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Extra in a Trash Game RAW novel - Chapter (358)
망겜 속 엑스트라가 됨-358화(358/373)
중앙에 불 하나 크게 피워놓고는 고기를 돌려가며 굽는 것과 동시에 깊고 거대한 솥도 냉큼 걸어서 채소들을 숭덩숭덩 썰어 넣고 어디서 구해온 버섯도 듬뿍 넣었다.
불 옆에서 돌아가며 구워지는 고기 일부분을 솥에도 넣어서 삶는 중인데 익은 게 보이면 모두 대화하면서 하나씩 건져 먹기 시작했다.
어찌 보면 전골 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샤브샤브 같기도 하고.
나는 배추와 비슷한 채소를 건져서 입에 넣다가 슬쩍 제로를 응시했다.
“밀가루 좀 치대자.”
칼국수 땡기네.
“아, 너무 고기만 먹었더니 맛이 단조로운데.”
“그럼 레이첼이 조개라도 잡아 와 봐.”
해감은 레비가 어찌해줄 거 같다.
중간에 졸아들면 레비가 물을 바로 넣기도 하고 제로가 향신료를 한 번에 다 넣지 않고 한 줌씩 종류별로 넣는 덕에 맛이 계속 다르다.
생선 살은 익으면 금방 부스러지니 같이 넣고 끓이기보단 개인 그릇에 담아 오러나 마나로 한번 끓여서 먹었다.
나야 그게 불가능하니 루나와 제로가 한 국자씩 퍼줄 때마다 해주기도 하고.
“먹다 보니 더운데. 기분이 더워.”
파이얀이 땀 한 방울 안 흘리면서도 얼굴이 상기되어 손부채질하더니 케인을 바라보았다.
그에 케인이 공간을 조금 열기라도 한 듯 딱 좋게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레이첼이 뼈에 붙은 고기를 칼등으로 긁어 칼국수 위에 얹어 먹는 것을 마지막으로 식사가 끝났다.
레비가 능력을 쓴 듯 그 많은 식기들의 겉 부분에서 물이 보글보글하더니 깨끗해진다.
바하디와 가뮈르가 끓인 차에 내가 꺼낸 과일까지.
후식까지 야무지게 챙긴 다음에야 나는 입을 열었다.
‘그야 밥은 좀 편하게 먹어야 하니까.’
“이번에 큰일 치웠지. 모두 감사합니다.”
나는 모두에게 인사했다. 덕분에 셰인을 돌려받을 수 있었으니까.
비록 아직 의식을 차리지 못해 침대 위에 누워있긴 하지만.
그래도 케인이 자신의 여동생이 내지른 검에 죽거나 혹은 그 반대의 상황이 벌어지는 일은 사라지게 되었으니 이보다 더 다행인 일은 지금 없다.
“에리엘도, 마리안느에게 많은 설명을 듣지 못하고 왔다고 전해 받았어.”
에리엘의 신인 바사하가 케인을 도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한들, 그래도 에리엘에게 아무런 설명이 없었던 것은 확실히 좋지 못한 행동임이 틀림없으니까.
내 말에 양손으로 잔을 쥐고 후후 불고 있던 에리엘이 한 손을 올려 자신의 하늘색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어색하게 웃었다.
“아니에요… 비록 신께서 직접 말씀을 내려주시진 않으셨지만.”
제가 행한 일이 그분께서 원하시고 있던 일임을 느끼고 있습니다.
에리엘이 그렇게 말함에 내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느리게 웃었다.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해.”
“아? 네 저도… 아 잠시만요. 앞으로도요?”
“우리를 더 돕기로 내기했다며?”
나는 거기까지 말한 뒤 가뮈르와 바하디를 바라보았다.
“아니. 저기… 한 번, 한 번이라고 했는데. 저기요……? 저기요?”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살아 있는 신의 세력을 더 이상 크지 못 하게 함과 동시에 속성 비보를 먼저 손에 넣는 거야.”
내 말에 파이얀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듣자 하니 그자. 신이며 동시에 제국의 황제라며. 이미 제국이 그자의 세력인데 어떻게 하겠어, 보스.”
테이트리아. 그 이름을 입에 올릴수록 조금씩 더 강해질 거라는 내 말에 파이얀이 살아 있는 신이나 황제 정도로 둘러 말했다.
“뭐, 열심히?”
정확하게는 내가 할 수 있는 분야에서 열심히.
“어차피 정치 쪽은 내가 개입하기 어려운 부분인데. 이건 사실 내 가문 쪽에서 나설 거야.”
유능한 사람 두고 내가 할 필요는 없지.
“견제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까, 아델리안. 상대는 신인데 그대의 가문을 조종할 수도 있지 않은지.”
