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Extra in a Trash Game RAW novel - Chapter (30)
망겜 속 엑스트라가 됨-30화(30/373)
“으아악! 어서 잘라!”
“뛰어! 멍청아!”
탁 트인 필드가 아닌 미궁 던전이다 보니 벽으로 소리가 울려 사방에서 비명과 고함 소리가 요동친다.
“함정이… 많나 봐요…….”
“뭐, 저층이라 고급 함정은 없겠지만.”
피윳! 탁!
“실드는 켜뒀나.”
내가 발을 내딛자마자 날아오는 쇠 구슬을 케인이 검집으로 쳐낸다.
“아아, 아까 켜뒀지.”
나는 나지막하게 말을 흘리며 구슬의 궤적을 훑었다.
그것은 안에 자석이라도 있는 건지 그대로 벽에 튕겨 구르더니 바닥에 나 있던 둥근 구멍 안으로 쏙 들어갔다.
화살 같은 건 물량이 감당 안 될 테고 마법 함정은 이런 저층에 깔기는 너무 거하니 저런 식인가.
나는 살짝 감탄하곤 밟았던 자리를 또 밟아 보았으나 쇠 구슬은 날아오지 않았다.
“한번 발동한 함정은 시간이 좀 지나야 다시 활성화돼.”
내 뒤에서 옅은 장미 향이 번진다.
고개를 돌려보니 주점에서 만난 루비라는 여자가 손바닥을 보이며 잼잼하듯 인사하고 그녀의 뒤에 다른 남자들도 사람 좋게 웃고 있었다.
“아, 그래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도 최대한 사람 좋은 얼굴로 웃어 보이지만…….
“…….”
이크……
오만 트레잇 덕인지 썩 좋은 인상은 아닌가.
나는 후드를 들어 얼굴을 가릴 겸 덮어쓰고선 고개를 살짝 끄덕여 인사했다.
“2층은 몬스터보다 함정이 훨씬 많거든. 어때? 같이 갈까? 함정이 적은 길을 알아.”
루비라고 자신을 소개한 여자가 나를 흘긋 보다 이내 케인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하는 말에 케인이 입을 열었다.
“괜찮습니다. 저희끼리 해보죠.”
“하긴, 처음엔 다 혼자 해보고 싶고 그렇지? 그래도 도움이 필요하면 말해. 나도 초보 모험가일 때 친절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돕고 싶어서 그런 거니까.”
루비가 부드럽게 웃곤 손을 들어 조금 묵직해 보이는 모래주머니에 끈을 연결한 물건을 보였다.
“이런 거로 미리 바닥을 툭툭 치면서 가면 좀 낫달까? 그럼 화이팅.”
“우린 먼저 가보도록 하지. 초보자들은 힘내라고.”
루비가 손을 짤랑 흔들며 지나감에 뒤따르던 사내들도 허허 웃으며 인사하고 먼저 지나쳐간다.
“뭔가… 친절하구… 생각보다 다들 좋은 거 같아요.”
루나가 코를 킁킁이며 하는 말에 나는 입꼬리만 올려 웃었다.
“그러게? 하여튼 덕분에 좋은 걸 알았네.”
당장은 모래주머니가 없지만.
나중을 위해 식량 쪽은 꽤 많이 사서 큰 아공간에 틀어박아 둔 터라.
나는 손가락의 반지를 챠르륵 한번 돌린 뒤 아공간을 열어 옥수수 한 자루와 줄을 찾아 꺼냈다.
“힘 좋은 케인이 해야지 이런 건.”
나는 당당하게 케인에게 옥수수자루와 줄을 넘겼고 그도 별다른 반항 없이 알아서 자루의 입구에 줄을 묶어선 가볍게 돌리며 바닥을 툭툭 친다.
“제가 해두 되는데…….”
“그럼 다음에 올 때는 루나도 해볼래?”
“네!”
하긴 루나도 키워야 하니까.
이번엔 광분 트레잇은 곱게 땅에 묻어서 전위로 쓸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아예 보조만 하는 것은 아까운 일이다.
