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Extra in a Trash Game RAW novel - Chapter (369)
망겜 속 엑스트라가 됨-369화(369/373)
레비는 호기롭게 바다로 뛰어들었다. 통통한 몸이 물살을 가르며 깊게 잠긴다.
허리 아래로 각양각색의 비늘이 빛나는 인어들이 산호 창을 들고 저 멀리서 다시 배를 향해 헤엄쳐 오기 시작했다.
역시 바다에서 가장 강한 종족은 인어족이라고 했던가.
그 말을 증명하듯 마나 엔진을 가동해 빠른 속도로 멀어지고 있는 아르만의 배를 금방이라도 따라잡을 듯한 속도로 헤엄쳐 오고 있었다.
‘…할 수 있어.’
분노에 뛰어 들어오긴 했지만.
레비는 아주 잠깐 멈칫했다.
아주 긴 시간 동안 전대 인어 왕이 수면에 든 후 다른 인어족들과 방계 왕족들이 어떠했는가.
제대로 각성하지 못함을 빌미로 무시하며 괴롭히고 나중엔 인간들에게 팔아버리려고 했지.
그래서 레비는 폭풍우의 섬에서 숨어 살았다.
어쩌면 영영 이대로 이런 모양새로 살 거라 생각했다.
제대로 성인식도 각성도 하지 못하고 아성체의 모습으로.
그래 지금 이 모습으로.
“그… 그만.”
그만둬. 저 아이들을 쫓아가지 마.
그리 말하려 했던 레비는 말끝을 흐렸다.
분명 자신이 더 강한데 어째서 마음대로 되지 않는 걸까.
조금 이상하다. 내 몸이고 내 마음인데. 분명히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그렇게 할 수 있는 힘이 있는데.
배를 쫓아가던 인어들은 물속에 가만히 떠 있던 레비를 바라보며 냉소적인데다 경멸이 섞인.
그리고 비웃는 얼굴을 보인 뒤 꼬리지느러미를 휘저으며 지나쳤다.
* * *
“뭐야, 저거 인어 아냐?”
“멍청한 인간족이란. 어린 아성체 하나 떨구면 우리가 챙기느라 안 쫓을 줄 아나 봐?”
“무리에서 떨어져 멍청하게 인간족의 손에 붙잡혔다 버려진 아성체 따위. 그런 머저리 같은 걸 누가 챙기겠어.”
인어들이 웃느라 입에서 작은 기포가 번졌다.
잠시 지상에서 숨을 쉬었을 때 폐에 조금 남아있던 공기를 빼내듯 짧게 흩어 웃으며 추격했다.
“나 먼저!”
인어족 중 누군가 손에 든 산호 창에 물의 마나를 싣기 시작했다.
이대로 정조준하여 날린다면 마나 엔진을 망가뜨릴 수도 있으리라.
마나엔진이 터져버린 배는 금방 가라앉을 테고 인어들은 익사한 시체들을 벗기고 배를 뒤지면 된다.
헉슬리라는 인간족 가문이 요즘 거슬리게 굴지만 괜찮다.
다른 곳도 아닌 소용돌이 지대까지 온 놈들이면 여기서 죽는다 한들 소용돌이에 찢겨 죽었는지 @이들//(삭제) 인어족 손에 죽었는지 그 누가 알겠는가.
“던진다!”
겨누던 산호 창에 물의 마나가 가득 엉겨 그대로 쏘아지려는 순간.
인어족들을 둘러싸고 있던 물과 그 주변이 거꾸로 솟았다가 뒤로 흐르기 시작했다.
“어?”
“뭐야 이거. 이런 해류가……!”
“윽, 헤어… 헤엄칠 수가 없어.”
마치 물속에서 해일이 인 것 같았다. 모든 것들이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바닥의 하얀 모래부터 인어들의 몸까지도.
마치 구멍 난 물통에 버려진 치어처럼 속수무책으로 빙글 돌며 뒤로 빨려 들어가듯 움직였다.
“아그륵!”
“물에 빠진다아!”
분명 물 속인데 정신이 없었다. 인어족인데도 불구하고 익사할 거 같을 만큼 엉망으로 몸이 휘저어 들어간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니 소용돌이 직전 그 어둡고 깊은 바닷속에서 은은한 빛을 내뿜는 누군가가 있었다.
머리칼 한 올의 끝부터 갈라짐 하나 없는 꼬리지르러미까지.
온몸이 심해에 뜬 달처럼 부드럽고도 아늑한 빛이 감돌았다.
물빛으로 일렁이는 긴 머리카락은 바닷속을 유영하듯 흔들려 파도처럼 보였다.
같은 색의 눈동자는 조금 멍한 듯 뒤늦게 초점을 잡으며 인어들을 바라보았고 살짝 쳐진 눈꼬리 끝엔 눈물점이 하나 박혀 있었다.
허리 아래부터는 오색 빛이 감도는 진주나 다이아몬드같이 깊은 색의 단단한 비늘로 덮인 꼬리가 유려하게 움직였다.
