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Extra in a Trash Game RAW novel - Chapter (335)
망겜 속 엑스트라가 됨-335화(335/373)
꿈속의 꿈.
지독한 악몽을 꿔본 적 있나요.
뭐 누구나 한 번 정돈 있겠죠? 혹은 매일 꾸는 사람도 있겠고.
‘그렇지만 말이죠.’
그것이 어떤 끔찍한 악몽이건, 보통은 꿈에서 깨어나면 결국엔 안심하지 않나요.
아. 꿈이라서 다행이다.
현실이 아니라서, 진짜가 아니라서 다행이다.
하지만.
꿈에서 깨어나고 또 깨어나고 다시 깨어났는데.
끝나지 않으면 어쩌지.
“아하하, 체이서! 체이서.”
“아빠. 어서 와요!”
체이서는 고개를 모로 살짝 기울였다.
그 어떤 보석과 비교할 수 없는 아름다운 푸른 하늘과 따스하면서도 너무 눈부시지 않은.
그야말로 봄날의 볕.
그 온기가 내리쬐는 곳에서 질 좋은 석재와 목재로 지은 아담한 집은 작은 텃밭까지 끼고 있었다.
마치 행복을 형상화 시켜놓은 것 같은 아름다운 풍경과 살가운 목소리가 끝없이 이어진다.
옅은 바람결에 살랑이는 갈색의 머리칼과 청포도색의 눈동자.
콧잔등에 주근깨가 있지만 쾌활해 보이는 여인과 그 아래의 작은 여자아이.
“이게 언제였더라.”
분명 살아 있는 신이 몇 번이고 되돌린 환상 속에서 있었던 일인데.
무사히 교단을 도망쳤다 생각해서 아주 먼 곳에 자리를 잡아 안정적인 가정도 꾸렸었죠.
“저도 참. 이런 바보 같은 면이 있었다니까요.”
분명 초반에는 나름 순진한 맛이 있었거든요.
착하고 순한 체이서라니.
‘카이자가 나중에라도 알면 비웃겠지만요.’
그래도 나름, 환상의 초반 몇 번은 제법 희망이란 걸 잘 쥐고 있었던 순간이라.
“행복할 줄 알았죠.”
체이서는 낮게 후후하고 웃었다.
“아빠 빨리!”
아이가 집의 문을 여니 바람에 갓 구운 빵 냄새가 섞여 흐른다.
방금 구워낸 빵과 달짝지근한 크림 스튜의 냄새.
싱그러운 풀잎 향기와 평화로운 일상을 담뿍 머금은 새들의 지저귐.
몸에 닿는 바람과 더불어 발아래의 흙더미의 느낌까지.
정말로 그때로 되돌아간 것 같았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환상.
“이래서 주인님이 원하셨군.”
체이서는 왜 아직 오지 않냐는 듯 궁금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아이를 응시했다.
“만나서 반가웠어요.”
이름도 기억하지만 그것까지 혀 위에 올릴 만큼 미쳐버린 건 또 아니라서.
체이서는 방긋 웃으며 손을 흔든 뒤 품 안에서 단검을 꺼내 그대로 목을 그었다.
“아하하, 체이서! 체이서.”
“아빠. 어서와요!”
체이서는 눈을 떴다.
“이런, 큰일이네.”
보통 악몽은 죽으면 끝나던데 말이죠.
그 행복이 거짓이었다는 사실을 몇 번이고 자각하게 되는 건.
꽤 기분 나쁜 일이거든요.
“조금 난폭해도 이해하겠죠.”
체이서는 품 안의 단검을 꺼내 양 손목을 그으며 웃었다.
* * *
마녀는 고난을 좋아한다.
고난과 역경. 두려움과 공포.
그것들을 어떻게든 이겨내어 제 갈 길을 찾는 이들을 사랑했다.
애절한 사연과 장엄한 서사에 미쳐있었다.
고통스러운 기억이 박혀 영혼이 파괴된 이들이 무너지지 않고 발버둥 치고 또 쳐서.
결국 극복하는 그 순간 영혼의 격이 바뀌는 역사적인 때를 황홀하게 여겼다.
물론 극복하는 데 실패하여 미치거나 죽는 그 순간까지 그들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즐기는 것 또한 재미 중 하나임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자신은 마녀니까.
‘그런데 저게 뭐야…….’
깊은 바닷속에 마녀의 던전은 존재한다.
보통 그곳으로 들어오는 이들은 대부분 배신당해 죽기 전 시체 처리하려고 바닷속에 던져지는 이들이거나 신세를 비관해 스스로 물에 몸을 뿌리는 이들이지.
하지만 그들이 오고 난 뒤로 변했다.
금색의 머리칼을 지닌 별 볼 일 없는 사내가 섞였던 그 이상한 파티.
드래곤에 골렘에 인간이라 할 수 없는 검은 머리의 괴물이 이곳에 왔던 날.