내 말에 가뮈르가 넌지시 질문을 던진다.
나는 그가 준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어깨를 으쓱였다.
“일단 앞뒤 다 자르고 말하자면, 살아 있는 신은 전지전능하진 않아.”
이 세계를 끝없이 되돌리며 죽은 자를 살릴 수 있고, 못하는 이적이 없다고 하겠지만.
나는 의자에 느슨히 앉아서는 입을 열었다.
“정말 전능하다면 애초에 케인을 이런 방식으로 몰아세울 필요가 없지.”
이 모든 것들의 시초가 그것이 아닌가.
케인이 진실된 신의 자격, 이 별의 옥좌에 앉을 수 있는 권한을 먼저 얻었기 때문에.
그걸 케인이 포기하지 않는 한 테이트리아는 이 세계의 진정한 신은 되지 못한다.
“애초에 지금 제국은 황실과 세 곳의 대공작가가 서로 균형을 맞춰 대립하는 구도지.”
테이트리아가 전능하다면 그냥 이 대륙 자체를 테이트리아 제국으로 만든 뒤 만신전이 아닌 일신 교리를 세웠으면 된다.
케인을 제외하고 살아 있는 모든 지성체를 테이트리아가 조종하면 연극이 더 쉬웠겠지.
그런데 그렇게 하진 않았다.
아니, 못한 것에 가깝지.
“예상하건대 세계를 하나씩 바꿔 가는 과정에 있어서 소모되는 게 있겠지.”
그래 로그라이트 같은 게임 중엔 죽으면 죽을수록 다음 시작이 편해지는 게임도 있다.
죽음 자체가 포인트가 되는 거지. 일종의 전승 시스템.
테이트리아도 그런 거라고 생각하면 납득이 된다.
루프를 하며 점점 더 격을 높여 장악하는 방식이 아니라 무언가 투자하여 고정하는 개념에 가까울 것이다.
“그래서 사실 승산이 있다고 보거든.”
내 말에 루나가 입을 열었다.
“앞뒤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 많이 차이가 나나요, 도련님?”
“제법 차이가 나지.”
거대한 격 자체를 나눠 장악한 방식이라면 궁지에 몰렸을 때 이 세계를 유지하는 힘이고 뭐고 전부 다시 끌어모아 본신의 힘을 더 강하게 만들 수 있지만
“격을 투자한 뒤 회수가 어려운 상태라면 다시 모으긴 힘들 테니까.”
거대한 찰흙 한 덩어리를 나눠 하나는 건물을 만들고 다른 것으론 사람을 만들고 하는 식의 장악이라면 다시 모든 걸 부숴 한 덩어리의 찰흙으로 되돌릴 수 있다.
하지만 골드로 건물을 사고 사람을 사는 거라면 위급할 때 건물과 사람을 바로 골드로 바꿀 수 없는 거지.
“내 생각엔 후자인 거고 속성 비보는 앞으로 이번 판에서 살아 있는 신이 추가로 얻을 수 있는 골드 같은 거니까.”
속성 비보를 우리 쪽에서 최대한 가로채는 것과 동시에 건물을 상대할 우리 건물을 사고.
사람을 상대할 우리 사람을 양성하면 불가능하진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내가 무엇을 해주길 원하죠?”
가뮈르의 말에 나는 포도를 입에 넣으며 잠시 옛 기억을 되짚었다.
“그때 정령의 숲에서 그랬지. 우리를 이용했을 때.”
내 물음에 가뮈르가 대리석 같은 손가락으로 찻잔을 톡톡 쳤다.
“그대가 원하는 그때, 단 한 번.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그리 말했었죠.
“모든 엘프들이 죽는다고 해도?”
“알고 계시겠지만.”
아델리안, 당신을 제외한 우리 모두는 이미 수없이 많은 죽음을 반복하는 중입니다.
“모두 죽는다고 해도 그것이 마지막 죽음이라면. 오히려 안식이겠군요.”
“부디 마지막이길 바라며. 전쟁 준비를 해줘야겠어, 그럼.”
내 말에 가뮈르는 고개를 끄덕였고 이번에 나는 마리안느를 바라보았다.
“전 이 아이와 갈 곳이 있어요.”
“네? 저랑요?”
내 눈빛에 마리안느가 에리엘의 어깨를 당겨 안고는 루나를 바라보았다.
“저분과도 같이.”
어? 잠시만. 그에 나는 잠깐 찻물을 콜록여 뱉었다.
“그건 좀 곤란해.”
“어차피 파티는 잠시 나눌 생각이셨잖아요.”
그건 맞지만. 거기에 루나는 없었거든.
내가 미간을 찌푸리는데 루나가 고개를 슥 들이민다.
“도련님. 저 다녀올게요.”
“하지만.”