허리 바로 아래 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는 금방이라도 물속에서 녹을 것 같이 하늘거리고 부드러워 보여 마치 하늘의 천 같았다.
“누, 누구… 컥!”
“으억!”
“크윽…….”
이곳까지 끌려온 이들이 입을 열려고 했지만 그대로 심해의 바닥까지 몸이 내려치듯 붙어 짓눌려졌다.
오래된 배와 거대한 뼈만이 뒹구는 바닥에 마치 누군가 손으로 몸을 납작하게 누르듯.
아무리 양팔로 바닥을 밀고 꼬리지느러미를 움직여도 점점 더 모래에 파묻힐 뿐.
몸을 솟구치기는커녕 고개를 들기조차 힘들어 목의 아가미로 모래가 기어들어 오는 기분이었다.
바둥거리는 인어족들 위로 천천히 레비니아가 강림하듯 가라앉으며 손끝으로 물을 걷어 올렸다.
물속에서 반투명한 긴 천 같은 것이 흘러나와 레비니아의 어깨 한쪽에 걸쳐져 몸을 가리듯 내려왔고 그제서야 레비가 입을 열었다.
“…한심해.”
한심한 몰골이다. 레비는 자신의 종족인 저들이 너무 바보 같았다.
한때는 인간족이 싫었다. 폭풍우의 구슬을 훔쳐 가버린 것도 인간이니까.
혼인동맹 운운한 덕에 자신이 강제로 결혼할 뻔 했던 것도 인간 때문이니까.
그들만 아니었으면 폭풍우의 섬에서 안전하게 지냈겠지. 그래서 처음엔 인간족이 너무 밉고 싫었는데.
‘나도 바보였어.’
결국 자신을 진정으로 고통스럽게 만든 건 같은 인어족이며.
더불어 나 자신이었는데.
“사… 살려… 으그급…….”
애원하는 소리가 점점 모래 밑으로 기어들어 간다.
레비는 바닥에 짓눌려진 인어족들을 바라보다 힘을 풀었다. 그러자 급하게 아가미로 호흡하는 그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내 이름은 레비니아.”
겁은 먹은 얼굴을 한 인어족들이 심해의 바닥에서 레비니아를 올려보았다.
“누… 누구십니까…….”
“왕족이십니까…….”
자신들의 진정한 지배자의 이름도 알지 못하는 우매한 것들을 바라보다 레비니아가 부드럽게 웃었다.
“나는 그대들의 지배자요, 로열블러드며 인어왕의 적법한 계승자이다.”
레비니아는 아공간을 열어 천천히 티아라를 꺼냈다.
아델리안이 챙겨줬던 보석 티아라. 그것은 레비가 아성체일 때는 장난감 같았지만 지금 무엇보다 화려해 보였다.
그것을 천천히 자신의 머리 위에 올린 뒤 말했다.
“바룩에게로 가자.”
* * *
“아 그래? 호문쿨루스 연구가 끝났어? 이제 대량생산 가능해?”
<그래. 안정성도 확인되었다. 균일하게 유지되더라고. 인간. 넌 진짜 나에게 잘…….>
“아 급해서 이따 통화하자.”
<잠깐, 야 잠까……!>
나는 세이렌을 끊었다. 레이첼의 동생인 레피드가 아주 고생 했네. 나중에 어디 특산물이나 사 가야겠어.
“아델리안 님. 식사 준비 끝났습니다.”
설산의 눈물을 찾아 내려오다 걸려온 통화 덕에 조금 지체됐더니 그동안 음식이 다 만들어진 모양.
나는 이리 오라 손짓하는 제로를 바라보다 끄덕이며 다가갔다.
확실히 설산의 아래쪽은 마나 교란이 약한지 마법 아티팩트들도 제대로 작동하는 데다 케인이 온도를 만질 수 있어서 따뜻하다.
“아 맛있겠네.”
버섯 야채스튜에 구운 생선에 이름 모를 고기들.
나는 한 자리 차지하고는 제로가 주는 식기를 받아드는데 리프가 물었다.
―관리자님. 호문쿨루스 연구가 끝났다는 게 무슨 말씀입니까.
호문쿨루스 생산이라니. 비공정에서 골렘을 생산할 수 있는데 하는 얼굴이다.
그에 나는 일단 후후 불어 국물부터 마시며 대답했다.
“아, 그게 말이지.”
나는 제로와 만나기 전 결손의 던전에서 세이렌 프로토타입과 호문쿨루스의 알을 얻었던 사건을 간략하게 말했다.
그 뒤로 세이렌 프로토타입을 연구해 호문쿨루스와 더불어 양산 세이렌을 개발했지.
그리고 호문쿨루스의 알 같은 경우 정말 지금 상황에선 하등 쓸모없지만 레비 덕에 나에게 귀속된 상태고.
‘거의 반려 돌이나 다름없다.’
