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Extra in a Trash Game RAW novel - Chapter (35)
망겜 속 엑스트라가 됨-35화(35/373)
웅성거리는 소리.
‘시끄러워… 누가 자는데 이리도 떠드는 거야.’
아델리안의 악명 많이 죽었다. 시녀들이 내 방 앞에서 떠들고.
‘…할 리가 없지!’
나는 눈을 번쩍 떴다.
뻑뻑하게 눈이 아픈 기분에 손을 올려 비비곤 이리저리 둘러보니 처음 보는 방.
깔끔한데 다인실인지 딱 한사람 누울 만한 침대가 여기저기 놓여 있다. 어떻게 보면 병원의 입원실처럼도 보이는 곳.
“신전인가.”
그런데 루나랑 케인은?
나는 주위를 둘러보다 말고 천천히 내 몸을 점검했다.
아직 붙진 않았지만 지혈된 다리와 하얀색 환자복으로 갈아입혀 진 몸.
‘거기에 작은 아공간 반지가 없네.’
혹시나 하고 사용자로 등록해 둔 루나나 케인이 들고 있지 않나 싶다.
아무래도 신전에서 치료하려면 돈이 많이 드니까.
‘그런데 왜 아직 다리가 잘려 있지?’
아직 피가 부족한지 뇌가 여전히 느리게 돌아가는 기분에 머리를 톡톡 쳐내곤 웅성거리는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제! 기다릴 수……!”
“하지만… 있는 신관… 차출…….”
“…궤변이군.”
루나와 케인의 목소리네. 응. 잘 들린다.
“나 일어났어.”
나직하게 읊조리듯, 탁하게 뱉어낸 말에 문이 부서질 것처럼 확 열리더니 루나가 뛰어온다.
“도련님! 깨어나셨어요? 괜찮으세요? 머리는 안 아프구요?”
내 뺨을 감싸선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보는 루나. 그리고 그 뒤로 신관 하나의 뒷덜미를 잡아챈 뒤 버둥거리는 그를 질질 끌고 오는 케인이 보인다.
하아… 훌륭한 악당 같다, 진짜…….
“이, 이거 놓으십시오! 신관에게 폭력은 금지입니다!”
“폭력을 행사한 적 없다만, 폭력이라함은 거칠고 사나운 힘이 아닌가? 나는 다만 네 옷을 잡고 있는데.”
버둥거리는 신관을 내 앞에 들이미며 차갑게 말하는 케인.
나는 씩씩거리는 신관에게 애써 상냥하고 온화한 미소를 띠며 입을 열었다.
“아, 대화는 일단 저랑 합시다.”
아, 온화가 아니라 오만이었나?
저렇게 질린 표정을 하는 걸 보니.
* * *
그러니까.
“지금 다리를 제대로 치유할 수 있는 신관분들이 전부 차출 나가셨습니다. 저희라고 뭐 안 하려고 아직 안 붙인 게 아니란 말입니다.”
억울한 듯 투덜거리며 자신의 옷매무새를 다듬는 신관을 노려보는 루나와 케인의 눈초리가 매섭다.
그래서인지 그들을 등지고 나만 보는 신관의 안색이 파리하다.
“하지만 아까 그 사람은 치료해 줬잖아요.”
“그래, 몸의 반을 크게 화상 입었으니 다리의 절단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텐데.”
오, 눈으로 사람 죽이겠어.
나는 둘의 말에 ‘그건… 그건…’ 하고 말을 잇지 못하는 신관에게 두려워 말라는 듯 다시 상냥하게 웃었다.
“어… 혹시, 귀족이십니까?”
내 미소에 슬금슬금 무릎 꿇으려는 그 모습에 어쩐지 두통이 이는걸.
“그 사람은 귀족이었나 보지?”
내 말에 신관이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게이트 비용을 전부 대주신 것으로 압니다.”
뭐 대충 알겠네. 고위 신관이 다른 곳으로 차출 나가서 나는 치료하지 못했다. 그런데 다른 이는 게이트 비용을 대줘서 그곳에서 돌아와 치료하고 갔다.
