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Extra in a Trash Game RAW novel - Chapter (285)
망겜 속 엑스트라가 됨-285화(285/373)
“그래? 알았어. 고마워.”
나는 파이얀이 세이렌을 통해 보고한 것에 알았다 대답한 뒤 세이렌을 집어넣었다.
“풀어 둔 생쥐에게 붙인 사람이 말하길 어느 순간부터 생쥐를 놓쳤다네.”
파이얀과 체이서가 정신을 주무르고 세뇌한 악신교단의 교단원.
그를 체이서가 말하기 길다며 생쥐라고 부르는 덕에 나도 입에 붙어 버렸다.
파이얀의 말로는 붙여 둔 정보원이 분명 뒤를 제대로 밟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그 지역의 다른 곳까지 와 있었다고 했던가.
그것을 가볍게 설명하자 여러 모양의 게임 말들이 서 있는 테이블을 바라보던 체이서가 입을 열었다.
“아, 그거요? 본단이 있는 지역에 걸린 인지 왜곡 마법 때문이죠.”
체이서가 리프랑 같이 체스 비슷한 게임을 하며 테이블에 고정했던 시선을 잠시 들어 날 보더니 그 검은 눈동자로 웃었다.
“아무래도 떳떳하게 활동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니까요, 지금은. 게다가 쓸 만한 트레잇을 가진 교단원들은 대부분 공양조에 속하게 돼요.”
제물 수색조와 제물 공양조.
그들은 한두 팀이 아니라 대륙 전역에서 활동한다.
더불어 은밀하게 전도를 하는 이들에게 붙은 경호도 필요하고 자금을 돌리는 사업장 또한 지킬 이들도 필요하니까.
체이서의 말로는 본단 자체는 일반인이 훨씬 많이 거주한다는 소리.
그리고 사실상 살아 있는 신이 그곳에 거주하니 그것만으로 최고의 전력이라 더욱 나태한 방범 상태라는 말이었다.
“본단에 가면 문지기 정도 외엔 경비도 없어요. 허술하다면 허술한 방비 상태인데…….”
하며 말을 하나 옮기자 이번엔 리프가 골똘하게 생각하는 얼굴로 테이블을 바라본다.
“아무리 살아 있는 신이 강하다고는 하나 그것은 정말 본단이 무너질 때나 기대할 만한 내용이죠.”
누가 신앙으로 받드는 이에게 시시콜콜하게 지켜 달라는 소리를 자주 하겠냐며 말했다.
“그러니 정말 기초적인 무장을 한 이들과 더불어 다른 방법으로 본단을 지키거든요.”
몇 번 체이서와 리프의 말이 오간다.
어떨 때는 체이서의 말이, 어떨 때는 리프의 말이 테이블에서 바닥으로 내려갔다.
“본단 주위에는 접근하는 이의 시야와 방향 감각을 자연스럽게 왜곡하는 마법이 걸려 있어요. 그러니 보통 사람은 길을 헤매다 외곽으로 자연스럽게 나가죠.”
그거 무협에서 보던 진법 같은 거 아니냐?
나도 리프와 체이서 사이에 앉아 테이블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가장 기본적인 경비만 세워 두는데, 그곳에 들어가는 방법은 두 가지뿐입니다.”
리프가 말을 움직이자 이번에는 체이스가 잠시 입을 닫은 뒤 테이블을 노려보다 말을 하나 옮긴 후에나 다시 이야기했다.
“교단의 일원이 되거나, 혹은.”
그가 안내해 주는 길만을 따라가거나.
“멀리서 지켜보며 뒤를 밟는 것으로는 안 되죠. 어느 순간 외곽으로 나와 있는 자신을 보게 될 겁니다. 아.”
다시 리프의 차례가 되어 잠시 숨돌리던 체이서가 나에게 말해 주는데 케인이 리프의 뒤를 지나가며 살짝 손짓했다.
그 손짓을 보던 리프가 무언가 알아낸 얼굴로 말을 옮겼고 그것을 본 체이서가 양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체스로 말하면 체크메이트였다.
그에 양손으로 얼굴을 가렸던 체이서가 저쪽으로 걸어가는 케인을 잠시 흘겨보더니 고개를 뒤로 넘기며 중얼거렸다.
“오늘은 쉬어야겠어요…….”
이래서 훈수는 금지인 법.
나는 지나가던 케인에게 당해 버린 체이서를 한번 토닥여 준 뒤 일어났다.
리프는 그런 체이서를 보며 세리머니를 하듯 주먹을 가볍게 흔들다 손바닥을 내밀었고 체이서는 품에서 사탕병을 꺼냈다.
그 모습에 난 한번 크게 웃고는 기지개를 켜며 일어나 케인에게로 다가갔다.
“얼굴 까먹겠어. 어?”
