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Extra in a Trash Game RAW novel - Chapter (265)
망겜 속 엑스트라가 됨-265화(265/373)
결국 소르페는 아델리안에게 기본적으로 받는 사탕 반병을 전부 털린 뒤 소위 말하는 사탕 대출까지 받았으나 그것마저 다 털리며 사실상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는 막내로 낙인이 찍혔다.
암묵적으로 설거지나 식사 준비. 티 타임을 세팅하거나 하면 주는 사탕으로 그 빚을 갚는 데는 한참 걸리겠지.
아델리안은 은행이나 다름없는 존재인 데다 기본적으로 오러나 마나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일반인이니 설거지나 청소를 시켜도 효율이 오러나 마나 사용자보다 낮았다.
식탁 한번 닦는 것도 손에 힘을 집중해 닦으면 마치 한번 대패질이라도 한 듯 깨끗해지는 다른 파티원들과는 달리 아델리안이 닦으면 한참 걸리는 데다 루나가 아델리안이 하는 꼴을 절대 눈 뜨고 못 보는 성격이었기에 애초에 열외.
그렇다고 차를 우리라고 하기엔 알 사람은 다 아는 맛이었다.
‘내가 왜 살면서 굳이 이 맛을 시간 내어 맛봐야 하는 거야?’
라고 레이첼이 분개하기 때문에 티를 준비하는 것도 패스.
거기에 음식 또한 못 먹을 맛은 아니지만 다른 파티원들, 특히 제로가 있는데 굳이 아델리안이 한 걸 먹어야 하냐는 근본적 물음이 있기에 제외.
결국 효율의 문제로 아델리안은 그냥 무한한 사탕 공급처가 되었고 나머지 사람들 사이에서 사탕은 일종의 화폐가 된 지 오래인데.
“왜, 그냥 네가 사서 채우면 되잖아.”
레이첼이 사탕을 전부 잃은 뒤 바들거리는 소르페를 보며 실실 웃은 뒤 속삭이는 말에 체이서가 자신의 가슴 위에 손을 올리며 입을 열었다.
“그런 몰염치하고 파렴치한 짓을 하겠습니까. 저도 아니고.”
자존심 문제죠.
물론 저는 할지도 모르지만.
혹 파렴치해질 용기가 나지 않으신다면 저랑 같이 사러 가실래요, 레이디?
하며 체이서가 에스코트라도 하듯 손을 뻗자 소르페가 그 손등을 찹 하고 때렸다.
“드래곤의 긍지를 무엇으로 보는 건지. 착실하게 종잣돈을 모아 그 병에 들어간 내 사탕을 되찾을 테니 그리 알아.”
도도하게 머리칼을 흩어 넘기면서 일단 지방으로 파이얀을 돕기 위해 가기 전에 자신의 마탑을 먼저 들르겠다며 나가는 소르페를 레이첼이 배웅했다.
“어차피 아델리안 님이 주신 사탕인지 아닌지 저희끼리는 다 알아보니 새로 사와도 거래를 안 받아줬을 텐데 뭐 하러 그리 말하셨어요. 레이첼 후배님.”
그리고 그런 레이첼에게 제로가 속삭이니 레이첼이 이를 보이며 씩 웃었다.
“진짜 사오면 놀려먹으려고 한 거지.”
“그럼 진짜 웃겼을 텐데. 일단 나도 수도에 온 김에 라피스를 관리하고 와야 할 거 같아.”
세이렌으로 계속 진행 사항을 확인하며 지시는 내렸지만 눈으로 검토하고 확인하는 것만은 못하다며 파이얀이 손을 한번 짤랑이듯 흔들고는 순식간에 안개로 변해 사라졌다.
“이제 힘 쓰는 게 익숙해진 거 같아.”
―확실히 저런 식으로 요마족 특유의 마법을 써도 이질적인 마나가 안 느껴지는 걸 보면.
루나와 리프가 대화하는데 자신의 전리품인 가득 찬 사탕병을 그림자에 쑥 넣던 체이서가 문득 입을 열었다.
“레비 씨는 어딜 갔을까요?”
아까부터 제 사탕을 탐내시길래 한 알 정도 드릴까 했는데 말이죠. 하는 모습에 제로가 남은 빵을 손으로 찢은 뒤 틀에 넣고 브레드 푸딩을 만들려는 듯 계란을 쥐다 입을 열었다.
“아델리안 님 안마하러 갔습니다.”
레비가 적당한 무게가 되어 등 위를 돌아다니면 시원하시다던데요.
하는 말에 루나와 리프, 레이첼이 귀엽겠다며 보러 간 사이.
소파에 앉아 눈을 감은 상태로 턱을 괴고 심상 수련을 하는 케인과 브레드 푸딩을 만드는 제로.
그리고 자신이 남은 것을 확인한 체이서가 손을 살짝 올리며 입을 열었다.
