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Extra in a Trash Game RAW novel - Chapter (29)
망겜 속 엑스트라가 됨-29화(29/373)
“일단, 모험가 등록부터 할까?”
기운 없이 축 처진 말의 등을 긁어주며 살살 고삐를 당기니 비틀거리면서도 잘 따라온다.
루나의 말인 베스는 유독 더 휘청거리는 모습이지만 그것도 루나가 토닥여주니 금방 괜찮아지는 모습이고.
미궁 도시는 워낙 새로운 모험자도 많고 던전에 들어가는 인원도 많다 보니 던전이나 모험자, 용병 등에 관련된 모든 일은 중앙 탑에 몰려 있는 것으로 보였다.
도시의 크기도 제법 큰 데다 유동 인구도, 그냥 눌러사는 인구도 많다 보니 중간중간 안내판도 잘 되어 있고.
외각으로 갈수록 일반적인 주택가고 중심과 외각의 중간 정도에는 일반적인 상점이나 가게가 있는 듯하다.
나는 안내판을 한번 쭉 읽고선 일단 숙소부터 잡고 움직이기로 했다.
“밥이 맛있는 파랑새 여관으로 오세요!”
“침대가 깔끔합니다. 청결합니다.”
“체구가 큰 수인족 출입 가능!”
숙소의 장점을 하나둘 정도 말하는 곳은 평범한 여관일 것이다.
저런 평범한 여관 그 이하의 곳은 저렇게 홍보하는 돈이 아까워서 안 할 테고 좋은 곳은 홍보할 필요가 없어서 안 할 테니…….
나는 리자드맨으로 보이는 아이에게 허리춤의 돈주머니에서 동화 하나를 꺼내 주며 입을 열었다.
“고급 여관도 추천해 줄래?”
샛노란 눈에 가로 동공. 거기에 투명한 순막이 깜박하고 눈을 훑었다 사라진다.
“그렇다면 저는 이쪽 방향으로 쭉 가면 나오는 페이세른을 추천해요! 마구간이 제대로 되어 있어요.”
눈치가 빠른 아이인지 제법 셀링 포인트를 제대로 집어 말한다.
나는 고맙단 의미로 동화를 하나 더 쥐여주곤 아이가 가리킨 곳으로 눈짓했다.
“일단 말을 맡긴 후에 식사하고 등록하는 게 어때? 아니면 바로 등록부터?”
“식사하고 움직이는 것이 낫겠군.”
“느긋하게… 둘러보구 와서 자면 될 거… 같아요.”
케인과 루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에 온 지 얼마 안 되었으니 판을 어떻게 깔지 고민하려면 정보도 필요하니까.
‘뭐, 별일 없겠지만.’
있으면 있는 대로 쓸모가 정해질 테니.
페이세른 여관은 5층 정도 되는 제법 큰 건물인데 전체적으로 파란색과 하얀색을 포인트 삼아 꾸며진 고급 여관이었다.
“식사는 이곳 말고 소문이나 정보도 들을 겸 평범한 주점이 어떨까 싶은데.”
아무래도 이곳은 고급 여관이다 보니 분위기가 다들 왁자지껄 이런저런 말을 나누는 대신 소곤소곤 남이 듣지 않게 대화하는 편인 것 같았다.
그에 나는 귀동냥도 할 겸 점심은 페이세른 대신 용병이나 모험자들이 주로 이용할 것 같은 곳에서 먹고 싶었고.
“저는… 뭐든 좋아요…….”
“상관없다.”
내가 하자고 하면 뭐 다 할 건가. 물론 딱히 반대할 이유가 없어서 그럴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너무 고분고분하기만 한둘을 보다가 결심했다.
‘역시 날 너무 믿어.’
고작 숙소와 식당 정하는 일인데 그게 티가 나냐 하고 묻는다면 그렇다. 하고 대답하리라.
루나나 케인이나, 묘하게 그 심리적 기저에 내 판단은 기본적으로 맞다. 하는 생각이 깔린 게 보였다.
좋게 말하면 신뢰가 넘친다는 거지만.
‘주인공과 히로인이 엑스트라보다 자주성이 뒤떨어지면 안 돼.’
