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Extra in a Trash Game RAW novel - Chapter (262)
망겜 속 엑스트라가 됨-262화(262/373)
케인이 아무리 강해졌다고는 하나 그래도 드래곤의 본체와 정면대결은 무리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소르페도 거만한 드래곤의 자존심이 있지.
‘설마 본체로 현신해서 케인에게 뭘 하겠냐고.’
보통 그 정도 되면 유희를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테니 내가 아는 드래곤의 습성상 있을 수 없는 일.
‘물론 내 지식의 대부분이 레이첼과 더불어 이곳의 책이긴 한데.’
믿는다, 케인.
나는 수도가 아닌 다른 곳까지 가야 편하지 않겠냐며 게이트를 통한 이동을 케인에게 추천했지만 케인은 새로운 능력을 얻었다며 소르페와 함께 나갔다.
그러고는 이제 두어 시간 지났을까.
“며칠 안 오겠지?”
내가 내건 조건은 케인을 꺾어 보라는 건데 원래 케인은 불굴이라는 트레잇이 메인이었을 정도니 절대로 꺾이지 않을 테고.
그렇다면 소르페가 지쳐서 포기할 때까지 들이박을 텐데 소르페도 드래곤이니 시간 개념이 우리들과는 달라 꽤 걸릴 것이다.
“저녁 먹기 전에 오실 거라 여기고 준비하는 중인데 말입니다. 조금 남으면 내일 모둠 스튜를 끓일까요.”
제로가 살짝 흘러내린 소매를 다시 걷으며 하는 말에 레이첼이 내 옆의 소파에 누워 쿠키를 집어먹다 배와 가슴에 흩어진 가루를 털더니 벌떡 상체를 일으킨다.
“그냥 그거 내가 먹으면 되는 거 아니야?”
분명 내 알기로 드래곤 하트가 반쪽이 난 여파로 인해 많이 먹는 것으로 얼핏 들었는데.
이제는 드래곤 하트가 온전한 이상 그냥 먹보 아닌가.
“아니면 오늘 파이얀 후배님과 뺀질이도 오니 1인분 양을 넉넉하게 해도 되지 않겠습니까.”
체이서는 본인 없는 곳에서 뺀질이로 지금 우리 파티 내에 이미지가 박혔다.
원래 적으로 시작한 사이니 별수 없지.
그나마 다행인 건 적일 때는 엄청나게 강하더니 정작 우리 파티에 넣으면 너프당하는 클리셰를 체이서는 비껴 나갔다는 것.
‘그러고 보니.’
나는 내 옆자리에 앉아 리프가 강력 추천한 동화책을 읽고 있는 레비의 꼬리를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파이얀이 온다고?”
세이렌으로 그런 말 못 들었는데 하니 제로가 여상스레 말한다.
“저녁밥 한 끼 같이 먹으러 게이트 타고 오는 거니까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그럼 파이얀이 오는 김에 미리 호문클루스의 알을 줄까.
나는 아공간에서 호문클루스의 알을 꺼냈다.
그래도 당분간 다른 사람에게 넘길 건데 한번 닦아서 줘야지 싶어 그것을 들고 부드러운 천을 찾는데 레이첼이 다시 소파에 드러눕다가 입을 열었다.
“어? 그거 뭐야.”
“뭐긴 뭐야. 종종 봤잖아.”
내가 알 꾸미기. 소위 말하는 알꾸 하려고 몇 번 꺼내 사이즈도 재고 주문 제작한 금실이나 은장식도 좀 둘러보고 형태에 맞춰 만든 쿠션에도 올려 보고 했었는데.
이제 와서?
부드러운 천에 향유를 조금 묻혀 원을 그리듯 부드러운 가죽 비슷한 껍질의 광택을 살려 닦는데 레이첼이 킬킬 웃었다.
“그냥 넌 툭하면 이상한 거 꺼내니까 대충 봤지. 위험한 거만 아니면 뭐든 상관없으니까.”
그런데 문득 보니까 그거 호문클루스의 알이네? 하고 레이첼이 말했다.
“레피드가 그러던데.”
이 알을 깨운다면 육체적으로는 완벽한 호문클루스가 태어날 테지만 영혼은 없다고.
원래 누군가가 몸을 갈아탈 때 쓰려고 만든 것이라고.
“드래곤 정도의 격만 쌓아도 아바타처럼 활용할 수 있을 거라더라. 물론 그 정도로 쓰려면 혈계 정보가 쌓임과 동시에 흡수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했지만.”
그런데 그 걸리는 시간이 당장은 1만 년.
그리고 혈계 정보.
즉 맨 처음 피를 묻혔던 케인의 피를 계속 먹이면 점점 짧아진다고야 했지만.
‘의미가 있냐고 그게.’
내 말에 레이첼이 물끄러미 바라보다 옆으로 누워 머리를 괴더니 입맛을 다신다.
“그럼 그냥 깨서 후라이 할까?”
그 정도 크기면 엄청 크겠는데? 하는 레이첼.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걸 후라이를…….
