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Extra in a Trash Game RAW novel - Chapter (312)
망겜 속 엑스트라가 됨-312화(312/373)
“미쳤나 봐, 진짜…….”
거기가 어디라고 우릴 막 집어넣어.
“내가 말했지. 레드는 돌았다고. 어?”
레드는 파괴&광증으로 다시 고쳐 써야 해.
저거 제정신 아니라니까?
“아니, 아무리 마녀의 던전이 강력하다지만.”
드래곤의 정신을 이렇게 헤집을 수 있는 거야?
“아, 그건 저 던전이 시술자 말고 던전에 걸린 사람 본신의 마나와 힘을 바탕으로 정신계 마법을 거는 거라 내가 강력하면 강력할수록 벗어나기 힘든 거라서.”
십수 명의 드래곤이 바닥에 드러누워 왁자지껄 떠들기 시작했다.
전부 턱이나 명치 등을 매만지며 하는 말에 소르페가 바라보다가 고개를 내저었다.
“곧 레이첼이 올 거야.”
소르페의 말에 다들 눈에 불을 켜듯 마나가 어리며 비비적 일어나 소르페를 바라보았다.
“잘됐다. 로드면 다야?”
“한번 들고 일어날 때가 되었어. 우리.”
아무리 레이첼이라도 저딴 환상 속에 우릴 가둬?
투덜투덜 나오는 말에 소르페가 입을 열었다.
“알잖아. 레이첼은 그 정도 마법 조율을 할 인물이 아니라는 거.”
드래곤이 만들었다기엔 너무 음험하지.
“블랙이라면 몰라도 레드인 레이첼이 만들었을 리 있겠어?”
“컬러 차별 반대.”
검은 머리의 누군가가 한 말을 슬쩍 무시하며 소르페가 받아 적은 종이를 한 장 한 장 넘겼다.
“소감은 어때?”
“솔직히 말하자면 말입니다. 저 던전이 보여 주는 환상의 구조는 이해했는데.”
왜 저의 악몽이 그런 것인지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푸른 머리칼을 가진 누군가의 말에 소르페는 한 손에 쥔 수십 장의 양피지를 흔들었다.
“저 던전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비추는 곳이야. 그런데 지금 둘 빼고 같은 내용을 적어 나에게 주었지.”
알을 가진 지 얼마 안 된 드래곤이 누군가 알을 깨트리려는 악몽을 꾼 것과.
다시는 유희를 할 수 없게 된 꿈을 꾼 드래곤.
그 둘을 제외하면 전부 자세한 내용은 다르나 상황은 비슷한 악몽을 적어 냈다.
인간에게 사냥당하는 꿈.
온몸이 찢겨 상품처럼 해체되어 무언가의 연료로 쓰이게 되는.
소르페의 말에 녹색 머리의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종족 개체에 따른 지정된 악몽이 있는 건 아닐까?”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보여 준다고 하기에는 이번 꿈을 꾸기 전엔 상상조차 해 본 적 없던 상황.
그것을 대다수의 드래곤이 똑같이 꾼다?
그 디테일은 달라도 결국 지상최강의 종족인 드래곤이 사냥당한다는 맥락은 일치한다.
문제는 그 어떤 이유도 없다는 것.
그것을 실제로 겪은 적도 혹은 상상한 적도 없는데 마치 짠 듯이 모두가 비슷하다면.
“그냥 드래곤이 그 던전의 시험을 받게 되면 그런 꿈을 꾸도록 미리 설정이 되어 있는 게 더 그럴듯하지 않아?”
그 말이 일리가 있다는 듯 다들 한마디씩 얹기 시작했다.
“타 종족에 비해 기본적인 신체 능력이 낮은 인간에게 사냥당하는 것 자체가 매우 불쾌한 상황이니까. 그걸 노리고 그런 내용으로 세팅한 것일지도 모르고.”
“제대로 된 마법이 아니라 마녀의 마법이자 주문이기에 우리가 그 수식이나 마법진을 단시간에 해독할 수는 없겠지만 알아볼 만한 가치는 있다고 생각해.”
“솔직히 이 많은 드래곤의 궁극적인 악몽이 기억에도 없는 같은 상황인 것보다 인위적으로 설정되었다는 게 더 그럴듯하긴 하지.”
소르페는 그들의 말을 들으며 작게 풋 하고 웃었다.
긴 금색 머리칼을 쓸어 올린 뒤 쾅 하고 문을 열고 들어오는 레이첼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그렇다는데, 어떻게 생각해?”
“이놈들이 드래곤 망신시킬 일 있나.”
머리를 잘못 때렸나?
턱은 머리가 아니잖아, 명치도 머리가 아닌데?
레이첼이 히죽거리며 주먹을 쥐었다.
“다시 고쳐 줄게.”
“잠깐만!”
그건 고치는 게 아니라 망가뜨리는 거잖아!