게다가 아무리 내가 대충의 흐름을 안다지만 나도 사람이니 틀리는 순간은 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때도 저 둘이 나를 외부에 따로 둔 뇌처럼, 내가 늘 자신들이 생각하는, 바른 판단을 할 거라 생각하면 곤란해.
‘이러나저러나 나는 저들을 강하게 굴리… 아니, 키워야 하니까.’
나는 생각을 이리저리 정리하며 중앙 광장으로 되돌아갔다.
그곳에서 뭔가 광고 하는 이들이 많더라고.
결국, 광장에서 음식 맛이 좋다고 홍보하는 아이가 알려주는 곳으로 가자 조금 낡은 외견의, 내가 생각하는 딱 중세 주점 같은 곳이 보였다.
아직 문을 열기도 전인데 흘러나오는 왁자지껄함이라니.
‘이거지.’
케인이 문을 열고 잡아 줌에 루나가 먼저 들어가고 나 또한 뒤따라 들어갔다.
안은 낮인데도 제법 차있었고 다들 술도 한 잔씩 하고 있는 게 눈에 보였다.
나는 사람이 적당히 있는 중심 쪽 테이블에 자리를 잡곤 메뉴를 고르려는데 눈앞으로 탕, 탕하고 술잔 세 개가 내려온다.
“못 보던 파티네? 처음이쇼?”
“아, 예 그렇…….”
“오늘은 A정식이 맛있으니 그거 드쇼.”
호탕하게 생긴 사내가 멋대로 A정식 3개 하고 외치는 걸 보다가 하하 웃곤 눈앞의 술잔을 바라보았다.
‘맥주네.’
여긴 오자마자 맥주 한 잔이 국룰인가.
나는 미지근한 맥주를 한 모금 들이키며 마찬가지로 약간 어리둥절한 눈으로 맥주잔을 쥐는 루나와 눈이 마주쳤다.
“마셔, 여긴 맥주 한잔은 기본인가 봐.”
“네에… 그런가 봐요.”
우리 옆 테이블에도 파티 하나가 들어와 앉으니 탕탕탕탕 하고 맥주 4잔이 그 테이블에 떨어지는 걸 보며 루나가 고개를 끄덕인다.
“뭐, 귀동냥 좀 해볼까?”
나는 토끼족 한 명과 마나 유저 한 명을 바라보며 씩 웃었다.
A정식의 구성은 간단했다. 잘 구운 빵 두 덩이와 감자 수프. 졸인 닭고기 반 마리와 채소 샐러드.
샐러드도 다양한 채소보단 양배추와 토마토 같은 기본적인 구성에 감자 수프도 좀 묽은 편이었지만 간은 괜찮았고.
특히 당근이나 옥수수 등을 넣고 졸인 닭고기가 달짝지근하면서도 짭짤한 게 생각보다 맛이 좋았다.
“이번에 12층까지 내려갔는데 말이야. 아까운 포션을 써버렸지 뭐야.”
“그 소식 들었어? 남해에 폭풍이 멈추지 않는 섬이 있다던데, 그 섬에…….”
“아니, 새로운 던전이 생기면 뭐하는가. 들어가질 못하거늘.”
“아직도 통제 중이여?”
웅성웅성.
흩어지는 소리 사이에서도 몇 가지 괜찮은 정보가 들려온다.
내가 얼핏 들은 것도 이 정도니 나중에 루나와 케인이 들은 정보도 취합하면 좀 더 많은 내용이 있겠지.
“안녕, 초보 모험자 파티네. 좀 도와줄까?”
귀는 곤두세우면서도 입으론 빵 한 조각 밀어 넣고 있는데 누군가 내 옆에 슬쩍 앉으며 케인을 향해 말을 던진다.
훅, 하고 장미 향 같은 체취가 풍겨 나도 모르게 시선 돌려 보니 검붉은 색 머리카락과 뾰족한 귀가 인상적인 여자가 케인을 보며 웃고 있었다.
“딱 봐도, 옷도 아직 깔끔한 데다 무기도 새것 같고. 경험은 적어 보이는데 묘하게 긴장된 얼굴의 아가씨도 있고. 미궁 도시에 처음 왔나 봐?”