“그런데 온 김에 나도 봐 줄 수 있는 거 아닌가?”
내가 싱글싱글 웃으며 하는 말에 신관이 우물거린다.
치료 비용까지 생각한 케인과 루나가 내 반지를 가져간 거까지는 기특한데 아직 한참 멀었다.
치료 비용뿐만 아니라 로비에 쓸 돈도 염두에 뒀어야지.
뭐, 나도 알지. 다신교의 합동 신전이다 보니 알력도 알력인 데다 정치질도 장난 아닌데 그게 다 돈이 들어가니까.
아닌 신관도 많지만 잠시 왔다던 그 신관은 확실하게 돈이란 이름의 신을 모시고 있을 것이다.
“불러.”
“네?”
“부르라고.”
챠르르―
내가 크루거의 반지를 돌리며 말하는 모습에 신관이 굳어버린다.
손을 들어 허공을 매만지듯 아공간 열어내니 이내 내 침대로 후드득 하고 골드가 쏟아져 나왔다.
그것은 침대를 채우고 바닥까지 굴러떨어진다.
“게이트 비용에, 더불어 기부금까지 얹어 줄 테니 당장 불러.”
아, 아까 그 사람 말고 말이야.
* * *
신관이 도망치듯 나가고 이내 적막이 깔린다.
사실 아이쉬를 봤을 때 제대로 꽂힌 생각인데.
비장의 한수로 의족… 괜찮지 않나?
연금술사나 마법사들 쪽으로 의뢰하면 괜찮은 기계 의족이 나올 것 같은데.
기능도 좀 달고, 마법 처리하면 꽤 좋은 무기나 방어구가 되지 않을까 싶지만.
‘지금 그런 말 했다간 케인과 루나가 먼저 날 본가로 쫓아낼 분위기구먼.’
나는 차오르는 아쉬움에 살짝 한숨을 쉬었고 그 소리에 둘의 얼굴이 냉큼 내 쪽으로 돌려진다.
“통증이 있는 건가.”
“신관 다시 부를까요?”
“아니… 그럴 필요는 없어. 고위 신관이 오늘 밤까진 올 테니까.”
신전에서 포션 대신 뭘 먹인 건지 배도 안 고프고. 좀 여유가 생긴 김에 오랜만에 트레잇 창을 봐야겠다.
루나의 광분 올라가는 소리를 들은 거 같아서…….
‘이왕 보는 김에 한 번에 해치울까.’
[아델리안 수호 크루거―만금의 소유자]대표 Traits : [금력(SS+)] [오만(S-)]
히든 Traits : [부유감(A-)] [사용자의 눈(SSS)]
‘마지막으로 내 것을 봤을 때 금력이 A였던 거 같은데 다시 올랐네.’
역시 저주받은 아델리안의 몸뚱어리.
이것저것 많이 했는데 뭐 붙은 게 없다.
거기에 금력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걸 보니 카이만이 어딘가에 돈을 쏟아 붓고 있는 게 틀림없다.
금력은 말 그대로 돈의 힘이다 보니 유동성이 큰데, 크루거 가문의 금력이 저 정도로 크게 변하는 걸 보면.
‘엄청난 짓을 하나 본데, 그래서 게임에서 그런 거였나…….’
[케인 레이너스―나아가는 자]대표 Traits : [불망(SS)] [천재(S)] [외형(S)] [신체(S+)]
히든 Traits : [강인함(S)] [만능(B)] [갈망(C)]
아니, 저 주인공 놈은 미쳤나 진짜.
대충 봐도 많이 변했지만 꼬집어보면 더 변했다.
일단 외형과 강인함 만능이 올라간 데다 갈망이 생겼다.
‘아니… 좋은 건 몰아서 먹네, 저놈이.’
게임에서 만능은 숙련도에, 갈망은 경험치에 보정이 붙는다.
여긴 게임이 아니라 경험치도 없는데 갈망은 왜 붙은 거냐 진짜. 주인공 보정 너무한 거 아닌가.
