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Extra in a Trash Game RAW novel - Chapter (293)
망겜 속 엑스트라가 됨-293화(293/373)
“양념된 고기를 감자 반죽에 싼 빵이요! 맛보고 가시오! 오늘 축제를 맞이해 하나 사면 하나가 서비스!”
“저번에 크루거 상회에서 세이렌을 판 이후로 서비스라는 말이 자주 들리는 거 같지 않아?”
“우리야 좋지. 아저씨, 여기 4개 주세요!”
“엄마! 저기 꽃 뿌려 줘요. 얼른 가 봐요!”
“와인이나 맥주는 해가 진 이후부터 마실 수 있지만 발효된 과일이 조금 섞인 주스! 는 지금부터 마실 수 있지. 자자, 한 잔 더 하자고.”
그 드넓은 테이트리아의 수도가 시끌벅적했다.
빈민들이 몰려 사는 곳에도 오늘만큼은 물과 빵이나마 제공되었고 중심으로 갈수록 마치 스케치만 해 둔 그림 위에 색을 얹은 것처럼 알록달록하게 꾸며져 있었다.
고급 살롱 및 가게가 있는 거리는 외벽까지 치장을 했고 원래도 야시장이 열리거나 노점이 있던 분수 거리는 과장을 조금 보태면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이 지나다녔다.
그리고 분수가 있는 거리에서 그리 멀지 않은 대광장에는 크게 원형으로 지어진 단상이 자리 잡았고 그 근처로 마차가 오갈 수 있게 치안대가 인파를 유도한다고 고성을 지르며 정신이 없다.
이런 때일수록 다른 나라의 첩자나 한탕 해 보러 이곳까지 원정 오는 소매치기 등 어중이떠중이가 많은 법.
황실의 마차가 지나갈 길을 빼면 거리에 빈 곳이 없다시피 몰린 인파 속에서 어떤 어린아이가 어머니의 소맷자락을 쥐고 흔들었다.
“엄마, 저건 뭐야?”
소매를 잡지 않은 손으로 새처럼 하늘을 날며 주위를 크게 도는 무언가를 가리키자 아이의 모친이 입을 열었다.
“저건 나중에 황녀님과 황자님이 나오시면 거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도 볼 수 있게 하늘에 그 모습을 비춰 주는 아티팩트란다.”
워낙 유지 비용이 많이 드는 물건이라 보통 대관식같이 큰 행사가 있을 때나 쓰던 건데 오랜만의 축제라 황실에서 신경 쓴 거 같다는 말에 아이가 우와 하고 탄성을 뱉었다.
“그럼 저처럼 키가 작은 사람도 황녀님이랑 황자님 볼 수 있겠어요.”
“네가 왜 키가 작아.”
이러면 엄마보다 더 크지.
하며 아이를 들어 올려 목마를 태우자 아이가 꺄르르 소리를 내며 웃었다.
* * *
“저런 아티팩트도 있었네.”
그럼 영화관 같은 거 가능한 거 아닌가?
나는 시범가동을 해 보듯 허공에 풍경을 쏘아 내는 아티팩트를 올려보았다.
마치 빔프로젝트 같은 느낌이다. 홀로그램이라고 하기에는 좀 입체감이 떨어지고.
뒤에서 보면 어찌 보이려나 싶어 방향을 바꿔 가며 움직이는데 어디서 보든 같은 모습이 보였다.
“루나, 내 반대쪽으로 가 봐.”
<똑같이 풍경의 정면이 보여요, 도련님.>
신기하네, 어느 방향에서 보건 같은 각도라니.
과학적으로는 설명하기 힘들 거 같은 현상이다.
하긴 마법으로 만든 거니 과학으로 말하기 애초에 어려운 문제긴 하지.
“뭐, 잘 되었지.”
우리 입장에서 나쁠 거 없다.
정말 테이트리아 황실에서 인파 덕에 퍼레이드를 보기 힘든 이들이 많아 배려해 주는 것이건.
혹은 세리아 쪽에서 자신의 트레잇을 제대로 알리며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서건.
결국 그 이익은 내가 볼 테니까.
“파이얀, 어찌 되어 가?”
<퍼레이드 행렬이 광장에 도착하기 두 시간 전부터 시작하면 시간 맞춰 저도 도착할 거 같아. 보스.>
파이얀은 곧 순례를 마친 성녀의 역할로 이곳에 올 것이다.
샤하드는 이미 황궁에서 퍼레이드 준비 중이고.
우리 파티가 한꺼번에 몰려다니면 길을 막는 것과 다름없으니까.
나는 오랜만에 근본 파티인 케인과 루나와만 길을 걸었다.
제로는 도플갱어들과 있을 테고 리프는 골렘들이랑 있을 터.
레이첼은 소르페와 함께 있고 파이얀은 성녀 활동 중.
