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Extra in a Trash Game RAW novel - Chapter (3)
망겜 속 엑스트라가 됨-3화(3/373)
어차피 케인이 어디 갈 거도 아닐 테니 쇼핑이나 해 볼까.
[아델리안 수호 크루거―황금의 귀공자]대표 Traits : [금력(A)] [오만(S)]
히든 Traits : [부유감(S)] [사용자의 눈(SSS)]
내 트레잇인 금력(A), 이건 게임이었다면 아델리안이 얼마나 무능력자인지 나타내는 장치일 뿐이다.
왜냐면 대부분의 트레잇은 선천적으로 타고나거나 후천적으로 갈고 닦아서 얻는 것이 대부분인데 금력 같은 경우는 단순히 돈이 많다는 소리니까.
물론 저게 트레잇으로 될 정도면 어지간한 돈으론 안 되긴 하지만. 게다가 오만은 어떠한가. 본신의 재능은 쥐뿔도 없는 놈이 성격만 더럽단 소리다.
알맹이가 나로 바뀌었어도 저게 남아 있는 것을 보면 내가 무의식으로 하는 몸짓이나 말투, 하다못해 눈빛마저도 남에겐 오만하게 보인단 소리겠지.
‘하지만 지금은 개꿀이죠.’
현대의 내가 가졌을 특성이라 봐야 컴퓨터 활용 C 이런 거 아니겠어? 그럴 바엔 아델리안의 특성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이 천만다행이지.
오만도 나쁘지 않다. 일단 이 몸의 태생은 귀족인데 알맹이는 현대인이니까 보니 나도 모르게 편하게 행동하다 보면 어색할 텐데 그게 오만 트레잇으로 보정될 테고.
나는 콧노래를 부르며 물품관을 돌아다녔다.
“루나. 네가 보기엔 뭐가 좋아 보여?”
“네? 저, 저요?”
“그럼 여기 내 종자가 너 말고 더 있어?”
“차, 찾아보고 올게요, 도련님…….”
내가 일부러 눈을 세모꼴로 뜨고 말하니 루나가 화들짝 놀래더니 금세 어디론가 달려 간다.
미안하다, 루나. 사람이 한 번에 너무 바뀌면 내 눈에 안 띄게 날 감시하는 사람들이 이상하다 알아챌 거 아니니.
그래도 이제 내 손이 올라갈 일은 없을 거야 루나. 약속할게…….
원래의 아델리안이 개차반이라 다른 메이드들은 다 도망가거나 맞고 못 버텨서 그만뒀을 테고.
소심한 트레잇을 달고 있는 데다 수인이라 기본적으로 인간보다 튼튼한 루나는 타의 반 자의 반으로 아델리안의 곁에 남았을 것이다.
그러다 가디아가 아델리안을 죽인 뒤 수발들 사람이 필요해 데려갔겠지.
루나의 메인 파티 합류는 아마 그런 루트가 아니었을까 생각하며 돌아다니는데.
‘혹시나 사용자의 눈으로 물품 감정이나 이런 것도 되는지 알아보려 했는데 물품엔 안 되는구나.’
하지만 정말 희귀한 아이템의 외형은 어느 정도 외우고 있으니까 하나 보이면 루나에게 선물해야겠다.
“이거랑 저거. 어, 그거, 그거. 아, 그리고 포션 종류는 고급으로 300병씩. 희귀부터는 무한 매입을 하고 싶은데.”
“아이고 도련님,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소형 공간 주머니도.”
그건 지금 당장. 하는 말에 등 굽은 황금 고블린 매니저가 손바닥을 비비다 냉큼 달려 간다.
마음 같아선 대형도 사고 싶지만 내 기억이 맞다면 조만간 정식으로 크루거 가문의 가주가 되면서 혈계 마법을 전승받고 가문의 창고를 마음대로 쓸 수 있게 된다.
그럼 대형 아공간 주머니가 뭐야. 세상에서 가장 큰 아공간이 내 것이 되는데.
“이게 누구야. 아델리안 아니야?”
루나도, 따라다니던 경매장 매니저도 없던 순간 등 뒤에서 기름진 목소리가 들린다.
살면서 이런 목소리는 처음 듣는데 정말 성대까지 살이 차올랐으면 이럴까.