루나도 몸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 편이니까.
탕! 퓨숙! 픽!
날아오는 쇠 구슬을 케인이 쳐내고 독가스 같은 게 뿜어져 나오더니 나중엔 바늘같이 가느다란 침도 튀어나온다.
“케인 덕에 가는 길이 편하네.”
나는 코덱스를 허공에 띄워두는 대신 손에 잡고 어깨 안마하듯 툭툭 치며 걷는데 루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유능해요…….”
화르륵!
“으음.”
그러다 케인이 길 중앙을 옥수수자루로 치는 순간 불꽃이 뿜어져 나왔다.
“…맛있겠네, 저거.”
나는 반 정도 타버리듯 익으며 떨어지는 옥수수를 보곤 입맛을 다셨다.
* * *
와작와작!
“맛있니?”
결국, 생옥수수와 숯검정의 그 사이.
뭔가 살짝 그슬려 고소한 냄새가 나는 옥수수는 수거해서 나와 루나가 하나씩 맛보았는데.
내 입에는 향만 고소하고 맛은 영 별로였건만 루나 입엔 제법 괜찮은 모양.
끄덕하는 루나의 손에 내 손에 들린 한 줌도 마저 쥐여주곤 간식도 먹을 겸 살짝 바닥에 천을 깔고 앉아 아공간에서 물도 꺼냈다.
“그 안엔 도대체 얼마나 들어 있는 거지.”
나에게 수통을 받아 마시던 케인이 물음에 나는 으음 소리를 내며 반지를 챠르륵 돌렸다.
“지금 사막으로 갑자기 떨어져도 굶어 죽을 일은 없을 정도?”
대충 두루뭉술하게 말하자 케인이 무언가 생각하다 입을 열려는데 어디선가 살짝 꼬릿한, 아니 구릿한 냄새가 난다.
나는 냉큼 케인이 던져주는 수통을 아공간에 넣고 코덱스를 쥔 뒤 일어났고 루나도 입에 남은 옥수수를 전부 털어 넣었다.
“냉새가… 싱해어…….”
“다 먹고 말해도 괜찮아.”
옆에서 다람쥐처럼 뽀득뽀득 옥수수를 씹는 루나가 있는데도 고소한 냄새 대신 점점 역겨운 냄새로 공기가 찬다.
나는 냉큼 코덱스를 열어 정화를 한 장 읊어 근처의 공기를 정화했고 케인이 무언가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
“확실하진 않지만, 트롤인가.”
나도 그동안 이곳에서 읽었던 책등을 머릿속으로 떠올리곤 고개를 끄덕였다.
“약간 물비린내도 나는 것 같은 게.”
“늪지 트롤.”
고작 저층에서 나올 만한 몬스터가 아니라는 게 머릿속으로 스치는 순간.
“그르륵…….”
가래 끓는 소리와 더불어 조금 떨어진 앞쪽 통로에서 녹색 피부에 우툴두툴한 종기가 잔뜩 나 있는 데다 손이 길어 바닥에 질질 끌리는 추악한 외모의 늪지 트롤이 모서리를 돌아 비틀거리며 나타났다.
“X발?”
나는 나도 모르게 욕지거리를 뱉었다.
아니, 진짜 저게 왜 여기서 나와.
일단 그 연유를 궁금해하기보단 머리를 돌려야 한다.
도망친다? 아니면 싸운다?
나는 코덱스를 들고 급하게 파츠 실드 페이지 위에 손을 올려놓곤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뒤로 빠지자.”
트롤류는 그 이동 속도가 매우 느리다.
게다가 늪지 트롤이면 늪 안에서는 비교적 빨라도 뭍에서는 더욱 느린 편.
약간 멀지만 위층으로 뛰어가면 빠르게 따라오진 못할 것이다.
나는 그리 제안했고 케인 놈은 단박에 거절했다.
“그럼 위층의 피해가 커진다. 게다가 트롤은 이미 우리를 발견했고.”
“크뤄악!”
꽝!
크게 한번 괴성을 지르더니 바닥에 끌릴 만큼 긴 팔을 휘둘러 벽을 강하게 쳐낸다.