“우리 셋이서 대화 좀 할까요?”
은밀하게 제 방으로 가서? 하고 장난치듯 말하는 것에 케인이 천천히 황금색 눈을 떴고 제로는 조금 껄끄러운 표정을 지었다.
“흐음.”
“네? 왜입니까?”
대놓고 당신과는 제가 좀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하는 모습의 제로가 재미있는 듯 체이서가 입꼬리를 말아 웃었다.
“친목?”
“굳이요?”
“저번 일은 많은 반성 했다니까요. 이제 뭐, 제가 주인을 납치 및 살인 미수할 일이 없습니다?”
체이서가 이렇게 편견 가득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면 슬프다는 듯 살짝 고개를 기울여 바닥을 바라보며 한 손으로 심장어림을 누르듯 하자 오븐에 틀을 넣던 제로가 으. 하고 고민하는 침음을 흘렸다.
“그럼 아델리안 님 방으로 가서 나중에 넷이서 친목을 다지는 건 어떻습니까.”
혹은 루나와 리프, 레이첼에 레비까지 전부 더해서 대화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란 말에 체이서가 검은 뱀의 비늘 같은 눈동자로 웃으며 으쓱였다.
“아, 아직은 그분들까지 알려 드리기엔 곤란한 대화를 할 예정이거든요.”
하며 아까 눈을 뜬지라 금색 눈동자를 보이는 케인을 흘깃하며 입을 열었다.
“제가 알기로 주인을 제외하면 당장 이곳에서 그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는 건 케인 씨와 저. 그리고 당신뿐이거든.”
그 모습에 마정석으로 돌아가는 아티팩트라 시간과 온도까지 편하게 맞출 수 있는 오븐을 조작하며 제로가 입을 열었다.
“무엇을 말하는 겁니까?”
“이 세계가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
잘 구워지고 있는지 궁금한 듯 오븐을 노려보던 제로가 천천히 체이서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 * *
이런 대화의 첫 번째 규칙은 그것이었다.
아델리안이 자는 시간에 하기.
종종 아델리안이 잠들면 간식거리를 들고 나와 대화하는 일이 제법 자주 있었지만.
오늘처럼 아예 자리에 없어 빠진 게 아닌 대놓고 몇몇만 따로 모인 일은 처음이었다.
처음엔 몰래 체이서의 방에 모일까 하다가 아델리안을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마스터의 경지라 기척에 예민한 덕에 정말 숨죽여 온 힘을 다하는 것이 아닌 한 들킬 게 뻔한 일.
그렇다고 사실상 비밀 잡담을 위해 그렇게 전력을 다해 은밀 기동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라 생각한 체이서가.
‘남자들끼리 이야기 좀 할게요.’ 했더니 레이첼이 ‘야한 이야기 하려고? 접경지에서 그게 낙이었는데.’ 하며 합류할 뻔한 해프닝이 잠시 지나갔다.
“어쩐지 속이는 거 같아서… 기분이 좀 그렇습니다.”
완성된 브레드 푸딩을 조금 덜어 가져온 제로가 문을 흘긋 보며 하는 말에 체이서가 으쓱했다.
“나중에 다 말하긴 해야죠.”
하지만 굳이 지금 말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래서 얻는 이득이 무엇이 있을까.
체이서가 낮게 웃었다.
“저희들끼리야 이미 얼추 알고 있어서 충격이 덜하다 하지만.”
다른 사람도 그럴까?
하는 말에 제로가 누굴 생각했는지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아델리안 님은 왜 빼고?”
듣자하니 아델리안 님은 이미 알고 계신데 말입니다.
하는 제로의 말에 체이서가 자신의 머리칼을 쓸어 넘겼다.
“좋은 질문입니다. 지금 안 그래도 주인이 하는 일이 너무 많아서.”
그런데 정보 취합은 제 본능이나 다름없는지라 먼저 좀 하려고요.
그냥 꽤 단순한 이유입니다? 하듯 체이서가 웃었고 그에 제로가 미간을 조금 모으다 다시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제가 알고 있다는 사실은 어찌 아셨습니까?”
그리고 케인 선배와 당신은 어찌 아냐는 듯 묻는 말에 케인이 입을 열었다.
“언젠가 네가 리프에게 그랬지.”
한참 리프가 역사서를 뒤지고 비공정의 과거를 궁금해할 때.
더 이상 과거를 찾지 마시길 바란다고. 때가 되면 알게 될 테니까. 만약 그때도 모르겠다면 제로 본인이 말해 주겠다고.
“그때 마나장막 치고 말했는데요?”
제로의 말에 케인이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이미 그때 그 정도나 격의 차이가 난 건가.’
제로가 케인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허탈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고작 그 말 한마디로 아셨단 말씀이십니까?”
“고작이 아니지.”
“그럼요. 고작이 아니죠.”