나는 괜히 광택 내던 알을 품에 넣으며 레이첼에게 등을 돌렸다.
“푸하하. 농담이야. 그나저나 그거 영혼이 없긴 하네. 그래서 약간 반 정도 정령? 뭐 이런 느낌도 드는데.”
레이첼의 말에 레비가 동화책을 읽다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했다.
“정령은 계약을 할 수가 있어.”
하지만 이건 정령이 아니다. 그냥 케인의 혈계 정보가 들어가 케인의 아바타로 태어날 영혼 없는 호문클루스의 알이지.
“이건 그냥 아무것도 없는 알이야. 레비.”
내 말에 레비가 짧뚱한 손으로 동화책을 보느라 조금 앞으로 기운 티아라를 바로 하며 나를 올려다본다.
“원래 진짜 정령은 영혼이 없어. 계약자.”
하며 레비가 알을 쥔 내 손등을 한 번 꾸욱 누르더니 내 몸에 깃들어 있던, 일상생활 하는 데나 쓰는 기본적인 마나를 훑어 강제로 움직여서 호문클루스의 알에 쏟아 넣었다.
아주 찰나.
그것은 이상한 감각이었다. 마치 핏줄이 좀 더 연장된 느낌.
신체 일부가 잠시 더 늘어났던 것 같은 착각.
그 이상한 기분에 호문클루스의 알을 다시 아공간에 넣으려는데 그것이 아공간에 들어가기도 전에 사라졌다.
“어?”
“어.”
내 탄성을 레비가 따라 한다.
난 순간 당황해 이게 어딜 갔냐고 다시 찾는 순간, 호문클루스의 알이 내 손 위에 있었다.
* * *
신이라 하면 어떤 존재인가.
‘애초에 마법이 없는 지구에서야 그 개념이 초월자의 느낌이긴 한데.’
이곳은 영혼도 있으며 신도 있고 마법도 있다.
흔히 생각하는 믿고 따르면 좋은 곳으로 가서 행복한 세상을 누릴 수 있게 해 주는 건 이곳에서는 굳이 신만이 가능한 일이 아닌 셈.
영혼에 적용 가능한 마법이나 주술에 통달했다면 영원히 그 대상이 행복하거나 좋다고 느낀 것들만 되풀이하는 꿈을 꾸게 할 수도 있는 법이다.
‘그럼 그게 흔히 떠올리는 천국이나 좋은 세상과 뭐가 다르냔 말이지.’
높은 경지에 다다른 마법사나 기사. 혹은 정령사들과 신이라고 분류되어 만신전에 속한 신들 중 그 세가 약해 힘도 약한 신과는 그 차이가 얼마나 날까.
애초에 살아 있는 신을 제외한 나머지 신들은 각자의 영역 외에는 그 한계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편에 가까웠다.
게다가 말 그대로 다신 종교다 보니 그 영역도 겹치는 신들이 존재하는데 불의 신과 태양의 신. 빛의 신과 불꽃의 신들 같은 경우는 서로 다른 듯하면서 비슷하고.
행운의 신과 금전의 신도 뭔가 믿는 이들이 바라는 걸 보면 그 결이 아주 다르진 않다.
그래서인지 이곳의 신은 뭔가 전지전능한, 모든 것을 알고 계시는 그런 신이 아니라 인간들처럼 감정도 있고 실수도 하며 각자의 개성이 있는, 아주 강하고 유능하지만 절대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는 존재의 느낌은 아니었다.
살아 있는 신만 제외하면.
‘그리고 그 점이 나중에 악신교가 종교전쟁을 일으키는 이유 중 하나고.’
아주 높은 경지의 강자와 일반적인 만신전의 신들이 무슨 차이가 있는가.
살아 숨 쉬지도 않는 죽은 것들이 신이라 자칭하며 내리는 신성력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보라.
사람을 치유하고 고치고 작물을 살리며, 나무들을 움직여 길을 만들고 무너짐 없이 동굴을 틔우는 것들.
그런 것들은 대륙을 뒤지면 트레잇으로 타고나는 이들도 있을 법한 기적이 아닌가.
만신전의 신들은 운이 좋아 먼저 태어나 조금 특별한 트레잇으로 이름을 알린 사람이나 진배없는 것이다.
하지만 살아 있는 신은 죽은 사람을 대가 없이 살리며 날씨를 손바닥 뒤집듯 바꾸고 산을 지우고 바다를 마르게 하니 어찌 유일한 신이 아닐 수가 있겠는가.
그게 악신교의 논리였고 더불어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여 악신교를 믿는 ‘인간족’은 인간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지배자의 삶을 살 수 있다 그리 말했다.
그러니 인간들은 단순하게 별 볼 일 없는 존재라도 자신이 타고난 종족 하나만으로 대접받길 원하는 머저리들.
혹은 지금의 세상이 정형화되어 자신은 능력이 뛰어난데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다 생각하는, 능력은 있으되 성격은 반사회적인 아웃사이더들.