레이첼이 주먹을 쥐고 다가오자 썰물처럼 다른 드래곤들이 벽으로 붙었다.
“나도 아는 걸 너희가 모르진 않겠지. 은근슬쩍 그런 말로 흐리지 말고 똑바로 하자 우리.”
감히 드래곤의 꿈을 조작하여 원하는 것만 비추도록 할 수 없지.
스스로의 기억에서 혹은 염려에서 끄집어내는 것이다.
타인이 만들어 주입한 게 아닌.
나 자신이 알고 있는 가장 큰 두려움을.
“미리 그런 내용으로 세팅? 잘도.”
모든 종족에게 맞춤으로? 장난해?
레이첼이 손가락을 좌우로 흔들었다.
“그냥 다들 인정해.”
기억의 소실. 그리고 공유되지 않은 같은 내용의 악몽.
“그건 분명 우리 모두의 두려움.”
왜인지 생각해.
레이첼이 붉은 눈을 희번덕거리며 가까운 자리의 검은 눈을 바라보자 다들 낮은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로드. 상식 밖의 일입니다.”
푸른 머리칼의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신이라도 불가능하다니까요.”
자신들이 본 것이 무의식적으로 각인된 악몽이라면.
단순히 듣고 본 게 아닌 실제로 겪었을 때나 가능한 일.
그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방법은 단 하나뿐이지.”
누군가 말을 거들었다.
“그 일이 벌어진 후 모든 시간을 되돌렸다.”
“그런데 그거 신이라도 불가능하잖아.”
“정확하겐 한둘 정도의 신의 힘으로는 힘들겠지.”
시간의 신을 중심으로 다른 신이 더 힘을 보태야 가능할까 말까 한 일.
“중요한 건 왜? 구태여 그럴 만한 이유가 없잖아.”
인간이 드래곤을 사냥했다.
그러나 그 역사를 되돌렸다?
지금 테이트리아의 국력이 강하다고는 하나 모든 드래곤을 상대할 만하냐 하면 그건 아니라고 다들 확신할 수 있었다.
그 말이 갖는 의미는 지금의 테이트리아 제국보다 더욱 인간의 힘이 강성해지고 더불어 그 강성해진 힘으로 모든 드래곤과 전쟁을 일으킨다면 그것은 미래의 일이란 소리.
즉, 지금보다 더 나중에, 인간과 드래곤이 전쟁을 한 후 얼마나 긴 시간을 뒤로 감아야 지금이 되겠냐는 말이었다.
그리고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 또한 있는가.
“그래서 얻는 이득이 뭔데?”
모두의 눈이 레이첼을 향했다.
“그거야 하나뿐이지.”
나라는 존재를 잃는다는 것은 대륙 전체의 손실이라는 것을 신도 안 거지.
이 미모, 이 강력한 힘.
레이첼이 당당하게 말하자 소르페가 담담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나머진 식사를 한 다음 다시 대화를 나눠 보자.”
“헛소리보단 역시 밥이 낫지.”
“레이첼이 엄청 자랑하던데 밥 맛있다고, 나도 궁금해.”
다들 삼삼오오 레이첼을 비켜 지나가 소르페와 함께 식당으로 가는데 누군가 입술을 삐죽이는 레이첼의 귓가에 속삭였다.
“바보, 식충이, 몽총이…….”
* * *
이유는 모르겠다.
몇 번의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이것은 꽤 불규칙했다. 어떨 때는 한참이나 그대로이다가도 어느 순간 몇 년이 흘러가 버린다.
‘그 덕에 꽤 흥미로운 걸 보게 되네.’
나는 지금 스무 살 중반의 케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몇 번 빠르게 흘러간 세월 덕에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성숙한 케인을 바라본다.
‘대충 아델리안이 175 정도니까.’
어림잡아 지금 그럼 케인은 190이 조금 넘나?
내가 있던 세계의 케인이 190이 조금 안 되는데 이곳의 케인은 190이 조금 넘었다.
그리고 아직 앳되어 잘생긴 걸 넘어 아름답다 생각이 드는 밖의 케인과는 달리.
이곳의 케인은 좀 더 나이를 먹은 덕에 약간 더 사내다워진 모습이다.
말 그대로 나는 케인의 미래를 지금 마주한 상태였다.
그동안 대규모 전투와 더불어 강한 아인족을 상대한 덕에 몸에 흉터가 몇 개 생기긴 했지만 그뿐이다.
케인은 언제나 승리했다.
다만 인간이 언제나 승리한 것은 아니었다.
챠비드에 있는 인간들의 도시는 아직 들키지 않았으나 곳곳에 세워진 거점들은 몇 개 불태워지기도 하고 망가지기도 했지.
“테이.”
“왜 그래. 셰인.”
꼭 다 죽여야 해?
마을 하나를 마법으로 불지옥을 만든 테이에게 셰인이 속삭이자 테이가 말끔한 얼굴로 웃었다.
