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Extra in a Trash Game RAW novel - Chapter (40)
망겜 속 엑스트라가 됨-40화(40/373)
일단은 누가 도플갱어인지 다들 확실하지 않은지라 두세 명씩 띄엄띄엄 앉아 경계를 늦추지 않는 얼굴이다.
나는 분위기 전환도 할 겸, 약간의 긴장감도 줄일 겸 대놓고 아공간을 열어 바싹 말린 모닥불 용 땔감 뭉치를 하나 꺼냈다.
“세상에… 아공간 아티팩트야, 그거?”
밖의 물가를 안다면 당연하게 나올 감탄사. 나를 보며 손가락질까지 하는 여자의 모습에 나는 낮게 숨을 흩었다.
그리고 성질 더러운 헌터는 표정 변화가 없고, 드워프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내 반지를 바라본다.
“딱 봐도 귀족 나으리일 거라곤 생각은 했지만 자잘한 가문의 혈통은 아닌가 보우.”
“와, 저거 엄청나게 비싼 건데. 사실 소문만 들었지 살면서 실물로는 처음 봐요.”
조금 초롱초롱해진 청년의 눈빛.
다들 무난한 반응이네.
그들의 반응에 나는 어깨만 한번 으쓱하곤 적당히 사람들의 중앙 정도에 땔감을 쌓은 뒤 불을 붙였다.
활이 없는 궁수는 그들의 반응에도 그저 주변의 눈치만 보다가 슬그머니 좀 다가와 모닥불에 손을 내밀어 쬐고 있었다.
검지와 중지만 손가락을 가리는 부분이 있는 반 장갑. 확실히 궁수는 맞는 거 같네.
그리 서늘한 곳은 아니었으나 아무래도 다들 긴장하고 있던 탓인지 온기가 번지자 표정이 좀 풀린다.
나는 그 참에 아예 판을 차리듯 성의 내 방에서 쓸어 담은 물건 중 의자도 하나 꺼내 나만 모닥불 앞에 앉았다.
사실 마음 같아선 루나와 케인도 의자를 빼주고 싶으나 지금 분위기론 의자를 내주어도 날 지키느라 앉지 않을 테니.
슬 허기지는 시간이라 마시멜로와 빵도 꺼내 나뭇가지에 꽂아 굽기 시작했다.
“다들 비상식량 정도는 있을 거 아니야. 그치? 좀 꺼내서 먹으며 대화하자고.”
나는 잘 구운 마시멜로와 빵을 루나와 케인에게 한 조각씩 쥐여주며 웃었다.
루나가 나름 비장한 얼굴로 경계하면서도 마시멜로를 쭈욱 늘려 먹는 게 귀엽네.
“난… 식량을 가진 동료랑 떨어지는 바람에 없소.”
궁수가 조금 시무룩하게 말하자 암살자가 으쓱이며 비웃듯 입을 연다.
“난 있어, 뭐 건조된 과일 정도지만.”
과일이 든 것 같은 주머니를 흔들며 궁수처럼 불 근처로 조금 더 다가와 손바닥을 내밀며 불을 쬐었다.
“참 나, 미궁에서 무슨 일이 생길 줄 알고 식량을 한 명에게 다 맞기우? 나처럼, 어? 나처럼… 어? 여기 왜 구멍이…….”
드워프는 생각보다 허당이네.
제각각 반응도 여러 가지.
“나 또한 그러하네. 식량은 데리고 다니던 곰에게 맡겨뒀다만… 그 아이들과 떨어지게 될 줄은 몰랐구먼…….”
일단 반응을 보니 궁수와 드워프 전사. 동물 없는 드루이드가 식량이 없군.
나는 겉을 살짝 그슬리는 정도로 구운 덕에 버터가 스미듯 녹아 고소한 냄새가 나는 빵을 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입을 열었다.
“일단 도플갱어가 타인으로 변한 거라면 소소한 잡템은 없을 수도 있겠지? 식량 없는 사람은 일단 구분하는 게 어때 다들?”
내가 강압적으로 분류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며 의견을 구하듯 말했지만, 여기서 내 말에 아니오라고 말할 사람 있나?
