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Extra in a Trash Game RAW novel - Chapter (341)
망겜 속 엑스트라가 됨-341화(341/373)
“이건 완전 미친 짓인데.”
소르페가 계산한 값을 도출한 종이에 시선을 던지다 고개를 저었다.
그에 소르페의 등 뒤로 지나가던 흑염소 수인 히핀이 고개만 들이밀다 흐엑 하고 이상한 소리를 냈다.
“그렇게 쓸데없고 시간만 오래 걸리는 계산식을 잡고 계셨던 거예요?”
히핀이 소르페가 계산한 수식언이 적힌 종이를 들고 제대로 읽기 시작했다.
발동하는 순간 범위에 들어있는 모든 사람에게 단 한 가지 계시와 같은 이미지를 박아넣을 정신계 마법.
효과는 고작 그뿐이다.
문제는 그 범위가 종이에 적힌 계산식에 따르면 전 대륙이라는 것일 뿐.
얼핏 봐서는 실제로 가능해 보이는 마법은 아니었다. 들어가는 자원이 너무 거대했기 때문이다.
이런 걸 제대로 구현하려고 드는 것보다 그냥 입 마법으로 이러하겠지, 하며 최상값을 연상해서 토론하는 게 더 이득일 것이다.
그래서 쓸데없어 보이는 그 수식 값에 히핀이 중얼거렸고 그 말에 소르페가 한쪽 눈썹만 치켜올리듯 하다 이마를 매만졌다.
“쓸데없긴.”
정작 이걸 의뢰한 사람은 현실성만 있으면 어떻게든 써먹으려고 한 모양이던데.
소르페가 체이서를 떠올리다 고개를 한번 저으며 기지개를 켜듯 의자 뒤로 몸을 쭉 늘렸다.
“네가 봐도 현실성 없어 보여?”
“당연하죠. 솔직히 흥미로운 주제긴 한데… 누가 봐도 이건 구현 불가능한 마법 아닌가요?”
테이트리아 황실의 사재를 털어도 안 될 거 같은데 하며 히핀이 더운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찻잔 두 잔 들고 소르페의 옆에 앉았다.
“대규모 마법도 정도가 있지. 지금 계산식만 보고 말하자면 전 대륙인을 대상으로 한 마법이잖아요.”
어지간한 도시 하나에 적용되는 범위의 마법이라 하더라도 긴 시간과 많은 돈, 수레 단위로 재료가 들어갈 텐데.
전 대륙?
그것도 아주 특별하고 대단한 마법도 아니다.
발동해봐야 그 효과가 그리 강렬하진 않은 마법이었다.
히핀이 손에 든 계산식을 잡고 팔랑팔랑 흔들었다.
“뭐 스승님이 계산하신 대로 재화를 닥닥 긁으면 가능은 하겠네요.”
그래봐야 정말 쓸모없을 거 같지만요.
어쩐지 자신을 놀리는 고양이의 꼬리처럼 팔락대는 종이를 보다가 소르페가 낚아채며 입을 열었다.
“그 정도까지 들어가는 건 아니야.”
한 손으로는 찻잔을 기울여 마시고 다른 손으론 빼앗은 종이를 지저분한 책상 위에 놓고 눌러 펼치며 소르페가 말했다.
“제대로 읽어봐. 네가 대충 읽어서 그래.”
아주 허황된 계산 값은 아니라니까?
히핀이 너무 안된다고 말하니 살짝 반발심이 든 소르페가 설명하기 시작했다.
“마법 속성도 그래.”
계절이나 지역을 좀 타는 원소 계열이 아닌 정신계열이다.
더불어 처음부터 마법을 대륙 단위로 걸고 발동하는 게 아닌, 이미 걸린 마법을 제대로 부스팅 하는데 쓰는 수식언이었다.
“이거 두 개는 난이도부터 시작해서 들어가는 자원 자체가 다르다니까.”
맨땅에서 갑자기 불을 피우라면 힘들지만 하다 못해 잘 마른 나무 장작이라도 있으면 노동의 강도부터 다를 수밖에 없었다.
히핀은 제법 열을 내어 설명하는 소르페를 보다가 핫초코를 호롭 마시며 대답했다.
“뭐 그렇다 쳐요. 이 마법의 의의가 어디 있는데요.”
뭐 갑자기 온 대륙 사람이 아, 잘 구운 빵에 잼을 발라 먹고 싶다.
하는 생각을 한날한시에 하게 하도록 돕는.
혹은 지금 둘의 아옹다옹한 상황을 몇 분 남짓 머릿속에 집어 넣어주는 그런 계열의 마법을 뭐 그리 열성적으로 수식 짰냐는 말에 소르페가 침음을 흘렸다.
잠시 먼 곳을 보듯 황금색 눈동자가 움직이다 다시 히핀을 바라본다.
“그냥… 재미있잖아.
소르페는 차마 다 말해줄 수는 없어 두루뭉술하게 읊다가 마치 그냥 해보는 말이라는 듯 생긋 웃으며 히핀에게 물었다.”
