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Extra in a Trash Game RAW novel - Chapter (338)
망겜 속 엑스트라가 됨-338화(338/373)
‘어리석도다.’
흑마법사는 자신의 마법을 쳐내는 케인을 바라보며 속으로 고소를 지었다.
제 발아래에서 용을 쓰는 저 아이, 케인이란 머저리가 하찮았기 때문이었다.
일반적으로 목숨을 아끼는 리치들이 택하는 라이프 베슬이 아닌.
이마의 보석에 영혼을 불어넣어 비록 안정성은 떨어지되 더욱 강한 힘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리치가 된 이 흑마법사에게는 케인의 검이 위협적이었다.
저 정도 오러를 집약한 공격이라면 금속보다도 단단해진 이마의 보석을 산산조각 낼 수 있을 테니까.
물론 몸에 닿는다면 말이다.
‘제대로 보조할 마법사나 궁사를 하나라도 불렀다면 모를까.’
객기인가 오만인가.
땅을 기는 기사는 허공에 뜬 마법사를 잡지 못한다.
이곳은 지대가 평탄하며 박차고 뛰어오를 높은 나무나 바위 또한 없었다.
거대한 힘이 몇 번이고 충돌한 것처럼 쓸리고 부서지고 갉혀 완만한 곳.
그러니 저 케인이란 인간이 이 높은 곳에 닿기란 소원한 일.
단 한 명.
케인을 지원하는 원거리 보조 병력이 단 하나라도 존재했다면 판도가 뒤바뀌었을 것이다.
허공에 뜬 자신을 견제하여 땅을 한 번이라도 딛게 만든다면 케인의 검이 닿을 수도 있었을 테니.
하지만.
‘아무리 강한 힘을 지녔다고 하나.’
쓸 수 있어야 제대로 가진 것이다.
이렇게 먼 곳에 떨어진 자신을 타격할 방법이 없는 케인은 자신에게 노리개처럼 농락당하다 무릎 꿇을 수밖에 없을 터.
흑마법사는 여유롭게 턱뼈를 움직였다.
“너는 그때부터 그렇게 쥐새끼처럼 도망만 쳤지.”
손에 넣으려 하면 도망가고 함정을 파면 돌아간다.
미리 앞질러 수족을 보내두면 반대로 가고 도착한 것을 확인한 뒤 보내면 떠나있었다.
하지만 오늘에서야 이리 만났으니.
‘이 마법이 완성되면…….’
흑마법사는 애시드 클라우드를 생성하여 잠시 시야를 가리는 것과 동시에 다른 손으로는 수인을 맺었다.
은밀히 준비하는 마법.
케인의 마나를 빼앗아 자신이 이용할 수 있게 만드는 마법을 완성하면 이 허구의 세계를 부수고 다시 나갈 수 있으리라.
이 좁은 곳이 아닌 수도에 자신이 강림하는 순간 제대로 된 흑마법의 힘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조금만 더 하면…….’
흑마법사의 안광이 더욱 불길하게 일렁이던 그 순간 흩어지는 애시드 클라우드 사이로 케인이 검을 허공에 찌른다.
“멍청한……!”
그에 비웃으려 턱뼈를 움직이던 흑마법사는 거의 다 완성된 마법을 중단하고 그대로 몸을 틀었다.
아주 아슬하게 팔뼈를 스쳐 지나간 검날.
만약 살아있는 몸이었다면 팔이 반 이상 잘렸으리라.
“이… 무슨……!”
그 기현상에 흑마법사가 믿을 수 없다는 듯 턱뼈를 열었다.
“흐음.”
그 모습에 케인이 황금색 눈동자로 응시하다가 다시 검을 움직인다.
그 검극이 마치 봄볕에 서리가 녹은 듯 사라진다.
그리고 전혀 다른 곳에서, 바로 흑마법사의 어깨뼈 뒤에서 나타났다 사라졌다.
마치 활을 처음 들어본 아이가 정중앙을 맞히기 위해 영점을 조정하듯.
케인이 검을 움직일 때마다 검이 위협적으로 가까워짐에 흑마법사는 조금만 더 하면 완성되는 마법을 미처 끝내지 못한 채 그대로 허공에서 몸을 움직였다.
“이 무슨 기현상이란 말인가.”
급하게 마나를 끌어올려 케인의 바로 아래에는 발을 붙잡는 망령의 손을 소환하고, 허공에는 죽은 갈까마귀 떼를 소환하여 케인을 향해 추락시킨 흑마법사가 턱뼈를 달그락거렸다.
저것은 인간이 아니다. 저 재능과 더불어 응용하는 모양새가 어찌 인간이란 말인가.
거리가 멀어 닿지 않는다면 공간을 넘으면 된단 소리인가.
그것의 발상도, 그 발상을 바로 실행하는 힘도 보통 사람이 가질 수 없는 일이었다.
