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Extra in a Trash Game RAW novel - Chapter (41)
망겜 속 엑스트라가 됨-41화(41/373)
내 말의 의미를 이미 알아챈 것 같은 케인이 바로 앞으로 날쌘 범처럼 뛰어나가 그대로 발도해 검사의 목부터 자르려 검을 휘두른다.
“이 무슨!”
유독 긴장하던 검사는 케인의 공격에 겨우 맞받아치며 몇 걸음 물러나더니 어설프게 오러를 검에 씌워 대응했다.
“역시 제 몸이 아니라 활용법이 익숙지 않나 보지?”
케인과 루나의 몸에 파츠 실드부터 걸은 뒤 영문을 모르겠단 얼굴로 반응이 느린 도플갱어들은 무시하고 눈치 빠르게 케인과 루나를 포위하려는 이들의 발목을 낚아채듯 바인딩을 읊으며 이죽거렸다.
“왜 이러십니까, 갑자기!”
망연자실한 얼굴로 양손을 올리며 뒷걸음질 치는 청년은 무시한 채 나는 코덱스 위에 손을 올렸다.
“진리의 힘으로.”
하얀색으로 빛나는 무속성 매직 미사일이 내 귀 옆에 떠오르니 머릿속 한쪽으로 에임 화면이 뜨는 기분이다.
나는 혹시 몰라 원거리 마법 등으로 원조할까 봐 드루이드를 먼저 노리며 매직 미사일을 던졌다.
“그만… 그만하게나. 윽!”
털옷을 입은 중 노년의 사내가 복부를 얻어맞고 벽에 처박힌 뒤 미동 없이 바닥으로 쓰러진다.
나는 암살자의 단검을 발로 차낸 뒤 뒤돌아 차기로 정강이를 부숴 버리는 루나에게 파츠 실드를 한 번 더 보강한 후 케인에게 그물을 뿌리는 헌터의 디딤발 쪽으로 그리스를 걸었다.
내 쪽으로 접근하려는 이들을 루나와 케인이 전방위적으로 접근을 방해했고 나 또한 인원의 불균형을 파츠 실드와 보조 마법으로 메꾸기 시작했다.
어차피 한 대씩 주고받는다 치면 우리 쪽 공격은 들어가고 상대 쪽 공격은 내가 실드로 받아내 주기만 하면 3 대 7이라는 인원수도 무시할 만해.
게다가 저 도플갱어들, 모험자를 잡아먹고 그 기억은 있을지언정 저 몸을 제대로 움직여 본 적 없는 것 같으니까.
가장 강한 전력인 검사는 공격에 주저함이 있고 암살자 같은 경우 은밀함이 동반되지 않으니 치명적인 공격을 실드로 상쇄할 수 있다.
게다가 궁수와 드루이드는 애초에 활과 동물이 없으니 기본 전력 외.
헌터와 검사를 케인이 감당하고 드워프 전사와 암살자를 루나가 감당.
거기에 드루이드는 일단 녹아웃되었고 잡다한 일을 도맡아 한 것으로 보이던 청년은 울먹이며 우리를 말리는 중이니까.
“어차피 말할 입은 하나만 남겨두면 되는 법.”
“무슨 소리야, 진짜! 미쳤어? 아니면 네가 도플갱어야?”
“제발… 제발 그만하세요, 제발…….”
“흥! 이 토끼족 처음부터 수상했어!”
진짜 나 아니면 어떻게 깨라고 난이도가 이 모양 이 꼴이지? 미궁이면 클래식하게 황소 정도 나오고 갈림길 많고 뭐 이래야 하는 거 아닌가?
나야 사용자의 눈이 있어서 미리 알아냈지만, 루나와 케인에게 힌트를 주려고 일부러 먹을 것을 꺼내 놓았다.
군침을 삼킨다거나 탐을 낸다거나 사람이라면 보일 만한 행동을 유도할 미끼로 썼지만, 보통은 알아차릴 수 없었을 것이다.
누가 봐도 겉보기론 사람과 구분 할 수 없는 몬스터라니.
그것도 나와 케인, 루나를 제외한 모두가 도플갱어였으니 다른 파티라면 서로 내분으로 무너졌을 터.