원래 로봇청소기나 하다못해 눈 달린 쓰레기통에도 정 주는 게 사람이라고.
그냥 안 썩는 타조알 같은 느낌이지만 정들어서 가지고 있게 되었다.
“세이렌이 당장 급한 거라고 판단했는지 그거부터 양산 확정 짓고 나서 호문쿨루스도 완성한 거 같아.”
원래 호문쿨루스의 경우 제로 외 다른 도플갱어들을 위해 만들려던 거였다.
하지만 알카이도가 그들을 나 몰래 다른 곳으로 보낸 덕에 사실 의미 없어지긴 했지만 사람 일은 모르니까.
―그럼) 골렘과 무엇이 다릅니까.
리프의 말에 난 잠시 입을 다물었다. 어찌 보면 비슷하나 전혀 다른 게 그 둘이니까.
호문쿨루스는 말 그대로 인공적인 생명체다.
원래는 영혼 없이 육신만 있으나 영혼을 안착시키는 경우 살아난다.
그 뒤론 먹고 숨을 쉬며 잠을 자야 한다거나 하는 한계점이 있으며 동시에 나약했다.
호문쿨루스는 아무리 좋은 재료를 넣어 만든다고 해도 기본적인 생명체로 한계가 있으니까.
하지만 그건 태어났을 때의 태생적 한계일 뿐.
노력의 여하에 따라서 그 발전 가능성이 달라진다.
그리고 골렘의 경우 일단 생명체가 아니다.
리프의 경우 외형을 사람의 형태로 만들어 놓았기에 사람 같겠지만…….
단순한 사각형이라도 상관없는 것이다. 그리고 원하는 옵션을 넣어 특화된 개체를 주문 제작할 수 있다.
태생적으로 강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양산형 골렘과 엘리트 골렘처럼.
대신 그 한계도 명확하다.
호문쿨루스는 최고급 재료로 계속 만든다는 가정하에 확률에 의거하여 언젠간 케인 같은 절대적 강자가 태어날 수 있다.
하지만 골렘은 다르다. 물론 일정 이상 강해질 수는 있지만 만능은 되지 못할 것이다.
체력과 재생에 강점을 둔 골렘은 누커를 절대 하지 못한다.
반응 속도와 민첩에 강점을 둔 골렘이라면 헤비한 탱킹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숨을 쉬지 않아도 살 수 있고 먹지 않아도 되며 자지 않아도 된다.
마치 리프가 비공정에서 아직 적일 때 머리의 반이 날아갔어도 죽지 않은 것처럼.
“음. 호문쿨루스는 생식기능이 있어.”
―아. 이해했습니다.
나는 고민하다가 그냥 저렇게 말했고 그에 케인과 제로가 나를 좀 이상하게 바라봤지만.
어쩔 수 없지. 뭐 왜 뭐. 가장 덜 차별적인 거 말해봐 너네가 그럼.
―그럼 이제 양산이 가능하다 하셨는데 어디에 쓰실 겁니까.
“양산이라고 해서 수백 명씩 찍어내는 단위를 말하는 게 아니야. 기껏해야 열 명 안쪽?”
정말 사람처럼 최소 80년 이상 살 수 있는 그런 상급 호문쿨루스는 아무리 크루거 가문이라 해도 천 명씩 찍어낼 순 없다.
물론 그럴 이유도 없고.
“원래는 목적이 있긴 했는데.”
나는 제로를 보면서 버섯을 건져 먹었다.
음 제로네 애들 잘살고 있는데 이제 와서 새로 몸 받을래? 이러는 건 좀 이상하잖아.
“일단은 그런 기술이 있다 정도.”
여기서 천년만년 살 거면 인권과 윤리에 어긋나지 않게 뭔가 의학적 발전을 위한 연구도 가능할 테지만.
그런 상황은 아니니까.
내가 어깨를 으쓱하자 리프는 고개를 끄덕였고 이번엔 제로가 입을 열었다.
“그럼 이제 설산의 눈물도 찾으셨으니 어디로 가실 겁니까.”
“아, 갈 곳 정해두긴 했어.”
아주 예전에 내가 말한 적이 있다.
지금 알려진 대륙 최고라는 사람들.
어딘가의 황실 기사, 탑의 주인. 요정의 반려.
그중 황실 기사인 가낙스는 죽었고 탑의 주인은 소르페 같다고 추정 중이긴 하다.
그리고 요정의 반려. 이 사람은 원래 인간족인데 순혈 요정의 반려가 되어 요정계로 넘어갔다.
문제는 그 사람이 내가 초반부터 호시탐탐 노리던 요정의 신발을 가지고 있단 건데.
“가뮈르에게 갈 거야.”
이제 슬슬 중간계로 놀러 나온 거 같거든.
내 말에 케인이 입을 열었다.
“아리나이드로 가겠군.”
숲과 정령의 나라인 아리나이드. 그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간 김에 녹음의 고리도 찾아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