그렇게 밥 먹으라고 제로가 불러도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더니.
오랜만에 얼굴을 비추는 케인을 내가 툭 치자 그 황금색 눈동자가 나를 바라본다.
“원하던 것은 얻었고?”
명상, 혹은 다른 무어라도.
케인은 한 번 걸었던 길을 다시 걸어서일까.
너무나도 빠르게 강해졌다. 남들은 상상으로도 가능한 영역이라 할 수 없을 만큼.
그래서인지 어느 순간부터 당장 보이는 무력이 아닌 내면을 다스리는 일이 잦았었다.
‘요즘은 과하게 바빠 보였단 말이지.’
나야 강수호로서도 아델리안으로서도 인간 이상의 강함을 지녀본 적 없으니 모르지만.
그래도 얼추 아는 지식으로 미루어 보자면 케인에게 중요한 시기였을 거다.
그러니 일부러 나오라고 재촉도 하지 않은 거고.
그런데 오늘 나온 모습을 보니 뭔가 얻었나 싶어 말을 걸었고 그에 케인이 무표정하게 보다가 아주 희미하게 웃었다.
“오, 웃는 걸 보니 뭔가 좀 얻었나 보지? 뭔데. 말 좀 해 봐.”
“아직.”
내가 팔꿈치로 툭툭 찌르는데도 고개를 한 번 젓더니 그대로 간다.
아, 궁금한데 좀 말해 주지.
내가 투덜거리는데 뭔가 노란빛이 뒤쪽에서 번쩍거렸다.
고개를 돌리니 사탕을 뜯긴 체이서 쪽으로 뭔가 전기 뭉치 같은 게 몸을 비비며 파직거리다 사라진다.
그에 체이서가 비벼진 곳을 가볍게 손바닥으로 훑으며 입을 열었다.
“아, 따가워라… 소르페가 절 부르나 본데 다녀오겠습니다.”
세이렌을 쓰면 될 텐데 이렇게 번거롭게 부르다니.
드래곤들은 원래 모두 성격이 고약한가요?
하며 체이서가 중얼거리는데 레이첼이 바로 양손을 들고 뛰어오는 모습에 하하 웃으며 그림자를 뒤집어쓰듯 사라진다.
“아오, 도망갔네? 다시 오기만 해 봐. 머리를 뽑아야지.”
…머리카락이지?
나는 씩씩거리는 레이첼을 바라보다 고개를 저었다.
* * *
가끔씩 박혀 드는 저 시선들.
참 신기하지, 사람의 시선은 그 어떤 물질적인 힘도 없는데 살갗을 가렵게 하고 심장을 날카롭게 쑤셔 판다.
한때는 저 차가운 시선이 선망과 부러움, 그리고 따스함과 다정함으로 가득 찬 날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이라면 어떻게든 말을 걸어 보려 했을 이들이.’
마치 추락을 즐기는 것처럼 한때의 가십으로 소요된다.
그 베르뷔트가 그랬다며? 하고.
이제는 실컷 물어뜯고 맛보았을 텐데도 종종 누군가의 시선과 동시에 귀에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낮게 속삭이는 소리들이 스쳤다.
내 꼴이 우스워?
늘상 생글생글 웃으며 달콤하게 숨을 흘리던 베르뷔트는 온데간데없이.
날카로워진 눈매와 일자로 굳어진 입매로 앞을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한 자들.’
몇 번이고 부러뜨린 덕에 금속으로 된 깃펜을 쥐고 베르뷔트가 종이에 글씨를 휘갈겼다.
베르뷔트가 바이올렛을 어찌했다는 제대로 된 증거 따위 나오지 않았다.
거기에 중간에 있었던 실종 사건 덕에 한동안은 그 이야기로 아카데미가 떠들썩하여 베르뷔트. 자신의 이야기는 들어갔다 생각했지.
그런데 마치 누군가가 일부러 퍼트린 듯 조용하게 말은 계속 이어졌었다.
이제는 일이 이렇게 된 처음과는 상관이 없어졌다.
그냥 아카데미에서 사랑받던 소녀에게 붙은 추문을 즐기는 것이 일종의 놀이처럼 되었지.
귀족들이란 그러한 존재임을 모르던 바는 아니었다.
정말 긍지 높은 귀족이 있다면 반대로 혈통만 타고난 머저리들도 있는 법이니까.
‘얼마 남지 않았어.’
베르뷔트는 더욱 도도하게 고개를 치켜들었다.
조금만 더 있으면 제1황녀인 세리아가 두각을 나타낼 것이고 성신교가 대두될 것이다.
세리아를 중심으로 그녀의 권위가 강해질수록 성신교 또한 교세가 강해질 터.
그리고 최후의.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날 성신교의 일원이 아닌 이들은 전부 버려질 테니 그날이 오면 저들은 땅을 치고 후회하겠지.
