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Extra in a Trash Game RAW novel - Chapter (334)
망겜 속 엑스트라가 됨-334화(334/373)
‘난 또 무슨 말 하는가 했더니.’
하필 체이서가 밥 먹기 전에 바다 마녀의 던전을 깨고 오겠다고 간 덕에 같이 설득해줄 사람이 없네.
제로가 말하는 건 내가 누구보다 잘 안다.
애초에 원작을 그렇게 읽었는데 모를 수가 있을까.
리프가 아주 그냥 세세하게 적어준 덕에 기억도 다 난다.
더불어 원작의 후반으로 갈수록 전쟁은 치열해졌고 악신 교단 쪽이나 인간과 아인족 연합 쪽이나 죽는 이들은 많아졌다.
내가 언젠가 말한 적 있을 것이다.
악신 교단은 조건부지만 무한 부활이 가능하다고.
그 조건이란 게 하나는 악신 교단의 소속일 것.
이러면 무조건 첫 죽음에선 바로 부활한다.
이노센트 게임을 할 때 잡몹이라도 속성에 악신 교단이라고 붙으면 두 번씩 죽여야 했다.
‘그러면서 경험치나 아이템은 1회분만 주는 쪼잔한 시스템이라고 욕했는데.’
거기에 죽었다 살아나면 광신이 붙는다.
체력은 낮아지고 공격력은 올라가는 버프. 게임에선 그랬지만.
‘현실이니 아마 이지가 흐려지고 방어를 도외시한 공격을 하는 정도겠지.’
그리고 두 번째 조건은 살아 있는 신이 존재하는 전장일 것.
소설에서는 그 경우 살아 있는 신이 신력을 소모해서 되살리니 강한 이들을 위주로 몇 번이고 살려냈다.
다만 완벽하지 않아 갈수록 되살아나는 이들의 상태가 이상해져서 저건 신이 아닌 악마라고.
마왕이라고 다들 소설에서 중얼거렸었다.
진짜 마족의 왕이라서 마왕이라고 불렸다기보다는 다른 의미로 붙은 거란 소리.
“네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아.”
체이서도 그랬지. 자신이 혹 중간에 죽는다면 살아 있는 신에 대한 충성심만 머리에 찬 멍청한 녀석으로 되살아날 거라고.
한번 죽었다 살아나는 테이트리아 표 부활에는 세뇌속성이 붙어있는 거다.
즉, 나중에 혹여나 전면전을 하는 경우에 우리 병사가 죽으면 적이 되어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소리.
여기서 무언가 하나 생각날 것이다.
바로 제로의 악몽.
도플갱어들이 죽인 인간을 삼켜 도플갱어로 만드는 모습.
제로의 이 능력과 살아 있는 신의 세뇌 부활은 비슷해 보이는 부분이 많다.
어쩌면 제로 때문에 멸망한 시간에서 그걸 보고 베낀 걸지도 모르지.
그러니 제로의 말은 이거였다.
살아 있는 신과 전면전 한다면 우리 쪽 병사가 죽어 저쪽으로 넘어가는 것처럼.
우리도 제로가 삼켜 이쪽으로 되돌리자.
“적어도 제게 속한 아이들은 배신하지 않을 겁니다.”
그럴 것이다.
살아 있는 신의 세뇌가 더 강했다면 제로를 굳이 미궁에 가둘 필요도 없을 터.
그냥 제로를 죽이고 자기가 세뇌 부활시켜도 되니까.
“안돼.”
“왭니까.”
그래 듣기엔 나쁘지 않은 말이긴 한데.
그러면 제로가 오염된다.
나는 제로의 악몽에서 본, 지금과는 달리 긴 머리칼을 가지고 눈에 아무 감정도 띄우지 않던 제로를 기억했다.
“단점은 알고 있잖아.”
제로가 도플갱어로 만드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제로의 자의식이 사라진다.
제로는 도플갱어의 종주.
즉, 근본이기에 그들 모두와 교감할 수 있다.
물론 틀어막을 수도 있는 거 같긴 한데. 살아 있는 신을 견제하려면, 그 세뇌를 무효로 돌리려면 제로가 일정 부분 관리해야 할 테고.
그러면 이러나저러나 그 악몽 속에서 본 것보다는 덜해도.
“지금이랑 같을 거 같아?”
내가 심드렁히 셀러리를 씹으며 하는 말에 제로의 어깨가 좀 처진다.
덩치는 커도 애다.
물론 실제로는 나이가 많겠지만 세상에 나온 지 얼마 안 지났다.
햇수로만 치면 내 조카보다 어리지.
‘레비도 그렇고.’
나는 내 무릎에 누워 은근슬쩍 날 따라 셀러리를 먹어보다가 셀러리는 조금만 먹고 마요네즈만 많이 먹는 레비를 두드렸다.
이 흔들림 많이 봤다.
스푼으로 푸딩을 두드리면 나오는 물결이다.