“저 이제 튼튼해요.”
그건 알지만. 내가 마리안느를 살짝 노려보자 마리안느가 웃으며 대답했다.
“아주 잠시만.”
“…그래. 어디 가는데.”
“챠비드예요. 그곳에서 새로이 종족의 업을 지닌 자가 곧 탄생할 운명이 보여서.”
그거랑 루나랑 무슨 상관인데. 좀 불만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도 잠시. 이번 기회에 마법을 좀 정리하고 싶은데요.”
체이서가 그림자를 손 대신 들고 말함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덕분에 이동이나 다른 것들이 편하긴 했지만 그게 전력 상승보다 중요한 건 아니니까.
“살아 있는 신은 이번에 새로 시작하려고 마음먹었기에 잠자코 있었던 거지. 이제 우리를 전력으로 상대하려고 할 테니 이쪽도 빠르게 준비를 해야 해.”
지금까지 나는 파티를 거의 나눈 적이 없다. 애초에 내가 바란 건 해피엔딩이었고 그것에 메인 파티의 행복은 빠질 수 없는 문제였으니.
가디아의 경우엔 따로 두는 게 정신적 안정에 도움이 되는 데다 카이만이 죽지 않았으므로 이제 오롯한 가족이니 그런 거지만 다른 이들은 달랐다.
‘하지만 이번엔 나눠야 해…….’
말이 10년이지 사실 우리 입장에서는 루프를 막는 방법만 찾아내면 하루라도 빨리 테이트리아를 죽이는 게 최선이다.
우리만 강해지는 게 아니라 테이트리아도 시간을 주면 줄수록 강해진다.
당장은 케인이 압도한다고 해도 테이트리아는 지금 셰인의 몸이 아닌 본래의 몸으로 되돌아갔다.
이런 상태로 10년? 그게 우리의 악수로 작용할 수 있기에 시간을 악착같이 다 쓸 생각하지 말고 빠르게 달리는 게 맞으니까.
‘이번엔 나눠야 해…….’
나는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레비는 남해 군도로 내려가서 네 일을 매듭짓고 오면 좋겠어.”
레비가 각성했다고는 하나 그건 기본적인 힘의 각성인 것이다. 가볍게 말하자면 성인식을 치른 것에 지나지 않았다.
레비의 본래 위치는 인어족의 왕. 지금 호칭도 적법한 계승자가 아닌가.
계승자가 아닌 왕으로 거듭나야 한다.
“남해로 가 인어족들에게 인정받고 아르만을 도와줘.”
내 말에 레이가 통통한 머리를 끄덕하고 흔들었다.
“그리고 레이첼은… 파이얀은…….”
나는 한 명씩 불러 어쩌고 싶은지. 나와 함께 갈 것인지 혹은 살아 있는 신을 대비할 일을 할 것인지 묻고 의논하기 시작했다.
“셰인은 오랜 시간 안정을 취해야 할 것 같더군.”
그리고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한 셰인의 거처를 조금 고민했는데 의외로 쉽게 해결되었다.
“그럼 제가 모시고 가죠, 뭐.”
“하미드 고마워.”
“별말씀을요. 종주님.”
태양신의 대주교, 하미드 쪽에서 셰인을 맡기로 했다.
안 그래도 신경 쓰였는데 다행이지.
카이만에게 맡길까도 했지만, 이쪽은 정치적으로 황제와 대립을 시작해야 하니, 의식도 없고 움직일 수도 없는 셰인을 아무리 철저하게 방비한다고 해도 위험할 수 있으니까.
“그러고 나면 챠비드로 와. 모두 거기서 만나자.”
나와 케인, 그리고 제로와 리프는 파티로 움직이고 나머진 전부 각자 행동으로 정해졌다.
각자 일을 마치면 챠비드로 모이기로 했는 데다 연락 수단은 세이렌이 있으니 크게 걱정할 일은 없겠지만…….
‘기분은 좀 싱숭생숭한데.’
부유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못 만나는 것도 아닌데 기분이 좋지 않다.
모든 일이 끝나면.
이 사람들의 안녕을 빌어주고 나는 돌아가야 하는데.
그때는 살아 있는 신을 깨부쉈다는 기쁨이 남아 있을 때 돌아가야겠네.
“걱정 말고. 내가 확실하게 접경지 쪽은 책임질게.”
그 와중에 레이첼이 자신만 믿으라며 가슴팍을 팡팡 치는데.
그 모습이 웃기면서도 한편 불안감이 들었다.
“…진짜 드래곤들에게 말 잘해야 한다. 알지?”
“알지, 알지. 걱정 마. 내가 제국을 갑자기 들쑤시는 일 없게 할게.”
…순간 이 기분은 레이첼로 인한 불안감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