“물론 식량이 없다고 무조건 도플갱어다 이런 소리는 아닌 거 다들 알고 계시지?”
다들 눈치를 보다 좀 더 덧붙여 던진 내 말에 결국 예스맨이 되어 표를 던진다.
그에 얼굴이 구겨지는 이들이 셋.
“아니, 그게 무슨 소리우. 난 진짜 여기 있었는데. 주머니가 없어진 것일 뿐인데.”
“아니… 나도 동료와 떨어질 줄은 몰랐지.”
드워프와 궁수가 허망한 얼굴로 투덜거리지만 드루이드가 말없이 먼저 한쪽으로 떨어지니 어쩔 수 없단 얼굴로 조금 물러난다.
그들은 서로끼리도 살짝 떨어져 무언의 압력으로 제단 근처에 옹기종기 모였다.
“그래도 당장 미궁에서 기본인 개인 식량이 없는 건 맞으니까. 조금 떨어지는 것도 괜찮은 생각이라 봅니다.”
청년이 달래듯 하는 말에 암살자가 질긴 말린 과일을 한 입 베어 물며 뒤로 물러난 궁수와 드워프, 드루이드를 비웃듯 피식 웃고는 손까지 살랑거려준다.
“안됐네, 이게 다 필요한 일이라 말이야. 댁들 편은 못 들어주겠어.”
농담인 듯 말하고는 모닥불 앞에서 따뜻하게 몸을 녹이며 케인을 훑어보는 눈빛이다.
이 와중에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검사를 보던 헌터가 툭 하고 그의 어깨를 쳤다.
“너도 없냐?”
그에 검사가 긴장한 눈으로 루나를 보다 헌터의 말에 조금 주저하며 주머니에서 육포 주머니를 꺼냈다.
“그럼 각자 어쩌다 이리 오게 되었는지 말해 볼까.”
내가 물 만난 물고기처럼 오만 트레잇을 대놓고 이용하듯 거만하게 말하자 루나의 표정이 묘해진다.
마치 도련님, 왜 그러세요, 갑자기… 하는 얼굴인데, 루나야 걱정 마라. 내가 다 생각이 있다.
‘애초에 이건 내가 질 수가 없는 게임이거든.’
[복제(S)] [마력(C)] [인내(B+)] [복제(A)] [식탐(B)]…이미 내 눈엔 다 보이니까.
다만 바로 저놈이다, 저놈! 하지 않는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 도플갱어의 무력이 얼마나 되는지 확실하게 알지 못한다는 것.
두 번째. 과연 여기 모인 인원이 끝이냐는 것.
세 번째. 정말 저 제단의 문구를 믿어도 되냐는 것.
어차피 내 입장에선 임포스터, 즉 도플갱어가 누구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으니 급할 필요가 없지.
적어도 우리 쪽에서 도플갱어를 치고도 피해가 적다는 확신이 든 뒤 행동한다.
내 말에 아까부터 얼굴을 구기고 있던 헌터가 부스럭거리며 마른 빵을 씹다 말고 인상을 와락 구겼다.
“그런데 네가 뭐라도 되나? 왜 나서서 대장질이야 대장질이.”
그의 말에 나는 몸에는 안 좋지만 내 기분엔 좋은, 허리 아작 나는 자세로 늘어지듯 기대선 다리를 까닥거리며 웃었다.
“식량 없는 사람은 잠시 따로 빼자는 건 나 혼자만의 독단적 발언이 아니었는데. 게다가 대화를 나눠보잔 말도 도플갱어를 찾을 방법으로 나왔던 말이 아닌가? 당신 자격지심 있어?”
“그 무슨……!”
“아, 시끄럽네, 정말. 아저씨 더 의심받기 싫으면 적당히 하지? 사실 수틀리면 일단 죽여서 피부터 그릇에 부어놓고 시작해도 된다는 거 몰라?”
헌터가 으르렁거리며 무기를 움켜쥐는데 암살자가 당차게 면박을 주며 엄지손가락으로 우리 파티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다들 좋아서 지금 이러고 있나. 그리고 한 명이라도 나서서 진행 좀 해주면 편하지 뭘 따지고 그래?”