‘수상한 건 저쪽이 숫자가 많았음에도 최대한 우리 쪽을 설득하려고 한 점인데. 뭔가 찜찜해.’
나는 매크로처럼 그리스와 바인딩으로 헌터와 검사, 드워프와 암살자의 발을 무작위로 한 번씩 묶거나 미끄러지게 해 균형을 무너뜨리며 케인과 루나가 공격받을 때마다 소모된 실드를 다시 구현했다.
“아읏! 젠장!”
“차라리 뒤로 빠지게!”
“아저씨 혼자 저 토끼년 감당 못 해!”
루나가 정강이를 한번 찍어 반쯤 부순 탓인지 암살자가 비틀거리며 응수함에 드워프가 도끼를 휘두르며 루나를 견제한다.
케인은 연막탄을 던지는 헌터의 손을 순간 가속으로 접근한 뒤 잘라내곤 두려움에 검 끝이 흔들리는 검사의 오러를 쳐내며 뒤로 물러났다.
“진짜는 저쪽이구나?”
나는 고군분투하는 루나와 케인을 보다 활도 없으면서 누군가를 지키겠다고 뒤로 물러나 있는 궁수 쪽으로 플래시를 터트려 시야를 잠시 뺏은 뒤 윈드 애로우를 날렸다.
“큭!”
“으아… 으아아!”
순간 번쩍인 섬광으로 눈이 잠시 먼 궁수가 소리만 듣고 몸을 비틀어 청년에게로 날아간 윈드 애로우를 몸으로 막아낸다.
붉은 피가 터지며 청년의 얼굴까지 튀자 눈물과 섞여 눈가로 긴 선이 생겼다.
“그만해! 저쪽은 민간인이나 다름없잖아!”
“민간인은 무슨, 이쯤 되면 알아서 그만해야지. 내가 미쳐서 이러는 거 같아? 너희 다 도플갱어잖아.”
“무슨, 아니… 아닙니다… 아니라구요! 그만해요!”
“아니야? 그럼 증거인멸 해야지. 다 죽어야겠네?”
내가 하하 웃으며 코덱스를 파라락 넘겨 매직 미사일과 속성 애로우들을 허공에 띄워 저들을 향해 화살의 끝을 겨누자 피가 번져 붉어진 뺨이 허옇게들 질린다.
코덱스는 이게 좋아. 돈만 있으면 마법사의 고속 영창과는 비교도 안 되는 물량빨이 가능하거든.
“그만! 그만해요! 항복할게요. 우리가 졌어요. 우리가…….”
“아기씨… 하지만! 악!”
결국 울먹이던 청년이 비명을 지르듯 하는 말에 암살자가 새된 소리를 찢어내며 뒤돌아보다가 루나의 공격에 뒤로 차여 굴러갔다.
“어차피 제단에 여러 명의 피를 뿌려도 많은 재물은 안 나와요! 저들을 살려주세요, 제발…….”
헌터가 잘린 손으로 엄호하기 어려우니 점차 밀리던 검사도 옆구리가 베이며 치명상을 입었고, 드워프 전사도 날쌘 루나 대신 실드나 바닥을 찍은 덕에 도끼의 날이 너덜거린다.
드루이드는 초반에 내 공격으로 구석에서 미동조차 없고 청년은 애초에 무력으론 가장 최하위였던 상태.
역시 저들은 너무 약한 데다 뭔가 촉이 이상하다.
“일단 그만하고 돌아와 둘 다.”
내 말에 거친 숨을 몰아쉬며 루나가 뒤로 물러나 손등으로 코를 훔친다.
케인 또한 혈조에 고인 피를 털어내듯 검을 한번 휘두른 뒤 천천히 뒷걸음질로 그들의 시야에서 나를 가리듯 자리 잡았다.
“미안해, 아기씨.”
“괜찮아요…….”
“종주. 너무 울지 마우.”
“그만 울어 바보야. 누가 지금 죽는대? 아기씨 울지마.”