늪의 장력을 이겨내고 헤엄치는 트롤답게 그 파워 만큼은 강한지 파스스 하고 미궁의 벽이 파이다 못해 가루가 떨어지는 게 보였다.
저건 제대로 한번 맞으면 간다.
“아니, 지금 저걸 보고도…….”
“게다가, 나는 강해져야 하지 않나?”
마치 자신을 믿으라는 케인의 말투에 나는 얼굴을 찡그렸다.
아, 원래 저런 놈이지…….
그러니 그렇게 모진 수모를 겪고 핍박받고 배신당해도 결국은 대륙을 위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길을 간 놈이지.
“…저두, 엄호…할게요.”
루나마저 자세를 낮추며 케인에게로 다가감에 나는 한숨을 쉬곤 고개를 한번 털어낸 뒤 파츠 실드를 읊었다.
“각자 왼쪽 팔 위에, 암실드처럼 발동시켰고 피격 보호 횟수는 한 번, 수시로 보충은 할 테지만 10장뿐이야. 알아서 카운팅해.”
그리고 원거리 딜러가 있으면 거리 싸움은 국룰이지.
“저격 지원은 단 한 번, 좁은 통로니까 한번 지원하고 나는 보조로 빠진다.”
“…네!”
“그래.”
폭발이 강한 마법은 통로라서 무리, 게다가 유틸성 위주로 코덱스를 짜 넣은 덕에 기초 공격 마법뿐이지만.
“진리의 힘으로. 너를 꿰뚫을지어다.”
무속성 매직 미사일과 풍속성의 윈드 애로우.
희고 녹색이 도는 뭉툭한 미사일과 끝이 날카로운 화살이 내 주변에서 떠오른다.
순간적으로 머릿속에서 이어지는 다중 초점.
마치 게임 화면을 여러 개 띄워 한 번에 조종하는 기분에 속이 울렁거렸지만, 이 정도는 별것 아니야.
나는 느리게 손을 들어 올리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늪지 트롤의 머리 쪽으로 마법을 날렸다.
펑! 퍼벅! 퍼버벅!
미사일이 터지는 소리와 화살이 가죽을 찢고 나가는 소리. 그것을 기점으로 케인과 루나가 달려나간다.
귀를 찢는 괴성 소리와 더불어 늪지 트롤은 그 와중에 거대한 손을 올려 머리를 보호했는지 한쪽 뺨만 너덜너덜하게 찢겨 있다.
그것은 눈에 보이는 속도로 빠르게 아물어 가며 터진 눈알 또한 버섯이 자라나듯 회복되는 것이 보였다.
등을 굽히고 있지만 못해도 3미터는 될 것이다. 팔만 해도 케인의 키와 맞먹는 길이.
통로 하나를 꽉 채우고 서서 팔을 휘두르니 그것만으로도 굉장한 위협이다.
하지만 바닥을 긁으며 자신에게로 날아오는 트롤의 팔에 옆의 벽을 밟고 몸을 비틀어 피했다.
목표를 놓친 트롤의 손이 벽에 박히는 순간. 케인이 팔을 밟고 올라탄다.
“뿌리박아 구속하라. 섬광에 눈이 멀지어다.
벽에 박힌 트롤의 손을 바인딩으로 다시 한번 더 구속하고 케인이 공격하는 것에 맞춰 케인의 눈엔 사각 지점을 골라 트롤에게 번쩍하고 플래시를 먹인다.
하지만 저 둔중한 덩치도 목숨이 달린 일엔 초인적인 힘이 나오는 것일까.
위에서 아래로 목뼈를 끊어버리기 위해 케인이 검을 꽂는 순간 고개를 숙이고 몸을 비틀어 어깨로 받아낸 트롤이 눈을 감고 괴성을 지른다.
“그와카악!”
하지만 아래쪽엔 루나가 있지.
케인의 검을 피해 고개를 숙여 고저가 바뀐 순간, 루나가 바닥을 손으로 짚곤 몸을 용수철처럼 펴 올리며 발로 트롤의 턱을 틀어 차올리자 트롤의 턱이 어긋나며 부러진 이빨과 타액이 벽에 튀었다.