라헬라리브로아의 의식체 하나가 파괴당했다.
그래서 본체는 잠들고 관리용 의식체로 자신이 지키고 있었지.
그러고 나서는 아주 오랜 세월 조용할 줄 알았는데.
‘정말 이게 뭐야…….’
갑자기 드래곤들이 우르르 오더니 다시 우르르 나가지 않나.
그러면서 보여주는 악몽이란 비슷비슷하고…….
마치 잊혀진 기억의 저장소처럼 쓰는 듯 굴더니 오늘은.
“저게 뭐야 저게…….”
바다 마녀 라헬라리브로아의 의식체는 녹색과 보라색이 섞인 점액질 촉수 같은 머리칼을 바르르 떨었다.
이곳에 갇힌 이들이 몇 번 자살하는 것까진 이해했다.
악몽이 두렵고 고통이 너무 강해 못 견디는 이들이 주로 선택하는 방법이니까.
보통은 그러다 미쳐버리면 던전의 시험을 통과하지 못 했다 여기고 바닷속 물고기 밥 주듯 버리는 게 여상이었다.
그런데 지금 들어온 저자는 무어란 말인가.
“그, 그만해!”
라헬라리브로아가 비명을 질렀다.
검은 머리의 사내는 이제부터 불길 그 자체일 거라 생각했다.
저 사내가 한번 죽은 뒤 악몽이 끝나지 않는다는 걸 확인한 후 엉망이 되었다.
외도 마법이다.
혈마법으로 마녀의 주술로 만든 꿈속의 공간을 찢어발긴다.
그덕 에 주문이 손상되어 강제로 멈추고 저자를 바닷속으로 던지고 싶어도 멈출 수가 없었다.
잠깐 진정하고 저 혈마법의 폭주를 멈추면 어떻게든 고칠 텐데 그런 시간 따위 주지도 않고 마녀의 주술에 간섭한다.
원래도 혈마법은 까다로운 대신 파괴력이 강한 마법이다.
그런데 그걸 시전자의 피로만 대체한 덕에 더 큰 파괴력을 가졌다.
더불어 정신 마법은 물리력이 없는 대신 허상 세계까지 간섭할 수 있는 비물질적 마법.
마녀의 던전에 걸린 힘은 누군가의 공포를 끄집어 낸다.
즉, 정신 마법과 그 결이 비슷한지라 혈마법에 정신 마법까지 섞이니 던전이 망가지기 직전이었다.
“안, 안 돼 안 돼!”
라헬라리브로아의 의식체가 자신의 점액 촉수 머리를 쥐어뜯었다.
바다 마녀의 던전은 마법이라기보다는 주술에 가깝게 분류되어 있으니까.
주술이라는 것은 마법보다는 조금 더 영적인 것과 밀접하다.
그 말은 완전히 망가지면 저번에 그 검은 머리 사내가 날린 오러 덕에 의식체 하나가 망가져 수면에 빠진 본체가 아닌.
잠시 권한을 넘겨받은 의식체로는 고칠 수 없단 소리.
“이 일단, 완전히 망가지기 전에…….”
라헬라리브로아는 어떻게든 수습하려다 포기하고는 결국 던전의 손상을 각오하고 주술의 일부를 풀었다.
그러자 고통을 먹고 자라는 꿈이 깨지고 현실만이 남았다.
“아, 드디어.”
검은 머리에 검은 눈, 뱀같이 사이한 분위기의 사내가 망가진 공간에서 비틀려 깨어난 듯 웃었다.
“꿈에서 깼네요.”
영영 못 깰 줄 알았거든요.
사내가 자신의 몸을 훑어보다 한걸음 다가온다.
그에 라헬라리브로아가 자신의 문어 같은 하반신을 움직여 한촉수 뒤로 물러났다.
‘어, 어서 봉인을.’
라헬라리브로아가 손짓하며 마나를 모았다.
던전의 시험 속에서처럼 품속의 단도를 꺼내려 들면 바로 이 공간에서 내보내리라.
“깨고 또 깨고 또 깨도.”
같은 것만 나와서 얼마나 화가 나던지.
사내가 자신의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웃는데 어디서 피 냄새가 나는 거 같다.
분명 단검은 꺼내지 않았는데?
라헬라리브로아가 뱀의 비늘 같은 사내의 눈을 바라보았다.
사내가 느리게 웃으며 피에 젖은 혀를 내어 자신의 입술을 핥았다.
“저랑 이제 같이 가요.”
주인님이 기다리시거든.
라헬라리브로아의 비명이 어느 순간 뚝 끊겼다.
* * *
[라헬라리브로아의 의식체 ― 종잡을 수 없는 엿보는 자]대표 Traits : [마녀의 주술SS] [물질 간섭S] [사념과 영혼의 잔재S]
히든 Traits : [아집A] [확증편향B]
나는 오랜만에 사용자의 눈을 켜 바라보았다.