[%$#―도플갱어의 씨앗]대표 Traits : [복제(D+)] [상냥함(A)]
히든 Traits : [천변만화(A)] [요리(S)] [위엄(C+)] [키쉬―키쉬를 복제한 도플갱어]
대표 Traits : [복제(A)] [몸놀림(A)] [연기(B)]
히든 Traits : [암살(C)] [인내(B)]
…
…
[트라우―트라우를 복제한 도플갱어]대표 Traits : [복제(B)] [도끼술(B)] [근력(B)]
히든 Traits : [음주(C)] [가무(C)]
역시 저 녀석이 중요인물이었나.
나는 엉엉 울면서 다른 도플갱어를 끌어모아 뒤로 옮기는 청년과 다른 도플갱어의 트레잇을 번갈아 보며 흐음 하고 숨을 울렸다.
“누가 보면 이쪽이 악당 같잖아. 왜 울어.”
내가 입꼬리만 움직여 오랜만에 흑막 같은 얼굴을 뽐내니 그새 눈이 퉁퉁 부은 청년이 나를 바라본다.
“그…런 의미는 아니였습니다… 죄송해요.”
“그럼 아무나 이리 와서 대화의 장을 다시 열어 볼까?”
청년은 제 옷을 찢어 다른 이들의 부상 부위를 묶어 주다, 내 말에 눈가를 소매로 슥슥 닦고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 움직임에 다른 도플갱어들이 그를 붙잡았다.
“내가 갈게, 아기씨보단 내가 낫지.”
“무슨 소리우. 내가 가야지. 종주는 가만히 있으우.”
나는 그들이 옥신각신하는 동안 루나와 케인에게 물도 먹이고 포션도 먹이고 바르고 알뜰살뜰 케어해 준 뒤, 아까의 전투 중에 박살 난 의자 대신 새 의자 두 개와 테이블을 하나 꺼냈다.
이상하게 1차 가공된 밀가루 정도는 넣어도 변질이 없는데 주스나 도시락 같은걸 아공간에 오래 넣으면 맛이 날아가 버려 지우개 씹는 맛이 난단 말이지.
이럴 때 쿠키 같은 걸 꺼내면 얼마나 폼 나고 좋아.
쿠키 대신 그냥 물만 꺼내 놓은 뒤 의자에 앉아 턱을 괴며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아, 그냥 거기 네가 와. 네가 여기서 제일 중요한 인물 같은데.”
나는 도플갱어의 씨앗을 손가락으로 찍어 가리켰고 그에 다들 흉흉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죽일 거면 뭐 이미 너희는 여기에 없겠지. 당장은 안 죽일 테니 그냥 와.”
“맞아요. 너무 걱정하지 말고 좀 쉬고 있어요, 다들.”
눈물에 젖은 찐빵 같은 얼굴로 어기적어기적 씨앗이 걸어온다. 나는 턱짓으로 의자를 가리켰고 그가 다가와 어설프게 의자에 앉아선 물병을 바라보았다.
“일단 이름이?”
나는 트레잇창에서 보이는 %$#를 바라보았다.
꼭 글자가 깨진 것 같단 말이지.
“아직 없습니다…….”
“이름이 없을 수 있나? 그럼 내가 널 뭐라고 부르지?”
“그냥 편하게 부르세요…….”
케인과 루나를 흘긋 보며 안색이 더 하얗게 질리는 그를 보다가 물을 한 모금 넘기며 웃었다.
“그럼, 쉬운 것부터 물어볼까. 너희들, 왜 여기 있지?”
내 말에 눈가가 붉어진 그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서 나와 눈을 마주했다.
* * *
그녀는 종종 투덜거렸다. ‘이건 불합리해.’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진 몰랐지만 키쉬가 속상해하는 게 싫어서 언제나 그녀의 등을 쓰다듬으며 같이 속삭였다.
‘맞아. 너무 불합리해.’라고.
우리는 언제부터 여기 갇혀 있었을까? 다른 무리도 갇혀 있을까. 아니면 ‘밖’이라는 곳이 존재하긴 할까?
내 기억의 가장 끝에서부터 더듬어봐도 언제나 이 쌀쌀하고 밝은 듯 어두운 이 동굴이 먼저 떠올랐다.
