디든지 보름이면 도달할 수 있는 이동 수단이 존재합니다.」
물론 그 비공정은 엔진의 핵인 바다빛 진주를 아직 다 충전하지 못한 데다가 그 정도 속도를 내려면 마나, 혹은 마정석이 어마어마하게 들고 바다빛 진주 또한 무리해서 가동해야 하겠지만.
거짓은 아니었다.
「그리고 저 따위는 한 번 공격하는 것만으로 소멸시킬 수 있는 분, 혹은 제가 승리를 절대 입에 올릴 수 없는 분도 다수 존재합니다. 세력의 절반 이상.」
최근에 샤하드가 정보의 교류를 위해 부른 라피스 조직의 라줄리를 따라온 리지와의 기억 공유 덕에 아델리안의 파티가 더욱 강해진 것을 알았다.
원래도 강한 관리자 케인. 그와 더불어 존재 자체를 집어삼키는 제로라는 도플갱어와 드래곤인 레이첼만 하더라도.
다른 이들도 한 번까지는 아니나 이미 어지간한 오러 마스터와는 궤가 다른 존재들이 되고 있지 않았나.
물론 그 정도로 강한 이는 대륙을 다 뒤져도 그리 많지는 않겠지만 한 파티에 그렇게 모인 것 자체가 드문 일이었다.
“…그 정도란 말이야? 이노센트의 저력이?”
「저는 단 한 번도 거짓을 읊은 적이 없습니다.」
탁한 금속음. 하지만 지금은 어느 때보다 곧게 울린다.
그에 샤하드가 양손으로 마른세수를 하듯 얼굴을 부벼 쓸며 적금색 눈동자로 이트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강자가 많이 모여 있는 단체라고……? 하. 더 말해 봐.”
「대륙에서 그 정도 자금을 지닌 단체는 몇 손가락 안에 꼽을 겁니다. 황실을 포함하여.」
애초에 아델리안은 크루거가 아닌가.
더불어 리프에게서 시작된 정보가 리지를 통해 이트에게 이어진 내용 중 크루거의 가주인 카이만까지 아델리안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었으니.
크루거 가문은 원래도 그 재력만으로 대륙에서 손꼽히는 가문.
거기에 아델리안의 개인 자산인 아티팩트 대금이나 라피스의 조직이 벌어들이는 돈까지 계산한다면.
「어쩌면 대륙에서 가장 부유한 집단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트가 담담하게 사실만을 말하는데 샤하드가 잠시 참담한, 혹은 허무한 듯 웃다가 이옐이 따라주는 레몬티를 다시 마셨다.
“아니, 도대체. 그럼 이노센트는 뭘 노리는 거지? 날 황제로 밀어줘 봐야 얻을 게 뭐가 있냔 말이야. 난 절대 꼭두각시 짓은 하지 않을 텐데.”
그런 걸 바란 거라면 지금이라도 잡은 손을 놓자는 듯 짙어지는 적금색 눈초리에 이트가 나직하게 대답했다.
「관리자께서는 단 한 가지를 원하십니다.」
리프가 처음에 마정석에 담아 준 메모리.
그 안에 담겨 있던 아델리안의 행동과 희생.
하나하나 나열하면 조건이 붙는다고 해도 사실상 대륙에서 맞설 이가 손꼽히는 존재가 늘상 하던 말.
모두 행복하라고.
‘해피 엔딩이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직접 듣지 못한 나로선 쉽게 말할 수 없으나.’
이트가 노란색 눈으로 샤하드를 응시했다.
「그분께서는 대륙의 평화와 안녕.」
그리고 당신들의 행복을 원합니다.
* * *
하찮다, 하찮아.
아, 물론 이 ‘하찮다’는 케인을 말하는 것이다.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는군.”
“아냐, 잘 어울려.”
평소의 활동성 좋은 옷과 로브가 아닌 뭔가 아주 보기 좋은 제복 같은 걸 입은 케인이라니.
아주 하찮다.
얼굴에서 빛이 나는 데다 머리카락도 스타일링되고 은은하게 향기까지 나는 케인?
아, 진짜 하찮다.
‘저걸 돌이끼가 글이 아닌 그림으로 시작해서 굿즈로 팔아먹었으면 어땠을까.’
적어도 갤러리가 수시로 정전은 안 났겠지?
나는 기분 나쁜 듯 살짝 미간을 좁히는 케인에게 표정. 하며 구박을 한 뒤 레이첼에게 고개를 들었다.
“언제 온대?”
“풉, 푸크크큭. 풉킥. 아, 소르페?”
레이첼이 웃음 참기를 시도했지만 계속 입술 새로 새는 것을 막지 못하며 케인을 보다가 대답했다.
“왜 웃어 버리구 그래. 예쁜데.”
그 와중에 루나는 케인에게 아, 예쁘다. 하며 칭찬하고.
―확실히 요즘 보는 자료들 중 북부대공이라는 인물을 자주 보는데 이미지에 적합합니다.
뭐에 쓸 자료인지는 모르겠으나 리프는 북부대공으로 케인을 낙점했다.
“아델리안 님. 전 자신하지 말입니다. 오늘 저쪽 팀에 한 명 더 합류하겠군요.”
제로는 소르페가 아직 오기도 전인데 파이얀과 체이서 쪽에 소르페가 갈 것을 확신하는 어조였다.
“반짝반짝. 좋아.”
