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Extra in a Trash Game RAW novel - Chapter (356)
망겜 속 엑스트라가 됨-356화(356/373)
어릴 때 운동을 배울 때도, 학교를 다닐 때도. 그리고 군대 가서도 겪으며 느낀 거지만.
폭력은 단순히 빠르고 쉽고 간단하게, 나머지 것들을 묵살하고 결과를 도출해내는 저열한 수단이라고 본다.
그래서 진심으로 누군가를 때리고 싶다고 정말 때려본 적은 없지만 이건 아니지.
내가 손목이 부러질 것을 각오하고 온 힘을 다해 케인의 얼굴을 한 대 후려쳤고 케인의 고개가 옆으로 꺾였다.
“윽…….”
손목이 찌릿하게 울리지만 부러지진 않았다.
더불어 케인도 손등으로 붉어진 입가를 한번 훔치는 걸 보니 일부러 몸을 강화하며 보호하는 마나를 전부 거둔 모양.
그렇다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강한 몸이라 고작 케인은 입가가 터지고 난 손목만 삔 거겠지.
내가 손목을 잡고 주무르자 레비가 급하게 다가옴에 나는 일단 다른 손을 들어 멈추게 하곤 자리에 앉았다.
“나는 오늘 너희에게 실망했다.”
순간 중대장이란 글자가 스쳐 지나간 기분이 들지만 애써 무시하며 입을 열었다.
“어떻게 나를? 어?”
내가 배신감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니 다들 슬쩍 시선을 돌리는데 케인만 똑바로 바라 본다.
저, 저, 저 배은망덕한!
“케인은 저기 가서 뒤돌아 앉아있어.”
내가 짜증내며 말하니 케인이 자신은 절대 잘못한 게 없다는 듯 태연한 얼굴로 조금 떨어져 의자를 돌려 앉았다.
그에 내가 레이첼을 바라보자 레이첼이 마나 장막을 펼친다.
“케인이 양심이 있으면 엿듣진 않겠지. 지금 케인 없으니까 물을게.”
진짜 나 빼려고 했던 사람 손들어.
내가 눈을 하나씩 맞추며 물으니 루나와 제로. 리프는 고개를 냉큼 젓고 나머지는 조금 생각하다가 손을 들지 않는데 레이첼과 체이서가 손을 든다.
아니, 세상에.
체이서는 내가 종종 구박했으니까 그렇다고 치지만 레이첼 너마저.
내가 충격에 입을 벌리자 레이첼이 겸연쩍은 얼굴로 자기 목을 긁다가 입을 열었다.
“솔직히 케인이 틀린 말 한 건 아니니까. 위험하잖아. 너는.”
“그렇죠. 솔직히 이번에 무사히 정신 차린 것도 기적 아닌가요?”
레이첼의 말에 체이서까지 동조한다. 그에 내가 관자놀이께를 꾹 누르는데 루나가 입을 열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우리 위험하더라두 괜찮았잖아. 알 수 있을 거야.”
―동의합니다. 지금이라도 비공정을 불러 양산형 골렘을…….
“언젠가 변화가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리프와 제로도 말을 하며 레이첼과 체이서를 바라본다.
난 어쩐지 머리가 지끈거리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정리할게, 결론적으로 둘은 케인의 주장에 동의한다는 소리잖아.”
그럼 케인만 말 바꾸면 되겠네?
하니 레이첼은 으쓱하며 고개를 돌리고 체이서는 히죽 웃었다.
“그거 쉽지 않을 텐데요.”
“너 나가. 다 나가.”
체이서가 얄밉게 웃고는 그림자로 슥 사라진다. 그리고 레이첼은 양손을 깍지끼고 자기 목 뒤를 쥐며 잘해보란 말을 남기고 일어섰다.
걱정이 눈에 묻어나는 루나를 비롯해 갑자기 날 붙잡고 못 한다며 우는 소리를 하는 라헬라까지.
케인을 제외한 다른 이들은 옆의 천막으로 보내놓고 나는 케인을 불렀다.
“앉아봐.”
어쩐지 지금 회초리라도 들고 있어야 할 기분이 든다.
저 얼굴 봐라. 자신은 한 치의 거짓도 말하지 않았으며 명백한 사실만을 어필했다는 저 뻔뻔한 얼굴.
나는 일단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물을 마셨다.
“김케인 잘 들어.”
“그 김은 도대체 왜.”
아, 일단 들어.
“너는 뭐 내가 죽을지도 모르네 마네 하면서 그렇게 말했지만 애초에 그거 전제부터 잘못되었어.”
나는 의자를 당겨 앉으며 턱 끝을 올리고는 당당하게 말했다.
“나는 살아 있는 신이 아니라 동네 어린애가 칼만 들어도 죽을 수 있어.”
사람 목숨이 어? 가려면 아주 그냥 쉽게 간다.
거창하게 신이 노리니까 위험해?
허튼소리.
온갖 이적과 초능력으로 형언할 수 없는 방법으로 죽으나.