“오, 이게 누구야.”
뒤돌아보니 웬 갈색 머리 오크가… 아니, 사람인가? 혼혈인가 뭐지.
난 진심을 다해 누구야 하고 말하며 웃었다.
“야, 드미트리 왜 안 와. 어머 아델리안.”
키와 몸무게가 비슷해 보이는 내 또래의 남자가 손수건으로 연신 이마의 땀을 훔치며 나에게 아는 척을 하는데 그 남자의 일행으로 보이는 여자도 한 명 다가왔다.
‘닮았는데 안 닮았네.’
구불거리는 갈색 머리카락과 갈색 눈동자와 키는 빼다 박았는데 놀라울 만큼 예쁜 소녀가 내 앞의 오크 혼혈을 드미트리라 부르는 순간 무언가 기억났다.
‘아, 드미트리. 아카데미에서 나오던 악역.’
그게 게임 시간으론 몇 년 후다 보니 아직은 앳된 오크라 못 알아봤다.
남자 쪽이 드미트리면 아마 여자애는 그의 동생인 드뷔오나일 터.
“우리 이렇게 만난 김에 저녁 식사 같이할래? 술도 곁들여서.”
“그래, 저번 주에 네 생일이었지?”
한 명은 노골적인 유혹, 한 명은 노골적인 비웃음.
아마 아델리안의 트레잇이 무엇인지 이미 사교계에 알음알음 퍼진 모양이다.
하긴 게임에서도 신전에 들르면 체력 회복과 더불어 특성 확인이 가능했으니까 이곳도 비슷하겠지.
“루나!”
나는 느슨하게 팔짱을 끼곤 큰소리로 루나를 불렀다.
어차피 얼굴만 반반하고 돈만 많은 개차반 망나니가 되었는데 내가 이제 와서 주인공도 아닌 놈들에게 이미지 관리할 필요가 있나?
“네? 네, 도련님……! 저 아직 좋아 보이는 걸 못 찾았는데요…….”
거짓말은, 아마 나에게 다시 오기 무서워서 어디 숨어있었겠지.
나는 핼쑥해진 루나의 얼굴을 모르쇠 하며 입을 열었다.
“어디서 돼지 냄새 안 나냐, 루나?”
“네?”
“프하하, 돼지 냄새래!”
내 말에 드미트리의 얼굴은 새빨개지고 드뷔오나는 빵 터져 제 오라비의 등을 퍽퍽 쳐댄다.
“저, 저는 잘 모르겠… 악! 나요, 나요오…….”
울먹이는 눈으로 자신의 하얀 귀를 잡고 조물거리며 빠져나가려는 루나의 손에서 귀 하나 빼내 당기자 냉큼 말이 바뀐다.
어딜 아픈척해. 토끼족은 귀 만져 주는 것에 환장하는 것도, 무투가인 루나가 내 힘으로 아플 리 없다는 것도 다 아는데.
“아, 아, 아델리안! 지금 나에게 하는 소리야?”
새빨갛게 익은 드미트리의 얼굴을 보며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내가 언제 너라고 했어? 난 어디서 돼지 냄새가 안 나냐고만 했는데.”
네가 돼지야? 왜 큰 소리야. 하듯 웃었다.
뭐, 네가 어쩔 건데. 그리고 지금 와서 하는 말인데 아카데미 파트에서 플레이할 때 겁나 발목 잡더라, 너.
씩씩거리며 불타는 돼지가 된 드미트리를 드뷔오나가 허리가 부러질 듯 몸 꺾어 웃다가 끌고 간 뒤에나 고블린 매니저가 돌아왔다.
‘아쉬워라.’
한 사람이라도 더 있는 곳에서 면박 줬어야 했는데.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곤 고블린 매니저가 건넨 반지를 왼손 검지에 끼웠다.
“미스릴과 도련님의 눈 색과 같은 사파이어로 화려하게 세공된 반지형 아티팩트입니다. 짐마차 한 대 분량의 아공간과 더불어 체온 유지 및 미약한 중독 저항이 인첸트 되어 있습니다.”
손바닥을 샥샥 비비며 하는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손가락에 넣자마자 딱 맞게 줄어드는 모양새에 나도 모르게 감탄하려다 애써 표정 다잡곤 이정도야 뭐 하는 표정으로 끄덕인 뒤 턱짓했다.