그나마 방금 깨달은 방법이라 완벽하지 않다.
그것이 유일한 우위인가?
‘아니, 완벽하지 않다라는 말조차 기만이고 모순이구나.’
마법으로 치자면 세상에 없던 마법을 창조하여 바로 쓰는 수준이었다.
저 기술의 완벽함은커녕 저런 것 자체가 구현된 적이 없거늘.
지금 케인이 보여주는 그것이 완벽의 기준이다.
그것을 계속해서 갱신해나가는 것일 뿐이었다.
흑마법사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갑자기 생겨나 자신을 공격하는 검을 겨우 본실드로 막아내며 손뼈를 떨었다.
“…감히.”
어릴 땐 비루먹은 쥐새끼같던 것이 이젠 태산보다 커졌다.
그것을 쉬이 인정할 수는 없었으나 이대로라면 결국 저 검에 언젠간 베여 허무하게 스러질 터.
‘그전에…….’
산 것을 이용해야지.
그것이 흑마법사이며 언데드술사의 본질이니까.
흑마법사는 케인을 피해 가장 미약한 생명력을 풍기는 쪽으로 몸을 틀었다.
이곳에 존재하는 산 것들 중 하나라도 죽는다면 그 피와 살점을 제물로 더욱 강한 압박을 줄 수 있을 터.
그렇게 생각하며 허공을 날아가는데 순간 흑마법사의 앞이 비틀렸다.
* * *
‘어렵군.’
케인의 눈썹이 잠시 꿈틀했다.
대륙에서 가장 거대한 도시인 테이트리아와 거의 비견되는 공간을 격리했다.
동시에 그것을 유지하며 모든 언데드와 더불어 동료의 위치와 상태를 파악한다.
그뿐인가 저 흑마법사를 무조건 자신이 죽이라는 아델리안의 말 덕에 공간을 깨트리지 않는 공격으로만 허공을 격하고 있다.
허공에 뜬 흑마법사를 공격하기 위해 실시간으로 위치를 계산하여 강한 마나로 공간을 비틀어 여닫는 그 찰나에 검을 움직인다.
그 어떤 뛰어난 마법사도 실시간으로 좌표도 없이 공간 마법을 쓰지 못하는데 케인은 그것을 감각으로 비틀고 있었다.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다면 흑마법사의 미간에 검을 찍어 넣을 수 있었을 터.
하지만 그 전에 흑마법사의 도주가 먼저였다.
그 빠른 속도를 쫓아가기 위해 케인도 몸을 움직였으나 기다렸다는 듯 언데드들이 전부 달려든다.
그것이 귀찮다는 듯 케인은 스카를 들어 반원을 그리듯 휘둘렀고 그대로 초승달처럼 오러가 날아가 언데드 무리를 반동강 냈다.
하지만 그 찰나 찰나가 모이면 단 1초에라도 가까워지는 법.
케인은 아주 약간씩 멀어지는 흑마법사를 보다 결국 조금 찌푸렸다.
“귀찮게 해.”
날아가며 실시간으로 위치가 바뀌는 흑마법사의 몸을 정확하게 점으로 찌르듯 검을 내지르기는 당장 힘들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라면?
케인이 스카를 들지 않은 다른 손으로 가볍게 허공을 움켜쥐며 그대로 뒤로 당겼다.
공간이 비틀린다. 접힌다. 합쳐진다. 좁혀진다.
긴 천의 끝과 끝을 맞대려면 둥글게 붙이면 된다.
앞과 뒤를 동시에 보고 싶으면 살짝 비틀어 접으면 된다.
그렇다면 동전의 앞뒤처럼, 원래라면 절대로 서로의 존재를 알 수 없는 세계를 잠시 이으려 든다면?
케인은 흑마법사의 미간을 검으로 뚫으며 깨달았다.
강한 힘으로 관통하면 된다고.
‘바사하….’
케인은 수없이 뒤섞인 자신의 루프 중 하나를 또렷하게 떠올렸다.
* * *
푸르스름한 공기의 막이 주위를 맴돈다.
“그어어… 그르……”
발목이 뒤틀려 절뚝거리던 좀비 한 마리가 손을 뻗으며 나에게로 다가온다.
그리고 그 손끝이 푸르스름한 막에 닿자 마치 불이 옮겨붙은 듯 푸른 빛이 몸에서 한번 터지더니 부엌 바닥에 엎은 포리지처럼 흘러내렸다.
“바나나 먹을래?”
“아니!”
나는 그걸 보며 내 어깨에 발을 올리고 내 머리에 턱을 올린 레비에게 간식을 권했지만 별생각 없는 모양.
“케이크 줘라, 계약자야. 나 케이크!”
“그건 아공간에 못 넣어.”