“하여간 그건 생각해 둔 게 있어.”
부활?
할 몸이 없으면 못 하는 거다.
조금 번거롭고 잔인하기야 하겠지만.
찰랑찰랑한 레비의 배를 두드리는 날 보던 제로가 머뭇거리다 입을 연다.
“하지만…….”
“야, 조제로.”
레이첼이 도끼눈을 떴다.
조제로는 내가 저번에 김케인 운운했을 때 레이첼에게 잡혀 다른 아이들 별명을 다 붙여준 다음 제로에게도 붙여준 거긴 한데.
여기서 그걸 왜 불러.
“지금 나 중요한 순간이야. 회의는 들어가서 해라?”
레이첼이 웃음기 없이 이글이글거리는 눈으로 제로를 바라 본다.
내가 슬쩍 게임판을 바라보니 레이첼의 게임 말 옆에 262라는 숫자가 보였다.
6번 죽었으면 저럴 만하지.
레이첼의 살기에 제로가 힘없이 입을 다물었다.
* * *
‘생각보다 잘 만들어졌는데?’
나는 이번에 새로 만들어진 게임 아티팩트를 보며 감탄했다.
알게 모르게 쌓이는 파티원들의 스트레스 케어 겸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는데 나쁘지 않다.
기본적으로 이 세계는 죽음에 익숙하다.
더불어 누군가를 죽이는 것도.
특히 레이첼처럼 호승심이 강하면 더하고.
케인도 그렇고 루나도 강해진 뒤에 그것을 제대로 발산하지 못해서 조금 답답해하는 구석이 한 번씩 보였다.
그동안 종종 있었던 전투를 요즘 들어 줄였으니까.
그러니 레이첼은 대놓고, 다른 녀석들도 알게 모르게 자기들끼리 대련이란 명목으로 싸워댔는데.
문제는 우리 파티가 지금 너무 강하다는 데 있었다.
한번 흥이 붙어 신나게 싸우면 부서질 건물이 지금 한두 곳이 아닌 것이다.
그렇다고 오러도 마나도 쓰지 않고 순수하게 체술로만 겨루자니 그건 또 맛이 있네 없네 하며 안 하더라.
그래서 초반엔 케인의 분리된 차원을 이용해 실컷 겨뤘는데.
그건 나중에 쓸 데가 있어서 나나 다른 이들이 요즘 연구용으로 점거하는 일이 잦아들었다.
그렇다 보니 다들 시무룩하게 보드게임이나 하면서 지냈는데 아무래도 내가 알려준 보드게임 대부분 평화로운 거니까.
‘파티원들의 불만을 잠재우는 것도 중요하지.’
이게 정말 게임이었으면 스트레스 포인트는 내려가고 호감 포인트는 올랐을 거다.
그래서 고안한 게임 아티팩트가 2개.
실컷 싸우라고 만들었다.
하나는 철*이나 스*리트 파*터 같은 조작형 1 대 1 게임.
다른 하나는 5 대 5로 각자 유닛을 하나씩 픽해서 팀전으로 싸울 수 있는 리그 * 레전드 같은 게임.
인터넷은 안 돼도 마법은 있다.
화상 회의용 얼굴을 실시간으로 띄우기는 힘들어도 아티팩트에 내장된 말을 움직이는 건 쉬운 이상한 곳이다.
더불어 후자의 게임 아티팩트 같은 경우 나중에 전략회의 판으로 써도 되니까.
난 아까까진 루나와 리프랑 같이 팀 먹고 다인용 게임을 하더니 지금은 격투 게임 아티팩트를 손에 쥔 레이첼을 바라보았다.
체이서는 같이 조금 해보더니 일을 하고 놀아야 마음이 편하다며 밥 먹기 전까지 던전을 깨러 갔고.
루나와 리프도 잠시 쉬는 동안 레이첼 혼자 즐기려는 모습이다.
“뭐하냐.”
“흐, 흐흐? 어? 뭐가.”
레이첼이 이상한 웃음 소리를 내다가 나를 바라본다.
“뭐하냐고.”
“연습.”
레이첼이 자신과 비슷하게 생긴 아티팩트 안의 캐릭터를 움직여 펀치를 날리며 대답했다.
맞는 상대는 검은 머리에 검을 든 유닛이다.
즉 케인의 캐릭터인데.
그걸 허수아비 삼아 레이첼이 신나게 두드려댔다.
“후배님, 너무 행복해 보입니다.”
제로가 하는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원투 원투.
레이첼의 캐릭터가 정말 찰지게 케인을 때려댄다.
아티팩트 위에 표시된 케인의 체력 바가 쭉쭉 내려간다.
그에 비례해 레이첼의 웃음소리가 더욱 짙어졌다.
그래, 저렇게라도 스트레스 풀라고 내가…….
“어?”
레이첼의 캐릭터가 한 대 맞고 허공에 뜨더니 그대로 이어지는 콤보에 가득 차 있던 피가 쭈욱 단다.