체이서는 악신교단 쪽에서 지원 요청이 들어왔다며 구경도 할 겸 그쪽의 동태를 파악하러 갔다.
레비는 크루거의 반지에서 휴식을 취하며 나중에 있을 계승식을 위해 마정석을 소화시키는 중이니 나중에 마나가 모이면 제대로 할 수 있겠지.
“이렇게는 오랜만이네.”
“그러게요. 오랜만에 도련님이랑 케인과만 같이 있어서 좋아요.”
뭔가 차분해진 기분이라며 웃는 루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당근과 사과를 같이 짠 주스라는데 어때?”
“좋아요!”
나는 당근사과주스를 세 잔 샀다.
케인은 맨 얼굴로 돌아다니면 이젠 거의 민폐나 다름없는 상황이고.
루나는 아무리 축제라 조금 풀어졌다고는 하나 수인이기에.
그리고 나는 수도라서 망나니 아델리안을 알아보는 이들이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여.
제각기 다른 이유로 전부 인식 교란 배지를 한 덕에 편하게 돌아다니는 중이다.
물론 아무나 인식 교란 마법을 쓴 채로 돌아다니면 치안에 문제 있다는 소리지만 나는 샤하드를 통해서 미리 황실에 사용 통보 해 뒀으니 치안대가 덮칠 일도 없고.
“새끼 뿔 토끼를 파네요. 귀여워라.”
“저쪽에는 염색 마법을 해 준대요. 내일이면 색이 돌아온다구 적혀 있어요.”
아, 그래서 무지개색 머리가 돌아다녔구나.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몰리는 시기에 소규모 마탑이나 연금탑 등이 고객을 유치하는 모양.
향기가 1시간마다 변하는 향수를 파는 연금술사나 1주일 정도 있다가 사라지는 그림을 몸에 그려 준다는 이도 있다.
저거 타투 같은 거네.
아이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부모의 몸에서 일정 거리 이상 벗어나면 고무줄처럼 당겨오는 미아 방지 마법을 걸어 주는 마법사도 있고.
한 곳에는 점을 봐주거나 궁합을 봐주는 이도 있었는데.
‘궁합.’
나는 미련이 넘치는 눈으로 그곳을 바라보다가 케인을 다시 바라보았다.
하도 오래 다녔더니 지금 케인의 저 눈빛이 뭔지 난 알고 있다.
뭐, 왜. 어쩌라고.
대충 그런 의미지.
루나를 바라보니 방실방실 웃는 게 뭘 하든 좋아요, 재미있어요 하는 표정이다.
내 아공간 주머니엔 언제나 금화가 쌓여 있으니 복채는 문제가 없겠다.
나는 실실 웃으며 케인과 루나를 잡고 점술사 앞으로 가서 앉았다.
“어서 오시구랴.”
“궁합.”
나는 프로페셔널하게 금화 하나를 꺼내 밀어주며 단호하게 말했고 별과 달이 그려진 파란 로브를 입은 점쟁이가 그것을 얼른 소매에 넣으며 눈을 번뜩였다.
“누구의?”
“여성 일곱 분과 남성 한 놈의.”
라고 말하는 순간 누군가 내 머리통을 손아귀로 잡는다.
레이첼 보고 배웠구나, 케인…….
의자가 두 개뿐이라 나와 루나만 앉고 케인을 세운 패착을 여기서…….
루나는 내 말에 작게 키득거리는 소리를 낸다.
나는 둘의 반응을 모르쇠하고 점쟁이를 바라보았다.
“…여자… 일곱?”
훌라나 소르페까지 넣긴 좀 그렇지?
“일곱.”
내 단호함에 눈을 빛내던 점쟁이가 수정구슬을 꺼내 살살 매만졌다.
미리 꺼내두면 빛 반사로 눈 아프다고 항의가 들어온다며 혼잣말하는 걸 보니 누군가 왜 이제 꺼내냐고 한마디 한 적 있는 모양.
그럼 그냥 쓰기 전에 천을 덮어두면 되는 거 아닌가.
하고 생각하는 것도 잠시
점쟁이가 입을 열었다.
“안 보여.”
“…아니, 왜죠?”
상대가 일곱이나 되는데!
나는 점점 조이는 머리의 고통에 내세에는 손오공으로 다시 태어날 거 같단 생각을 하며 항의했다.
“허, 참나… 하. 이것 봐라…….”
점쟁이가 자꾸 구슬을 문질문질 쓰다듬다가 나를 바라보았다.
“…처음이야.”
“안 보이는 게?”
“이런 경우는 단 한 가지.”
모두 죽어.
점쟁이의 말에 나는 턱을 매만졌다.
하긴 따지고 보면 지금 모두 수십 수백만 번 이상 죽었긴 했지.
“모두 죽는다니까? 이런 경우는 세속에 연이 없단 소리인데 죽음 외에 다른 경우가 뭐 있겠어.”