살짝 눈꼬리를 접어 케인에게 눈웃음 지으며 말을 거는데…….
저 자식, 여자 용병이 아인족이라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쫓아내는 대신 무관심한 얼굴로 맥주나 한 모금 넘기더니 슬쩍 내 쪽으로 눈짓한다.
“음. 일단은 저희끼리 해보고, 그 이후에 도움을 받겠습니다.”
케인의 눈짓과 내 말에 여자가 날 돌아보는데 주황색 눈동자가 쨍하게 느껴질 정도로 강렬한 색감이다.
고양이상으로 보이는 그녀는 뺨에 칼자국이 있어도 꽤 상큼한 얼굴이었다.
“어라, 네가 리더야? 하하, 실례했네. 좋아, 내 이름은 루비야. 이 여관에 장기 투숙 중이니까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와서 말해.”
그녀가 내 등을 팡팡 때리며 시원하게 웃고 일어난다.
옆 테이블로 돌아가자 남자 꾀여 오는 건 1분이면 된다더니 어린애들에게 차이고 왔냐며 왁자지껄했다.
‘남자 셋, 여자 하나의 파티라…….’
딱 봐도 노련해 보이는 파티다. 루비라고 자신을 소개한 여자 말고도 조금 마르고 날카로운 얼굴의 남자와 근육질의 남자. 그리고 후드를 써서 얼굴이 보이지 않는 남자까지.
‘일단은… 우리끼리.’
미궁 던전은 말이 미궁이지 저층인 경우엔 사람도 많이 다니는 편이라 뒤통수 맞을 일은 없다고 보면 되니…….
뭐 나중에 필요한 일이 생기면 그때 잠시 같이 다녀도 무방할 것이다.
“대충 다 먹었으면 일어날까?”
어쩐지 긴장하는 눈으로 옆 테이블을 바라보던 루나와 케인에게 말을 건네자 둘 다 이제 나가자는 듯 고갯짓한다.
배도 어느 정도 채웠겠다. 모험가 등록하러 중앙 탑으로 가면서 뭐 들은 거 있냐 물으니 루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원래 남해에서 산호나 진주를 얻으려던… 모험자들이 많은가 봐요. 소문에 어느 작은 섬 하나가… 폭풍으루 둘러 쌓여있대요.”
“조금 보충하자면, 그곳에서 약간 떨어진 다른 곳은 화창한데 그곳만 폭풍우가 쳐서 거대 몬스터의 출몰이 아닌가 의심하더군.”
흐음. 이건 알 것 같지만, 어차피 지금 갈 수 있는 곳도 아니니 상관없을 것 같다.
“그리구… 미궁 말구… 다른 던전이 하나 발굴되었는데 도시 자체에서 출입 금지령을 내렸다구 해요.”
“아, 그건 나도 들었어. 왜 내린 거 같아?”
“일단은… 조사 차원이라구 말하거나 혹은 아주 좋은 물건이 나와서 상위 모험가들만 독식하려구 한다거나 말이 많아요.”
어디까지가 추측이고 어디까지가 사실일지.
난 어깨를 한번 으쓱하며 웃었고 대화하는 동안 하늘 높이 뻗은 중앙 탑에 도착했다.
워낙 뜨내기 모험가들이 많은지 아예 1층 모험가 길드에 수수료 몇 푼만 내미니 바로 목각 패가 나온다.
그래도 나름 신원 증명용이다 보니 재질은 흔한 목각이라도 찍힌 인장은 마법 처리가 되어 도용을 방지한다니.
믿어도 되나 몰라.
“너무 간단하네.”
“아마 발급받은 이들의 반절은 1년 안에 그만둘 테니 그렇겠지.”
케인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좋은 말만 듣고 성공할 생각으로 오겠지만… 뭐 어떤 일이건 다 그런 법이지.
“소화도 시킬 겸, 한두 층 정도 경험해 보고 돌아갈까?”
나는 허리춤의 돈주머니에 목각판을 집어넣으며 제안했다.
어차피 이건 고인 물들 콘텐츠라 99층 뚫으려면 각 잡고 헤딩해야 하지만, 뭐 저층이야 유용한 아이템 파밍지니까.