그냥 지나가던 누군가의 칼로 한번 찔러서 죽으나.
그건 매한가지다. 그렇게 치면 아이기스도 갑자기 방전될 수 있는 거고 케인도 내가 어디 보냈을 수 있는 거다.
“그리고 네가 지금 착각하는 게 있는데.”
나는 정말 이 부분에서 어이없음을 느꼈다.
“살아 있는 신이 날 왜 노리는데.”
살아 있는 신을 제외하면 지금 날 위협할 이가 없을 테고.
그럼 살아 있는 신이 날 죽일까 봐 이러는 거란 말인데.
아니, 그쪽이 날 왜?
내 말에 케인도 조금 어이없단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 * *
“너 진짜 너무한 거 아니야?”
루나가 레이첼을 올려보며 하는 말에 레이첼은 허리 쭉 펴서 걸으며 대답했다.
“아니, 내가 틀린 말을 한 건 아니잖아.”
옳고 바른 말.
그런 말을 한 건데 왜 그러냐는 듯 레이첼이 슬쩍 고개 돌리자 루나의 분홍색 눈동자가 조금 더 붉어지듯 진해졌다.
“바른 말이면 다 돼?”
“틀린 말 아니잖아. 솔직히 이번에 나도 죽을 뻔했는데 아델리안 걔가 앞으로 어떻게 버티는데. 안 그래?”
그렇게 노력해도 마나가 오러는커녕 검술 D도 안 뜨는 몸뚱어리를 고칠 수도 없잖아.
하며 레이첼이 대답하자 루나가 잠시 침묵했다가 이어 말했다.
“그래? 그럼 레이첼 앞으루 술이랑 폭력과 도박 금지야.”
“어? 왜!”
루나의 말에 레이첼이 깍지꼈던 손을 풀며 아래를 바라보자 루나가 날카롭게 올려보며 입을 열었다.
“왜긴 왜야. 술은 몸에 나쁘구 폭력두 좋지 않은 일이며 도박은 당연히 자제하는 게 원래 맞는 말이잖아.”
한점의 그릇됨도 없는 말!
“아니 그거랑 이거랑 다르지! 나는 목숨이 위태롭지 않은데?”
―그럼 앞으로 술과 도박, 폭력을 즐기는 레이첼의 목숨을 제가 노리면 조건에 맞는 겁니까.
리프가 무표정하게 말하니 루나가 끄덕였고 둘의 분위기에 뭔가를 느낀 레이첼이 ‘아, 일단 그건 아니지!’ 하고 소리를 쳤다.
그 모습에 파이얀은 서로 티격태격하는 둘을 바라보다가 흥, 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이러나저러나 보스가 정신 차려서 일어난 순간 이야기는 끝난 거 아니야?”
“…어. 왜죠?”
파이얀이 단언하자 마리안느를 생명줄인 것마냥 부여잡고 뭔가를 중얼거리던 에리엘이 물었다.
“저분이 일어나도… 변하는 건 없는 거 아닌가요?”
잘 알지는 못하지만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니 그랬다.
상대는 그 어떤 신보다도 강력한, 최상의 격을 지닌 신.
그리고 옆 텐트에 케인이란 사내와 앉아있는 이는 누가 보아도 아주 평범하다 못해 어쩌면 조금은 나약한 하나의 인간일 뿐.
지금 당장이라도 그 신이 마음먹는다면 여기 있는 이중 누구라도 죽일 수 있을 텐데 그런 나약한 이가 어찌 대적할 수 있을까.
당연히 안전한 곳으로 가는 게 맞는 일인 것 아닌가?
거기에 그 결정을 내린 건 케인이라는 사내.
에리엘 자신이 보았을 때도 이곳에서 누구보다 강한 이가 그리하기로 마음먹은 일인데 어찌 아델리안이 바꿀 수 있느냐 물으니 텐트로 들어와 차를 준비하던 가뮈르가 대답했다.
“그건 아델리안이 케인이란 인간 사내보다 강하기 때문입니다.”
가뮈르가 우린 차를 바하디가 한 잔씩 나눠줌에 레비도 촉촉하고 말랑한 손으로 찻잔을 쥐다가 그 말을 듣고는 둥근 머리를 옆으로 기울였다.
“그렇지만 계약자는 여기서 제일 약한걸.”
케인이 가장 강하고 아델리안이 가장 약하다.
그것은 불변의 진리인데 가뮈르의 입에서 다른 내용이 나오자 이해가 되지 않는 듯 레비가 눈을 껌뻑였다.
그에 레비에게 찻잔을 주며 은근슬쩍 한번 쓰다듬던 바하디가 대답했다.
“약하고 강함의 척도는 사람마다 그 기준이 다른 법이니까요.”
“그렇다 하더라도 케인 씨의 주장은 레이첼 씨가 말한 대로 옳은 말이잖아요.”
