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Extra in a Trash Game RAW novel - Chapter (286)
망겜 속 엑스트라가 됨-286화(286/373)
절규하라.
다른 이에게서 지금까지 뽑아냈던 비명과 핏물만큼 내지르리.
“아아악!”
“흐억! 컥!”
한 걸음 한 걸음.
양면의 신 바사하의 성녀 에리엘이 걸어 들어갈수록 트레잇의 범위 안에 들어온 사람들이 바들거리며 쓰러졌다.
이렇게 광범위하게 쓰면 나중에 다시 고통을 채워야 할 테지만 괜찮다.
돌아가면 대사제가 다시 에리엘 그녀를 채찍질해 줄 테니.
고통전이의 트레잇으로 지금까지 에리엘이 겪었던 육체적 고통이 그대로 타인에게로 번졌다.
쉬익 하고 단검이 날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고문을 버티는 훈련이라도 받은 듯 안색만 찌푸린 그대로 날린 단검을 에리엘은 피하지 않고 어깨로 받았다.
“악! 컥!”
“하, 하지 마. 으어…….”
에리엘의 어깨에 단검이 박히는 순간, 에리엘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서 비명이 들렸다.
단검을 날린 이마저도 자신의 어깨가 불에 덴 듯 고통이 번지자 웅크리는데 그 모습을 본 에리엘이 잠시 도끼에서 손을 놓고 자신의 어깨에 박힌 단검의 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까득, 픅.
“아으윽!”
“허억!”
에리엘이 힘을 주어 단검의 끝이 뼈를 긁고 근육을 찢을 만큼 돌려 쑤시자 곳곳에서 비명이 터졌다.
그에 에리엘이 단검을 느리게 뺀 뒤 가져온 포션을 뿌리고 마셨다.
삶과 죽음이 양면의 한 몸이듯 고통과 환희 또한 마찬가지.
에리엘 자신이 받는 고통은 적에게는 더한 고통으로, 그리고 그 덕에 에리엘에게는 환희로 돌아오는 법이다.
에리엘은 순하게 웃으며 도끼를 들었다.
“당신들에게도 선한 이면이 있길.”
그리하여 바사하 신에게만큼은 용서를 받길.
당신들이 한 행위는 악신을 제외한다면 그 어떤 신도 용서하지 않을 테니.
에리엘이 바닥을 기어 자신에게서 멀어지려는 이에게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리고 그의 등을 도끼로 내려찍고 다시 한 걸음.
더 내딛자 조금 앞에서 쓰러진 이가 보인다.
그렇게 걸음마다 피를 뿌렸다. 이 피는 지금 보기엔 흉물스러우나 비가 내리고 땅에 스며들면 그 땅을 비옥하게 만들리라.
삶이 가치 없었던 사람이라도 죽음은 가치가 있을 수 있다.
너무나 많은 죽음이 땅을 더럽힌다면 불로 정화하면 될 것.
불로 타 재가 된 것들은 땅에 뿌려진다 하더라도 악취를 내뿜지는 않을 터.
그것은 에리엘 자신을 이곳으로 안내한 이가 지른 불로 이루어질 것이다.
“막아! 막아야 한다!”
“지금 밖에 나간 이들을 불러들이려고 했는데 통신이!”
“내부를 아는 자라 통신구가 있는 곳부터 불을 질렀습니다!”
보안을 위해서였는지 아니면 주변에 다른 마을이 없어서 그런지.
어지간한 곳은 세이렌의 한계 범위마다 사람을 하나씩 고용하는 방법으로라도 세이렌을 이용하여 연락을 하는데 이곳은 통신구만을 쓴 모양이다.
그 덕에 지원에 늦어지고 불은 거세진다.
더불어 에리엘이 도끼로 반을 갈라 주는 사람이 갈수록 늘어났다.
“이 마녀!”
누군가 차마 고통에 공격은 하지 못하고 손가락질하며 외치는 말에 에리엘이 풋 하고 웃었다.
그래, 성녀의 또 다른 얼굴은 마녀일지도 모르지.
당신들에겐.
누군가 이를 악물고 에리엘의 배에, 등에, 옆구리에 칼과 화살을. 창을 꽂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에리엘의 범위에 들어온 이들의 비명만 늘어날 뿐.
그것을 몸에 꽂은 뒤 고통전이로 인해 반사된 고통으로 입에 거품을 물고 경련하는 이들의 머리를 도끼로 내려찍었다,
비록 에리엘이 고통내성이란 트레잇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은 내장을 후벼 파는 고통이라 견디기 힘든 것들.
하지만 에리엘은 익숙하게 자신의 몸에서 그것들을 거두며 포션을 삼켰다.
신성력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아껴 두면서.
매를 맞으며 떠는 가련한 소녀는 여기 없었다.
에리엘은 피에 젖은 손으로 하늘색 머리칼을 쓸어넘겼다.
그 하늘색 머리카락이 붉은 손길로 물들었다.
* * *
“뭔가가 이상하네.”
제국 테이트리아의 황제. 살아 있는 신.