세속에 연이 없으면 뭐.
등선이라도 하는 경우?
내가 이름을 적어 넣은 이들 중 인간은 케인과 가디아뿐인데.
지금 케인 상태만 보면 저거 인간 아니니까.
거의 반신이지.
‘아, 그래서 못 읽나?’
나는 무슨 방도를 써야 하니 물건을 사란 말에 일단 알았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케인 말구 도련님 이름두 넣어 보지 그러셨어요.”
언젠가는 도련님도 약혼을 하구 결혼두 하시구.
그럼 전 부인분을 모시면서 작은 도련님이나 아가씨 머리두 만져 드리구.
그렇게 살고 싶다는 루나의 말에 나는 그냥 말없이 웃으며 시선을 돌렸고 순간 나를 바라보는 케인과 눈이 마주쳤다.
아직은 나와 케인, 제로와 체이서만이 알고 있지.
이 세계는 결국 멸망하고 다시 시작하기를 반복한다는 걸.
하지만 이번에 그것을 끝내면 난 어찌 될까.
바로 지구로 돌아가나? 그럼 아델리안은 사라지나.
루나가 울까? 리프는? 레이첼이야 모든 기억이 돌아오면 자기가 날 보내 주겠다 했으니 화는 안 내겠지.
파이얀은 섭섭하네, 보스 하고 투덜거릴지도.
혹은 일단 이곳에서 살다가, 아델리안으로 살다가 늙어 죽으면 돌아갈 수도 있는 걸까.
그럼 강수호로 산 날보다 아델리안으로 산 날이 더 길어질 텐데.
혼란스럽진 않을까.
어찌 될지는 아직 모른다.
나는 나와 눈을 마주한 케인에게 웃으며 손가락을 들었다.
“저것 봐.”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폭죽이 하늘에서 터졌다.
일단 그런 건 다 끝내 놓고 해도 늦지 않는 고민이다.
그런 걸 미리 생각하는 데 시간을 쓰는 것보다.
지금 당장이 중요하지.
“예쁘다.”
루나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웃는다. 그 분홍색 눈에 푸른 하늘이 그림처럼 일렁거렸다.
폭죽이 지나간 자리 뒤로 영상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금과 황금색 술로 장식한 백마 8마리가 끄는 오픈된 마차.
황실의 혈통. 제국에서, 그리고 그들이 말하길 대륙에서 가장 뛰어난 혈통이 축복하기 위해 뿌려 주는 꽃잎을 맞으려고 마차가 지나가는 길에 바짝 붙은 사람들.
마치 신전의 벽화에서 튀어나온 듯 보이는 세리아가 아름답게 웃으며 붉은 꽃잎을.
그리고 샤하드가 조금 어색하게 웃으며 하얀 꽃잎을 뿌려 준다.
하긴 뭐 대외용 미소를 얼마나 연습해 봤겠어, 샤하드가.
그냥 겉보기에는 남매 모두 훤칠하니 사려 깊고 온화하게 보였다.
“와, 황녀님 너무 예뻐.”
“샤하드 황자는 몸이 허약하다 들었는데 다 나았나 봐. 다행이다.”
우리 쪽까지 언제 오냐는 둥 자신도 광장에 들어가고 싶다는 둥 주위에서 웅성거렸다.
“수도를 느린 속도로 한 바퀴 돌 테니 몇 시간은 있어야 광장까지 오겠어.”
사람이 걷는 속도보다는 빠르게, 뛰는 속도보다는 느리게.
빈민들이 사는 아주 외곽까지는 아니라도 어느 정도 크게 한 바퀴 돌고 난 뒤에나 중심으로 들어올 것이다.
“가장 고귀한…….”
“정말 눈부셔.”
황제가 지배하는 나라. 그리고 신분제가 있는 사회와 더불어 혈통을 타고 내려오는 특정 트레잇까지 있는 세계.
그러니 세리아와 샤하드는 이들에게 지구로 치면 월드스타 같은 존재가 아닐까.
둘이서 꽃잎을 뿌리고 축복의 말을 하면서 한 번씩 손을 흔들어 줄 때마다 하늘 위에 띄워진 마법 영상에서는 소리는 들리지 않아도 그 아우성이 눈에 훤히 보였다.
꽃잎 세례를 받고 눈물을 흘리는 이도. 그것을 소중하게 치마로 받는 사람도 있다.
세리아는 자신을 저렇게 바라보며 환호하는 이들을 악신교단에게 거리낌 없이 내어줄 수 있는 건가.
그들이 어떤 짓을 하는지 모르진 않을 것이다.
샤하드도 아는데 샤하드보다 먼저 정보부와 자신의 심복을 꾸린 세리아가 모를 리 없지.
“우리도 준비하자.”
나는 환하게 웃는 세리아를 보다가 광장 쪽으로 몸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