“만약 네가 이 마법을 단 한 번 발동할 수 있다면 뭘 할래?”
그에 히핀이 다 마신 핫초코 컵 안쪽을 손가락으로 쓸어 묻어나는 초콜릿을 입에 쏙 넣으며 대답했다.
“저요? 흐음. 그럼.”
히핀이 잠시 고민했다.
단 한 번 모든 대륙 사람들에게 쓸 수 있는 정신계 마법이라.
곧 히핀이 푸흐 하고 웃으며 대답했다.
“전 이렇게 할래요.”
이 귀엽고 일도 잘하고 스승님도 잘 보살피는 히핀을 찬양하라. 나는 신이다.
그러며 자신의 얼굴을 전 대륙 사람의 뇌리에 각인시키겠다고.
“그리고 바로 이단으로 수배받고?”
히핀의 말에 소르페가 마찬가지로 웃으며 대꾸했다.
“뭐 어때요. 실제로 가능하지도 않은데.”
이거에 들어가는 재료면 마탑 수십 개는 만들 거라며 다 마신 잔을 들고 히핀이 흘리듯 말한 뒤 자리에서 떠나자 소르페가 턱을 괴며 낮게 한숨을 쉬었다.
“…그건 모르는 일이지.”
체이서가 의뢰한 대로 세부적인 계산식까지 전부 뽑았다.
확실한 맥락은 알 수 없으나 눈치로 보아하니 이걸 완성했다 말하면 체이서가 아델리안에게 전달할 것 같단 말이지.
‘그리고 그 인간이 평소에 하는 짓을 미루어보자면.’
정말 이 마법이 필요하다 여겨질 시 구현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물론 어떤 내용의 마법을 언제 쓸지는 모르겠지만.
‘쓰는 방향에 따라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일종의 해프닝으로 끝날지도 모르지만.’
히핀 같은 짓을 한다면 몇몇은 웃고 넘길 테고 몇몇은 불쾌할 것이며.
몇몇은 자신이 정말 신의 계시를 받았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이런 마법은 단 한 번도 쓰여진 적이 없으니 그 파장이 어찌 될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그래도 말은 해야겠지.’
소르페가 금색 세이렌을 꺼내 주물거리며 쥐었다.
* * *
“받아라 핸드 오러!”
레이첼이 손으로 수면을 밀어 장풍처럼 쏘니 온천물이 퍽하고 튀어 리프에게 쏟아진다.
그에 리프가 무표정하게 바라보다가 양손으로 물을 마구 쳐 레이첼을 공격했다.
“여기 누워 있으니 잠이 잘 오는 거 같아.”
온천이다 보니 근처 바닥도 따스한데다 물이 손가락 한 마디 정도만 고여 찰박이는 곳에 드러누운 루나가 졸린 듯 말이 늘어진다.
그 옆에선 파이얀이 앉아 자꾸 여기저기 보며 무언가를 그리고 있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지.’
처음엔 분명 여자 쪽과 남자 쪽을 가르는 대나무 발 같은 게 급조되어서 거대 온천의 중앙에 놓여있었던 거 같은데.
한 번 두 번 술을 서로 바꾸거나 한쪽에 떨어진 음식을 나눠주거나 하다 보니 그냥 하나로 합쳐졌다.
내가 한국식 온천에 길들어져서 너무 욕탕을 생각했는데 오히려 온수 풀빌라 같은 느낌이다.
다만 그 풀장이 아주 큰.
“고기 다 구워갑니다.”
“배달해 드릴 테니 따뜻하게 드세요?”
한쪽에서 제로가 스테이크를 굽고 체이서가 그림자로 가져와 먹기 좋게 놓아준다.
잠깐 물에서 나와서 앉으니 눈발이 섞인 바람이 불었다.
나 외엔 전부 추위도 더위도 상관없는 경지라 나 혼자 온도 유지해주는 팔찌 아티팩트를 한 상태로 느긋하게 술이나 한잔 마셨다.
‘그냥 MT 온 이 기분 뭐지.’
더운 온천물이 덩어리져 무릎에 올라오는 것 같다.
나는 품에 안긴 레비에게 고기를 한 점 입에 넣어주고는 노곤하게 앉아있는데 욕의를 입은 체이서가 구운 채소도 가져온다.
아무래도 옷이 가볍다 보니까 보이는 몸에 흡사 검은 뱀이 기어간 듯 짙게 얼룩져있다.
그 크기나 범위는 넓지 않지만.
‘본 적 있는 건데.’
단순히 타투처럼 짙은 먹칠이 아닌 투명한 기가 도는 게.
“세상에, 지금.”
“거기까지만 말해라?”
체이서가 이상한 소리 하려는 게 느껴져서 짜증내다가 떠올렸다.
책 속에서 본 체이서는 저게 옷으로 감춰지지 않는 곳까지 뱀에 감긴 듯 있었고 손가락도 열 손가락 모두 검게 그을려 마치 검은 수정 같았던가.