“이제 경매 시간이지? 안내해.”
아까까지 구경하던 물품관과는 달리 경매장은 불법적인 상품도 올라오는 곳이라 얼굴을 가리는 가면을 쓰고 가장 위층 테라스에 앉았다.
딱 봐도 귀족 전용 공간이겠지. 가면을 쓰면 뭘 하나 몸은 줄일 수가 없는데.
한쪽 끝에 보이는 드미트리와 내게 대놓고 손을 흔드는 드뷔오나를 무시하며 무대를 바라보았다.
아름다운 도자기, 고서, 애완용 마수.
나에겐 별 필요 없는 것들인 데다 경매 초반이라 잡템에 불과한 것들이 금방 지나가고 나니 슬슬 인간이나 아인족도 나오기 시작한다.
“경비원으로 좋은 표범족입니다. 중년의 나이지만 아직 쓸만하죠. 가격은 3골드부터!”
아무리 부유감 트레잇이 날 태평하게 만든다 해도 예상되는 앞날이 앞날인지라 이곳에 온 첫날을 제외하면 요 며칠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그 결과 저렇게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경매인의 목소리도 자장가로 들리고… 거기에 이 VVIP석의 소파 너무 푹신하단 말이지…….
나도 모르게 수마에 잠겨 들어 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어렴풋하게 열린 귀로 늘어지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린다.
“이번에 …할 …소년 …외모가 …어 나고 …10골드!”
“드미트리, 나 저거 살래! 사줘!”
“와…….”
까무룩 잠들려는 나를 깨운 건 옆에 있으면서 숨소리도 안 내던 루나의 탄성이었다.
저 소심쟁이가 소리를 낸다고? 왜?
나도 모르게 고개 들어 소매로 입가를 닦으면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와…….”
여성 독자들이 일러스트 떴을 때 난리도 아니었단 건 잘 알지만 솔직히 남성 독자들이야 케인의 외모 빨 이유가 뭐 있겠는가.
잘생겼다 천하절색이다 뭐다 해도 남캐인데 뭐 어쩌라고 하는 게 당연하지.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케인을 좋아하긴 헸어도 그건 그냥 정 같은 거지, 소설 읽을 땐 외형 묘사 기억을 못 해서 케인이 검은 머리인지도 게임 일러스트 보고 알았을 정도니까.
그런데… 와, 이게 현실로 나오니 차원이 다르네, 저거. 역시 주인공이네. 개새끼, 다 가졌네…….
꽤 먼 거리인데도 라식이라도 한 것처럼 잘 보이는 얼굴에 그냥 개입하지 말고 살까 하는 충동이 일었다.
말주변도 없는 놈이 얼굴로만 히로인 6명을 꾀어냈는데 조금만 성질머리 고쳐줘도 자기 알아서 세계 평화 곱게 이루어 내지 않을까?
그래도 제일 궁금한 레이첼 정도는 육안으로 보고 싶은데. 케인 외모가 저 정도면 다른 히로인들도…….
나는 약간 사심 채울 생각 하며 입찰 판넬을 들어 올렸다.
“네, 저기 35 골드, 아! 그리고 40골드. 다시 45골드! 원하는 분이 많으신 상품입니다!”
그나저나 원작의 아델리안은 케인을 왜 산 거지? 그냥 허수아비 대용이라면 튼튼한 아인족이나 수인족이 낫지 않나?
나는 머릿속에 떠오른 한 가지 의문에 곰곰이 생각하며 기계적으로 판넬을 들어 올렸다.
‘아, 설마…….’
그놈 술 같은 거 처마시다 대충 얼굴만 보고 여자인 줄 알고 샀다가 화풀이로 샌드백 취급한 거 아니야?
“이익! 저놈에게 질 수 없어, 드미트리!”
“100골드!”
어디선가 멱따는 소리가 들리는데… 여튼 내 생각이 맞는 거 같다.
“아, 진짜 나 갖고 싶단 말이야. 뭐 해, 판넬 안 들고!”
“고작 별 능력도 없는 평민에게 너무 집착하는 거 아니냐, 드뷔오나…….”