살아 있는 신 때문에 최대한 부유감을 유지하려고 안 쓰던 중이긴 했지만.
‘던전 안에서 워낙 정신없어 기록을 못 해뒀으니.’
지금 해야지.
나는 아공간에서 깃펜과 종이를 꺼내 끄적거리며 체이서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왜 이런 모양이야?”
주먹보다 조금 더 큰, 육면체를 여러 개 붙여 만든 듯.
깎은 정이십면체같이 각이 진 유리구슬 안에 들어있는 라헬라리브로아의 의식체를 흘긋거렸다.
흐물거리는 슬라임같이 생긴, 녹색과 보라색이 섞여 축축해 보이는 머리카락과 문어 같은 하반신.
원래 눈이 있을 곳보다 조금 높이 그리고 조금 낮게 있는 총 두 쌍의 감은 눈과 더불어 회색과 녹색을 섞은 것 같은 피부.
어깨를 드러낸 디자인의 드레스는 문어의 껍질같이 촉촉하고 약간 자줏빛을 띤다.
분명 던전 안에서 본 적 있는 모습은 맞다.
다만 크기가 너무나 작은 게.
‘만화에서나 보는 그림체 같단 말이지.’
그 뭐라더라 SD 그림체였나.
기절한 듯 축 처져있는 데다가 각진 유리구슬 바닥이 아주 조금 촉촉한 게.
아무리 하반신이 문어라고 해도 바닷물을 같이 넣어둔 건 아닌 거 같고.
‘눈물이라기엔 바닥이 젖을 만큼 많다고?’
하지만 기절한 상태로도 두 쌍의 감은 눈에서 눈물이 찔끔찔끔 나오는 게…….
“본체가 아니라 의식체라서 힘을 좀 빼니 크기가 줄어들더라고요.”
체이서가 웃으며 말한다.
내가 만난 의식체는 사람만 했는데…….
저만큼 줄어들게 만들 정도로 힘을 뺀 거면 뭘 한걸까.
싱글싱글 웃는 체이서를 보다가 나는 굳이 묻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바다 마녀의 힘을 쓰려면 우리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게 낫기도 할 테니.
분명 케인을 데려와서 쉽게 해결하려고 했는데 말이죠.
케인이 너무 강해서 케인과 같이 바다 마녀의 던전으로 가봐야 마녀가 숨더라고요.
투덜거리며 말하는 체이서를 바라보았다.
결국 혼자서 했다며 우는 척도 하는데 썩 어울리진 않는다.
“잘했어.”
그래도 고생한 건 고생한 거니까.
내가 착한아이 사탕, 하며 주니 체이서가 또 좋아한다.
“혹시 말 안 들으면 쥐고 흔드세요.”
이렇게.
체이서가 마치 칵테일을 만드는 바텐더처럼 양손을 움직이다 사탕 병을 들고 나간다.
‘밥 먹기전에 잠시 보며 정리할까.’
게임 오타쿠 경력이 있지.
내가 제로에게 질 리가 있는가.
제로가 푸짐하게 해올 테니 시간은 조금 있을 터.
나는 바닥에 깔리듯 퍼져 기절한 라헬라리브로아의 의식체를 바라보았다.
일단 중요 트레잇은 역시 [마녀의 주술SS] [물질 간섭S] 이려나?
‘바다 마녀의 던전을 보면 내가 원하는 걸 만들 수 있는 게 확실한데.’
케인과 드래곤들을 직접 맞붙게 했다간 아무래도 위험한 부분이 있으니까 일종의 가상현실처럼 무대를 만들어 주려고 했었지.
‘그런데 레이첼이 그전에 케인을 팔아먹을 줄은…….’
하지만 애초에 그걸 원한 거 자체가 누군가의 죽음에서 자유롭되 실전과 같은 전투를 해보기 위해서가 아닌가.
비록 그 상대가 드래곤에서 다른 이로 바뀐다고 한들 필요한 일이었다.
‘예를 들면 살아 있는 신이라거나.’
나에게 코인은 하나뿐이니까.
제대로 된 엔딩을 볼 수 있는 기회는 단 한 번 뿐이니 안전한 경험치 수급처를 바라는 건 별수 없는 일.
“일어나.”
묻고싶은 게 있으니까.
내가 각진 유리구슬을 손끝으로 툭툭 치지만 그 안에 봉인된 라헬라리브로아의 의식체…….
길다.
라헬라는 미동도 없이 늘어져 있다.
살짝 구슬을 한 면만큼 굴리니 엎어져 있던 몸이 옆으로 물컹하게 눕는다.
레비보다 더 흐물거리네.
그래도 안 깨는 걸 보니 아주 깊이 기절한 모양.
별수 없지 일단 식사부터 하고…….
“도련님. 레이첼이랑 체이서가 한 판만 더 하구 밥 먹재요.”
한 30분 더 걸릴 거 같아요.
하는 루나의 말에 나는 구슬을 바로 잡고 흔들었다.
일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