에리엘이 차를 받으며 홀짝이다 묻자 가뮈르가 온화하게, 하지만 어쩐지 장난기가 느껴지는 얼굴로 웃었다.
“그럼 이렇게 하는 건 어떻습니까.”
가뮈르는 텐트 구석에서 루나에게 몰려 조금 시무룩해진 레이첼을 흘긋, 곁눈으로 응시했다.
“도박이라는 단어가 나왔으니 그와 비슷하게 내기를 해보시는 건.”
“뭐 걸고?”
“그럼 전 일단 가뮈르 씨와 같은 곳에 걸어요.”
그에 그림자에서 체이서가 불쑥 나와 가뮈르 쪽에 판돈을 던졌고 구석에 있던 레이첼은 눈을 반짝이며 루나의 잔소리를 피해 냉큼 곁으로 다가왔다.
“나는 케인에게 건다. 이거는 아델리안도 못 이기지.”
“그런데 레이첼은 걸 수 있는 것도 없잖습니까.”
가뮈르의 곁으로 온 레이첼을 보다 제로가 슬쩍 끼어 말하자 레이첼이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입을 열었다.
“내가 왜 걸 게 없어. 나 드래곤인데.”
뿔이나 비늘? 그거 말고 뭐 있습니까. 지금 의. 식. 주. 전부 아델리안님이 해결해주셨는데.
“게다가 아델리안님께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 할 것을 굳게 다짐하셨지 않습니까.”
제 눈으로 똑똑히 보고 제 귀로 단단히 들었습니다만. 하며 제로가 말하니 루나가 맞네! 하며 소리쳤고 레이첼은 어? 하며 굳었다.
“…몸과 마음을. 뭐, 그런 거야? 그랬구나.”
“아니야! 아니, 맞나? 아니, 그러니까 네가 생각하는 그게 아니야!”
제로의 말에 듣고 있던 파이얀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오랜만에 레이첼을 구박할 시동을 걸었다.
* * *
지친다. 저 쇠심줄을 상대하는 건 역시 보통 일이 아니었다.
솔직히 내 의견이 더 타당한데 지금 내가 코덱스 없이는 마법도 못 쓰고 오러는 당연히 못 내니까 일이 더 오래 걸리긴 했다.
하지만 케인이 대단한 거지 일반인은 그게 보통인 건데 말이야.
“그럼 우리 이렇게 합의 보는 거다.”
내 말에 케인이 드물게 미간을 찌푸리고는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다.
“대답.”
김케인 대답 안 하냐? 어?
내가 테이블을 탕탕 치자 케인이 자신의 검은 머리칼을 쓸어올리며 한숨 쉬었다.
“약속은 지켜라.”
너도 지켜라, 너도.
“앞으로 허튼소리 하지 마.”
그리 말하며 손을 내밀자 케인이 작게 혀를 찬 뒤 내 손을 잡는다.
케인이 원래 성격도 그렇고 비틀린 성격도 그렇고 고집불통에 소통이 잘 안 되는 것 자체는 일관성 있는 편이지만 그 말은 확실한 이유가 있단 소리다.
이러나저러나 진짜 말도 안 되는 고집만 피우는 놈이면 내가 뭐라고 하던 간에 무조건 안 돼, 만 앵무새처럼 말했겠지.
그럼 내가 어찌 비벼볼 여지도 없었을 거다.
‘하지만 케인이 그 정도로 답이 없는 놈은 아니거든.’
반박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면 그걸 억지로 쳐내지는 못하는 녀석이다.
나는 케인과 손을 잡고 흔든 뒤 조금 지친 기분에 의자에 늘어지며 입을 열었다.
“밥 먹자…….”
밥도 안 먹고 꽤 오랜 시간 말씨름을 했더니 허기진다.
생각해보니 지금 정신을 차리고 나서 먹은 거라곤 대화 중간에 아공간 열어 꺼낸 사과와 포도, 그리고 물 정도네.
게다가 아까 케인을 한 번 후려치고 나서 레비의 치료를 거절한 덕에 손목도 아프다.
“배은망덕한 놈…….”
누구 때문에 밥도 건너뛰어 손목도 아파 기력도 빨려 지금 살아 있는 신보다 네가 더 이 형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어 인마.
“여기 북해 근처까지 온 김에 밥 먹고 설산의 눈물이나 찾아서 가자.”
살아 있는 신은 루프할 생각으로 비보 모으기를 중단했던 모양이지만, 이제 불러오기가 아닌 계속하기를 눌린 상태니 힘을 더 기르겠지.
그럼 당연히 속성 비보를 더 모을 게 뻔하고.
부지런히 가로채야 할 것이다.
내 말에 케인이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식사를 하기 위해 슬쩍 옆 텐트로 갔다.
“누가 이겼는데 누가!”
그러자 어쩐지 곤란해 보이는 얼굴로 레이첼이 급격하게 다가와 묻는다.
지금 나와 케인을 너무 뚫어져라 바라보는 게.
난 웃으며 물었다.
“너희 뭐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