‘하지만 제 동료죠. 개꿀.’
잠시 질투심에 울컥했지만 생각해 보니 케인은 내가 탑승한 코인인데 좋은 게 좋은 거지 뭐.
그리고 중요한 건…….
‘제발, 루나. 젭알!’
[루나 인덱스―초보 모험가]대표 Traits : [소심함(B-)] [귀여움(A+)] [각력(A+)]
히든 Traits : [광분(C+)] [육마(E)] [추종(E)]
오. 각력이 히든에서 대표 트레잇이 된 걸 보니 루나 자신도 제법 각투법에 재능 있다 생각하나 본데.
그러다 내 눈이 광분에 닿는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탄식했다.
‘아, 안돼!’
소심함이 줄어든 것은 좋지만, 광분이 무슨 한 단계 반이나 올라? 아니, 아…….
나는 커멘드도 무시하고 알아서 물약 빨고 턴 넘기고 지정한 딸피 몬스터가 아닌 풀피 몬스터에게 덤벼들던 게임 속 루나를 떠올리며 오싹해졌다.
내 안색이 더 하얗게 변해서일까, 나는 루나가 급하게 팡팡 때려 폭신하게 부푼 베개를 등에 놓고 기대선 느리게 입을 열었다.
“좀 더 쉬셔야 해요…….”
“아냐, 뭐 아픈 곳도 없는데 뭐. 둘 다 서 있지 말고 앉아. 대화 좀 하자.”
올라간 건 어쩔 수 없지…….
나는 내가 기절해 있는 동안의 일을 말해 보라는 듯 눈짓했고 둘이 천천히 입을 열어 이것저것 말하기 시작했다.
“뭐, 하루면 별로 안 지났네. 그나저나 남쪽으로 파견이라고?”
“네에… 접경지에서 요즘 사람들이 많이 죽는대요. 특히 수원을 따라요.”
흐음, 슬슬 전염병이 제대로 퍼지는 중인가. 그거 잡아도 잡아도 산발적으로 계속될 것이다.
신관들은 아마 사람들을 구호할 겸 수원의 정화와 근원지 탐색으로 일손이 모자라 차출된 모양이고.
“그리고 상자는 열었더니 별 볼 일 없는 게 많더군.”
케인이 자신의 손에서 반지를 빼 나에게 돌려준다. 아마 이 안에 다 넣은 모양.
나는 반지를 손가락에 끼워 넣곤 마치 어린 날을 회상하는 것처럼 머릿속에 번지는 기억으로 아공간에 무엇이 들었는지 대충 훑어 보았다.
‘돈이 제법 늘었고, 속성석이랑 마정석. 이건 뭐 예상한 거고. 찾았다. 세이렌의 프로토타입. 근데 이건 뭐지?’
나는 만두처럼 말랑하게 생긴 작은 슬라임 같은 것 두 개와 단단한 알 같은 거 하나를 아공간에서 꺼냈다.
이 말랑말랑한 데다 까만 콩 같은 눈이 달린 슬라임은 세이렌 프로토 타입이고.
“뭐지… 이건?”
사람 머리만 한 크기의 알은 유백색의 매끈한 데다 살짝 부드러운, 가죽 같은 껍질로 둘러싸여 있었다.
마치 뱀 알처럼 단단하지 않아 보이는데 누르니 일정 이상 손가락이 들어가지도, 그렇다고 껍질이 찢어지지도 않는다.
“일단 일반 칼로는 찢어지지 않더군. 오러를 써볼까 하다가 너는 보여주고 처리해야 할 것 같아서 그냥 뒀다.”
아니, 뭔지 알고 이걸 없애려고…….
내가 이리저리 둘러보는데 알 한구석에 살짝 핏자국이 보인다.
내 피라기엔 이거 분명 날 신전에 맡긴 뒤 상자를 열었을 텐데?
“그거, 케인 피예요.”
내가 루나를 의심스레 바라보자 루나가 냉큼 고자질하듯 하는 말에 내 눈동자가 케인에게로 이동했다.