보상도 나름 괜찮았다. 5층 단위로 포션은 무조건 주는 데다 한층 클리어할 때마다 소량의 돈이랑 재료템도 주고.
‘현실에선 어떨지 모르겠지만.’
“좋은 생각인 거 같아요.”
“넌 실드 켜라.”
왜, 나 못 믿냐?
하기엔 나도 이 몸의 반응 속도 믿을 수가 없어서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 * *
“슬라임이네.”
“슬라임이군.”
“귀엽네요…….”
역시 미궁 던전이다.
뭐가 어디서 튀어나올지 변수가 늘 존재하는 접경지보다 확실한 강점이 이런 부분이었다.
저층은 하급 몬스터. 하층으로 내려갈수록 강한 몬스터.
나는 물커덩한 액체 괴물 같은 덩어리 안쪽에 꾸물떡 움직이는 꽈드득 파츠 같은 핵을 바라보았다.
휙―
어느 정도 가까이 붙어야 튀어 오르는지 제법 떨어진 곳에서 케인이 비도를 날려 핵을 뚫어버리니 물처럼 퍽퍽 터지는 모양새가…….
“너무 쉬운데.”
너무 쉽다.
전부 근접 무기만 들고 있다면 약간 까다로울까?
핵과 비도에 자석이라도 달아 둔 것처럼 던지는 족족 맞추는 케인 덕에 나와 루나는 시시콜콜한 잡담까지 나눌 여유가 생긴다.
“당근 줄까?
“네에, 당근 좋아요…….”
오독―
둘이서 생당근 꺼내서 오독오독 씹으며 보니 한걸음 앞질러 걷던 케인이 뒤를 흘긋 바라본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케인, 비도 압수.”
날리면 다 터지는데 무슨 경험이야 이게. 1씩 먹는 경험치론 레벨도 안 오르겠다.
케인은 말하자면 고생시킬수록, 굴릴수록. 그리고 정신적으로 압박할수록 날카로워지는 타입이다.
주인공들은 다 그렇듯이.
물론 그냥 두어도 쭉쭉 크지만 스트레스라는 적당한 비료를 주면 더 잘 큰다고.
내가 비도 압수를 외치자 케인이 검을 뽑아들곤 앞으로 걸어나간다.
“어… 검두 압수할까요?”
검을 들고 다가가 튀어 오르는 슬라임을 몸만 비틀어 피해선 펜싱처럼 검극을 세워 핵을 찔러 넣어버리니 원샷 원킬.
한번 피하고 찌르고, 그러면 슬라임이 물처럼 터지며 녹아 사라진다.
“그래도… 맨손으로 슬라임 터트리라고 하긴 좀 그렇지 않을까?”
이 정도면 훨씬 더 내려가도 되겠는데.
그렇게 생각하며 한층 더 내려가는데 반대쪽으로 걸어오던 파티가 투덜거리며 스쳐 지나간다.
“요즘 몬스터가 좀 준 거 같지 않아? 원래는 미궁이라 재소환 된다 하지 않았어?”
“뜨내기들이 너무 많이 와서 그래. 재소환도 시간이 걸리는데 나오는 족족 다들 한 칼씩 찌르니 저층은 씨가 말라 간다니까.”
“카악! 퉤! 짜증 나네, 진짜.”
“으악, 더러워, 멍청아!”
나는 그들이 하는 말을 들으며 기다렸다가 완전히 사라진 후에 입을 열었다.
“들었지? 더 아래로 내려가 보자.”
“그나저나, 재소환 된다는 건 뭐지.”
케인과 같이 다음 층으로 가는 계단을 찾으며 걷는데 루나가 입을 열었다.
“어… 제가 들어 봤어요……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층계별루 난이도가 다르구 몬스터가 죽으면 어디선가 재소환되는 게… 무슨 의도를 가지구 드래곤이 만든 게 아니냐구…….”
의도라……. 게임에서야 파밍이었고 원작에선 케인이 이때쯤엔 암살 훈련받던 시기니 확실하게 뭐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조금 특이한 부분이긴 했다.
정말 의도적으로 만든 게 아닌 이상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케인의 경험치 밭이죠.’
나는 그새 발견한 계단을 보고선 어서 내려가라며 케인의 등을 떠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