그가 침대 위에 나른하게 누워 중얼거렸다.
그 긴 황금색의 머리카락은 묶지 않았음에도 하나의 엉킴 없이 부드럽게 침대에서 바닥까지 흘러 있었다.
“이때 이런 적이 있었나?”
축제는 열에 아홉은 일어난 일이다. 그리고 축제 때 반 정도는 세리아가 성신교를 통해 얻은 트레잇을 자랑했고 반은 아니었지.
그리고 사실 세리아가 받은 트레잇은 별다른 일이 없다면 살아 있는 신, 그가 내려줬었다.
고작해야 마나친화력 조금.
그 정도는 이 세계를 유지하며 버티는 힘에 비해서는 아주 별것 아니었기에.
하지만 이번엔 어땠지?
축제는 열린다. 그리고 세리아가 트레잇을 가졌다.
여기까지는 제법 흔한 일이지.
그런데 그 트레잇은 자신이 내려준 게 아니다.
뭐, 그것도 아주 가끔. 당장은 단 한 번의 기억이지만 있는 일이긴 했다.
어디서 누군가 세리아에게 던전에서 나온 아티팩트를 진상했을 때 그 아티팩트의 인공정령과 계약한 적 있었지.
그리고 샤하드도 마찬가지. 열 번 중 반 정도는 이때부터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나머지 반도 대부분 겨우겨우 버티다가 다음 이 황제의 몸에 돌아왔을 때는 단명하기 일쑤.
아주 간혹 누군가가 엘릭서라도 찾아 먹인 경우가 있었던가.
‘샤하드의 외가였나.’
뭐, 그렇다 해도 결국 세리아에게 죽임을 당했다. 세리아의 봉인을 풀지 못한 채 겨우 연명만 하던 숨마저 늘 잃었지.
세리아는 살아 있는 신이 황제의 몸을 잠시 떠나 있을 때 언제나 기회를 노리다 그 몸을 죽이던 아이니까.
형제는 더욱 잦게 손에 피를 묻혔지. 항상.
하지만 지금의 샤하드는 세리아의 봉인을 풀었을 뿐만 아니라 강해졌다.
이런 경우는…….
‘당장 얻은 기억엔 없구나.’
아직 얻지 못한 기억엔 있을지도 모른다. 살아 있는 신은 너무나 많이 되돌렸으니 기억에 없다 해도 있었던 일은 많을 것이다.
‘전염병이 돌지 않은 적도 있긴 하지.’
그리고 수인족과 인간들의 사이를 늘 갈라놓았으나 아주 가끔은 수인족이 너무 박해받아 반항할 힘도 없어 전쟁을 일으키지 못한 적도 있다.
하지만 그게 이렇게 한 번에 모든 것이 다 틀어진 경우도… 있나?
거기에 사이클롭스가 난동을 부린 탓에 망가진 접경지에서 계속 지원 요청이 와야 하는 시기가 아니었던가.
더불어 이때쯤이면 삭제되어야 할 여분의 목숨도 많이 살아남았다.
이렇게까지 정해 둔 것들이 틀어진 게 몇 번이나 있었을까.
‘이상해.’
살아 있는 신이 가볍게 눈을 감았다 떴다.
“조금 알아봐야겠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무엇이 흐름을 이렇게도 비틀었는지.
그것을 찾아 없애려는 건 아니었다.
단순한 호기심.
이렇게까지 비튼 게 무엇일까.
어차피 지금 또한 흘러가면 다시 되돌려질 세계.
이 한 번의 삶이 실패한들 다음으로 이어 가면 그만이었다.
그러니 계획이 틀어진 것에 대한 분노도 노여움도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계획이 틀어지는 건 이 한 번의 삶이면 족하지.
이 세계는 망가져야만 하니까.
망가지고 망가져 현세에 강림한 지옥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그가, 케인이 더욱 낡을 테니까.
‘불굴만 아니었다면.’
우스운 일이다. 거의 유일한 신에 가까운 자리에 앉았음에도 트레잇만큼은 완벽하게 수정할 수 없는 것이.
누군가에게 내리고 회수할 수 트레잇이 있는가 하면 빼앗거나 부술 수 없는 트레잇도 있는 법.
그런 영혼도 있는 법.
케인이 그러했다. 부서지지 않고 빼앗기지 않는다.
그가 가진 불굴은 스스로가 부러뜨리지 않는 한 신의 힘으로도 망가뜨릴 수 없었다.
그러니 자기 자신이 망가뜨리게 해야지.
그러라고 만든 세계며 흐름이다.
지옥으로 변해 가는 세상에서 케인 홀로 남을 때까지 절망만을 보여 주는 것도 다 그래서였다.
케인은 케인만이 망칠 수 있으니까.
원래 그런 이였으니까.
그러니 그를 망치기 위한 이곳을 제법 살 만하게 아직 유지하는 그 비틀린 힘이 뭔지 알아둬야지.
그래야 다음 회차 때는 변수를 좀 더 편하게 제어할 수 있을 것이다.