“…급하게 나오다 조금 실수가 있었을 뿐.”
약간 치욕스러워 한다 너?
“중층에서 상층으로 올라올 때 갑자기 누가 몰이 사냥 하는 것에 휘말려서…….”
그에 변호하듯 말하는 루나. 하지만 케인의 얼굴에 치욕스러움은 가시지 않고.
나는 어쩐지 저 케인이 한 방 먹은 기분에 히죽 웃곤 일단 알은 기념으로 보관하기로 마음먹었다.
“일단, 이건 내가 뭔지 알아. 루나 저리 가봐.”
그리고 나는 세이렌 프로토타입… 아, 그냥 세이렌 1호를 루나의 손에 쥐여준 뒤 다른 세이렌을 내 손에 쥐고 작게 속삭였다.
“아아, 들리나 루나. 루나, 들리면 말해라 오버.”
“히익! 익? 오…오버?”
<히익! 익? 오…오버?>
거리가 가깝다 보니 목소리가 겹치듯 들린다. 육성으로 말한 루나의 목소리는 귀로. 세이렌을 통해 들리는 목소리는 약간 텔레파시에 가까운 느낌.
우리 둘의 모습에 케인이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이기에 이번엔 케인에게 사이렌을 넘겼다.
“신기하군.”
<신기하군.>
“그럼 이제 이걸 아리아에게 들려서 할론에게 보낼 생각인데.”
내 말에 케인과 루나가 ‘또 한 명의 희생자가…’ 하고 중얼거렸지만 난 못 들은 척 종이와 깃 펜을 꺼내 아리아의 추천장을 적어 동그랗게 만 뒤 크루거 반지의 인장을 하단에 찍었다.
거기에 세이렌을 연구하라 이르도록 알카이도에게 보내는 편지와 할론에게 세이렌의 사용법을 일러주는 편지까지 여러 장 적어 전부 인장을 찍고 왁스로 봉인한 뒤 손을 뻗었다.
“돈주머니 남는 거 있지? 세이렌이랑… 아, 이 말랑한 걸 세이렌이라고 부를 거야. 이걸 할론에게 같이 보낼 생각이야. 즉 한시라도 빨리 전달해야겠지?”
나는 돈주머니에 아리아가 쓸 게이트 비용 및 용돈을 편지와 함께 넣고 주머니를 묶어 루나에게 건넸다.
“꼭, 제대로 꼬셔서 보내도록 해. 알겠지?”
“도련님께서… 원하신다면. 저두 할 수 있어요.”
분노와 흥분이 가신 루나는 아주 약간이지만 머뭇거리던 예전 말투 그대로 속삭이며 배시시 웃는다.
그에 나는 머리와 귀를 쓰다듬어 주며 보냈고 앞에 앉은 케인에게도 고개를 돌렸다.
“너도 가서 좀 쉬어.”
저 케인의 얼굴에서 아주 약간의 피로감이 읽힐 정도니까.
내가 무너트린 결손의 던전은 저층에서 중층 사이에 있었으니 날 안고 나오는 것도 한세월이었을 터. 거기에 아까 루나의 말대로라면 상처도 입었었고.
신전이다 보니 몸은 치료했겠지만, 정신적 피로감은 풀 수 없었을 것이다.
“아니, 난 여기 남아 있을 예정이다.”
“여기 신전이야. 누가 뭐 습격이라도 할까 봐? 환자 아닌 이상 나가야 한다더니만, 일단 돌아가서 자고 내일 와.”
은근슬쩍 고개 저으며 다시 입을 열려는 모습이 딱 봐도 ‘거절한다.’ 하는 분위기이기에 내가 먼저 선수를 쳤다.
“명령이야. 루나도 아리아 보낸 뒤 바로 오지 말고 쉬라고 해.”
뭐, 네가 인상 쓰면 어쩔 건데.
나는 손을 흔들며 케인을 보낸 뒤, 신관을 기다리며 대자로 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