“제 말이 그 말입니다. 다들 날카로우니 좀 평화롭게 말 좀 하자고요, 우리.”
그에 다들 뒤늦게 한마디씩 던지니 무기를 움켜쥐던 사내가 마지 못해 콧김을 한번 뿜어낸 뒤 바닥에 철퍼덕 앉았고 궁수는 조금 시무룩하게 멀찍이 떨어진 자리에서 입을 열었다.
“의심받고 싶지는 않지만 나는… 괜찮아…….”
다만 모닥불이 그리운 듯 아쉬운 얼굴로 타닥타닥 타들어 가는 불꽃만 바라보는 모습이 참…….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지켜보는 내 입장에선 참 가소롭고 웃긴 일이다.
“뭐, 그래서 누구부터 말할까?”
난 이번에는 아공간에서 포도와 코덱스를 꺼내 코덱스를 냄비 받침처럼 포도 그릇 아래 놓았다.
아공간이 좋긴 좋아. 신선하네.
잘 익은 포도를 꺼냈더니 단내가 금세 주위에 진동한다.
나는 포도를 한 송이씩 케인과 루나 손에 들려주곤 나 또한 한 알 입에 던져 넣었다.
“흠. 일단 도플갱어가 아니라는 걸 말하려면 이곳에 오기 전의 행적이 분명해야 하지 않겠수? 중간이 비거나 이상한 사람은 습격당해 바꿔치기 당했을 수 있단 소리니.”
드워프의 말에 암살자가 분위기를 풀려는 듯 조금 웃는 낯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일단 도플갱어는 말이야, 사람을 한두 명 먹은 정도론 모든 상식을 다 파악하지는 못한다고 하니까 이것저것 막 던지듯 말하다 보면 티가 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데?”
“에, 그것도 일리 있는 말이네요.”
그들이 하는 말에 나는 입 안의 포도를 씹어 삼킨 뒤 입술을 열었다.
“나부터 말하지. 내 동선은 말이야.”
상처를 입어 다리가 불편해 의자에 앉았단 약을 좀 팔아 주고.
우리 파티는 저층과 중층에서 상대한 몬스터도 적으니와 나침반을 이용해 최대한 짧은 길로 아래를 파고 내려온 데다 이곳에 모인 이들 중 유일하게 모든 파티원이 다 있는 상태.
“그러니 일단 우리 셋은 제외하는 게 맞지 않을까?”
내 말에 모두가 짜기라도 한 것처럼 루나를 바라본다.
“흐응. 하지만 저기 토끼가 제일 늦게 오지 않았어?”
“맞군, 게다가 보기에도 좀 약해 보이는데?”
암살자와 드루이드의 말에 검사가 ‘죽이기도 쉽겠군.’ 하고 중얼거리자 드루이드 중년이 다시 입을 연다.
“도플갱어가 제일 먼저 노렸을 확률이 클 거 같은데 말이지 나으리.”
갑자기 루나 쪽으로 화살이 쏠림에 루나가 놀란 듯 얼굴이 빨개지더니 어물거린다.
“저… 저는 아니예요. 저는 정말…….”
미안하지만 루나. 지금은 저리 가 있을 타이밍이다.
“맞는 말이야. 게다가 도플갱어가 아니라도 지금 한 명을 꼭 죽여야 한다면 가장 손실이 적은 선택 아니야?”
암살자의 냉정한 말에 청년이 당황한 얼굴로 양손을 들어 젓는다.
“저… 하지만 그래도 확실한 증거가 없는데.”
“그래, 나처럼 궁사일 수도 있고 마법계열일 수도 있지 않나.”
“아저씨들. 무슨 소리야. 마법사 로브를 입은 것도 아니고 어울리지 않게 갈라진 치마에 각반을 낀 게 더 이상해. 원래 저런 복장 입고 다녀?”
“그렇지만…….”
암살자의 말에 궁수와 청년이 말려들어 가는 얼굴이다.
“게다가 보통 아인종은 노예로 많이 쓰이는 걸 생각하면 원래 출신은 귀족 나으리의 메이드 아니겠어? 그 옆의 잘생긴 검사면 몰라도 여자애 정도는 큰 희생 아니잖아.”