그때의 나는 아주 작고 물컹거려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시절.
“아파… 아파. 왜 우리가 먼저 죽이면 안 되는 거야?”
“미궁의 주인이 그걸 원하지 않으니까.”
무리 중 누군가가 우린 벌을 받는 거라 말했다. 끝나지 않는 벌을.
모험가들이 우연히 이 층으로 들어와도 우리는 절대 그를 공격하지 못해.
의심과 편견. 여론과 속임수로 그들끼리 서로 죽여야만 우리는 조금이라도 전력을 높이기 위해 남은 시체를 삼키고 당분간 쉴 수 있었다.
종종 인간이 아닌 우리가 몰렸을 땐 숨이 끊어지고 태워지면서.
강한 마법으로 소멸하지 않는 한 내가 있으면 다시 살릴 수 있으니까 우린 죽지도 못해.
아… 내가 이들을 영원히 죽지 못하게 만드는 걸까?
나는 이들의 씨앗인데 왜 나는 피우는 대신 지게만 하고 있을까.
일반 도플갱어에겐 없는 교감 능력으로 나는 종종 이들에게서 느껴지는 우울과 비참함을 삼키며 대신 모른 척 환하게 웃었다.
“아기씨는 삼키지 마시오.”
“잊지 마세요. 우린 복제 능력이 있는 거지. 누군가의 삶에 기생만 하는 존재는 아니라는 걸.”
“아기씨는 누군가의 기억을 삼키고 그 사람을 대신해 살지마우.”
“그냥 아기씨는 아기씨 인체로 살아.”
누군가의 기억을 삼켜 복제할 만큼의 양이 아닌, 아주 조금씩의 피와 눈물, 그 삶을 모아 삼키니 겉모양만큼은 물컹한 원형 대신 어설픈 사람의 모습이 되었지만 나는 그들의 말에 알겠노라 웃으면서도 한쪽으로는 차갑게 되물었다.
‘이곳에서 그렇게 살아서 뭘 할 수 있는 거야?’
그렇게 천 밤이 지났을까, 만 밤이 지났을까.
나만 느끼던. 알 수 있던… 수없이 반복되던 그 많은 날 중에 처음으로 달라진 날.
“아기씨. 이것 봐. 오랜만에 제단에 문구가 생겼어.”
“미궁의 주인이 특별하게 보낸 메시지인가 봐.”
“이번에 들어온 이들 중 단 한 명만 죽어도, 아니면 서로 의심해 뿔뿔이 흩어지게만 해주면 우리 중 하나를 내보내 준대.”
왜? 갑자기? 어째서?
가끔 우리와 거래하는 것처럼 제단에 문구가 뜨는 순간이 있었다.
그럼 종종 책이나 새로운 옷 같은 걸 받을 수 있었지.
마치 기르는 생쥐처럼, 혹은 가두고 감시 중인 죄인처럼.
그때 뇌리를 스치는 불길한 생각.
“어쩐지 불안해요. 우리 무리하지 말아요.”
“무슨 소리우 종주. 이곳에 온 뒤로 가장 무리해야 하는 순간인데.”
“맞아, 아기씨. 밖이 얼마나 좋은지 알아? 아기씨는 바다도 모르지? 가만히 있어. 우리가 내보내 줄게.”
당신들 없이 나 혼자 무슨 의미로?
정 안되면, 모두가 발목을 잡아서라도 단 한 명이라도 죽이겠다 말하는 그들을 보며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이곳에 갇혀 자기들끼리 죽고 죽이던 사람만을 받아먹은 우리는, 사실 손에 맞지 않는 검을 든 어린애나 다름없다는 걸 나는 교감으로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불안감은 결국 우리를 날카로운 가시처럼 찔렀지.
‘모두 죽여.’
다들 몸이 갈기갈기 찢겨져도 마법에만 당하지 않으면 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아니야!’
저들은 달라.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내가 되살릴 수 없는 진정한 죽음이 눈앞에 서 있음을.
‘신이시여 제발…….’
아무도 먹지 못해 아무것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 나는 결국 끝까지…….
당신들의 짐일까?