레비마저도 머리는 망가지면 안 된다는 제로의 말에 케인의 무릎에 올라가 웅크려 엎드리는 게.
케인 하나 빼고 모두가 즐겁다.
오롯하게 케인 혼자만 고통받는 것이다.
이것이 공리주의의 완벽한 표본 아닐까?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단 한 명의 희생.
“언제 와?”
케인의 눈이 점점 더 어둠속의 짐승처럼 빛나는 게.
그냥 다 엎기 전에 난 얼른 레이첼에게 입을 열었고 레이첼이 계속 꺌꺌거리다가 아. 하더니 고개를 돌렸다.
“왔다.”
소르페의 마나를 느낀 듯 나와 문을 등지고 앉은 케인을 제외한 모두가 문 쪽으로 시선을 돌리던 순간 똑똑 하는 노크소리.
나는 레비를 안아 올려 머리에 얹었으나 레비가 고개를 저으며 반지로 쏙 들어간다. 루나와 제로는 다과를 가지러 갔다.
리프는 언제나처럼 내 곁에 살짝 비스듬하게 섰고 레이첼은 문으로 다가가 활짝 열었다.
“어서 와, 소르페.”
“또 보네. 레이첼.”
오늘은 공식적인 이야기를 하러 왔지만 말이야 하고 소르페가 웃으며 들어온다.
금색 머리칼과 금색의 눈동자. 하지만 케인과는 다른 느낌의 눈동자다. 소르페 쪽이 조금 더 빛이 안에 들어간 느낌.
레이첼의 붉은 눈도 빛을 머금은 루비 같았듯 소르페 또한 빛이 담긴 노란 토파즈에 메탈릭함이 조금 얹어진 느낌이었다.
그 눈은 나를 볼 때는 무감각하다가 루나와 제로, 리프를 볼 때는 화려하게 빛이 났다.
“황홀해… 마음 같아선 전부…….”
갖고 싶어.
낮게 중얼거리던 소르페가 나에게 일단 약식으로 귀족 예법을 곁들인 인사를 올렸다.
그에 내가 으쓱하고는 대충 손짓하자 소르페가 입을 연다.
“크루거 가문의 대공자. 아델리안. 그대와 거래를 하러 왔어.”
“골드 드래곤이라고 했던가? 소르페. 거래 조건부터 들어볼까?”
그전에 일단 자리에 앉지.
나는 나와 케인 사이에 마련된 소파를 턱짓했고 소르페가 그러지. 하며 천천히 소파에 앉은 뒤 무심결에 케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가 굳는 것이 보인다.
아.
저대로 두면 침 흘리겠는데.
분명 보기 드문 광경일 것이다.
보통은.
하지만 나는 빨간 드래곤이 침 흘리는 것을 매일같이 보는 편이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손가락을 퉁겨 딱 소리를 냈다.
“후흡? 씁. 어?”
“나랑 대화해야지.”
“그렇지. 그렇지.”
소르페가 어색하게 무게를 잡으면서도 자꾸 눈이 케인에게로 간다.
저 상태니 케인의 실력을 공들여 마나스캔 하진 못할 테지.
그걸 노렸다.
보통 드래곤은 거만한 편이라 방심하다가 당한다는 이미지가 있지만 그것만 믿고 있다가 혹 공들여 케인을 스캔하면 내 올가미에 걸리기도 전에 날아가 버릴까 싶어서 미인계로 정신을 흔들기로 한 거였다.
‘물론 반은 케인은 괴로우나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서였지만.’
“그래서, 소르페. 나를 도와준 대가로 케인을 원한다고?”
“하아, 그래. 드래곤의 유희를 망치면서까지 널 도왔으니 나도 무언가 얻어야 하지 않겠는가. 인간?”
뒤늦게 정신을 좀 차린 소르페가 다리를 꼬아 앉으며 고아하게 웃었지만 애초에 나는 피어도 안 통하는 몸인 데다 드래곤의 위엄, 혹은 환상은 레이첼로 인해 다 깨진 상태.
담담하게 제로가 내어준 차를 마시며 으쓱였다.
“뭐, 좋아. 내가 신세진 건 맞으니까. 하지만 케인은 나도 어렵게 데리고 있는 녀석이거든.”
내가 말꼬리를 늘리며 말하자 소르페가 그럼 그렇지 하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좋아. 이 아이는 그만한 가치가 있으니 나 또한 대가를 치르도록 하지.”
뭘 원하지? 산더미 같은 재물? 미녀? 혹은 권력?
소르페의 동공이 점점 길쭉해지며 눈동자가 용안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주위로 마나가 일렁이는 듯 리프나 루나가 살짝 몸을 굳힌다.
하지만 난 다시 말하지만 피어조차 통하지 않는 몸.
“그런 거 말고. 케인은 물건이 아니잖아.”
어찌 내가 그런 물질적 대가를 받고 넘기겠어.
내가 느리게 웃으며 의자에 몸을 묻으니 제로가 나를 슬그머니 바라본다.
“똑같은 조건을 걸게.”
내가 케인을 내 파티에 넣기 위해 했던 일.
“어디 한번 케인을 굽혀 봐.”
그럼 곱게 물러가겠다며 나는 웃음 섞어 말을 읊었다.
“대신 반대로 당신이 굽히면.”
나는 이런저런 조건이 적힌 신의 계약서를 가볍게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