역사서든 어디든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 비공정.
그리고 그것을 알고 있는 존재라면 결국 과거의 기억을 의미하니까.
체이서의 말에 제로가 브레드 푸딩을 스푼으로 꾹 찌르며 말했다.
“두 분도 아시는 거 같은데. 굳이 왜 절 부르셨습니까.”
제로의 말에 체이서가 자신의 몫으로 놓인 브레드 푸딩을 한입 퍼먹으며 입을 열었다.
“이게 참. 애매한 부분이 생겼거든요.”
일기장을 통해서 이곳이 루프하며 아델리안이 사실은 이 세계의 사람이 아님을 ‘읽어서’ 아는 케인.
그리고 링크 마법으로 저쪽 세계와 아델리안의 정보, 그리고 살아 있는 신의 평소 어휘와 행동에, 살아 있는 신이 보여 준 환상을 ‘겪어서’ 아는 체이서.
둘의 정보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부분이 존재했다. 즉 정보의 대부분이 누락되거나 글자가 드문드문 지워진 암호문과 비슷한 상태.
그런데 케인의 기억 덕에 그나마 온전하게 아는 거 같은 제로가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일단 저희 셋의 정보를 취합한 후 별 영양가가 없으면 굳이 다른 사람들에게 당장 말할 필요 없잖아요?”
들어 봐야 유쾌하고 즐거운 내용은 솔직히 아닌 내용을 굳이 특별한 이득 없이 공유하는 건 그냥 더러운 기분만 무료 나눔 하는 것과 매한가지라 이렇게만 모았다는 체이서의 말에 제로가 머리를 긁었다.
“저도 또렷하게 모든 걸 다 아는 건 아닙니다.”
다만 가뮈르와 바하디와 함께 있던 별빛 샘에서 그들의 피를 마시며 무수히 몸을 재생성할 때.
가장 평범하고 기본적인 인간족의 모습을 본떠 만들어진 청년의 모습에서 점차 지금의 모습으로 몸이 변화하는 동안 조금씩 떠올랐던 기억들.
“미궁의 던전에 갇히기 전의 기억들이 파편처럼 조각조각 떠오른 정도입니다.”
그리고 그 기억들은 누가 봐도 연속된 시간 속에서 이루어진 삶이 아니었다.
어떨 때는 영원히 미궁에서, 어떨 때는 대륙을 가로지르는 멸망의 짐승으로.
그 어찌 동시대의 기억일 수 있겠는가.
더불어 이해되지 않는 몇몇의 기억들은 가뮈르, 혹은 바하디 중 누군가의 기억도 섞였기 때문이겠지.
본디 도플갱어란 피와 살점을 삼키고 그 존재의 기억을 갖는 괴물이니까.
‘아마도 가뮈르라 생각되지만.’
왜냐하면 제로 자신의 기억은 대부분 무감각한 융합체의 조각이나 마찬가지였으므로.
그래서 제로는 종종 불안했다. 자신이 혹 누군가를 통째로 삼켜 그 사람의 삶과 소망, 추억과 신념까지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게 되면.
그게 얼마나 중독적일지, 그리고 멈출 수 있을지.
내가 오롯한 나 하나의 생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나와 너로 이루어진 존재가 되는 건 지금의 제로로서는 기쁨이 아닌 두려움의 영역이었다.
‘다행이야.’
제로는 감사했다. 아델리안에게, 자신을 가장 효율적으로 쓰는 일은 무언가를 죽이고 삼켜 도플갱어로 만들어 바꿔치기를 하는 걸 테니까.
절대로 배신하지 않는 아군이란 얼마나 달콤한가.
그리고 죽어도 상관없는 살아 있는 자원이 얼마나 유용한가.
제로는 자신의 가라앉은 허기를 달래듯 지적 생명체가 아닌 브레드 푸딩을 한 스푼 크게 뜨며 입을 열었다.
“섞인 기억 중에 그게 있습니다.”
종족대전.
이유는 모르겠으나 인간족부터 시작해서 엘프나 드워프. 인어에 수인족.
거기에 드래곤까지 모두가 한 전장에서 싸우고 있는 아주 짧은 기억.
그 기억 안에 비공정 또한 존재했다.
“지금 기록되지 않은 과거에 우리는 전부가 적이었습니다.”
“어느 종족끼리 같은 세력이었을까. 몇 파벌 정도로 나뉠까요.”
엘프와 드워프는 영 사이가 좋지 않으니 서로 다른 세력에 들어갔을 테고 인어족도 수인족과의 시너지가 좋진 않은데.
하는 체이서의 말에 제로가 입을 열었다.
“단 두 진영만이 존재했습니다.”
인간족과 그 외 모든 아인족.
드래곤을 비롯해 엘프와 드워프. 하다못해 페어리들까지도.
인간을 제외한 모든 종족과 인간.
그 둘의 싸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