“그거 외도마법의 흔적인가?”
“비슷한데 조금 달라요.”
제가 얼마나 절박하게 저를 팔아넘겼냐 하는 증거죠.
하며 실실 웃길래 나는 아공간에서 계약서를 꺼내 흔들었다.
“아 물론 지금은 다른데 팔았죠.”
하며 우는 척하는 체이서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보스.”
그런 와중에 파이얀이 슬쩍 다가와 속삭인다. 얼마나 마셨는지 포도주 향기가 진동했다.
파이얀의 머리칼에서 떨어지는 물 덕에 뺨이 간지러워 손등으로 훑으며 뭐냐는 듯 응시하다 멈칫했다.
저 광기 어린 눈 뭔데.
“딱 한 번만 벗어줘.”
지금 제일 많이 입었잖아요. 자료 수집해야 하는데.
라며 뭔가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파이얀을 보며 나는 내 옷자락을 잡았다.
* * *
MT 하면 또 게임이지.
다 한 손엔 술을 들고 조금 작은 둥근 온천에 걸터앉아 진지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번엔 내 질문.”
나는 포도 하나 입에 넣으며 말했다.
“남자 쪽은 내가 마음만 먹으면 케인 보다 잘생겼다. 여자 쪽은 남자로 다시 태어나면 케인 보다 잘생길 자신 있다.”
없으면 접어.
우우. 질문이 치사하다.
어디선가 아련하게 들리는 야유소리를 나는 못 들은 척했다.
아까 누군가가, 예를 들면 파로 시작해서 얀으로 끝나는 사람이 대놓고 죽었다 살아나고 마나가 다 사라진데다.
다시는 오러도 마나도 쌓을 수 없으며 원래 쓰던 무기나 기술을 쓸 수 없고 더불어 스승도 교본도 없이.
독학으로도 아델리안보다는 강해질 자신 없으면 접으라는 저격성 질문에.
레로 시작해서 첼로 끝나는 누가 귀 아플 만큼 웃은 것에 대한 보복은 아니었다.
하여간 내 질문에 케인과 레이첼 빼고 나머지 아이들은 슬쩍 손가락을 접는다.
그리고 케인을 제외한 모두의 시선이 레이첼에게 쏠렸다.
“뭐, 왜 뭐.”
내가 남자였어도 당연히 잘생겼지. 나 지금도 잘생겼어.
하며 당당하게 고개를 들다가 파이얀이 케인의 얼굴로 시선을 안내하듯 손바닥을 보여 흔들자 레이첼의 눈동자도 같이 흔들린다.
결국 케인 빼고 다 접은 덕에 마지막 손가락까지 접은 레이첼에게 제로와 루나가 냉큼 다가간다.
“키가 안 맞잖아. 그리고 어딜.”
선배님을 시켜, 하고 내가 말하며 케인에게 손으로 물을 튕겼고 그에 루나 대신 케인이 한숨 쉬며 일어나더니 둘이서 레이첼의 팔과 다리를 잡고 그네처럼 흔들었다.
“더 빠르게!”
레이첼이 신나서 외쳤지만 둘은 못 들은 척 그대로 둥근 온천 안으로 집어 던졌다.
그에 레이첼이 캬하학 웃으며 홀딱 젖어 나와선 다시 게임 하자며 소리치는데 순간 내 세이렌이 울렸다.
“어, 나 전화.”
“도망가냐!”
응, 아니야.
잠깐 빠져서 세이렌을 쥐는데 그 너머로 가낙스의 목소리가 들린다.
<하미드 양과 같이 북해 근처로 왔는데.>
먼저 준비하고 있도록 하죠.
가낙스와 태양신의 대주교인 하미드가 북부에 도착했네.
하이 엘프의 대장로에 대주교다 보니 사실 쉽게 움직이긴 힘든 위치라 우리보다 늦은 모양.
“좀 튼튼하게 부탁드립니다?”
모든 인어족의 지배자. 물의 화신. 바다의 여왕.
레비가 그냥 각성하는 것도 아닌 폭풍우의 구슬을 이용해 제대로 성인식을 끝내는 일이다.
예상하건데 조용히 넘어갈 리는 없을 테니 혹시 모를 마나의 폭풍이나 기타 다른 안전 문제로 인해 결계를 치려고 마음먹었다.
‘더불어 살아있는 신에 대한 함정도 만들고.’
레비가 각성할 때 소모되고 남는 마나를 그대로 흩기는 아까우니까.
“제가 다 끝나고 보약이라도 좀 보내드리죠.”
녹즙을 보내면 성의 표시 정돈 되지 않을까?
내 말에 가낙스가 아주 옅게 웃는 소리가 세이렌 너머로 들렸다.
<곧 죽을 늙은이 너무 부려 먹는 것 아닙니까.>
“저보단 오래 사실걸요.”
이건 진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