레비의 정화 덕에 일정한 거리 안으로 들어오는 언데드들은 흐물흐물 녹아내렸고 원거리에서 공격하는 언데드들은 제로가 처리했다.
졸지에 할 일을 잃은 리프는 날 보다가 잠시 주머니를 만지더니 양심상 여기서 로맨스 소설을 읽을 수는 없는지 내 어깨를 주물러준다.
“이번엔 내가.”
나도 리프의 안마를 받기만 하면 양심이 좀 찔리니 이번엔 몸 돌려 나도 리프의 어깨를 주물렀다.
아, 이거 어릴 때 수련회 가면 했는데.
같은 반 친구들을 아끼는 마음으로 어쩌고 하며 한 줄로 앉아 어깨 주무르고.
조교들이 반대로, 하면 몸 돌려서 내가 주무르던 애는 날, 나를 주무르던 애는 내가 주무르는 거지.
얼핏 보면 공평하나 한가지 함정이 있다.
‘맨 앞이나 뒤는 안마를 한 번만 받고 한 번만 해준다는 거.’
두 번 받고 싶으면 중간에 앉아야지 꽁다리에 앉으면 안 되는 법이다.
‘지금 자라나는 애들은 모를 거 같은 이야기네.’
내가 잠시 나 때는 말이야 하는 생각을 하던 와중 어느새 내 손과 리프의 어깨 사이로 들어온 레비를 주무르고 있었다.
“아, 끝났나 봅니다.”
주위를 둘러싼 검은 연기와 더불어 언데드들이 전부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제로가 웃으며 다가온다.
이렇게 쓸데없는 생각을 전투가 끝날 때까지 할 만큼 위험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운이 좋긴 했지.’
언데드는 그 전염성이 두려운 것이다. 더불어 지치거나 고통으로 주저하지도 않는 불사성이 무서운 거지
여긴 언데드로 변할 사람도 없고 모인 인원이 인원인지라 우리가 먼저 지칠 리도 없었으니.
흑마법사 쪽에서는 완전히 상대 잘못 만난 거였다.
“아 뭐야, 한참 재미있었는데.”
레이첼이 투덜투덜거리며 걸어오고 루나도 슬픈 얼굴로 몸에 묻은 걸 털어내며 뒤따르다 날 보더니 얼른 뛰어온다.
“도련님… 저 찝찝해요. 냄새도 나구… 저 냄새 많이 나요?”
“아냐, 이제 안나.”
나는 웃으며 코덱스를 열어 정화부터 시작해서 온갖 생활 마법을 다 써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금세 뽀송해진 토끼 귀를 양손으로 잡으며 루나가 헤 하고 웃는다.
나는 그런 루나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은 뒤 하품하며 오는 파이얀도 어깨를 한번 두드려주니 파이얀이 아주 못된 얼굴로 씩 웃는다.
“보스, 온천은 혼탕으로 잡을까요?”
바로 파이얀의 머리에 꿀밤 날리려는데 파이얀이 한발 물러섬과 동시에 순간 내 그림자에서 슥 나오는 체이서가 대신 맞았다.
“…뭐죠?”
뭔가 억울한 표정이 스치는 거 같은데 다 체이서의 운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수고했어.”
나는 자신의 머리를 보여주는 체이서를 피해 이내 케인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어디 보자.”
내가 웃으며 말을 거니 케인이 나를 흘긋 바라본다.
‘사용자의 눈.’
[케인 레이너스 _ 올라서는 자]대표 Traits : [불망SS] [완벽A][시공간B+]
히든 Traits : [갈망S] [기적A-] [미완의 아카식 레코드 B]
아주 오랜만에 쓴 사용자의 눈에 비친 케인은 그야말로 엄청났다.
드디어 이끄는 자에서 올라서는 자로 호칭이 바뀌었다.
살짝 비딱하게 플레이하면 저 올라서는 자 대신 짓밟는 자가 뜨는데 그럼 선한 성향의 군주 호칭은 싹 물 건너가는 거다.
본디 케인이 가차 없는 편이라 조마조마했는데 다행이다 진짜.
그리고 다른 트레잇을 둘러보니 시공간은 올라가고 마나 과부하는 사라졌으며 나머지 것들도 변화하거나 혹은 하지 않은 것도 있지만.
한가지 눈에 띄는 게 보였다.
‘저건 또 뭐야.’
미완의 아카식 레코드.
보통 아카식 레코드라고 하면 모든 것, 즉 과거와 현재는 물론이고 미래와 더불어 누구도 모르는 비밀까지도.
그야말로 모든 것이 기록된 무언가 정도로 아는데.
‘미완이라.’
나는 하하 웃어버리며 입을 열었다.
“일단 집에 가자.”
원래 이렇게 레이드로 밤새우면 아침은 맥*닝 땡겨줘야 하는데.
제로를 볶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