“아, 얼른~”
진짜 생각보다 더 병신이었구나, 내 특전 NPC……. 나는 속이 타는 감각에 서비스로 나온 샴페인을 원샷하곤 과일 안주는 루나에게 밀어준 다음 판넬을 들어 올렸다.
“1만 골드.”
이게 한화로 치면 얼마더라. 한 십억?
입에 바느질이라도 된 듯 합 다물어 버린 다른 경쟁자들과 남매의 모습을 뒤로하곤 일어났다.
“이제 성으로 갈까, 루나.”
나는 안 그래도 큰 눈이 더 커져 나를 땡그랗게 바라보는 루나를 보며 어깨를 으쓱이곤 웃었다.
“도련님 설마… 취향이…….”
“아냐, 루나…….”
아냐, 그건 아냐!
세상에, 충격이다. 소심의 끝판왕 루나가 저런 눈빛을 하고 날 쳐다보다니.
그 분홍색 눈동자에 어린 의심에 나는 참지 못하고 루나의 볼을 잡아당겼다.
쭉쭉 늘어나네, 쭉쭉.
“아으, 아앗…….”
“눈빛이 불손해, 루나.”
어째 만지는 곳곳마다 젤리 같아서 중독될 거 같은 생각에 손을 놓곤 내 담당으로 배정된 고블린 매니저를 불렀다.
“아이고, 도련님! 샴페인을 더 가져올까요?”
평소에 술 달라고 난리라도 몇 번 친 적 있나 본데… 입에 착 감기던 샴페인이 떠올라 잠시 고민했지만 지금은 중요한 게 따로 있으니까.
“대륙 최고의 경매장이라더니 실망이 커. 오늘은 이만 가지. 그전에 내가 산 것들을 확인하고 싶은데.”
나중이라면 몰라도 당장은 제멋대로 구는 이미지가 나에게 도움이 되는 편이라 일부러 찡그리며 말하자, 안 그래도 매니저의 굽은 허리가 더 굽어진다.
“아… 그게 아무래도 정말 좋은 건 특정한 날이…….”
“됐고, 가져와.”
알지, 알지. 나도 알지. 매일매일 좋은 게 올라오는 게 말이 되나.
대륙 전체에 고객이 있는 만큼 정말 좋은 물건은 게임에서도 달에 한 번 정도 올라오곤 했다.
그래도 괜히 트집 한번 잡아준 뒤, 난 그가 오길 기다렸다.
사실 이름도 확인 안 하고 얼굴만 보고 저거다! 하고 산 지라 알고 보면 케인이 아닐 수도 있잖아.
아니면 어쩌지? 그냥 방생하고 내 인덕을 쌓으면 되나?
나도 모르게 긴장되어 다리를 달달 떠는데 옆에서 다시 탄성 소리가 들렸다.
“와…….”
황금색 눈동자와 마주한 순간 깨달았다.
‘저건 주인공이다. 주인공이 아닐 수 없어.’
외모에 비해 왜 이리 싸게, 그것도 평일 경매장에 나왔나 했더니… 아마 제대로 날을 잡기 전에 죽던가 망가질 거라 여긴 모양이네.
얼마나 반항했을까. 아직도 피가 배어 나오는 수갑과 재갈을 보다가 나는 사용자의 눈을 시전했다.
[케인 레이너스―증오만 남은 생존자]대표 Traits : [불굴(S)] [천재(S)] [외형(S)] [신체(S)]―비각인
히든 Traits : [불운(C)] [강인함(A)]―비각인
미친놈, 저거저거… 붙은 트레잇 좀 봐라.
아직 이번 생일이 지나지 않아 신관에게 확인받지 못하여 비각인이 붙긴 했지만 입이 쩍 벌어지는 특성들이다.
그리고 그중에 가장 등급이 높은 게 불굴…….
‘저걸 내가 바꿔야 한단 말이지?’
가장 등급이 높단 소리는 케인이 가진 신념과 자아에 가장 강력하게 작용한단 소리.
굽히지 않는다. 굴하지 않는다.
갈대는 휘어도 나무는 휘지 않는 것처럼.
나는 불길이 일렁이듯 나를 노려보는 그 황금색 눈동자를 보며 웃었다.
내가 널 부러뜨려주마, 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