“어, 어? 야!”
케인이 지나가다 잠시 아티팩트에 연결된 패드를 잡더니 순식간에 레이첼을 K.O 시킨 뒤 다시 갔다.
그에 레이첼이 크앙 소리를 내며 케인을 뒤에서 덮쳐서 머리칼을 양손으로 쥔다.
“음, 사이 좋네.”
케인 정도의 경지에 오르면 두피도 강해지나 보다.
대머리는 안 되겠어 케인.
“재미있어 보이는데 저랑 하시겠습니까.”
제로가 슬쩍 레이첼이 두고 간 아티팩트를 쥔다.
그러고는 고르는 게 새를 어깨에 올린 뒤 검도 허리에 차고 활도 든 거구의 사내 캐릭터.
아까부터 보는데 다들 자신을 본떠 만든 캐릭터만 죽어라 고르는 게.
장인들만 모이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아 그럴까?”
나는 그럼 제로의 캐릭터와 상성이 좋은 레비를 고를까 하는데 세이렌이 울린다.
<아델리안.>
“아 오랜만이야 누이.”
가디아의 목소리다.
처음엔 가디아도 남성을 싫어하는 걸 어느 정도 해결한 뒤 같이 다니려고 했는데 그게 조금 힘들어졌다.
아무래도 아델리안의 기억이 돌아오다 보니 가디아는 정말 누나처럼 되어서.
강수호로도 누나가 있다 보니 솔직히 막 부려먹기 좀…….
‘뭐 그리고 카이만이야 몰라도 가디아는 고생 많이 했으니까.’
너무 막 사람을 부려먹으려고만 하면 안 된다.
그나마, 그나마 한 톨이라도 남은 내 주식이라서 그런 건 아니고.
나는 어쩐지 눈가가 시큰해져서 콧잔등을 누르며 대답했다.
“잘 지냈어? 녹즙은 안 모…….”
<그건 안 모자르니 괜찮아. 이미 넉넉한 거 같아.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이번에 네가 말한 걸 입수했으니 나중에 게이트로 보낼게.>
가디아가 말을 쏟아낸 뒤 세이렌을 뚝 끊었다.
‘많이 바쁜가 보네.’
저렇게 바쁘면 몸이 축날 것이다. 녹즙을 좀 더 보내야겠다.
‘폭풍우의 구슬을 드디어 손에 넣었나 보군.’
나는 내 무릎 위에서 늘어진 레비를 바라보았다.
지금은 물통통이일 뿐이지만 원래라면 아주 성숙한 외모의…….
‘됐다 이미 안 어울려.’
그래도 성장을 위한 의식을 치르지 못해 이런 모습이지 의식을 치른다면 정신적인 성장도 어느 정도 더 할 수 있을 것이다.
원래 정신은 육신을 어느 정도 따라간다고 보는 편이니까.
아무리 나이가 많은 사람이라도 어린아이의 몸에 집어넣으면 다는 아니라도 조금씩 그 행동이 어려질 거라 생각한다.
그게 아닌 이상 드래곤들을 이해할 수 없다.
“레비.”
“응?”
레비는 내가 무릎에서 내려가라고 할 줄 알았는지 꼬리로 내 다리를 휘감으며 대답했다.
“배 안 고파?”
“배고파.”
그 모습에 나는 케이크를 떠올렸다.
바로 말하지 말자, 오면 선물 상자에 넣어 케이크도 한 조각 주면서 보여주자.
이미 의식을 치를 생일은 지났지만 생일인 것처럼.
“내가 제로 이겨서 맛있는 거 해오라고 할게.”
“아, 그럼 제가 이기면 아델리안님이 저녁 만드십니까?”
내가 게임 아티팩트용 패드를 쥐며 말하자 제로가 장난스레 묻는다.
“당연하지. 내가 만들어줄게.”
내 주특기는 김치볶음밥이지만 스테이크 정도는 가능할 것이다.
일단 센 불에 마이야르 반응을…….
“윽, 안돼. 제로 이 자식 얼른 져라!”
내가 지면 요리한다는 말에 레이첼이 저 멀리서 케인의 등을 차고 이쪽으로 뛰어온다.
“도련님 응원해요.”
―저녁과 상관없이 관리자께서 승리하심을 믿고 있습니다.
“나 맛있는 거 먹고 싶어.”
이렇게 날 응원하는 이들이 많으니까 지면 안 되긴 하겠는데?
나는 어쩐지 시무룩해 보이는 제로에게 웃어보였다.
“내가 한 수 알려줄게.”
“어쩐지 슬픈 기분이 듭니다. 이것을 모두와 나눠서 느껴야겠습니다.”
이겨야겠단 제로의 말에 레이첼이 안된다며 제로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지만 제로도 제법 강해졌다.
거목같이 굳건하게 흔들리지 않고 패드를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