“셰인.”
아인족 남녀 둘만 살아남아도 몇 년 후엔 그 수가 불어날 거야.
마을 하나가 10년 뒤에 얼마나 커질지 상상이 돼?
“없앨 수 있을 때 없애야지.”
그들이 쓰는 물건, 입는 옷, 먹는 음식까지.
“전부 우리를 착취해서 만드는걸.”
아인족 하나를 위해 인간이 몇이나 희생당하는지 생각하면.
“마을 하나를 불태울 때마다 인간의 격리구역 하나, 혹은 그 이상 해방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상큼하게 말하네.
나는 테이의 말을 심드렁하게 들으며 저 멀리서 노을을 바라보는 케인을 응시했다.
그동안 강해졌다. 거기에 비공정마저 제작이 거의 완료되었지.
카이만과 가디아가 그동안 모은 재산으로 구한 마정석으로 1차 가동하여 만들어 낸 비공정은 오래 날기 힘든 대신 많은 골렘을 제작할 수 있는 제작선이었다.
말 그대로 뼈대만 남은 사람처럼 보이는 양산형 골렘들.
‘누군지 모르겠지만 천재야.’
원래의 악신교단 쪽 사람이 케인과 한편이고 케인과 파티였던 이들이 적인 세상이다.
나는 그 후에도 루나를 몇 번 찾아갔지만 짐승과 사람을 한 우리에 가둬 놓고 돈을 거는 축제를 마지막으로 나는 루나를 찾아가는 일을 줄였다.
분명 루나는 그 행위를 즐기지 않았으나 익숙한 세상이니까.
이곳에서 레이첼과 루나는, 파이얀과 레비는.
사람을 소모품으로 쓰는 것에 익숙한 기득권이다.
‘루나를 종종 찾아간 덕에 레이첼도 만나긴 했지만.’
레이첼이 풀네임이 아닌지 드래곤에게 통용되는 다른 이름이 있는 건지 이름만으로 찾아갈 순 없었다.
더불어 루나와 레이첼이 즐기지는 않아도 이 세계는 워낙 인간을 장난감으로 잡아 즐기는 세계라 찾아가면 어디로 눈을 돌려도 내게는 거북한 모습뿐이라.
“그래도 여기가 제일 마음 편하네.”
나는 케인의 곁에 앉으며 중얼거렸다.
밖의 세계와 책 안의 세계는 역전 세계이다.
하지만 그 디테일은 조금 달랐는데 밖의 아인족보다 이곳의 인간족에 대한 대우가 더 박하다는 것.
‘테이트리아의 마지막 양심인지 뭔지.’
아니면 수많은 루프 중 아인족에 대한 복수심은 옅어지고 목적만 남아 그런 건지.
“저기나 여기나 서로 좀 잘 지내면 좋을 텐데.”
그렇지 않냐?
적어도 우리 파티는, 잘 지내고 있잖아.
케인을 비롯해서 루나와 리프, 제로와 레이첼에 파이얀과 레비까지.
종족을 떠나서 제법 잘 지내는 중인 데다 카이만과 가디아를 비롯해 라인하르트나 아르만, 샤하드도 그렇고.
‘그러고 보니.’
내 주위에 대놓고 차별하는 이가 없긴 하네.
샤하드도 황족이면서 아인족에 대한 멸시가 대놓고 보인 적은 없었고.
밖의 세상에서 아인족은 인간의 영혼이 부족해 다른 것이 섞였다는 그 쓸데없는 말이 없었으면 더 사이좋게 지낼 만했을까?
‘뭐, 그럴 리는 없지’
지구만 해도 다 같은 인간인데 툭하면 싸우지 않나.
그래도.
“잘 지내려면 잘 지낼 수도 있잖아.”
이 세계처럼은 안 할 수 있잖아.
어차피 못 듣는 걸 아니 투덜거리다 문득 옆을 보니 케인이 나를 바라본다.
“…….”
그리고 케인이 입을 열려는 순간 사방이 또 흘러간다.
빠르게 시간이 지나갔다.
사방이 붉게 불타오른다.
나는 여전히 케인의 곁이었고 케인은 온몸에 피칠갑을 한 채 드래곤의 머리를 자르고 있었으며 막 하늘에서는 테이의 마법으로 와이번이 떼로 바닥에 떨어졌다.
“드래곤 하트를 뽑아!”
“지원이 오기 전에 한 마리라도 더 죽여야 해!”
“저기, 저 멀리에서 드래곤 로드, 레이첼이 온다.”
사방이 불타고 매캐한 연기가 치솟는다. 대지에선 골렘과 타이탄이 하나둘씩 움직이고 하늘에선 비공정이 떠올랐다.
그리고 지평선 가까운 노을에서부터 태어난 듯 붉고 거대한 드래곤이 수많은 조인족과 다른 드래곤과 함께 이곳으로 날아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