실컷 인간이 아닌 다른 종족을 혐오하고 부리는 것을 더 이상 교양과 배움이란 명목 아래 눈치 보고 싶어 하지 않아 하는 귀족들이 악신교를 반겼다.
더불어 원작에서는 수인족에서 수인왕이 나타나 종족 대통합 느낌으로 모여 인간들과 종족전쟁을 벌였던 터라 원래도 대립이 극심했었으니.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대접해 주겠다는 종교가 이기심으로 득세했던 것.
그리고 처음엔 극렬하게 거부하며 대적하던 수인족들도 새로운 세상을 만들려면 지금의 이 낡은 세상은 없어져야 한다는 명목 아래 대륙을 파괴하고 다니던 악신교단에게 밀려서.
나중엔 그냥 살기 위해 불평등하며 착취에 가까운 조건으로 악신교의 아래로 조금씩 들어가게 된다.
종족 특성상 인간이 수인족보다 나은 것은 단일 인구수가 가장 많은 데다 모든 방향으로 두루 재능이 있다는 것.
대신 한쪽으로 특출 난 인재 자체는 조금 적은 것이 큰 단점이었다.
마법만 해도 7서클이나 8서클 마법사는 인간족이 비교적 많지만 궁극으로 치는 9서클 대마법사는 인간족에는 단 한 명도 없는 것과 매한가지.
하지만 타 종족은 하다못해 드래곤만 되어도 종족 자체의 수는 굉장히 적으나 나이만 먹어도 언젠가는 9서클 마법사가 되는 게 가능한 종족이었다.
‘하지만 그게 살아 있는 신이라는 변수 하나로 모두 박살 났지만.’
다른 만신전의 신들은 육신이 없어서 대륙의 상황에 간접적으로만 개입이 가능한데 살아 있는 신은 말 그대로 육신이 있는, 즉 아직 살아 있는 상태에서 신의 경지에 닿은 이라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는 게 문제.
그 강한 드래곤마저 후반으로 가면 레이첼을 제외하고는 거의 멸족하지 않았었나.
수인족들도 살아 있는 신이 없는 곳에서는 그 특유의 강함으로 전투에서는 이기지만.
식수를 차단하고 식량을 불태우며 지도를 보고 꼼꼼하게 몰아세우고 전략을 짜 대응하는 인간들 덕에 전투에서는 이겨도 전쟁에서는 지지 않았던가.
‘이번엔 달리 해야지’
나는 저녁 먹기 전 쉬는 시간 동안 방에서 누워 허공에서 호문클루스의 알을 꺼내 매만졌다.
악신교가 단 하나의 강함을 내세운다면.
반발심이지만.
난 반대로 갈 것이다.
‘알은 보통 재생성. 부활. 탄생. 탈각을 통한 깨달음을 의미하니까.’
어제와는 다른 나. 어제보다 성장한 나.
그것을 목표로 삼을 생각이다.
악신교처럼 압도적인 강함을 지닌 단 하나를 숭배하는 것이 아닌.
나 자신의 평화와 내면의 관조. 나라는 존재의 성장과 더불어 내가 타인에게 존중받듯 나 또한 타인을 존중하고 서로 다른 것이 곧 틀림이 아닌 개별성을 인지하는 그런 쪽이 낫겠지.
‘아무래도 계급과 더불어 지역뿐만 아니라 종족끼리도 갈등이 있으니.’
살아 있는 신과 악신교는 그것을 오히려 더욱 심화시켜 우월감을 기반으로 한 포교를 한다면.
이노센트는 비록 계급 타파까진 무리라도 서로가 서로에게 존중받을 권리가 있는 살아 숨 쉬는 생명체라는 것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상징으로 영원히 부화하지도 그렇다고 죽지도 않는 이 호문클루스의 알을 내세우는 거지.
나는 미묘하게 온기가 도는 거 같은 알을 한 번 더 매만졌다.
‘문제는 이게 지금 나랑 계약이 되었다는 건데.’
레비 말로는 영혼은 없어도 자아가 있는 정령이나 혹은 영혼이 있는 존재와의 계약은 서로 그 밀도가 비슷해서 어느 정도 치우침은 있으되 완전한 종속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호문클루스의 알은 영혼도 자아도 없으니 내 영혼에 아예 종속되어 버렸다고.
‘그럼 전부 끝난 뒤 지구로 돌아가 아델리안이 아닌 강수호로도 호문클루스의 알은 들고 다닐 수 있는 건가?’
그런데 그래 봐야 가능한 것이라고는 애착 에그 외의 용도가 없다는 게…….
일단 혹시 이노센트교의 심벌로 이 알을 쓴 덕에 신성 같은 게 좀 깃든다 하더라도 내가 이 알의 주인이지만 내가 내 의지로 케인을 믿고 양도한다는 이미지만 확실히 갖고 있으면 문제없을 것이다.
‘아마도.’
나는 짧게 앓는 소리를 내며 알을 다시 집어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