베르뷔트는 이 강의실 안의 사람 중 몇 명이나 살아남을지 가늠하며 옅게 웃은 뒤 더욱 꼿꼿하게 허리를 펴고 앉아 정면을 응시했다.
* * *
하얀 눈으로 빚은 것 같은 마차였다.
겉은 둥글고 하얀 것이 마치 꽃봉오리 같은 몸체에 말도 새하얗고 덩치가 크며 발굽까지 털이 길어 전체적으로 풍성해 보이는 모습이다.
수레바퀴 또한 폭이 가늘고 좁으며 크기는 더 커서 마차의 반이 넘게 보였다.
전체적으로 우아해 보이는 그 마차는 먼 곳에서 오랜 시간 달려온 듯 보였으나 희한하게도 마차의 바퀴나 겉에 흠집 하나 없었다.
전체를 마법으로 감쌌기 때문이리라.
“이곳이 수도인가요.”
아이스엘프 르쉬올라.
그녀가 마차의 창문을 열며 말하자 불어오는 바람에 나부끼는 르쉬올라의 은백발을 게드만이 조심스레 부여잡아 입을 맞추면서 대답했다.
“그렇소. 이곳이 제국의 수도요.”
게이트로 이동한다면 하루 안에도 왔겠지만 르쉬올라와의 첫 나들이였다.
언제나 아이스엘프의 영역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던 르쉬올라였기에 대공과 혼인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엔 황제에게 알현을 올리지도 않았었다.
그러니 기껏해야 눈 덮인 들판, 혹은 눈이 조금 녹은 산어귀 정도만이 르쉬올라와 게드만이 함께했던 곳 아니었나.
그러니 게이트 대신 마차로 한참을 움직였다. 곳곳의 풍경도 음식도 보여 주기 위해.
그렇게 출발한 지 한참이 지나서야 제국의 수도, 테이트리아에 도착하자 르쉬올라가 밖을 내다보며 중얼거렸다.
“모두, 모두 모였네요.”
“아무래도 오랜만에 열리는 큰 축제이니 대륙 곳곳에서 많은 이들이 올 것이오.”
그에 르쉬올라가 무언가를 생각하다 마차의 창문을 닫았다.
바람에 흩날리듯 허공에 살랑거리던 머리칼이 어깨와 팔로 내려앉는다.
그 고아한 모습을 게드만이 바라보며 침묵하는 사이 르쉬올라는 품에서 편지를 한 장 꺼냈다.
그에 게드만의 눈이 조금 찌푸려졌다. 아마 눈빛으로 편지를 찢을 수 있었다면 ‘갈기갈기’라는 말보다 더했으리라.
“갈 것이오?”
“글쎄요… 고민중이에요.”
그 말에 게드만이 짙은 보라색 눈동자를 빛냈다.
“바로 갈지 아니면 상황을 두고 보다 갈지.”
빛나던 눈동자를 슬프게 내리까는 모습에 르쉬올라가 웃으며 손을 뻗어 게드만의 뺨을 어루만졌다.
“왜 그런 눈을 하시는가요.”
“…혹 돌아오지 않을 것이오?”
그대는 그들이 원래 나를 이용하기 위해 보낸 이니까.
그리 말하는 눈동자를 바라보다가 르시올라가 게드만의 목덜미를 감싸 안듯 자신의 쪽으로 당기며 속삭였다.
“그럴 리가요.”
사랑하고 있어요.
그 속삭임에 게드만이 조심스레 르쉬올라를 끌어안았다.
“나도 그러하오.”
아주 많이.
하고 덧붙이던 와중 르쉬올라가 담백하게 입을 열었다.
“그 전에 만날 사람이 있으니 초대해 주세요.”
“누구를 말이요.”
“태양신의 대주교 하미드와 황족 엘윈 테이트리아.”
그리고 키미슈트리 아카데미의 이사장 제노윈.
그 말에 게드만이 품에 안겨 있다가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그대의 친구요?”
“어쩌면요.”
르쉬올라의 말에 게드만이 살짝 고개를 저었다.
“그럼 불가하오. 확실하지 않은 이를 들였다가 그대가…….”
혹여 지금의 르쉬올라가 어떤 존재인지 알아차리는 이가 나온다면 대륙은 혼란에 휩싸일 것이다.
누군가를 삼키고 그 사람의 행세를 하는 존재라니.
게드만 자신에게나 구원으로 내려앉았지, 타인에게는…….
게드만은 그런 생각조차 불경스럽다는 듯 화제를 돌렸다.
“나는 그대가 가장 소중하니까.”
그에 르쉬올라가 게드만의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입을 열었다.
“걱정할 필요 없어요.”
대부분은 제 친구니까.
르쉬올라가 옅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