살아 있는 신이 알아내리라 마음먹고 몸을 일으키려는 바로 그때.
무언가 아주 기묘한 감각이 스쳤다.
분명 자신이 설정해 둔 감각인데도 너무나 낯선 것.
바로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오래되었으며 또한 이루어지지 않은 것.
그것은 경고였다.
자신이 강림해야 하는 육체, 황제가 아닌 살아 있는 신이 제대로 쓸 육신.
성신교의 본단에 있는 육신에 무언가 일이 생길 거라는 경고.
아주 너무나도 예전에 설정해 둔 것이기에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잊었었다.
이 경고도 잊고 있는 기억 어디엔가는 받은 적 있을까?
“…돌아가야겠어.”
황제의 몸은 오래되어 바스라질 물건. 그래서 자주 오갈 수 없는 도구.
지금 돌아가면 한동안 다시 황제의 몸에 강림할 수 없을 터.
축제를 구경하지 못하는 건 아쉬우나 더 중요한 일이 생겼으므로.
살아 있는 신은 황제의 몸으로 반듯하게 누운 뒤 눈을 감았다.
* * *
“바사하 신이시여, 이들의 뒤를 보소서. 가치가 있는지 가늠하소서.”
에리엘이 무언가를 지키려는 듯 좁은 복도에 몰려 있다 쓰러진 이들을 도끼로 찍으며 중얼거리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다.
시야의 저 너머로 거대한 문이 보였다.
그 너머에 있는 것을 지키려고 이들이 왔을까.
그토록 끔찍한 기분은 느낀 적이 없었다.
이토록 소름 끼치는 예감은 받은 적이 결코 없었다.
에리엘은 창백하게 질린 그대로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바사하 신이시여… 제발 저를 구원해 주세요…….”
그것은 형언할 수 없는 거대한 공포. 아득함. 무엇이라 할 수 없는 영혼의 웅크림.
에리엘은 자신의 트레잇, ‘기적’을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말 그대로 쓸 일이 없이, 그냥 부적처럼 가져온 이동 스크롤을 찢자마자 거대한 폭팔이 에리엘이 있던 자리를 휩쓸었다.
그 큰 폭발로 인해 에리엘이 서 있던 복도부터 무너진 뒤 차례로 지나온 자리를 돌로 묻듯 천장이 내려앉았다.
그리고 바로 그 직후에 에리엘이 그대로 걸어가려던 복도의 끝.
폭발에도 무너지지 않은 거대한 문이 천천히 열렸다.
“하마터면 이르게 재시작을 할 뻔했어.”
상처 입어 거칠고 피비린내 나는 목소리. 검은 마나가 밤의 베일처럼 주위에 내려앉아 그 모습을 가린다.
살아 있는 신은 얼마나 몸부림치고 절규했는지 곳곳에 난 상처를 손짓 하나로 지우며 목을 매만져 목소리 또한 되돌렸다.
“이 몸이 가장 중요한데.”
살아 있는 신이 걸어 나왔다. 저 멀리서 광소하며 불을 지르고 무언가를 터트리던 이를 바라보다 시선을 돌렸다.
그저 그리하기를 바랐기 때문에.
살아 있는 신이 그러하길 생각했기에.
그 사내는 그대로 절명하여 먼지로 변하더니 바람도 불지 않는 곳에서 스스스 흩어져 흔적 또한 남지 않았다.
“저거 하나로 이리 엉망인가.”
이상한데.
검은 마나로 가려져 희미하게 보이는 인영이 고개를 옆으로 기울인다.
의아하다는 듯 둘러보지만 보이는 것은 무너진 잔해뿐.
그리고 희미한, ‘기적’과 ‘언령’의 트레잇이 있었던 흔적?
죽은 교단원 이들 중 몇몇이 가지고 있을 법한 트레잇인가.
살아 있는 신이 가볍게 손짓하자 무너지고 부서지며 터졌던 모든 것이 제자리로 되돌아갔다.
그리고 죽은 뒤 잔해에 깔려 뭉개진 이들조차 오롯한 모습으로 일어나기 시작했다.
“살아 있는 신이시여.”
“오오… 신이시여…….”
아무런 대가도 없는 부활의 권능. 그 어떤 신도 하지 못하는 힘.
대신 방금 죽었다 살아난 덕에 자신이 어찌 죽었는지 그 기억은 희미할 것이다.
분명 불을 지르고 터트린 사내 외에 다른 일행이 있을 법하지만.
어찌 알고 살아 있는 신 자신이 오기 전에 사라졌겠는가.
흔적은 무너진 돌더미 아래에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별로 중요하진 않으니까.’
어차피 이 몸만 무사하면 상관없었다. 수만, 수백만 번을 되돌아갔을 텐데.
이 한 번의 삶이 뭐 그리 중요하다고.
그래도 시간을 들인 이상, 케인을 가장 효율적으로 망가뜨릴 수 있는 것은 이 몸이기에 거두러 온 것일 뿐.
누가 습격하였건 이미 끝났으면 된 일.
살아 있는 신이 거대한 문으로 다시 걸어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