“으앗……!”
케인의 검을 가속 재생한 어깨의 근육으로 한번 잡아채 움직임을 묶은 뒤, 그 와중에도 멀쩡한 팔 하나를 휘둘러 결국 허공에서 한 바퀴 돌아 아래로 착지하려던 루나를 트롤이 쳐내는데.
내가 붙여둔 파츠 실드로 그 팔을 받아내 내 쪽으로 날아오는 루나를 보며 나 또한 코덱스를 발동시켰다.
“한 번의 힘을 무의미하게… 루나!”
루나가 날아오는 경로에 맞춰 파츠 실드를 비스듬하게 생성해선 루나의 이름을 부르며 신호하자 허공에서 몸을 비틀던 루나가 실드를 발로 차 다시 트롤에게로 날아가 발로 한 번 더 턱을 차올렸다.
케인이 그에 맞춰 트롤의 몸 위에서 균형을 잡다 검에 마나를 실어 어깨에서 빼 들어선 루나가 차올린 덕에 고개를 치켜든 트롤의 안구에 정확히 맞춰 검을 박아 넣어 목뼈를 부숴 버린 뒤.
그대로 검을 잡고 뛰어내려 체중까지 실어선 사선으로 얼굴과 목젖부터 가슴까지 갈라 벌어진 그 틈으로 손을 집어넣어 심장을 으깨 버린다.
“그륵… 극…….”
얼굴이 갈라져 피 거품이 오르던 트롤의 육중한 몸이 쓰러지더니 죽처럼 변하며 조그만 마정석 하나만 남긴 채 사라졌다.
“후아… 으…….”
…주인공 파티는 주인공 파티네.
괜히 걱정했다. 진짜.
제대로 된 경험 없이도 큰 상처 입지 않고 마무리한 둘을 보다가 허탈하게 웃어버리곤 그쪽으로 다가갔다.
“피는 왜 안 사라지냐.”
정작 트롤은 죽처럼 녹아 사라졌는데, 그 부산물은 곳곳에 남아있음에 나는 정화와 클린을 써서 둘을 씻기곤 마정석을 주웠다.
“용돈이다.”
루나는 그렇다 쳐도 케인은 자기 손으로 돈 벌어본 게 얼마나 될지.
자기 몸이 돈이면 돈이었지.
나는 검을 검집에 집어넣는 케인에게 마정석을 주곤 울상인 루나에게는 아공간에서 사탕을 꺼내 내밀었다.
“맛있…어요.”
루나 너를 위해 특별히 주문 제작한 당근 사탕이다.
참고로 난 하나 맛보고 다신 손대지 않았다.
“의외로군.”
“뭐가.”
나에게 마정석을 받던 케인이 나를 바라본다.
“성안에서만 지낸 게 아닌가.”
누가 할 소릴.
물론 나도 놀랬다. 사실 나도 내가 어버버할 줄 알았는데, 아마도 부유감 덕인지 내가 이곳을 원하든 원치 않든, 게임적인 감각으로 받아들여서일까.
원래 그런 것들은 파티끼리 연계기도 중요하고 포지션도 다채롭게 갈아타며 경험할 수 있으니까.
정말 저만한 괴물을 강수호일 때 맞닥뜨렸다면 나는 단번에 도망가거나 추한 모습을 보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두려움보다 다른 게 더 컸어, 지금은.’
나는 가라앉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케인에게 입꼬리를 올렸다.
“네 주인이 될 사람인데. 이 정도야.”
빚이 많다. 다 갚아라. 잊지 말거라 하는 말에 케인이 혀를 차며 고개를 돌린다.
그래 잘 기억해 놓고 있다가 가디아 오면 날 살려줘야 한다.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올라가자.”
“좋아요… 배고파요…….”
이래저래 놀라고 놀랐더니 기운이 빠지는 느낌이라 그리 말하곤 나는 루나의 머리칼을 쓰다듬어 주며 몸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