“그렇게 의심스러우면 일단 죽여봐도 되지 않나.”
입 다물고 있던 검사까지 가세함에 헌터도 슬쩍 자신의 무기를 만진다.
점점 흉흉해지는 분위기에 중재하듯 청년이 입을 열었다.
“갑자기 그러지 마시고… 다른 분들도 본인의 이야기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하아… 아니, 당장 뭘 하자는 게 아니라. 의심스러우니 좀 떨어지기라도 해야 하는 거 아냐?”
“그 정도라면…….”
결국 청년도 내 눈치를 슬쩍 보는 게.
도와줘서 땡큐다, 이놈들아.
“너도 잘 생각해 봐. 거기 잘생긴 검사. 어때? 저 여자애가 평소와 다른 것 같진 않아?”
마지막까지 견제하듯 말하는 암살자를 보며 케인이 무표정하게 루나를 바라보다 내 옆에 다시 선다.
나는 그들의 말에 흐음, 하고 숨 흘리다 입을 열었다.
“그러네, 루나 잠시 저쪽으로 좀 가 있어 봐.”
“도련니임……!”
“설마 의심하는 건가.”
나는 케인이 낮게 속삭인 말에 남들 모르게 고개를 조금 저어 낸 뒤.
억울하다는 듯 울먹이는 루나에게 상냥하게 웃어 주며 귀를 한번 당겨 쓰다듬어 주곤 저쪽으로 보낸 후, 나는 질문을 던졌다.
“아, 그런데 말이야. 보통 도플갱어가 그리 강한가? 미궁에 들어오는 모험가는 그리 약하지 않잖아.”
내 물음에 지금 당장 칼부림이 나서 서로 의심 할 것 같지는 않은지 다들 조금 긴장이 풀린 자세로 바닥에 철퍼덕 앉거나 벽에 기대있다가 누군가 대답했다.
“그게 도플갱어끼리도 어느 정도 무력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안다만.”
한 명이 입을 여니 다들 한마디씩 얹기 시작한다.
“강한 모험가의 시체를 운 좋게 집어삼키면 더 강하다고 그러던데.”
“아니면 섭식한 개체 수가 늘어날수록 기본 능력도 올라간다더라고.”
나는 조금 바싹 구워 바삭한 크루아상을 살살 찢어 드러난 결에 갈색으로 곱게 구워진 마시멜로와 초콜릿 한 조각을 넣곤 기다리다 스믈 초콜릿이 녹은 뒤 한입 가득 입에 넣었다.
“음, 도플갱어도 그냥 사람처럼 찌르면 죽나?”
씹느라 조금 뭉개진 발음으로 우물우물거리며 묻자 턱수염이 가득한 사내가 자신의 까슬한 뺨을 긁으며 말한다.
“일단 원형이 아닌 변형 중이면 그렇다고 하던데.”
“원형? 도플갱어 원형 말이야?”
“그렇지. 아무래도 누군가를 먹기 전의 모습이 있을 거 아닌가.”
“게다가 지금 모습에서 다른 모습이 되려면 한번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그 뒤로 천천히 나만 맛있는 것을 먹으며 대화했다. 케인은 어느 순간부터 줘도 더 안 먹더라고.
그래서 뭐 대충 정리하자면 도플갱어는 잡아먹은 이의 무력에 따라 강해지지만 한계도 있고 100% 그 힘을 발휘할 수는 없다.
그리고 원형인 상태에선 마법적인 공격으로만 죽일 수 있다… 뭐 그런 것들.
사실 이런 걸 알아내려고 시간 끈 거는 아니고.
나는 늦게 온 죄로 나와 떨어져 시무룩한 얼굴을 한 체 구석에 서 있는 루나에게 웃어 보이며 이젠 비어버린 포도 그릇 아래의 코덱스를 잡았다.
“루나.”
“네?”
“케인.”
“준비되었다.”
역시 든든하네.
나는 그릇을 아공간으로 집어 던지며 일어나 코덱스를 펴낸 뒤 느리게 웃었다.
“이제부터 모두 죽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